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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문화예술계에는 공공에서 지원하는 인턴제도나 기관 자체 채용을 통한 인턴십을 경험하는 예비예술경영인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턴십은 ‘정규자격을 취득하기 전에 받는 실지 훈련 혹은 그와 같은 직무를 의미하는데 실제 상황에서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나 기술을 적용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본디 의미라고 한다. [weekly@예술경영]은 문화예술 기관이나 단체에서 인턴십을 마쳤거나 현재 과정 중에 있는 예비예술경영인들과 좌담을 마련했다. 이들의 경험과 의견을 통해 문화예술분야 인턴십의 현재는 어떠한지, 인턴을 맞이하는 조직과 인턴십을 준비하는 예비예술경영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실무 경험과 입직의 기회를 찾아
사회 오늘 이 자리는 인턴 경험이 있는 네 명의 참석자들과 함께 인턴의 근무환경과 경력계발 등을 포함, 문화예술 인턴제의 제반환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이 속했던 기관과 업무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으면 한다.
서동훈 학부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고 올해 2월에 졸업했다. 현재 국공립단체에서 공연기획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번이 두 번째 근무이다. 3학년을 마치고 처음 인턴으로 근무한 곳도 공공기관이었지만 지금 업무와 일하는 형태는 많이 달랐다. 지금 일하는 단체에서는 주로 공연보조기획, 온라인 홍보와 제휴업무 등의 업무를 맡고 있고 다른 인턴들도 각기 다른 업무를 맡고 있다. 사실 이곳의 인턴도 단순보조가 아닐까 걱정했는데 인턴들이 적극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끔 업무를 배분해 주고 능동적인 역할을 부여해 준다. 또한 처음 인턴으로 근무했던 공공기관보다 급여나 처우 등은 나아졌지만 무엇보다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 물론 업무의 강도는 높다. 일이 계속 쌓이다 보니 연차나 반차를 낼 수 있어도 잘 쉬기는 어렵다.
박유진 공공미술관에서 인턴으로 일 년 정도를 일했다. 미술관 운영의 특성상 해당 연도의 전시 프로그램의 수준에 따라 업무 강도가 달라지는데 내가 근무했을 때 미술관의 업무가 무척 많았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미술관에 인사하러 간 첫날부터 밤샘 업무를 시작했고 교통비와 식비 정도를 받았다. 정식으로 업무를 한다는 마음보다는 인턴으로서 업무를 배우러 간다는 의미가 더 큰 상황이었던지라 급여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다. 물론 처음엔 일도 재미있고 해서 급여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점차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왜 돈을 안 받고 일을 하나’ 등의 생각이 떠올랐다.
인턴을 하면서 행정업무를 제외한 전시기획에 수반되는 대부분의 업무를 경험했다. 학예사별로 한두 명의 인턴이 보조를 맡았고 연중 전시는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학예사별로 일하는 방식이나 각각의 전시가 모두 다르다 보니 그때그때 접하게 되는 업무의 사례가 다 달랐다. 인턴에게는 정해진 책상도 없었고 인턴의 수가 늘어나면 사무공간이 없어 회의실 등에서 업무를 해야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인턴의 업무 실적이 기능직 공무원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직 인턴제에 대한 시스템이 잡혀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름 미술계에서는 인지도가 있는 기관이었는데 그런 곳조차 전문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아 실망이 컸다. 일을 매우 힘들 게 배웠다. 하지만 그렇게 일 년 동안 인턴을 하다 보니 현장에서의 대응력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실제 큐레이터의 업무를 인턴으로서 수행하다보니 실전에 투입되어도 바로 일을 할 수가 있었다.
이현호 원래 광고홍보를 전공했는데 개인적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생겨 관련 분야의 입직을 생각하다가 인턴을 지원하게 되었다. 이쪽 계통의 정보나 사람을 모르니 몸으로 부딪혀볼 수밖에 없었다. 운이 좋았던 탓에 공공기관에서 첫 번째 인턴 생활에서 시작했고 프로젝트 단위의 사업을 맡아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가 있었다. 공무원을 상대로 단독으로 일을 추진하고 협업 등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가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처우는 안 좋았다. 인턴이라 하더라도 일반인턴과 프로그램인턴으로 나뉘었는데 일반인턴의 경우 40만원, 프로그램인턴은 70만원을 받았는데 나는 프로그램인턴으로 일했다. 두 번째 인턴 역시 공공기관에서 근무를 했는데 행정업무가 주된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조금 나아져 월 100만원 조금 넘게 받았는데 퇴직 후 기관의 급여가 인상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한 달에 하루 정도는 쉴 수 있었지만 일이 많이 몰리면 반차조차도 사용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문화예술 분야의 전반적인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하기에는 괜찮았다.
박소현 학부에서 불문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예술사를 전공했다. 민간의 상업갤러리에서 3개월가량 인턴을 한 후, 현재는 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나 역시 전공이 다르다 보니 인턴을 자진해서 신청했다. 하지만 인턴이라 하더라도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쳐 정직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기관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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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채용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사회 인턴을 하면서 업무와 관련된 실무교육이나 워크숍, 혹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조직 내의 관계형성이 있었는지가 궁금하다.
이현호 인턴으로 일할 때 워크숍을 간다기에 내심 기대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워크숍을 갈 때 인턴을 빼고 직원들끼리만 갔다. 다른 기관에서 일할 때 보면 상사의 판단 아래 팀워크숍이 진행되었는데 그때는 인턴을 포함해 모든 팀원들이 참여했다. 기본적인 처우를 제외하고도 팀의 리더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제한적이긴 했지만 교육 기회를 통해 인턴의 성장이 가능했고 업무에 대한 만족도도 달라졌다.
인턴으로 업무를 배당받을 때는 이미 사업계획이 수립된 이후 중간 단계에서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인턴을 위한 업무 가이드도 없어 일을 시작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그저 눈치껏 물어보고 알아서 업무를 터득해야 했다. 사업에 대한 간단한 설명, 이를테면 사업의 방향성에 대한 사전교육이 필요한데 사업 중간에 투입되다 보니 그럴 여유조차 없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는 이유로 이런 관행이 고착된다면 인턴의 업무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고 업무의 능률이나 참여도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박소현 인턴 근무가 채용과 연결되는지, 아니면 인턴 업무의 성과에 따라 혜택이 있는지를 미리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부분이 처음부터 공지가 된다면 인턴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이다. 물론 인턴 간의 과도한 경쟁이 유발될 수도 있지만 인턴이라 하더라도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있고 입직의 창구로 인턴제가 자리 잡기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라도 본다.
사회 경력계발을 위해 인턴 근무지를 고려할 때 가장 우선으로 두는 것은 무엇인가? 이를테면 기관의 브랜드가 먼저인지 아니면 업무의 잠재적 계발 가치를 먼저 고려하는지 궁금하다.
서동훈 우선 인턴으로서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든다. 물론 기관의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막상 일을 하기 전까지는 걱정이 컸다. 인턴으로 일하지만 맡은 일을 진행하는 프로세스나 내가 가진 최종목표를 위해 지금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박소현 인턴을 할 바에는 무조건 큰 기관의 이름을 쫓아가게 된다. 최소한 이름이라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현호 사실 둘 중 어느 게 더 낫다 아니다 얘기하기는 어렵다. 이름이 낮은 기관이지만 거기서 어떤 일을 통해 실무자로서 전문성을 가지게 된다면 후자를 택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결론이 나는 게 아니다 보니 성장의 경험 측면에서 후자가 나한테는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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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과 인턴의 차이?
사회 분야와 전공은 각기 다르지만 인턴을 통해 관련 분야의 입직을 모색했고 이후 계속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려는 생각들을 참석자 분들은 계속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인턴이란 경험이 본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얘기해 줬으면 한다. 인턴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것이 자산이 되기도 했고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경력 이동을 한 셈인데, 본인의 경력계발에 인턴 경험이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서동훈 현재까지의 인턴경험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담당 사수들 덕분이었다. 단순히 사무보조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일부를 도맡아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처우는 문제라고 본다. 이전 기관에서는 야근을 아무리 많이 해도 월 80만원을 받았는데 프로젝트 중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후배는 일당 6만원을 받았다.
또한 인턴이 당연히 거쳐야 하는 것처럼 관례화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이 꼭 거쳐야 할 과정인지는 의문이다. 문화예술분야, 특히 영화 스태프들의 경우 몇 개월 동안 붐마이크를 잡으며 현장에서 밤새워 일을 해도 급여나 처우에 대한 이의제기조차 할 수 없다. ‘돈을 한 푼도 안 받아도 일할 사람이 널렸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이러한 분위기가 문화예술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로 자리 잡으면 인턴제가 악용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이현호 전공이 달라 졸업 전에 문화예술분야에서 이런저런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자원봉사도 했고 공공기관의 프로젝트 사업, 행정업무 등을 통해 예상대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구직을 위해 경력증명서를 받고 보니 인턴이나 계약직이라는 실제 업무를 수행했을 직책명 대신 ‘임시직’이라고 기재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이 그런 것이었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박유진 처음 인턴에 지원할 때 첫날부터 밤을 새울 정도로 일을 할 줄은 몰랐다. 실무를 하기 위해 이론을 배우고 인턴을 통해서 실무를 배우게 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나중에 알았는데 내가 인턴으로 일한 업무의 역할과 강도가 다른 기관에서는 연구원 수준의 일이었다. 예를 들어 문화재청의 연구원 자격에 준하는 비슷한 학력 수준과 업무 역할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인턴이 아니라 연구원을 뽑던지 아니면 중간 레벨을 만들어 업무를 분배해야 하지 않나. 재정상의 문제라고는 하지만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의 인턴제가 그들이 일을 완벽하게 잘해서가 아니라 인턴을 통해 자격을 검증하려는 의미가 크다. 당장 일을 할 사람을 찾으면서 인턴을 뽑는 게 문제다. 이런 경우는 인턴과는 다른 처우를 하고 일을 시켜야 한다.
이현호 우연히 알게 된 것인데 두 번째 인턴 기관에서는 예산도 있고 정규직의 자리가 공석이었지만 인턴이나 계약직이 업무를 진행했다. 사실 직원들과 비교했을 때 업무상의 내용은 큰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직원이 해야 하는 일을 대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기업의 경우 인턴 후 정규 채용이라는 시스템이 있지만 문화예술 인턴의 경우 정직원처럼 일을 하지만 직장의 연속성은 단절되어 있다. 인턴을 거친 후 정규 채용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예전에는 있었다고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연속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고 같은 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한 후 정규직에 응시한다고 해서 반드시 플러스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일반 기업의 인턴과 문화예술 분야의 인턴 개념은 다르다. 문화예술 쪽에서는 인턴을 사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박소현 현재 인턴을 관리하는 입장인데 처우는 과거에 비해 좋아진 편인 것 같다. 4년 전 공공미술관의 인턴 처우 본지 20호 칼럼 ‘무급인턴제 논란에 대해’ 보기 가 공론화되면서 조금은 개선이 된 것 같다. 나름 인턴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이 조금씩 갖추어지고 있는데 문제는 인턴이 끝난 다음이라 할 수 있다. 인턴과 학예사 간의 경력차는 너무 크다. 경력계발을 위한 중간단계가 없으니 인턴이 끝나고 거의 십 년 간은 자력으로 현장 경력을 쌓아야 한다. 보통 인턴을 한 후 작은 기관에서 큐레이터의 어시스턴트로 일을 하는데 진득하게 하기보다는 기관들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게 된다. 프로젝트별로 일하다보니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일을 할 수도 없고 소모적인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경력계발에 따른 경쟁도 치열하며 이것이 심각한 피라미드 구조이다 보니 최종목표까지 도달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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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과 불합리함은 다르다
사회 향후 자신이 목표로 삼고 있는 역할 모델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자기계발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십 년 동안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 계획을 세워본 적이 있나?
이현호 앞으로 십 년 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만나 문화예술 관련 회사를 차릴 생각이다. 그래서 이 시기를 어떻게 준비하며 보낼지를 고민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인턴을 통해 문화예술을 접하면서 이러한 비전이 생겼다. 하지만 나이가 들다보니 제약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취사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일반기업에서 일을 하다가 다시 이쪽 분야로 진입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박유진 이 분야는 자기 스스로 만족하는 희열이 크다. 비록 대기업의 월급과 같은 물질적인 요소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전시가 끝나고 누군가가 그 전시가 좋았다고 하면 보람을 느끼고 일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든다. 어떻게 보면 일이라는 게 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번 전시를 하면서 맛보는 행복감과 현실적 보상과의 차이를 견디는 것은 혼자만의 몫이지만 문화재급을 만지며, 큰 행사를 치루며 자부심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계통 사람들에게만 기억될 뿐이다. 결국 자기조절이 힘들면 열정을 포기하고 이 분야를 떠나가게 된다. 이 열정을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포기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박소현 하지만 문화예술계라고 해서 사람을 채용하고 급여를 주는 과정에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계의 악덕업주는 분명 존재한다. 문화예술분야는 원래 그런 곳이니 불합리한 처우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식의 논리가 펼쳐지면 반드시 그 자리를 뛰쳐나와야 한다.
서동훈 동감한다. ‘너 하고 싶은 거 하니까 참아야 한다’는 인식은 부당하다. 처우 면에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일을 한다면 정당하게 받아야 할 몫이 있다. 인턴이라서 감내해야 부분과 부당한 처우를 제도화 하는 것이 인턴제의 취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 그래서 이렇게 공론화 되는 자리가 중요하다고 본다. 더 드러내놓고 말해야지 문제의 심각성이 받아들여지고 인턴제에 대한 방향성과 체계화가 세워질 수 있다고 본다.
박유진 하지만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조직의 운영자들이 움직여야 한다. 힘없는 사람들이 계속 말해야 현실적으로는 소용이 없다. 조직의 최고경영자나 중간관리자들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들도 당장 오늘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이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조직의 경영파트, 인사전문가가 인턴을 관리하고 교육부분을 개선해줬으면 하는데 그런 파트에 있는 분들의 대다수는 행정업무에만 주력하는 것 같다.
사회 인적 자원 관리를 할 전문 담당자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기관마다 현실적인 여건은 다른 것 같다. 혹시 그간 거쳤던 기관에 이러한 역할을 맡고 있었던 담당자나 부서는 있었나?
박소현 아쉽게도 없었다. 인사팀 자체가 없었고 행정시설과 교육 사업을 담당했던 직원이 인턴을 관리했다. 그 직원이 인턴들에 대한 전반적인 행정 처리, 급여 지급 업무 등 관리를 맡았지만 개별적으로 인턴을 만나거나 인턴 생활을 대응해 줄 수 있는 조언이나 교육을 해주지는 못했다.
박유진 미술관에서 인턴을 한 이후 운이 좋게 큰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하기도 했는데, 이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현실적으로 지금 구할 수 있는 일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일을 배운 곳이 규모가 큰 전시였기에 업무의 강도는 높았지만 나름 보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일할 수 있는 갤러리나 미술관이 모두 그렇게 큰 전시를 기획하는 곳은 아니기에 현실과의 갭을 어떻게 줄여나갈 지 고민이 된다. 사실 구인은 갤러리 쪽이 더 활발한데 나는 아직 갤러리 쪽의 업무를 해 본 적이 없어 자연스레 구직도 공공기관이나 규모가 큰 전시를 하는 쪽으로 알아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규모가 큰 곳은 일 년에 자리가 하나 나올까 말까 하는 정도이고 그마저도 경쟁이 아주 치열하기에 취업에 어려운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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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 앞으로도 문화예술분야 입직을 위해 인턴을 선택하는 후배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조언을 해줬으면 한다.
이현호 같은 계열에서 입직을 한다면 선배든 인맥이든 조언을 구할 상대는 많을 것이다.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있거나 생각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추천을 해 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관련 기관의 세세한 부분까지 미리 확인을 하고 지원했으면 한다. 월급이나 구체적인 업무의 내용 등을 소속 기관에 있는 사람들에게 꼭 물어보는 것이 현명하다.
서동훈 나 역시 주변 선배들이나 전에 그 기관에 근무했던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외부적인 평판이 내부의 실상과는 다른 경우가 있다. 처음 인턴을 하려고 생각했던 기관이 있었는데 알아보니 평판에 비해 내부적인 시스템과 업무는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 지원하지 않았다. 내부규정에 대해서도 따로 전화라도 해서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전화를 걸어 그런 것을 물어보는 것 자체가 너무 ‘따박따박’ 따진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을까, 혹시 내 목소리를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학교 선배들에게는 거리낌 없이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박소현 내부규정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일 수도 있다. 사설갤러리의 경우 내용이 중구난방인 경우가 많다. 인터뷰를 하러 갈 때 휴일이나 월급이 얼마인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자신의 급여를 알게 되는 황당한 경험을 굳이 할 필요는 없다.
달리 생각해보면 인턴으로 지내는 시간은 자신에게 일종의 유예기간이 될 수 있다. 본인한테 어떤 일이 적합한지 탐색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일 년이라는 인턴기간이 오히려 너무 길 수 있다. 한 기관에 너무 오래 있기보다는 오히려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업무나 기관의 성격을 탐색하고 정보를 수집해 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미술관이냐 갤러리냐, 아니면 냉정하게 이 분야를 떠나야 하는지도 인턴 경험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
박유진 내부규정을 미리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인턴생활은 수입을 기대하기 힘들고 복지까지는 더욱 멀다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기관에서 믿을 만한 멘토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고 내게는 이 부분이 중요했다. 지난 시절 비슷한 고민을 했던 사람이 내가 엉뚱한 길에서 고민을 하며 범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또 같이 고민해준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인턴을 하면서 이렇게 좋은 멘토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데, 같은 나이대의 일반 직장여성이 확보하고 있는 사회적 기반을 생각할 때면 무척 불안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게 하는 데 멘토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비록 쉬고 있지만 마음 한 편의 위안을 얻을 수도 있고 삶의 동반자가 생긴다는 느낌까지도 든다.
박소현 인턴을 하면서 경력 기간에만 급급해 숫자만을 축적하려는 친구들이 있다. 인턴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임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인턴에게는 책임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위치도 애매하지만 일을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보여준다면 본인 스스로의 경력계발에 발전이 있을 것이다.
사회 사실 문화예술분야에서 인턴을 꼭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시점부터 답을 내리기가 어려워졌다. 점차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어가는 부분도 있는가 하면 세대 간의 차이, 입직의 동기 등 그 편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편 현장에서는 마땅한 인재가 없다거나 요구하는 인재상이 계속 달라지고 있다. 구직난과 구인난이 공존하는 것이 문화예술분야이다. 현장에서 요구받는 소명의식, 태도, 성과, 보상 등의 문제가 체계화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턴제를 통해 관련 분야의 입직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관이나 단체의 인턴제 운영이 좀 더 체계화될 필요는 있으며 기관 차원에서 경력계발에 필요한 교육이나 상담 등이 지원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이모저모로 어려운 자리였을 터인데, 용기백배 솔직하게 경험과 의견을 개진해주셔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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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_ 김소연 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인력양성파트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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