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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기업이 ESG 활용하는 슬기로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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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기후위기, 각종 재난, 공급망 위기 등을 겪으며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하 ESG)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기업, 공공기관, 스타트업 등 모두가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러나 업력이 오래되지 않은 스타트업들은 예측 불가한 경제 위기에 직면하게 되자, ESG가 현시점에서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결국 생존을 택하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추세다. 정말
기업의 생존과 ESG는 양자택일의 관계일 수밖에 없을까? ESG가 재정적 여력이 있는 조직의 사회 공헌 정도의 활동이라면 맞는 말일 수 있지만, 진정한 ESG는 기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한 전략이자
시대의 요구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그렇기에 특히 사업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오히려 지금같이 예측 불허의 시장에서 왜 ESG가 중요한지, ESG가 기업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없는지 살필 절호의 시점이라 생각한다.
대다수 예술 기업들은 예술을 통해 긍정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비즈니스를 한다. 하지만 보통 재무적 가치 측면에서는 혁신 기술을 앞세운 벤처 기업보다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비재무적
가치 측면에서는 예술이 어떠한 임팩트를 창출하는지 이해관계자들을 구체적으로 설득시키기 어렵다. 그렇기에 더욱이 예술 기업이 ESG를 이해하고, 전략으로 내재화하고, 언어로써 구사할 수 있다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특히 ESG·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의 기회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ESG 투자는 재무적 가치에 영향을 주는 비재무적 요소(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반영하여 투자 의사 결정을 하는 방식을 의미하며, 임팩트 투자는 더 나아가 재무적 수익뿐만 아니라 긍정적이고 측정 가능한 사회·환경적 변화를 만드는 의도를 가진 투자를 뜻한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2022년 40조 달러, 임팩트 투자는 1조 1,640억 달러로 파악되었다.
● 오픈 이노베이션은 미국 버클리대 헨리 체스브로(Henry Chesbrough) 교수가 창시한 개념으로, 조직 내에서 독립적으로 아이디어를 발굴, 개발, 상업화하는 폐쇄형 혁신(Closed Innovation)이 아닌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내·외부 집단 지성을 활용하여 상호 협력을 통해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 한국 딜로이트 ESG 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절반이 넘는 262곳(52%)이 스타트업과 다양한 형태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ESG 공시 의무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기업들은 ESG 가치를 보유한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자연스러운 선택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몇몇 예술 기업들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경영 전략으로 승화해내고 있다. 엠와이소셜컴퍼니(Merry Year Social Company, 이하 MYSC)는 현재까지 10여 개 예술 기업에 임팩트 투자를 진행하였으며, 대표 포트폴리오 기업인 유니크굿컴퍼니와 해녀의부엌을 통해 어떻게 예술 기업이 ESG를 내재화하여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유니크굿컴퍼니
유니크굿컴퍼니(대표 송인혁, 이은영) 는 다양한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현실에서 즐기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플랫폼
'리얼월드'
를 서비스하고 있는 예술 기업이다. 리얼월드는 게임이라는 방법을 차용하고 있으나 핵심은 ‘스토리 IP(지식재산권)’이기에 누구든지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하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지역
관광과 연계하여 지역의 숨은 이야기를 게임화하고, 방문객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기여하는 등 ESG 중 특히 S(Social 사회)와 관련한 전략을 비즈니스로 실현한 기업이다.
유니크굿컴퍼니는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토대로 2021년 코로나가 한창일 때 지역 관광의 디지털 전환과 일자리 창출, 로컬 가치의 확산을 목적으로 신한금융재단, 하나투어 등과 함께
‘제주하다’라는 ESG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30여 명을 대상으로 체험형 콘텐츠 크리에이터 양성, 제주 4.3사건을 모티브로 한 역사 관광 콘텐츠를 제작하여
여행객 및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교육적 효과까지 거둘 수 있었다. 또한 지역 경제 활성화 및 관광객 유치비 절감까지 이어져 최종 성과 공유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뿐만 아니라 유니크굿컴퍼니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주제로 젠더 편향(Gender Bias)에 대한 고정 관념을 타파하는 ‘보스를 찾아라’라는 게임을 출시하였다. 베일 속에 가려진 보스를 찾는 과정을 통해 주어진 단서들로 몽타주를 그려보며, 참여자들은 선입견이 어떻게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 포용적 공동체의 힘을 이해하게 된다. 유니크굿컴퍼니는 다수의 대기업 임직원이 ESG 경영을 내재화하는 목적의 교육으로 진행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
2. 해녀의부엌
해녀의부엌(대표 김하원)
은 해녀의 삶을 이야기로 담아낸 공연과 함께 해녀가 직접 요리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국내 최초 ‘제주 해녀 다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술 기업이다. 제주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적정 가격에
구매하여 어촌 경제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음식과 연극을 통해 제주 해녀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는 등 ESG 가치를 함양한 기업이다. 해녀의 부엌이 시가보다 20% 가량 비싼 가격에 매입한
해산물은 2021년 기준 14톤이며, 종달리와 북촌리 어촌계에 매년 1,000만 원씩 발전 기금을 기부하고 있다.
해녀의부엌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많은 해산물을 매입하고 해녀의 가치를 국내외로 확산하기 위해 해산물 가공식품 제조까지 사업을 확장하였고, 이 과정에서 동원F&B와 협력을 통해 ESG 가치를
담은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예술 기업이 ESG를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삼아 임팩트 투자와 오픈 이노베이션 기회를 확보한 사례를 살펴보았다. 여타 기업들도 시도해보고 싶으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다음 두 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1. UN SDGs로 연결되는 변화 이론 그리기
ESG가 도구라면 이 도구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라 생각하면 조금 더 쉽게 ESG의 방향을 이해할 수 있다. SDGs는 사회 발전,
경제 성장, 환경 보존의 분야에서 17개 주요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를 제시해 2030년까지 이행해야 할 글로벌 공동 목표다.
여기서 하나 더 필요한 도구가 변화 이론(Theory of Change)이다. 무작정 UN SDGs의 169개 세부 목표를 살피다 보면 점점 현재 비즈니스와 괴리를 느껴 ESG를 포기할 수도 있다. 변화 이론은
달성하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를 정하고 이 목표를 위한 필수 선제 조건과 핵심 가설을 거꾸로 되짚어보며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현재 비즈니스를 잇는 마일스톤(milestone)을 설정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이 과정은 대표자뿐 아니라 임직원이 함께 참여하며 기업의 미션을 다시 ESG 렌즈를 통해 살피고 마일스톤에 합의하는 과정으로 활용한다면 포용적 지배 구조를 구축하는 데에도 긍정적 유익이 있을 것이다.
2. 무료 임팩트 평가 툴 BIA 활용하기
나스닥 ESG 보고•평가 기관 중 하나로 소개된 미국 비영리기관 비랩(Blab)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임팩트 평가 툴 ‘BIA(B Impact Assessment)’를 활용해보기를 추천한다. 보통 비콥(Bcorp)이 되기 위해 BIA를 진행하지만, 인증 목적이 아니더라도 기업이 속한 산업, 회사 규모 등에 따라 ‘지배구조, 기업 구성원, 지역 사회, 환경, 고객’ 5가지 항목에 대한 기업 진단을 해볼 수 있다.
특히 BIA를 추천하는 이유는 비콥이 제시하는 지속 가능성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다. 기업의 서비스와 상품이 직접적으로 사회 환경 변화를 만드는 IBM(Impact Business Model)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운영 방식(Operation)에 대한 평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는 많은 소셜 벤처, 사회적 기업 등은 IBM이 훌륭하여 ESG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운영 방식에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도 상당수 있다. 이에 따라 ESG가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으로 자리매김하려면 IBM만큼이나 운영 방식이 균형감 있게 ESG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BIA를 진행하며 기업의 현황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고, 산업 내 유사 기업과 상대평가 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여기서 도출된 의제들을 임직원 혹은 외부 이해관계자들과도 함께 논의하고 보완해
나간다면 자연스럽게 ESG를 내재화하여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ESG 방향을 수립하였다면, ESG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팅이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지원하거나 ESG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 캐피털(벤처기업 투자자, VC) 및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AC)에 연락하여 실제 투자 유치 기회로 연결하도록 도전해보기를 추천한다.
지금까지 만나본 많은 예술 기업 중 ESG 가치를 함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자와 경영진들이 ESG를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혹은 너무 어렵게 생각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더 많은 예술 기업이 ESG가 화두가 되는 시대의 흐름을 깊이 이해하고, 표면이 아닌 체질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 예술 기업만의 독특한 ESG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필자 소개
2011년 설립된 사회 혁신 컨설팅/액셀러레이팅/임팩트 투자 기관 엠와이소셜컴퍼니(MYSC)의 CBO(비즈니스최고책임자)로 재직 중이다. MYSC는 국내외 사회 양극화, 경제 불평등, 기후 위기와 같은 글로벌 3대 난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혁신가가 지속 가능하도록 컨설팅, 액셀러레이팅, 투자를 통해 지원하는 데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