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해 [weekly@예술경영]은 예술경영인들에게 보내는 신년인사와 함께 2012년을 전망해본다. 연재순서 ① 예술경영인에게 보내는 신년인사 ② 트렌드전망 2012 ③ 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
예술을 바꾸는 세상
예술을 바꾸는 세상

매해 연말연시가 되면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서 돈을 벌고 삶을 즐기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무수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각계의 전문가들이 연구·분석하여 전망하는 2012년 트렌드를 공부(?)하는 것은 이제 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듯 하다.

지난해부터 연말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마련하는 예술경영 컨퍼런스 ‘트렌드전망’은 예술창작자와 예술경영 관계자들이 한 해를 마감하고 준비할 수 있는 워밍업 같은 시간이다. 특히, 예술계 대학생과 예술강사, 지역문예회관 스태프, 공연기획사 직원 등은 ‘생존의 문제’와 관련하여 더욱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만, 현실은 세상이 예술을 변화시키는 것을 더 많이 목격한다. 예술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예술종사자들이 변화하는 세상을 알아야 할 것이다. ‘트렌드전망 2012’에서는 ‘세상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됐다.

셀프홀릭의 시대

「2012 한국을 뒤집을 14가지 트렌드」는 전 세계 76개국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 취재의 결과라고 한다. 주제발표에 나선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의 문진욱 조사총괄팀 과장은 현재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 둔화로 소비심리는 회복되지 않고 있는 반면, 소비자들의 입맛은 더욱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전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빨리 파악해야 하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급변하는 트렌드를 포착하는 타이밍과 빠르게 편승하는 스피드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는 한국대중가요(K-POP) 열풍만 보더라도,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예술이 트렌드를 따라가는 스피드는 과히 놀랄 만하다. 문화관광시장에서 넌버벌공연만해도 최근 1~2년 사이에 20개가 넘었고, 베스트셀러나 드라마, 영화의 흥행과 함께 창작뮤지컬로 만들어지는 속도가 엄청 빨라졌다. 이제는 예술이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갈 뿐만 아니라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은 「대중문화 트렌드와 미래 콘텐츠」를 발표하면서 최근 한국 대중문화의 트렌드는 &lsquo;나&rsquo;라고 제시했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해 &lsquo;나는 전설이다&rsquo; &lsquo;나는 가수다&rsquo; &lsquo;나는 꼼수다&rsquo; 등을 예로 들었는데, 바야흐로 셀프홀릭의 시대라는 것이다. 대중매체를 통해 나를 이미지화하고, 나와 동일시하고, 나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에 열광하는 것이다. 기성세대들이 주로 나보다는 우리 또는 가족을 더 우선시 했다면, 지금은 나의 자아찾기와 나의 감정과 욕망이 우선시 되는 것 같다. 그는 또한, 인간적 행동을 결정하는 정신적 에너지이자 생명의 힘을 &lsquo;야성적 충동&rsquo;이라고 했는데, 현실의 인간은 &lsquo;감정&rsquo;의 동물이라는 것이다. <슈퍼스타-K>나 방송사의 오디션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을 심사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으며, &lsquo;감정&rsquo;을 대입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바로 그 결과를 통해 내가 스타를 발굴하고 일반인의 성공스토리를 만드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식을 가지게 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시청자를 만들어냈다. 디지털환경의 발달은 대중문화 현상의 다변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으며, 방송과 통신의 융․복합은 소비자가 직접 콘텐츠의 제작에 관여하게 됨으로써 유통과 소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래의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들은 그러한 변화에서 새로운 모험과 시도를 계속함과 동시에 그 안에 진정성 즉 삶의 본질과 진솔함을 열정적으로 담아내야 설득력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바쁜 여가

이향은(서울대학교 한국디자인산업센터 연구원)은 "당신의 휴식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동안 쉬는 휴식입니까?"라는 질문과 함께 휴식과 여가의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트렌드 코리아 2011』에서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일상의 재충전을 위해 혹은 자신의 스펙을 더 높이기 위해, 바쁜 여가를 준비한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2011년 [데이터뉴스]에 따르면, 직장인의 24% 즉 직장인의 5명 중 1명이 점심시간에 식사보다 개인적 시간을 보내는 런치투어족(점심시간에 식사를 하지 않거나 간단히 해결하고 공부, 운동, 쇼핑 등 개인적인 시간으로 활용하는 직장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듯이 기업이나 공연장에서는 직장인들을 위한 &lsquo;런치콘서트&rsquo;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향은 연구원은 2012년부터 학교의 &lsquo;주5일 수업제&rsquo;가 실시되고 직장의 &lsquo;주5일 근무제&rsquo;가 안정기를 맞이하게 되면 여가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몇 년 전부터 여가정책과를 신설했으며, 대학교에는 여가정책학과가 생겨나기도 했으니, 여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컨설팅해주는 사업도 생겨날 법하다. 이미 자아를 찾아 떠나는 &lsquo;나홀로족&rsquo;을 위한 여행과 휴가상품은 활성화되고 있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다시 한 번 각인된 한 여자가수의 콘서트에는 혼자 온 여자관객이 유독 많았다고 한다. 이제는 여행이든 공연이든 누구와 꼭 함께여야만 할 수 있는 것보다,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며 타인을 위해 자신의 휴가를 보내는 &lsquo;착한 휴가&rsquo;가 또 하나의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의 변화

모방하고 싶은 명확한 이야기

&lsquo;SNS의 시대, 스토리텔링의 시대, 브랜딩의 시대, UX의 시대&rsquo;를 재기발랄하게 발표한 SK커뮤니케이션 한명수 이사의 이야기는 문화예술 창작자와 홍보마케팅 담당자에게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주제였다.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예술가, 예술단체, 문화예술기관 중에 홈페이지, 블로그, 페이스북을 운영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내이용자수가 600만 명에 가까운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플랫폼이기도 하지만, 내 얘기를 들려주는 대화의 창구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인터넷 세상에서 &lsquo;좋아요&rsquo;하면서 공감하고,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세상과 소통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나의 이야기를, 혹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거나 들려줄 때 삶의 본질과 진솔함이 느껴져야 공감이 가능해진다. 문화예술의 소비자들은 &lsquo;나&rsquo;와 &lsquo;너&rsquo;의 진정성을 함께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한명수 이사는 SNS의 시대에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참여와 공유가 가능한 네트워크 플랫폼은 정보의 개방과 소통을 통해 언뜻 보기에 쉬워서 모방욕구가 일어나야 한다. 또한, 변형이 쉽고 빨리 전파되고 복제되어도 &lsquo;부르는 이름&rsquo;(상징)이 명확하고 생명력이 긴 스토리텔링이 담겨 있어야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좋은 프레임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환경의 발달이 대중문화 현상의 다변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으며, 이미 지구 반대편의 일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융․복합하며, 순수예술이 대중매체나 SNS를 통해 단시간에 상업적인 예술로 변모하기도 한다. 하지만, 순수예술이 상업적인 예술로 변모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lsquo;본질과 가치&rsquo;를 어떻게 &lsquo;스토리텔링&rsquo; 하느냐의 문제이다. 또한, 예술의 트렌드가 지금 이 순간의 트렌드이며 혹은 과거와 미래의 트렌드이기도 하다는 것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예술의 &lsquo;진정성&rsquo;때문일 것이다.


관련자료
&lsquo;트렌드전망 2012&rsquo; 자료집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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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예술경영인에게 보내는 신년인사 ③ 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
김성량 필자소개
김성량은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대중예술을 전공하다 대학로 연극과 공연예술의 매력에 빠졌다. 문예회관(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홍보와 극장운영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공연예술지원사업과 문화예술홍보업무를 통해 예술과 세상을 고민했다. 현재는 (주)예감에서 스펙터클한 문화예술 비즈니스의 세계로 점프 중이다. jeeyang@hi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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