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삶’, 지난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연설 중 가장 오랫동안 귀에 남은 말이다. 문화예술계 종사자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크게 어필한 이 슬로건은 새 정부 5대 국정목표 중 하나이자 문화 분야의 비전이다. 새 정부가 향후 5년간 그리게 될 ‘문화가 있는 삶’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그 계획을 살펴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지난 3월16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있었다.

(사)한국예술경영학회 주최,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 정책의 전망]이란 타이틀로 2시간 30여 분간 개최된 심포지엄은 문화체육관광부 오영우 정책기획관의 발제와 6개 핵심 문화정책 분야-지역문화, 국제교류, 문화복지, 창조경제와 예술, 예술지원, 문화예술교육-의 교수, 전문가들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새 정부의 문화 분야 공약

▲ 새 정부의 문화 분야 공약

오영우 정책기획관은 ‘새 정부 문화정책 방향과 과제_문화로 열어가는 국민행복 시대’ 주제 로 ‘이명박 정부 5년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한 후 새 정부의 문화정책의 비전과 방향, 정책과제, 추진체계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문화인프라·국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 △콘텐츠산업 지원 확대를 통한 한류 확산 견인, △외래관광객 1천만 명 개막, △국제스포츠대회 개최·유치와 우수 성적을 이전 정부의 성과로 평가한 반면 △ 수요자 중심의 문화정책 및 효과적 문화정책 전달·협력체계 미흡, △콘텐츠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생태계 조성의 한계, △관광산업의 질적 경쟁력 미흡,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상생, 스포츠산업 경쟁력 부족 등 양적 측면의 확장은 성과를 이루었으나 질적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새 정부에서는 문화부문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남다르다. 새 정부의 국정비전인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실현하는 3대 지표로 ‘국민행복’, ‘경제부흥’, ‘문화융성’이, ‘문화가 있는 삶’이 5대 국정목표로 선정되는 등 문화가 범정부적 국정방향으로 제시된 것이 이전 정부와 다르다”고 강조하였다. 세부 문화정책 방향으로 △다함께 누리는 문화, △창조경제를 이끄는 문화, △세계가 즐기는 한국문화를 제시하였고, 정책 방향별로 각 4개의 주요과제가 소개되었다. 그 중 일반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주요 과제로 아동·청소년·중장년·노인층 대상의 ‘생애주기별 문화여가 향유 기회 확대’, 소규모 복합문화커뮤니티센터 조성 사업인 ‘공공 문화 인프라 확충’, ‘문화예술·스포츠교육 확대’, ‘문화일자리 창출’이 눈에 띄었고, 문화예술계에 파급력이 미칠 과제로 ‘예술인 창작안전망 구축’, ‘문화콘텐츠산업 경쟁력 강화’, 가칭 국제문화교류진흥원 설치와 한민족 문화아카이브 구축 사업을 통한 ‘한국문화 진흥체계 확립’ 등이 제시되었다.

발표자는 “‘문화재정 2% 달성’, ‘문화기본법 제정’, ‘소통과 신뢰의 문화행정’이 추진체계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방송분야를 합한 2013년 문화관련 재정은 4조 1,723억원으로 정부재정 342조원의 1.22%이다. 2017년까지 정부재정의 2%까지 끌어올리고 이를 위해 매년 17%씩 문화재정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민행복, 사회통합, 갈등치유라는 시대적 과제를 풀어가고 문화에 기초한 창조사회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문화기본권 보장과 문화복지, 문화다양성, 문화유산 보존 등 문화정책의 지향점을 담은 ‘문화기본법’과, 이의 연계법안인 ‘여가활성화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 ‘문화다양성보호증진법’, ‘문화예술후원활성화법’의 제정도 연 내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예술 정책의 전망에 대한 전문가 토론하는 모습

▲ 문화예술 정책의 전망에 대한 전문가 토론

자율권을 최대 보장한 현장 반영 정책의 필요성

문화정책 방향과 과제들에 대해 6개 분야 토론자들은 대체적으로 체계적이고 수긍이 간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전 정부들 정책들과 지속성은 있으나 차별성 부족,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전 정책들에 대한 평가와 환경진단의 치밀함 미흡, 지역별·분야별 현장 상황과 의견 반영의 한계 도출,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의 정책 수립 과정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지역문화’ 분야 토론자 권순석씨는 인수위의 국정과제와 그 방향들은 대체로 동의 가능하지만, 지역 현장의 이해에 바탕을 둔 정책 수립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강조하였다. “이전에도 좋은 정책들이 있었으나 지역 현장에서 봤을 때 적절했는지 의문인 경우가 많았다. 중앙의 지원 사업은 대부분 목적형 사업으로, 재원이 부족한 지역 상황 때문에 정작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보다는 중앙에서 내려온 과제 중심으로 지역문화계가 돌아가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중앙정부는 큰 틀에서 문화정책의 방향을 세우고 관리 감독하며 지역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여 지역 특성에 맞고 현장을 반영하는 정책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교류’ 부문 김성희 교수는 “현재 순수미술 분야는 정부에서 많은 지원금을 받고 해외에 나가지만, 현지와 네트워크가 안 되고 일회적으로 돈을 쓰고 오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교류역량강화를 위한 현장 중심형 지원시스템 구축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였다. 해외 현장에서 지원 사업을 실행하는 개인을 위해 재정 지원뿐만 아니라 외교· 홍보마케팅·정보서비스 지원과 네트워크 구축 등의 비재정적 지원이 필요하고, 해외에서 활동 중인 전문인들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으로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실행을 통한 ‘장기적 현장중심 국제교류 정보시스템 구축’을 제시하였다.

‘문화복지’ 분야의 김세훈 교수는 “전반적으로 새 정부의 문화복지 관련 정책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 정책과 큰 변화 없이 이전 정부부터 지속되던 사업을 확대, 강화하는 측면이 보이며, 새로운 점은 제도적으로 문화기본법을 제정하여 문화복지 관련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발표자는, 우선 우리의 삶이 ‘문화가 있는 삶’이 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문화복지 관점에서 이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전 정부들의 문화정책의 대상은 취약계층·취약지역으로 국한되었었는데, 중산층도 문화가 필요하다. 일반 시민들의 문화감수성 향상과 문화 활동이 생활권 안에서 가능하도록 문화복지 정책 영역 확장”을 피력하였다. 또한 사업 중심의 정책 접근보다 제도 중심의 접근이 필요한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사업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문화복지를 보장하는 제도 마련에 대한 관심”을 부탁하였다. 이어 “향유자의 현실과 수요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적합한 문화예술서비스 개발, 효율적인 지원체계 마련 등 종합적 검토가 가능한 중앙 차원의 기관 설립”과 “아래로부터의 요구에 기반한 지원 강화”를 제안하였다.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 정책의 전망> 심포지엄 모습

정책의 &lsquo;다양화, 개방화, 수평화&rsquo; 요구

라도삼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lsquo;창조경제와 예술&rsquo;분야의 정책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서, 새 정부의 정책방향은 체계적이고, 정부가 해야 할 사업과 목표가 제대로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ldquo;과거의 정책에 대한 정확한 평가나 반성이 부족하다. 과거 정부 문화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뼈를 깎는 태도를 가지고, 환경변화에 대해 과거 정부는 어떻게 했는데, 현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이라는 비전과 과제가 제시되는 방식으로 문제가 풀어졌어야 했다&rdquo;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핵심 내용이 문화정책 방향과 체계 내에 잘 들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다. 그 예로 &ldquo;대통령 취임사 중 &lsquo;개인 상상력의 콘텐츠화&rsquo;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고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책 체계 내에서는 별다른 내용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rdquo;며, 다양한 개인의 상상력을 끌어안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lsquo;예술지원&rsquo;분야 토론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박두현 예술진흥본부장은 &ldquo;중소기업 육성 차원의 예술지원정책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문예진흥기금 등 문화재정의 획기적인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와 관련 문예진흥기금 확충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으로 복권수익금의 배분 확대를 통해 현재 저소득층 대상 문화향유 사업에 한정되어 있는 것을 예술창작분야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rdquo;을 제안하였다. 또한 여가활성화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 등 새롭게 제정하고자 하는 &lsquo;문화기본법&rsquo; 연계 법안을 보면 문화예술 진흥정책을 담고 있는 현재의 문화예술진흥법의 대폭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하고 &ldquo;연계 법안들로 인해 예술진흥정책의 축소 또는 문예진흥법 및 타 문화관련 법과의 충돌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연구가 선행&rdquo;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 백령 연구위원은 &ldquo;새 정부의 &lsquo;문화가 있는 삶&rsquo;이 내포하는 의미와 맥락은 문화예술교육의 확장적 해석&rdquo;과 닿아 있으며 &ldquo;&lsquo;다함께 누리는 문화&rsquo; 정책방향과 연계되어 생애주기에 맞는 맞춤형 문화&middot;예술&middot;스포츠 교육 과제로 제시&rdquo;되었다고 말했다. 2005년 원년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온 문화예술교육은 2012년 문화예술교육지원법 개정을 통해 &lsquo;문화예술교육사&rsquo;가 제도가 도입되면서 문화예술교육 관련 인력양성이 제도화되었고, 학교 예술강사, 토요문화학교, 사회문화예술교육의 일부 사업이 광역센터로 이관되면서 문화예술교육 전달체계가 변화되는 등 지형이 바뀐 상황이다. 백령 연구위원은 &ldquo;수적 확대나 기반시설 마련 등 문화예술교육의 태동기에서 벗어나 성장기 진입을 위해 정책의 &lsquo;다양화, 개방화, 수평화&rsquo;가 필요&rdquo;하며, &ldquo;새 정부의 &lsquo;생애주기별 맞춤형 문화서비스 제공&rsquo;을 위해서 문화와 예술이 삶과 지역을 변화하게 하는 문화 복지, 여가, 사회 참여, 지역, 생활문화 등 사회적 이슈들과 연계되어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 마련&rdquo;을 제안하였다.

새 정부의 &lsquo;문화가 있는 삶&rsquo;은 문화 향유자 측면에서 &lsquo;문화복지&rsquo; 개념과 바로 연계된다. 이날 제시된 문화 향유자들을 위한 &lsquo;문화가 있는 삶&rsquo;의 주요 정책들은 80년대 초반부터 &lsquo;문화복지&rsquo; 개념 하에 추진되어 온 이전 정부들의 정책들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새 정부에서 &lsquo;문화복지&rsquo;가 아닌, &lsquo;문화가 있는 삶&rsquo;을 강조한 것은 기존의 소수계층 대상의 협소한 문화복지 정책에서 벗어나, 보편적 문화복지로 개념을 확대하고, 이전 정부들에서 실행하지 못했던 일반 시민들의 생활권 내 문화생활 활성화와 문화 활동을 통한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강한 의지 표현이라 생각한다.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면, 비전을 잘 구현할 새로운 정책 내용과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대응책이 비슷하면 유사한 정책을 그럴듯한 개념으로 포장하려는 작업으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미영 필자소개
주미영은 영국 워릭대학교(Warwick University), 문화정책대학원 유럽 문화정책 및 문화경영학과 석사학위 취득하고 공연제작사 기획과 홍보, 서울예술단 프로듀서, 제3회제주세계델픽대회조직위원회 대회지원부 부장, 국립극장 기획위원으로 문화예술계에 활동하였으며, 현재는 독립기획자 겸 리서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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