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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예술지원 감소, 수도권 집중도 증가
지난 4월11일(목)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있었던 오픈포럼 ‘다원예술의 현황과 전망’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진행해온 ‘실험적 예술 및 다양성 증진 지원(이하: 실다지)’ 사업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하는 계기로 열리게 되었다. 다원예술에 관한 전반적 정책과 현장에 대한 진단 및 제안을 하는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1부는 연구진 대표 유병진 연구원의 연구결과 발제 이후 토론이 있었고, 2부에는 자유 토론의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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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적 예술 및 다양성 증진 지원‘
사업 연구 결과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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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다원예술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던 각 프로젝트들의 성격이 어떠한지 규명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였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총 164건의 지원 프로젝트가 연구대상이었고, 지원규모는 185건 중 2009년 지원 신청작이 455건에서 현재 260건으로 줄었고, 결정건수에서도 60건에서 39건으로 그 수가 줄었다. 전체적으로 최근 4년 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 지원사업은 신진예술가에 대한 지원이 감소하였으며, 지역별로는 수도권에 대한 집중도가 증가하고 있고, 단일작품 발표 및 축제에 대한 지원이 증가하고 있다. 지원금액은 소액지원의 건수가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타 장르와의 격차가 있으며, 매체실험성은 증대되고 있으나 가치지향성은 감소하고 있다. 장르적인 측면에서는 미디어를 통한 실험이 감소하고 있으며 공연을 기반으로 한 실험이 증가하고 있다. 이어 유병진 연구원은 “다원예술을 현재적으로 재정의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지원사업의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진예술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이 고려되어야 하며, 지원금액을 보다 현실화하며 소액다건 중심의 지원보다는 지원에 대한 균형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갈수록 작품 지원에 대한 비중 증가함에 따라 완성도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지만 활동 형태별로 지원방식을 다각화함으로써 이러한 점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지역의 다원예술에 대한 육성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질적 성장을 위한 교육시스템 구축과 비평 확산
이어진 토론에서 이철성(비주얼씨어터 꽃 대표/연출) 토론자는 현장에서 바라본 다원예술의 교육 시스템 및 비평에 대한 의견제시와 기존 장르론에 입각해서 다원예술을 구분하는 것에 대한 이의 제기했다. “2004년부터 10년째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다원예술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나 질적인 성장은 더디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 시사점은 첫째로 창작에 대한 교육시스템이 부재하고, 둘째로 작품에 대한 비평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기존 연극과 무용은 다소 단일한 미학을 가지고 있다. 텍스트를 중심으로 한 연극은 다양한 예술적 요소를 복합적으로 구성하여 서로 조화하고 호응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재료를 중심으로 작업을 하다보면 도리어 통합적인 작업을 통한 결과물을 얻게 된다. 텍스트나 이념이 아니라 재료 자체를 탐구하고 창작할 수 있는 방법을 위한 교육적 시스템이 정착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창작 출발점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원의 범주를 본 연구에서는 매체실험, 복합실험 등으로 이야기했지만 이는 기존의 장르를 기준으로 한 결과이다. 기존의 장르는 전통적인 형태의 구분을 통해 기능하지만 다원예술은 재료 및 물질 중심으로 범주를 나누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면 공간 중심적인 창작영역, 몸 중심적인 창작영역, 대중 및 관중을 중심으로 한 창작영역 등이 있을 것이다. 3년째 독립예술창작포럼을 하고 있지만 양적으로 다원예술이 많아졌음에도 비평과 비평매체가 없는 것이 문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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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중인 조성주(독립기획자) 토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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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주(독립 프로듀서) 토론자는 지원제도와 현장과의 관계 형성의 중요성 및 다원예술에 국한해서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 프레임에서 바라보아야 할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예술지원제도와 현장이 이상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원인은 지원제도가 적극적이고 많음에도 개념상의 혼돈 등으로 인하여 긍정적인 효과가 적은 것에서 기인한다. 주류와 비주류라는 극단적인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주류와 비주류는 스스로가 정의하는 작품에 대한 기준이 매우 다르다. 다원예술에 대한 지원 및 실험적 작품에 대한 범주 등은 다원예술적 현상을 지닌 작품들, 혹은 다원적이지는 않지만 실험적인 작품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제도가 도리어 오해를 낳아서는 안되며 다양한 분류를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제도를 만드는 데 중심의 역할을 하는 것이 각 장르의 주류층이다. 따라서 다원예술에 대한 재정비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장르를 포괄하여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이를 위해서는 관점의 이행과 각 단체와 기관이 타협하고 수긍할만한 제도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임인자(변방연극제 예술감독) 토론자는 “다원예술은 선도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당장의 성과는 얻기 힘들지 모르지만 창작적인 역량의 확장과 예술계를 견인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실다지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다른 예술의 역할보다 더욱 중요하다. 정권 교체 이후 다원예술분야의 다양한 사업들이 사라지고 연극으로 수렴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이는 연극이라는 개념의 확장이라는 것으로 볼 수 있겠으나, 지원제도는 이와는 다른 입장이어야 한다. 창작 환경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아직은 단체들이 지닌 역량에 기대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더 많은 연구 증가 지원과 이를 통해 더 많은 활동들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아티스트들이 어떤 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좀 더 세밀하게 파악하고, 미학적인 변화과정을 탐색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히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과 더욱 구체적인 연구, 좀 더 예술가 중심으로 실질적인 예술 활동에 귀 기울이고 포용할 수 있는 방식의 제도가 필요성에 대해서 역설했다.
김소연(연극평론가) 토론자는 “1, 2기 다원예술소위원이었을 때는 비평가로서의 가치관보다는 정책적 합리성과 객관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본 보고서에서는 신진예술가에 대한 지원 기준인 35세를 중심으로 연령을 구분하였는데 다소 연령 구간이 넓어 세밀한 결과를 얻기 어려웠을 것 같다. 또한 신진예술지원이 줄었다는 점에서도 생각해보면, 2008년 초기 다원예술에 대한 것들이 제기될 때에는 다원예술의 장르적인 개념 정의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지원 대상의 범주 중심으로 이야기하기로 결정하였고 따라서 신진예술지원이 중요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원예술 초기 논의와는 달리 신진예술에 대한 지원이 중요한 지원 대상이었던 목표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가치 중심의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이 줄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실다지 분야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가치 지향성이 줄어들고 미학적인 실험이 늘어난 것이 문제인지, 공공예술의 초기 단계에서 예술의 공공성과 관련된 사업이 다양화하고자 했던 목적이 발전하여 좀 더 예술적인 실천과 질문을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에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실험성과 다양성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지향점을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봐야 한다. 원래의 의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며 정책이 현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나 기존 제도들이 어떤 성과와 영향을 남겼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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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예술, 어디에서 어디까지?
2부 <다원예술 지원제도>와 관련된 토론에서는 다원예술의 정의와 영역, 범위에 대한 정리를 중심으로 한 논의 외에 ‘질의응답’에서는 연구원의 발표에서 ‘공공성’, ‘종다양성’, ‘미학중심’이 평가의 좌표가 되고 있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러한 기준을 도입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는데 이에 대해 “이전의 연구와 달리 이번 연구에서는 프로젝트의 결과 보고서 등을 통해 가치적인 범주들을 도출하였다. 이는 절대적인 가치의 범주가 아니며, 연구 대상이었던 프로젝트들이 지닌 성향의 통계이다. 이는 2012년 연구를 통해 연구진이 새로 만든 개념이 아니며 2006년, 2008년에 진행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연구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이어가고 있는 개념이다. 공공성에 대한 분류는 이전에는 더 비중이 컸으나 현재 공공예술에 대한 새로운 움직임이 다양한 환경 하에서 포괄되고 있으므로 본 연구에서는 공공성의 비중을 줄였다. 덧붙이면 분류상에서 매체실험성 항목 중 기타는 매체실험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실험지향적이라는 것은 사회적 편익을 지향하기 보다는 미학적인 목적을 가진다는 성향을 말한다”고 유병진 연구원은 밝혔다.
다원예술 자체에 대한 정의가 훨씬 더 열려 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김소연 평론가는 “다원예술은 정의라기보다는 범주를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평론가로서 비평을 할 때 다원예술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이는 다원예술이 비평 대상으로서의 장르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원예술은 정의가 아니라 유연한 의미를 지닌 합의점이자, 특정 성향과 범주라고 생각한다. 창작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초기 논의와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제도라는 것은 합의가 필요한 과정이다. 합의의 과정은 공개적인 참여의 방식으로 오픈 플랫폼을 형성하여 이루어져야 하며, 지속적으로 보완을 하며 발전해야 한다. 한계점을 인정하고 점차 세밀한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로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나왔던 주요한 지적들은 첫째, 직접지원인지 환경에 대한 지원인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다원예술 창작자를 지원하는 것인지, 축제, 매체,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인지 구분했으면 한다. 제도는 굳이 특정 용어를 써야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더 많은 아티스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매체와 예술적 행동에 대한 지원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 관객이 작품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생각이 지원제도에 반영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비평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세 번째 질문자는 직접적인 작업 목적이 지원서의 항목에 반영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지원서는 왜 이 작품을 하고자 하는지가 아니라 당신의 예술이 왜 새로운지, 왜 탈 장르적인지를 설명하는 것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되었다. 이어 명확한 기준과 단어도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어떤 분야에서 어떤 생각을 가진 분들이 심사하는지 분석이 없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다원예술 및 실다지의 역할은 인큐베이터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신청서의 포맷은 이런 예술가들에게 맞지 않다.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은 수많은 논쟁과 소통을 필요로 하는데, 실제로 가치에 대한 것은 논의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결과를 가지고 작품을 평가하는 것이 이 지원 사업에는 맞지 않기 때문에 지원 신청서의 포맷, 기준, 지원 방식과 피드백 등 총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들이 이어졌다.
*본 리뷰는 <오픈포럼-다원예술의 현황과 전망> 녹취본을 기본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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