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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0 예술경영 우수논문 공모’에서 선정된 채건호의 「온라인 미술관 소장품 소셜태깅시스템을 활용한 미술관 운영방안 변화 연구 -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을 대상으로 한 사례조사 연구」(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2010)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미술관은 전시, 카탈로그, 출판, 강의, 투어, 학교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대중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노력해왔다(Trant 2006). 최근 십여 년 사이 미술관은 새로운 미디어 기술, 특히 온라인 기술을 매개로 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술관은 일반 대중의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온라인 미술관의 주축을 이루는 온라인 컬렉션은 전문가 및 작가 중심적인 정보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대중들은 거리감을 갖고 있다.
관람자는 온라인 컬렉션에서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보를 원하지만 미술관 정보 전문가나 큐레이터가 사용하는 어휘는 그들의 시각과는 완전히 다르기에 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Smith 2006). 이러한 상황에서 온라인 미술관의 소셜태깅 시스템은 컬렉션을 대상으로 미술관과 대중 사이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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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본 실험은 2010년 2월 10일에서 28일까지 총 19일 동안 태그 수집을 위해 구축된 웹페이지를 통해 진행되었다. 실험을 위한 웹 페이지는 Steve.museum에서 제공하는 PHP언어로 제작된 미술관 태깅 오픈소스 어플리케이션 steve tagger 2.0을 이용하였으며 MySQL Server를 이용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였다. |
19일간의 실험결과 전체 작품 128점에 대하여 175명의 실험자가 실험에 참가하였다. 수집된 태그는 총 14,668개이며 이는 작품 평균 115개, 실험자 평균 84개로 집계되었다.
하지만 실제 수집된 태그를 살펴본 결과, 스팸태그(Tag Spam)가 발견되었다. 본 실험에서는 20회 이상 연속적으로 동일한 태그를 작품에 다는 실험자를 스팸태거(Spam Tagger)로 분류하고 실험결과에서 제외하였다. 또한 의미를 가진 단어가 아닌 사용자의 오타나 단자음과 같은 태그 역시 실험 결과에서 제외하였다.
그 결과 총 7명의 스팸태거와 509개의 스팸태그를 일차적으로 찾아낼 수 있었고, 이를 제외한 결과를 유효한 실험결과로 선정하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와 같은 스팸태그의 문제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도록 한다. 전체 유효 태그는 아래와 같다.
소셜태깅, 대중의 언어로 새로운 해석 방식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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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실험을 통해 수집된 빈도수 상위 100개 태그의 태그 클라우드](https://www.gokams.or.kr:442/DATA/PHOTO/3(19).gif)
[그림3] 실험을 통해 수집된 빈도수 상위
100개 태그의 태그 클라우드 |
태그 수집 실험을 통하여 모은 데이터의 분석을 통하여 우리는 태그를 이용한 미술관 운영전략 세 가지를 제시한다. 각각의 전략은 미술관 태그들이 지닌 가치를 중심으로 수립되었다.
사람들은 뮤지엄 정보에 대하여 그 권위를 인정하며 그 정보에 높은 신뢰를 보인다. 이는 뮤지엄이 단순히 역사적인 유물이나 자산을 보여주는 기관을 넘어서 과거와 현대의 유산과, 예술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기관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높은 신뢰도에도 불구하고 그 연구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에 실제 대중들이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이해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게 마련이다. 결국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이지만 정보에 대한 이용가치는 현실적으로 낮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셜태그는 대중의 시각을 반영한 새로운 소장품 메타데이터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소셜태그를 통하여 실제 사람들이 이용하는 언어를 미술관 소장품 정보에 투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태그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방식의 협업적 분류체계이자, 다양한 작품이 동시에 소속되는 것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미술관 소장품 관리에서 전문가적인 접근과는 다른 주관적이며 대중적인 접근이 가능한 새로운 데이터가 생성될 수 있다. 또한 태그를 통하여 생성된 새로운 정보는 기존의 전문가 중심의 권위 있는 지식에 대중들의 관점을 반영함으로써 기존 정보의 가치 역시 상승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Russo 2008).
퍼블릭(Public) 중심의 큐레이팅
그린힐(Greenhill)은 뮤지엄 속에서 관람자들 개개인이 가지는 시각과 해석의 여지 그리고 관람자들이 뮤지엄의 중심 요소로서 등장한다는 점을 들어, 미술관 운영은 과거 ‘정보의 일방적 전달(behavior view of teaching)’에서 ‘문화로서의 커뮤니케이션(constructivist explanation of learning)’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셜태깅 시스템은 이러한 참여 뮤지엄의 패러다임 속에서 관람객의 작품 이해 수준과 정도, 그리고 사고체계를 파악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으며 관람객의 눈높이와 사고과정을 반영한 태그들은 퍼블릭(Public)이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전시기획에 활용될 수 있다.
이는 온라인 전시 및 오프라인 전시에 모두 활용이 가능한 방안이다. 온라인의 경우 현재 모든 소장품의 정보와 이미지가 데이터베이스화된 상태에서 현재의 미술관이 오프라인에서 비공개중인 컬렉션 자원을 관람자의 눈높이에 맞는 온라인 전시로 활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태그를 바탕으로 특정 풍경, 감정, 배경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 태그 전시를 꾸밀 수 있다. 오프라인 전시의 경우 큐레이터들이 자신들이 기획하고자 하는 전시의 주제를 관람객의 시각을 반영한 태그와 비교함으로써 잠재적 관람자가 전시를 접했을 때의 반응과 이해를 미리 예상하고 이를 반영한 전시기획이 가능해진다.
새로운 방식의 퍼블릭 서베이
미술관에서 작품을 수집하거나 연구,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술관이 그러한 작품들을 어떻게 대중에게 보여주고 활용할 것인지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즉, 이제 미술관에서 ‘무엇’을 수집하고 연구하느냐 만이 아니라 그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는지, 그것을 결정하는 ‘방법’이나 ‘과정’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결정의 주체는 바로 관람자로 이들에 의해 미술관은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하게 된다.
하지만 관람자들의 의견을 듣고, 관람자들의 이해도 등의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할 것인가. 현재는 설문지를 활용한 조사(전화조사, 메일조사, 면대면 조사), 설문지를 활용하지 않는 조사(추적조사, 계수조사) 등의 관람자 조사 방법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실제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 일부만을 조사대상으로 하며 실제 미술관 소장품 각각에 대한 관람자의 구체적인 의견과 이해도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술관은 이용자의 의견을 알 수는 있지만 미술관의 전시나 소장품에 대하여 관람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측면의 조사는 현실적으로 힘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소셜태깅 시스템을 이용하면 태그를 통해 관람자가 작품을 바라보는 (주관적) 시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의 퍼블릭 서베이(Public-Survey)가 가능하다. 이는 기존의 관람자조사에 비해 그 대상이 퍼블릭 전체로 확장되며 관람자 개개인의 적극적인 의견 표출이 가능하고 디지털화된 정보처리로 더욱 빠르고 쉽게 많은 관람자의 시각을 반영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관람자의 나이, 미술에 대한 친숙도, 성별, 학력 등에 따라 작품에 다르게 붙여지는 태그를 분석하여 이를 컬렉션 관리에 반영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조사를 통하여 미술관 소장품의 증가에 따라 소장품과 퍼블릭(Public)의 관계 변화를 태그의 변화를 통해 고찰할 수 있다.
“예상치 못했던 다양한 작품해석… 시스템 개선은 필요”
본 연구에서는 제안한 세 가지 운영전략을 놓고 경기도미술관 큐레이터들과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인터뷰 및 토론을 통하여 기존의 미술관 소셜태깅 시스템의 가능성과 한계를 살피고 소셜태깅 시스템을 실제 미술관에 적용하기 위해서 개선되어야 하는 이슈들을 파악하였다.
경기도미술관 큐레이터들은 앞서 제기된 세 가지 운영방안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는 전반적으로 동의를 하면서 좀 더 실효성을 갖기 위한 미술관 소셜태깅 시스템의 가능성과 한계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경기도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은 태그를 통해 미술작품에 대한 새로운 이해 방식과 대중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을 미술관 소셜태킹 시스템의 가장 큰 가능성으로 짚었다. 큐레이터들에 따르면 관람객의 태그에서 자신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작품 해석이 다수 존재함에 놀랐다고 말한다. 그리고 관람객들의 태그가 구체적이며 사실적인 면을 작품에서 포착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관람객 태그를 통해 큐레이터 자신들이 이해한 작품과 작품에 대한 설명이 관람자의 시각이나 이해와 의미적 간극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람객 태그는 한계점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즉, 태그들이 유용한 정보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태그들에 숨겨진 관람자의 초기의 의도를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태그 자체만 봐서는 ‘왜’ 이러한 태그들이 그 작품에 달렸는지에 대한 의미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본 연구에서 수집된 태그 DB는 강제적인 실험의 결과물이기에 실제 미술관에서 태그를 수집할 경우 태그를 다는 사람의 동기는 새롭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태그들이 가진 언어적 문제-동의어 및 유의어, 복수 단어- 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시스템적 한계도 논의되었다. 온라인 컬렉션이 가진 기술적 한계-예를 들어 사진과 같은 2D 콘텐츠의 문제-, 스팸태그, 미디어 작품의 저작권과 보안문제 등이 그것이다.
온라인 컬렉션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넘어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을 활용한 태그 수집 실험과 이를 바탕으로 진행한 소셜태깅의 미술관 활용가능성 평가 워크숍은 소셜태깅이 갖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실제 미술관 운영의 측면에서 소셜태깅 시스템을 적용하고 그것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많은 장애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태그에서 등장하는 문법적 이슈, 관람자가 ‘왜’ 특정 태그를 특정 작품에 대하여 달게 되었는지를 알 수 없는 모호함의 문제 등은 물론이고 스팸태그의 범람 가능성 또한 등장한다. 그 외에도 본 연구에서는 실험으로 진행된 태그 수집이 실제 온라인 미술관에 적용이 되었을 때 이용자들에게 어떠한 동기 부여를 통해 미술관 컬렉션 태깅에 참여하게 할지 역시 문제로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의 가장 큰 기여는 미술관 소셜태깅이 가진 그 동안의 관점-이용자의 온라인 컬렉션에 대한 접근성 향상-에서 벗어나 미술관 운영의 입장에서 그 가능성에 대하여 처음으로 살펴보았다는 것이다. 향후 경기도미술관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하여 본 연구에서 제시하였던 가능성과 한계점은 실제 미술관 환경 속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연구될 예정이다. 그리고 실제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관람자의 태그를 받고 이를 반영한 운영방안을 향후 연구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참고 문헌
Anderson, G., Reinventing the museum: Historical and contemporary perspectives on the paradigm shift. Altamira Press, 2004
Chun, S., et al. Steve. museum: an ongoing experiment in social tagging, folksonomy, and museums. Museums and the Web 2006, 2006
Hooper-Greenhill, E., Changing Values in the Art Museum: rethinking communication and learning. International Journal of Heritage Studies, 2000
Marty, P., The changing nature of information work in museums. 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for Information Science and Technology, 2007
Russo, A., et al., How will social media affect museum communication? In: Nordic Digital Excellence in Museums (NODEM), 2009
Simon, N. The Participatory Museum. Museum 2.0, 2010
Skov, M., The reinvented museum: Exploring information seeking behaviour in a digital museum context. Copenhagen, Denmark: Royal School of Library and Information Science, 2009
Trant, J. and W. Project, Exploring the potential for social tagging and folksonomy in art museums: Proof of concept. New Review of Hypermedia and Multimedia, 2006
로이 애스콧, 이원곤 역, 테크노에틱 아트,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2
백지원, Cyber Museum, 박영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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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채건호는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경기도미술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개발 프로젝트 및 소셜미디어 기반의 경기도미술관 홈페이지 개편 작업에 참여하는 등 테크놀러지를 활용한 새로운 미술관 경영에 관심을 갖고 이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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