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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경영 컨퍼런스 ‘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은 2011년 한 해 동안의 공연예술분야를 결산하고, 지난해의 주요 이슈들을 정리하여 다가오는 해를 전망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진 이날 행사에서는 공연예술 시장 전체를 결산하고, 장르별 특징과 함께 공연 예술분야의 주요 담론을 점검해보는 순으로 진행되었다.
2011년, 장르편중, 관객편중
1부의 첫 발제자로 나선 인터파크 이종규 공연사업본부장은 지난해 티켓 판매에 따른 자체 통계를 바탕으로, 2010년 하반기부터 침체에서 벗어나 재도약하고 있는 전체 공연시장의 성장세를 설명했다. 게다가 전체 시장 규모도 처음으로 5천억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이 수치는 인터파크의 판매 기준으로, 인터파크가 공연예술시장 티켓판매의 70~8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산정할 때, 예매 시장 판매액을 4천억 원, 단체 및 극장의 직접 판매액을 약 1천억 원 정도의 규모로 산출했을 때의 결과임) 이와 같은 시장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전년에 비해 월등히 증가한 콘서트 시장(25.7% 상승)에 기인한다. <쎄시봉> <나가수> 등 각종 오디션 방송프로그램의 효과가 콘서트에 연결된 것이 직접적인 이유이다. 뮤지컬의 경우 디큐브아트센터, 블루스퀘어 등의 뮤지컬 전용극장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지역의 관객층을 흡수하여 더욱 성장하였다. 한편 연극은 전체 제작 편수도 감소하였고, 판매 증가세도 둔화되었다. 연극의 경우 통계적으로 시장 불황기에 오히려 성장세가 높았다는 것이 특이할 만한 지점이다. 전체시장은 이렇게 성장했으나 여전히 일부 작품에 관객이 편중되는 현상은 심화되었다. 일종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따라 전체 공연예술의 참가자들이 매출 호황에 대해 체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전체 구매 계층의 연령대별 분포에서는 3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고, 뮤지컬에서는 최초로 30대가 20대를 역전했다. 관람료가 비교적 저렴한 연극 장르에서는 20대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클래식, 무용 장르에는 여전히 40대 관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콘서트의 강세와 함께 전반적으로 중장년층의 관객이 급증하여, 50~60대 관객이 처음으로 의미 있는 수치로 등장했다.
커뮤니티 댄스, 복고 음악
이어진 각 장르별 결산에서 연극, 뮤지컬 파트를 맡은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이제 극장의 시대에서 콘텐츠 위주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늘어나는 극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어진 박성혜 평론가는 시장보다는 2011년 발표된 무용작품들의 특징적인 경향들을 소개했다. 박성혜 평론가에 따르면 지난해 무용계에서는 일반인들이 무용 제작의 중심이 되고 현실이 무대 위에 오르는 ‘커뮤니티 댄스’가 주요 이슈였다. 연초 발표된 안은미 컴퍼니의 <조상님들을 위한 댄스>와 <땐싱마마 프로젝트>, 김윤진의 <구룡동 환타지-신화재건 프로젝트>, 홍은예술창작센터의 ‘커뮤니티 댄스’ 프로그램 <몸, 좋다> 등이 이에 해당되는 예시로 거론되었다. 임진모 평론가가 소개한 대중 음악분야의 결산에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복고의 도래, 이에 따른 방송 연계 콘서트 시장의 호황을 주요 이슈로 들었다. 1970년대 유행했던 포크송의 재림, <나가수>와 같은 프로그램 등으로 오래 전의 노래가 다시금 주목을 받으면서 복고의 도래를 주도한 것이다. 한편, 방송이 다시 음악을 장악하고 콘서트 시장의 콘텐츠를 점령함에 따라 음악이 온전히 독립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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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격변예고
2부에 진행된 ‘2011년 공연예술분야 이슈 + 토크’에서는 2011년에 두드러졌던 공연예술계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몇 가지 흐름을 통해 2012년의 전개를 가늠해 보는 자리였다.
2011년 개관한 디큐브아트센터의 고희경 극장장은 올림픽홀, 블루스퀘어, 강동아트센터, 예술의전당 실내악 전용홀 등 서울에서만도 8,500석 이상의 객석이 새로 생겨났음에 주목했다. 특히 3/4분기에 개관한 두 곳의 뮤지컬 전용극장(디큐브아트센터, 블루스퀘어)은 당해에만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였다. 또한 제작기획 시스템의 변화로서 소극장 연극이 중극장 이상의 작품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각 극장마다 특유의 기획 시스템을 정착하는 면모를 보이는 것이 긍정적이다. 한편 기업 메세나 방식이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하고 기업에 연계된 고객을 초청하는 것에서 극장이나 시설의 건립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의 다양한 공연장들이 미국의 경우처럼 스폰서 기업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예술의전당 IBK 챔버홀, 신세계 스퀘어 등)가 등장했다. 하지만 전통의 호암아트홀이 종편 방송스튜디오로 변화하고 재정에 따른 LG아트센터의 위축된 프로그래밍 등은 우려되는 점으로 거론되었다. 고희경 극장장은 올해에도 극장의 양적 증대는 꾸준히 이뤄질 것으로 보이나 2012년이 정치적인 격변의 시기인 만큼 공공극장의 운영, 예산지원방식, 기관장 선정 등에 있어 지형의 변화가 예고된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전수환 교수는 작품의 제작 방식과 관객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점차 관객을 문화소비자에서 문화생산자로 보는 시점의 연구에 대한 소개였다. 전수환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공연예술의 관객이 처음부터 수동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고대 아테네 디오니소스 축제 시대에도 그랬듯 관객은 투표와 의견 교환으로 활발한 참여를 보여 왔다. 수동적 관객은 어떤 의미에서 조명을 통하여 창작자와 관객 사이의 공간이 이분화 되고, 고급과 대중의 구분이 생긴 20세기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이러한 예술가와 관객사이의 관계가 다시 변화하기 시작했다. 작업을 위한 도구가 다양화되고 간소화되어 창작하는 것이 일반화 되면서 아마추어와 전문가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것이다. 관객과 예술가의 관계는 ‘의미의 공동 생산자’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있어 예술가의 고유성은 무엇인지 질문하게 되며, 기술이 아니라 사고의 발생자로서의 예술가의 역할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다.
백기영 경기창작센터 학예팀장의 발제는 지난 여러 해 동안 활발하게 활동해 온 창작공간의 역사 및 성과와 함께, 이러한 창작공간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공간을 활용하고 있는지를 소개하였다. 이 지점에서 앞서 전수환 교수가 발제한 관객이 ‘참여하는 예술’의 측면이 또한 연결된다. 백기영 팀장의 소개에 따르면 1세대 창작 스튜디오들이 도심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사례였다면, 2세대 창작스튜디오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갖추고 창작공간을 지원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형태로서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금천예술공장, 신당창작아케이드, 연희문화창작촌 등 9개소가 이에 해당하며, 경기창작센터 역시 그러하다. 백기영 팀장은 경기창작센터에 임주한 작가들이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된 작업, 이를테면 섬 주민들의 일상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하거나 특정 공간들을 디자인 하는 작업들 또는 공무원, 학생들과 예술가들을 연계한 워크숍 등으로 지역민들의 참여를 넓히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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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수많은 예술활동을 정리하고 내년을 예상한다는 것은 실로 광범위한 미션이다. 이처럼 각각의 편린들을 통해서 전체의 모습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적확한 방법임은 분명하다. 아쉬움이 있다면, 2011년 공연예술 결산에서 연극에 대한 조명이 다소 부족했다는 점이다. 물론 시장 전체에서의 규모는 미비하나, 장르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었다는 생각이다. 한편 전체적인 결산이 ‘시장’에 집중되어 어떤 경향의 작업들이 등장하였는지, 즉 현재의 예술가들이 어떤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는 무용 분야의 설명을 제외하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공연예술제나 페스티벌처럼 관객수가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향후의 예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행사들의 주제 또는 작품의 경향을 주목하는 것도 ‘다가올 예술’이라는 비전을 생각할 때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극장이라는 하드웨어의 변화와 예술 참여자로서의 관객의 변화를 짚어 본 것도 물론 의미 있었으나, 창작공간이 공연예술의 제작과 발생 현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떤 연계작용이 가능할지에 대한 전망을 나누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집] ‘2012년을 전망한다’ 다른기사 보기
① 예술경영인에게 보내는 신년인사 ② 트렌드전망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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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해주는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와 제4회 부산비엔날레 코디네이터, 백남준아트센터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를 거쳐 현재 국립극단 학술출판팀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퍼포먼스 전반에 대한 연구와 국립극단의 출판사업, 계간지 [연극]의 편집을 진행하고 있다. 파리 1대학 문화연구전공 석사, 그르노블 에꼴 뒤 마가장의 큐레이터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이수하였다. milleyes@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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