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1년 12월 19일(월) 오후 4시 참석자 : 김노암 _ 아트스페이스휴 대표 박병성 _ [더뮤지컬] 편집장 양지연 _ 동덕여자대학교 큐레이터학과 교수 양현미 _ 상명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오세형 _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윤태건 _ THE TON 대표 이용관 _ 한국예술경영연구소 소장 사회 : 이승엽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 교수 ](https://www.gokams.or.kr:442/webzine/DATA/PHOTO/2011122932.gif) |
예술시장 확대의 요인
이승엽 웹진 [weekly@예술경영] 전현직 편집위원들이 대다수 참석한 드문 자리인 만큼 독자들이 뽑은 ‘2011 예술경영 7대 뉴스’를 실마리로 삼되, 그를 넘어 폭넓게 의견을 나눴으면 한다. 결산뿐만 아니라 내년도 전망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용관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 선정된 뉴스결과를 보니 ‘예술경영 7대 뉴스’라기보다는 ‘문화계 7대 뉴스’처럼 보인다. 내년부터는 뉴스가치나 주목도가 떨어지더라도 예술경영 분야를 부각시키고, 의도적이더라도 예술경영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이슈들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 ‘예술경영 웹진’이니까.
김노암 뉴스의 절반 정도는 딱히 올해의 이슈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는 최근 발생한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사퇴와 선임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일이며 상징적인 뉴스라고 생각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라는 자리는 우리나라 시각예술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인데 임기 4개월을 남겨놓고 관장이 사임했다는 것은 대내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이용관 국립현대미술관뿐만 아니라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전국 국공립예술기관의 기관장이 거의 바뀐다. 문화기관장들이 운영을 잘 하면 연임이 되는 문화가 왜 우리에겐 찾아보기 어려운지 안타깝다. 앞서 말했듯 예술경영 쪽을 좀 더 부각시킨다면 이런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세형 다섯 번째 뉴스인 ‘대기업 공연예술계 진출’을 보니 서울지역은 앞으로 시장화가 좀 더 가속화될 것 같다. 기업이 공공사업으로 진입하고 있는데, 기업은 공공사업을 시장으로 보는 듯하다. 또한 지역에서도 공공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예가 바로 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들인데 최근 이 프로젝트들이 굉장히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고 내년부터는 아마 본격적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전국 지자체별로 지역문화재단이 생겼고, 다양한 기금을 활용해서 지역의 공공사업들이 진행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올해 전국적인 규모로 진행된 한국판 엘 시스테마는 교육과학기술부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했다. 앞으로 지자체의 사업이나 공공적 성격의 사업들이 세분화되어 진행될 것이고 지역끼리 경쟁이 심해질 것이다.
이승엽 아직 공식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나온 인터파크 등의 자료를 보면 지난 2~3년 사이에 큰 폭으로 공연시장이 확대되었다. 시장 확대의 1등 공신은 콘서트일 것이고 그 다음이 뮤지컬이다. 이 두 장르가 특히 전해에 비해 크게 커졌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대체로 금년도 예술시장 경기가 좋지 않았다고 보는데 모순이다. 어떻게 보나?
박병성 뮤지컬 시장이 여태까지 최고점을 찍었던 적이 2007년이었다가 계속 마이너스였던 게 작년에 간신히 2008년 시장 규모로 회복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아직 시장조사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 결산과 대형뮤지컬들의 현황을 감안할 때, 올해 시장 규모는 2007년보다 훨씬 넘어서는 2,300~2500억 원 정도가 될 것 같다. 증가폭을 봤을 때는 2006년에서 2007년으로 넘어갈 때의 증가율, 혹은 그 이상으로 예상이 된다. 근데 신기한 것은 보통 시장성장기에 제작사들들이 시장 상황을 희망적으로 보고 투자를 했던 데 반해 지금은 이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굉장히 위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장 활성화 시기에는 신규 제작이 증가하는 경향이었는데, 올해는 거의 재공연 위주였다. 신작에 대한 투자보다 리스크가 적은 작품들만 재공연 되었다는 얘기다. 사회적, 정치적인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공연계는 주춤하거나 관망하곤 했는데, 많은 이슈가 예상되는 내년에는 오히려 제작사들이 굉장히 과감하게 투자를 하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 올해도 그렇고 내년도 그렇고 시장에서 제작사들이 느끼는 위기감과 실제로 이들이 투자하는 현상과는 상반된다. 올해는 275억 원의 매출을 올린 <지킬 앤 하이드> 외에 몇몇 작품만이 크게 흥행했을 뿐이다. 성공했어야 하는 작품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한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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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세계금융위기로 시장이 침체되었다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은 장르별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클래식은 변화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뮤지컬처럼 시장변수에 민감한 장르는 변화가 크다. 무용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그리고 시장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공연 편수가 늘어난 것은 이들을 초청하는 예산이 어느 정도 확보된 지방공연장의 수와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서울에서 공연을 하고 지방에서 순회공연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건수 상으로는 굉장히 늘어난다. 서울·경기 지역을 빼고도 전체 예산이 650억 원 정도이고 경기도와 전국의 공연예술축제 예산까지 합치면 1,000억 원 규모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
박병성 신설 대형공연장에서 몇 개월간 대형뮤지컬을 공연하는 것은 소극장에서 몇 백 편 공연하는 것 이상의 수익을 낸다. 따라서 큰 작품이 얼마나 장기공연을 하느냐에 따라 전체 시장규모가 달라진다. 올해 1,700석 블루스퀘어와 1,200석 규모의 디큐브아트센터 등의 뮤지컬 전용극장이 문을 열었고 내년에도 또 만들어진다고 한다. 뮤지컬 쪽만 본다면 시장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윤태건 전체적으로 7대 뉴스 후보를 보면 순수하게 시각예술과 관련 있는 것은 사실 ‘건축미술 장식제도 개정’이다. 올해 미술시장의 흐름은 지지부진하고 계속 회생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트페어가 조금 성과를 거두면 바로 다음 아트페어가 망하는 식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이런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시각예술계에서는 특별한 이슈 없이, 별다른 일도 없이, 비엔날레도 없이 흘러간 해가 아니었나 싶다.
일자리창출, 예술교육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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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금년에는 제도나 법규의 제·개정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이번 조사에서 1위로 꼽힌 예술인 복지법이다. 2위와 상당한 표차로 1위를 차지했는데 현장 종사자의 관심이 그렇게 높다는 점은 의외다.
오세형 이번에 1위 뉴스로 꼽힌 것은 화제성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법이 가지고 있는 불안한 규정성이나 모호성은 내년에 다시 논의 될 것이다.
이승엽 제도적으로 보자면 여섯 번째를 차지한 예술대학의 취업률 관련 이슈나 사회적기업 관련 이슈가 고용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예술부문에서도 고용 문제는 더 이상 낯선 주제가 아니게 되었다.
김노암 요즘은 정책의 이슈나 관심사가 일자리창출이나 취업에만 몰려있다. 취업률이 워낙 형편없기도 하지만 이것도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나 기업이 예술분야의 취업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예술에 대한 사회적 역할이 변화된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지만 사실 미술계는 취업률에 큰 관심이 없었다. 정부와 학교의 관계에서 학생들이 동원된 것은 아닌가 싶다.
양현미 IMF 때 미술인 실업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한 적이 있는데, 사실 미술가들에게 취업이나 고용의 개념은 희박하다. 예술인 복지법과도 관련해서, 예술 분야에는 자영업으로 분류되는 사람들, 즉 집이나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들의 수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에서 고용을 기준으로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혈안이라는 것이다. 예술대학 학생이라면 전문적인 작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하는데 대학이 자꾸 취업으로만 몰고가면, 디자인 쪽은 높은 성과가 나오겠지만, 순수미술 쪽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이러한 자영 예술가들이 특히 미술과 문학 쪽에 많다. 이들에 대한 복지를 어떻게 적용할지 또 고용상태가 아닌 이들을 어떻게 증명할지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박병성 조금 다른 문제이기는 한데 뮤지컬 배우들에 대한 개런티가 전체적으로 높아졌다. 그런데 한국뮤지컬협회 배우 분과에서는 개런티 격차 문제와 함께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계약 불이행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신입 배우의 경우 최저임금도 못 받고, 공연기간에만 돈을 받아 기본적인 생활이 곤란하다. 배우분과에서 표준계약서를 만들려는 취지는 최저임금제를 만들어 기본적인 생활을 만들어주자는 것이었다. 뮤지컬 쪽에서는 이미 계약서를 대부분 작성하고 있다. 어떤 항목이 들어가는지가 문제인데 지난 표준계약서를 위한 토론회 자리를 시작으로 점차적으로 논의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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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사회적 역할 vs 공공재원의 사회적 기능
양현미 올해 정부와 지자체의 공공재원이 흘러간 방향은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쪽이었다고 본다. 문화바우처나 문화나눔 사업 등 문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많았고, 커뮤니티아트와 관련한 사업 등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지원방향은 예술 자체를 지원한다기 보다는 예술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공공재원이 정해지는 식이다. 여기서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점은 이러한 지원들을 통해 시민들이 진정 문화적 혜택을 잘 받았느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러한 지원이 예술창작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예술적인 성과가 있었냐는 것이다. 지원의 양은 많아진 것 같은데 질은 별로 안 좋고, 때우기식 사업이 되지 않았냐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점이 오히려 예술적인 면을 느슨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용관 사실 문화바우처나 복권기금, 문예진흥기금 등 우리의 공공재원은 유행에 의해서 어느 한 쪽에 쏠리다 그 유행이 시들해지고, 또 다른 이슈가 생기면 다른 쪽으로 간다. 당분간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지원은 계속 되겠지만 과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가령 이런 맥락으로 진행되고 있는 ‘찾아가는’ 문화예술 행사가 너무 많아 지금은 거의 공해수준이지 싶다. 예술이 파편화 되고 이벤트화 되는 결과만 초래할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이승엽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라고 할 때 현재 공공재원이 인정하고 지원하는 기능만을 말한다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국가나 정부의 재원은 체제에 이로운 또는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는 사회적 기능에 쓰이게 된다. 예술의 사회적 기능은 이를 뛰어넘는 비판적인 또는 사회적 연대의 기능도 있지 않은가.
양현미 예술의 비판적 기능, 사회적 기능이 가능하려면 자생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참여정부 때 비판적 기능을 수행하던 많은 기관들이 지원이 끊어지자 당황해하다 다시 살길을 찾은 것처럼 그 기관의 대표나 기관 자체가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실질적으로 이 영역에 더 철저하게 예술경영적인 마인드가 필요한데 인력이 없고 예술가들도 별로 없다. 여기에 대한 사례로 경희대학교 박신의 교수의 논문 중, 지역문화와 밀접하게 결합해 지역에 뿌리내리려는 이들이 지역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어떻게 성공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는가를 언급한 부분이 있다. 비록 문화예술분야는 아니지만 시민사회 영역에서는 이러한 것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
김노암 공공미술의 재원 출처는 거의 공공기관인데 그러한 지원이 오히려 왜곡을 만들 수 있다. 정부지원이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것은 일종의 위험신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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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형 사회적 상상력을 제한하는 쪽으로 정책이 제도화되는 것을 비판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기능적인 정책이 아닌 사회적 가능성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만한 방향으로 구상되어야 한다. 한 예로 텀블벅에서 삼백만 원짜리 펀딩을 진행하는 예술가는 기부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결과물을 정성스럽게 보내주기 위해 새로운 의사소통의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물론 크라우드펀딩 자체에 이런 기능이 있지만 이미 제도권으로 흡수된 부분도 있다. 사회적 욕망 같은 것을 충분히 감지할 만한 제도가 배려되지 않고 있다.
윤태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확대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복지, 취업률과 맞물려 이미 시각예술의 사회적 발언권은 대중문화와는 게임이 안 된다. 그 영역은 포기를 하고 커뮤니티 아트로 안주하거나 아예 시장으로 가버리는 두 가지 형태인 것 같다.
양지연 문화대중이 생각하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정책에서 실행하는 것 사이에는 어느 정도 괴리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전통적인 사회적 기능인 비평과 선도라는 관점, 정부 정책적으로 중요한 복지적 관점이 실제 대중들이 생각하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가 궁금해진다. 현재와 미래에 있어서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들여다보아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는 예가 크라우드펀딩이나 사회적기업이라고 생각한다. 펀드레이징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전형적인 재원조성 방법이나 기부 문화가 정착되기도 전에 크라우드펀딩이 활성화되고 있다. 먼저 도입한 외국과 시차 없이, 어쩌면 더욱 활발히 확산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고,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드러낼지 궁금하다. 사회적기업도 이제 막 도입되어 설립을 장려하는 위주로만 진행되었는데 곧 내용적인 성과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년 이후의 전망을 논의해야 한다면, 그동안 표류해 왔던 미술관, 박물관 정책에 여러 형태로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세계적으로 미국과 유럽 중심에서 아시아 지역으로 경제와 문화의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우리나라 자체도 다문화사회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문화정책과 문화예술계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다.
양현미 이제는 아시아를 세계시장의 중심으로 주목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것은 사실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다.
이용관 당장 중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적인 경제 변화 속에서 얼마나 안정될 것인가가 중요한 상황이다. 중국이 흔들리면 우리와 같이 변수가 심한 나라는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것 같다. 아시아 시장은 중국과 그 인근 동남아 지역인데 그쪽을 너무 낙관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박병성 올해는 뮤지컬 한류 이야기가 많았다. 아이돌 그룹 멤버가 출연한 <미녀는 괴로워>와 <궁>이 일본에서 공연됐다. 내년에도 본격적인 아시아 공연이 이루어질 전망인데 CJ E&M은 일본 쪽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쇼치쿠와 계약을 맺고 매해 창작뮤지컬 한편을 일본 시장에 소개하기로 했다. 최근 뮤지컬 한류는 독자적인 수출이 아니라 한국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는 뮤지컬을 수출하는 K-POP의 파생상품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SM엔터테인먼트가 시도하려는 방식이 주목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자사 아이돌 스타가 출연하는 뮤지컬을 자체 제작해서 일본이나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고 있다.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로 이루어진 주크박스 형태일 것이고, 처음에는 SM엔터테인먼트의 소속가수들을 데리고 하되, 나중에는 현지의 유명 가수들을 캐스팅해 현지화 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굉장히 새로운, 지금까지와는 다른 파급력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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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간의 활력을 지속시키려면
김노암 당분간 미술시장에서는 해외작가들이 강세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안공간이 위축된 지 몇 년 됐는데 창작공간이 괄목할 만하게 대안공간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서울·경기권만 벗어나도 현대미술과 지역미술이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는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다. 대안공간, 창작공간 등은 비영리 영역이면서도 공공적 기능을 하며 마을재생이나 복지 등 여러 기능을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창작공간은 공연장도 아니고 전시공간도 아닌 표현하는 장소, 잠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고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을 중요시하는 곳이다. 하지만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평가를 끌어내기가 어렵다. 지금은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 창작공간이 중요한 트렌드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런 점들을 정리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있었으면 한다.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지금과 같은 활력을 오래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세형 지자체마다 창작공간을 서로 하겠다고 하니 작가들이 골라서 가는 지경이 되었다.
양현미 창작공간이 다른 공간에 비해서 운영비용이 저렴하다. 사람만 데려다 놓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김노암 서울시에는 아홉 개의 창작공간이 있고 프로그램의 예산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지만 그에 대한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객관적으로 지역경제에 도움을 준다거나 하는 부분이 지금까지는 작동을 했지만 향후에도 제 역할을 할 것이냐는 점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담당자들 간의 갈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실무활동을 하는 매니저와 시의 행정가 간에 갈등이 있다. 활동들이 유의미함을 가시화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전시만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양현미 창작공간은 지역에 봉사하는 예술가의 집합소처럼 되어버렸다. 이러한 경향이 앞으로도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노암 무조건 나쁘게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창작공간이 지역주민들과 만나면 이벤트화 되기도 한다.
양현미 그런 곳을 계속 창작공간이라고 불러야 하나. 바꿔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작가들이 대개 1년이 채 안 되는 동안 창작공간에 입주해 있는데 이 기간 동안 지역의 특성을 파악해 그에 맞는 기여를 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공간의 성격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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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보급,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이승엽 인프라 얘기도 좀 해보자. 우리가 피부로 느끼기에, 특히 수도권에는 여전히 토목사업들이 많다. 1990년대 이후 하나의 지자체당 하나의 문예회관을 짓겠다는 정책목표를 정하고 그 기간이 2011년까지였다. 지역에서는 그 목표들이 대체로 달성되었는데 수도권이 늦은 데서 오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본다. 인프라의 건립 양상이 바뀐 것도 주목거리다.
양지연 박물관, 미술관의 경우 인프라 보급은 여전히 공립과 사립 기관을 중심으로 증가추세이다. 수치상으로 정부의 박물관 확충 계획이 목표치를 달성해나가고 있다고도 하나 그 수치에 상당수 미등록 기관이 포함되어 있고 여전히 지역적 편중도 심한 편이다. 그래서 박물관, 미술관의 숫자 자체에 신뢰가 가지 않고 의미를 찾을 수 없는게 문제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정말로 사람들이 찾고 이용할 만한 인프라가 늘었냐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이용관 최근 조사를 해보니 공연장의 건립은 2015년까지는 지속될 것 같다. 기존의 한 개 지자체당 한 개 문예회관 정책의 완성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민간의 대형공연장도 상당수 계획되고 있다. 또 기존 공연장들의 리모델링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운영환경은 개선되리라 본다. 새로 건립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리모델링을 하고서 옛날처럼 대관사업이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공간건립이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서울의 공공극장 대부분이 공연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곳이 더 많다. 이런 상황으로 보자면, 인프라가 제 기능을 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리지 않을까도 싶다.
양현미 박물관 수는 도서관보다 많아졌다. 그런데 사립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보니 그들을 규제하기 어렵다. 미술관 건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1998년에 1시·도 1미술관이라는 정책이 있었다. 아직 달성이 안 되었다. 울산이 짓고 있고 충남은 계획도 없다. 지역에는 시나 도의 미술관을 제외하면 대안공간도 없고 화랑이나 창작공간도 부족하다. 이런 상태에서 지역작가들은 어디서 전시를 하는지 모르겠다. 창작공간이 있는 곳이라면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서울과 경기도 외의 지역은 거의 활성화 되지 않고 있다.
이승엽 한미자유무역협정이 내년에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것이 문화예술분야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하다. 저작권문제나 영화의 스크린쿼터 등의 쟁점이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위기의식이 크지 않아 보인다.
김노암 영향은 어느 정도 있겠지만 다른 분야와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윤태건 미술시장은 사실 지금도 개방되어 있다. 해외 갤러리가 안 들어오는 것은 국내 시장이 작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작가들은 대부분의 커미션을 받고 한국으로 넘어오고 미술작품은 비(非)관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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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접점
양현미 예술경영 뉴스 후보안을 뽑을 때도 얘기가 나왔지만, 올해는 <나는 꼼수다>부터 시작해 영화 <도가니>, 최효종 고소사건, 월스트리트의 점령이나 등록금 문제 등 사회 전체를 술렁이게 만든 이슈들이 많았다. 반대로 예술계는 조용했다. 80년대로 거슬러 가보면 그때의 예술은 사회비판적 기능이 있었다. 그에 반해 지금의 예술은 지역을 재생하는 길로 들어섰거나 문화복지 차원의 문화나눔사업에 동원되어 프로젝트를 집행하느라 바쁜 나머지 사회비판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예술이 되어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소셜테이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중문화의 영역에서의 사회비판적 기능이 커졌다. 그런 현상을 보면서 예술이 가지고 있는 예언적, 선도적 기능이나 이상적 삶의 조건을 제시하고 현재의 문제를 드러내는 기능 등은 거의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역할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커뮤니티와 문화복지에 몰려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기업을 포함해 예술이 사회 순응적으로 변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김노암 미술시장이 조금 퇴조하면서 최근 2~3년간 한동안 전시를 안했던 중견작가들이 앞으로 대거 출현할 예정이다. 90년대 말까지 활동하던 작가들로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작가들이다.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사회적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고 작가들이 게으른 것도 아니었다. 언론에서 케이팝이나 한류 등 대중예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주목할 때, 현대미술에서 유일하게 이슈화된 것은 비리문제였다. 이런 일들도 대중들의 관심에서 현대미술을 멀어지게 했다고 본다. 얼마 전 한 갤러리 대표가 말하길 90년대까지만 해도 문화부 기자들이 갤러리에 왔는데 최근 2년간 만난 기자는 단 한 명뿐이라고 했다. 시각 쪽에는 기자들이 찾아오지 않는다. 좋은 작품도 많고 막 대학을 졸업한 이들 중에는 깊은 사고를 가진 진지한 작가들이 많다. 하지만 좋은 작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소개되고 있지 않다.
양지연 설문의 응답자가 구조적으로 공연 쪽이 훨씬 더 많아 전반적으로 공연 분야에 좀 더 쏠리거나 시각 관련 뉴스가 지엽적인 이슈로 보이는 부분도 있다. 올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감지해야 하는 것은 디지털이나 스마트 환경에서 소비와 유통 형식이 바뀌는 과정인데, 예를 들면 크라우드펀딩도 그런 관점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분야별로 보면 시각예술 쪽의 중요한 공공 인프라인 미술관, 박물관에 관한 이슈가 전혀 언급이 안된 점이 아쉽다. 올해 미술시장이 경제나 시장 규모에서는 주춤했을지 모르지만 방향을 전환해서 보면 미술시장의 저변은 넓어지고 있다고 본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만 보더라도 판매량은 별로 늘지 않았지만 관객은 매우 많아졌다. 물론 마케팅의 힘이었고 그것이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미술에 관심을 가진 대중 계층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본다. 애플리케이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블로그 등 달라진 환경에서 전시관람 등 미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표현하는 대중들은 많아질 것이다. 이러한 대중들을 어떻게 미술시장, 미술관으로 끌어들일지 그 운영 방식을 반영하는 방법도 있을 테고, 지금 이러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미술계가 이를 어떻게 잘 수용할 수 있을지, 또는 그러한 역량과 태도가 갖추어져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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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암 미술계에도 <나꼼수> <나는 가수다>와 같은 장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클래식과 대중음악, 현대미술과 시각미술 등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아직 접점을 못 찾고 있다. 예를 들어 그 접점을 정부 입장에서 찾아준 것이 커뮤니티 아트인 것 같다.
양지연 올해 사회면 뉴스를 보면 사실 재난, 재해가 가장 큰 뉴스 중의 하나였다. 이런 일이 있으면 예술의 사회치유나 통합 기능과 관련한 프로젝트나 행사가 있을 법도 한데 그런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이런 점에서 예술이 내적으로 침체되고 대외적인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앞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해에 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화인프라의 위기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정책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승엽 금년은 "예술계에 폭발적인 이슈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 이슈"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내년도 전망도 불확실하다. 2012년은 정말 변수가 많은 해다. 잘 지켜보고 다시 얘기해보기로 하자.
[특집] ';연말결산'; 다른기사 보기
① 2011 예술경영 7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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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_ 이승엽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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