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치유)’이 그야말로 대유행이다. 이번 특집은 힐링이 사회적 용어로 확대재생산되는 현상을 예술경영인들에게 음미할 기회를 드리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호에서는 현대인들의 심리적 불안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자리매김한 ‘예술치료’에 대해 살펴본다.  연재순서   ① 힐링에 대한 고찰 ② 모두를 위한 힐링 1: 예술치료의 현황 ③ 모두를 위한 힐링 2: 예술치료의 국내외 사례 ④ 당신을 위한 힐링

우리가 흔히 예술치료라고 할 때 아트 테라피(Art Therapy)와 아츠 테라피(Arts Therapy)를 생각 할 수 있다. 우선 아트 테라피는 그림이나 제작(만들기=표현)을 중심으로 한 심리 치료로 회화, 점토 만들기와 콜라주 등 손끝을 사용하여 어떤 형태를 만드는 행위를 통하여 마음과 감정을 표현하고 치료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아츠 테라피는 Arts 라는 복수형을 사용하는 것처럼 만들기나 그림 그리기 등의 표현에 국한되지 않고 미술치료, 음악치료, 무용치료, 심리극 등의 신체의 움직임을 취급한 무브먼트(Movement)등을 포함하여 각 개인에 적합한 표현방법을 제시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별하지 않고 창작물을 사용한 치료뿐만이 아니라 음악치료와 미술치료, 무용치료, 콜라주치료, 심리극 등의 표현을 취급하는 심리치료를 통틀어 예술치료(Arts psychotherapy)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예술치료를 행하였던 것은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고 알려져 있다.1) 정신분열증, 강박증, 알코올중독, 우울증 등을 비롯하여 알츠하이머병 및 치매에 이르기 까지 그 적용 범위는 다양해져 갔다. 최근 전 사회적으로 예술치료가 확산되는 현상은 임상 현장과 학교 현장에의 적용뿐만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자기 발견, 삶의 의미와 행복 추구 등 영적인 측면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한 매개체로까지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진혜경 LPJ마음 건강의원 소아청소년 연구소 소장
일본 스루가 마찌 히라다 데이 서비스 음악 요법 모습

▲▲ 진혜경 LPJ마음 건강의원
소아청소년 연구소 소장
▲ 일본 스루가 마찌
히라다 데이 서비스 음악 요법 모습

예술치료의 사례

예술치료가 임상 현장에서 도입되고 있는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신경정신과 의료에 있어서 예술치료를 정신재활 치료의 한 부분으로 도입한 LPJ마음건강의원 소아청소년연구소(원장 진혜경)를 살펴보았다. LPJ마음건강의원 소아청소년연구소는 자폐스펙트럼장애, 발달장애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학제간 치료 방식을 적용하여 발달심리치료와 신체적 치료, 그리고 정신사회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발달전문치료의 경우 발달놀이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훈련 등 다양한 내용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예술치료도 주요한 부분으로 함께 병행하고 있다.

진혜경 원장에 의하면 마음에 아픔을 많이 가진 대상, 내적인 트라우마를 언어적으로 충분히 표현할 수 없는 사람들, 또는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망상과 환각 및 여러 가지의 장애로 인해 언어적 표현에 여러 방어기제가 심각한 사람들에게 예술치료가 아주 효과적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우울증환자와 중독환자, 치매환자 및 만성적 경과 후 회복기에 들어간 환자들에게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회복기 환자들은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하면서 갈등의 감정을 가지게 되고 그와 동시에 사회 적응 문제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게 되면서 그 갈등에 몰두하게 되는데, 이 시기에 그들에게 분출구를 준비해 주지 않으면 정신적∙감정적으로 혼란을 느끼게 되므로 회복기 환자들에게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개입시켜 그들의 분출구를 환기 시켜주면 아주 효과적이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한편 청소년 환자들이나 충동성의 감정 조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예술치료가 자신의 내적인 갈등을 적절하게 밖으로 뿜어내게 하는 분출구 기능을 하기 때문에, 억압된 내적인 감정이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정화되어 건전하게 분출됨으로써 억제된 내적인 갈등이 희석될 수 있다고 한다.

나라시 음악요법추진회 연주회 - 나라시 사단법인 아고라 클럽의  아이들

▲ 나라시 음악요법추진회 연주회
- 나라시 사단법인 아고라 클럽의 아이들

예술치료사의 역할

예술치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술치료사의 적절한 역할이다. 예술치료는 예술과 인간이라는 두 관계에서 성립되는 것이므로 치료사의 시선이나 치료방향 하나만으로도 내담자의 태도가 쉽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아파하는 아이들의 삶을 아름답게 느끼고 그들의 표현을 수용할 수 있으려면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바로 인간에 대해 이해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필자가 접한 자폐아들의 치료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필요한 지 깨닫게 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상담 중에 북채나 악기를 던지는 아이가 있었다. 처음에는 &lsquo;다음부터는 악기는 주지 말아야겠다&rsquo;고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아이에 대해 분석했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 그 자체-지금의 그들의 모습, 방금 전의 그들의 모습, 조금 전의 그들의 모습-를 수용한 후에는 떼를 부리고 부산하게 뛰어다니는 그런 행동과 표현들이 다르게 이해 되고 &lsquo;인간 존재&rsquo;로서 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노르도프 & 로빈스(Nordoff & Robbins)에 의하면, 치료(Therapy) 란 <그 사람과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관계를 보다 좋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한다. 즉, 치료는 병 증상을 낫게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원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향상시키고 밸런스를 유지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말이다.

예술치료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자신의 전문영역과는 아주 친한 친구가 되어야 된다. 예술치료사라는 직업이 중노동에 해당하는 만큼 체력도 있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끊임없는 연구와 임상에서 자기 성찰을 요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대상이 현재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지를 오감으로 느끼고 아름다움을 추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며, 매개수단인 예술(음악, 미술, 무용, 연극 등)에 대해 지나치게 분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진혜경 원장에 따르면 인간의 치료를 담당하는 치료사는 어느 부문의 치료사이든지 정신분석 관련 지식으로서나 인간으로서나 성숙된 인격체로서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예술치료사인데도 불구하고 정신의학의 기초에 대한 전문지식은 물론 인간에 대한 애정과 공감과 이해가 부족한 치료사가 임상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았다. 진 원장은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 상황에 대한 전문가 교육과 지도감독의 체계적인 절차와 수련과정이 필수적임을 강조하였다.

인간에 대한 통합적 이해가 예술치료의 우선

우리 인간은 살아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 어떤 것과 비유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예술치료 안의 예술과 치료를 두고 논할 때, 치료의 부분을 부각시키는 흐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여기서 정작 중요한 &lsquo;인간&rsquo;은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한 채 예술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예술 치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여기, 지금, 존재하는 것이 보이고 그 사람이 가진 &lsquo;생명의 아름다움&rsquo;을 수용한 후, 함께 그 것들을 공유하며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예술로 승화시켜나가는 것이 예술치료의 본질일 것이다.

1) 1960년대 초 국립정신병원에서 진성기, 김유광을 비롯하여 베드로 신경과 병원의 유석진, 이부영 등이 미술치료와 음악치료 무용치료 등을 정신재활치료의 한 부분으로 도입하였다.

하태희 필자소개
하태희 음악요법 교육 연구소 소장. 일본 무사시노음악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는 음악교육을 전공하였다. 칼 오르프의 직속 제자인 야기누마 테르꼬 교수로부터 오르프 음악교육과 실천을 사사 받으면서 칼 오르프 음악교육을 연구하기 시작하여 1992년부터 오르프 음악교육과 오르프 뮤직테라피를 연구하고 있다. 오차노미즈 여자대학대학원에서는 오르프 슐벨크 악전 연구를 하였다. 현재 일본 나라여자대학 대학원 박사과정 휴학 중이며 박사 논문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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