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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 공연예술계에서 신선하고 실험적인 예술활동의 자금 조달은 주로 해외펀드를 통해 이루어지며, 국내 재단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일부 있다. 예술계가 겪고 있는 재원 확보의 어려움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이러한 문제점은 불안정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경우 더욱 심각해진다. 또 아랍권 국가들이 이렇다 할 문화예술 지원정책을 갖추고 있지 않은 점도 공연 기획자나 공연자들을 비롯해 문화예술계 전반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소다.
문화예술 활동의 경제적 가치를 제도화하고 나아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 아랍권 국가들의 정책입안 과정에서 주목받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며, 이로 인해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문화예술계는 예술가 개인의 창의성만을 강조하고 이에 의존해왔으며, 그 결과 개인 차원의 노력으로 독립예술이 융성하게 되었다. 주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공연계 리더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대개 재정적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운영을 해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
취약한 내부환경, 더 독립적이거나 국제적인 외연 확대로 극복
영국문화원의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 예술프로그램 매니저 알마 살렘(Alma Salem)은 이렇게 설명한다. “그렇다고 창조 부문의 재원이 모두 소규모 사업이나 마이크로 비즈니스만으로 마련되는 것은 아니다. 적도 부근 걸프 지역 시각예술이나 음악산업의 경우 대형 비즈니스 형태로 기획되며, 이는 가치사슬, 즉 유통망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소형 비즈니스는 공급망의 끝점, 즉 크리에이티브 부문의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창조산업이 성장하는 데 있어 북반구와 남반구 국가들 간 문화예술 관계 발전을 위한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도 예술분야 재정기반 불안정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경제발전 단계가 다른 국가들 간 파트너십에 대해서는 사실상 이 지역 창조산업 분야 성장을 목표로 한 국제기금단체들이 후원을 해왔다.”
시리아의 경우 스웨덴 국제개발협력기구(The Swedish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Agency, SIDCA)는 2009년 다마스커스 오페라하우스(Damascus Opera House, DOH)와 공동으로 젊은 예술가들이 기획한 다섯 편의 작품에 대해 자금 지원을 한 바 있다. 다마스커스 오페라하우스의 총괄부서가 이중 일부 작품들을 직접 후원했다.
보다 과감한 콘셉트의 현대 예술작품들 몇 편이 추가로 이 기금과 여타 다른 기관들의 후원을 받아 제작되었다. 예를 들어 아랍문화예술기금(Arab Fund for Arts Culture), 문화자원(The Culture Resource)이란 의미의 이름을 가진 알 마우레드태 알 태마쿼피(Al Mawred Al Thaqafy), 네덜란드에 소재한 히보스 기금(Hivos Fund) 등이 후원에 동참했다. 아랍문화예술기금은 최근 2013년 오사마 가난(Oussama Ghanam)이 감독한 <핀터스 더 홈커밍(Pinter’s the Home coming)>의 제작을 지원한 바 있다. 아말 옴란(Amal Omran)이 감독한 2010년 작 <다리오포스 얼론 워먼(Dario Fo’s A Lone Woman)>은 당시 더 오페라에서 데뷔 공연을 했으나 작품의 대담성 논란으로 이후 15회 ‘다마스커스 연극제(Damascus Theater Festival)’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연극담론의 지평을 넓힌 이러한 실험작들이 등장하면서 검열의 잣대가 보다 유연해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이처럼 유연하고 넓어진 틀 안에 담길 보다 많은 작품들의 제작 역시 필요하게 되었다.
안무가이자 무용수, 문화예술기획자인 메이 세판(Mey Sefan)은 다마스커스로 돌아온 이후 다마스커스의 무용고등기관(High Institute of Dance)에서 작품활동을 펼쳤다. 메이 세판은 또한 발레극 탄윈(Tanween for Theatrical Dance)을 설립했으며, 다마스커스 현대무용 플랫폼(Damascus Contemporary Dance Platformm, DCDP)의 창립자로, 현재는 DCDP의 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시리아에서 작업하면서 세판은 자신의 공연, DCDP 워크숍, 무용을 배우는 학생들을 위한 워크숍 등 주요한 세 가지 활동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했다. 물론 이 세 프로젝트에 대한 재원 마련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자금지원을 받은 경로는 동일했다. 해외문화원이나 각 대사관의 문화부 및 기부 기관들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메이 세판의 작품 < Destruction for Beginners > © Yara Seifan - Syria(왼쪽부터)
▲▲주칵시어터컴퍼니와 문화협회(Zoukak Theatre Company and Cultural Association)의 작품 © Randa Mirza - Leba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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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불안, 검열, 불투명성 but 대안의 성장
이집트의 독립예술가들은 자금문제 외에도 여러 가지 난제에 직면해 있다. 재정적 어려움과 사회적 압박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으며, 자신들의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사회적 인식 때문에 미래가 불투명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재원 마련 측면에서도 그렇다. 자신의 열정과 꿈을 좇고 예술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망한 아트센터이자 소셜 허브인 테아트로 에스켄드리아(Teatro Eskendria)의 회원 아미나 아보도마(Amina Abodoma)는 이렇게 말한다. “공공기금 조달이 아주 어렵다. 공공재원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나 공모 방식, 자금 지원, 마감 시한, 각 프로젝트의 장르 및 형식 등 세부사항에 있어 제도 운영이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최근까지 독립 예술가들은 반정부적인 좌파 편향을 보인다는 선입견 때문에 무라바크 통치하에서는 이러한 기금 혜택에서도 배제되었다. 결국 해당기금은 우파 성향의 친정부 예술가들에게만 주어졌다.”
예외적으로 2007년부터 이집트 해외문화협력부에서 독립예술 지원에 큰 몫을 해왔는데, 이 기금이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한 일부 예술가들이 해외 공연을 할 때 필요한 유일한 재원이 되었다. 이집트의 공공기금은 문화부가 단일 채널이 되어 기금 운영을 총괄하며, 집행은 문화부 여러 산하기관, 해외문화센터나 독립문화단체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중 가장 활발하고 효과적인 집행기관은 알 마우레드 알 테아쿼피이다. 이곳은 문화부 역할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동시에 매우 지역적인 차원에서도 여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실상 이집트 예술가들이 운용할 수 있는 재원은 중앙정부보다는 대부분 이러한 민간기관에서 조달되며, 여타 아랍권 국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문화예술인들이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자금 조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아랍권 국가 전반의 사회, 경제적 상황은 사실 상당히 모호하며, 향후 상황 또한 불투명하다. 그런데도 지난 2년 동안 독립예술계가 크게 성장해왔다는 점, 대안 미디어 역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존재감이 두드러지게 되었고, 전면적인 변화를 바라는 일반관객들로부터 인정받게 되었다는 점 등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소산 부 할레드(Sawsan Bou Khaled)의 < Performance Alice >, ©Tanya traboulsi - Lebanon
(왼쪽부터)
▲▲압달라 다이프(Abdalla Daif)의 , © Fasel we nwasel - Egy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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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표는 아랍문화예술기금(Arab Fund for Arts and Culture: AFAC )의 공연예술분야 및 젊은아랍연극인기금(The Young Arab Theatre Fund: YATF )의 연간 공모와 지원 현황이다.
○ 아랍문화예술기금(AFAC)
연도 |
지원작품 |
수혜 국가 |
지원 예산 규모 |
2013 |
15 |
7개국: 이집트,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요르단, 튀니스, 모로코 |
182,000 USD |
2012 |
12 |
7개국: 튀니스, 이집트, 레바논, 시리아, 팔레스타인, 요르단, 모로코 |
163,000 USD |
2011 |
10 |
8개국: 튀니스, 팔레스타인, 시리아, 모로코, 이라크, 이집트, 쿠웨이트,
레바논 |
109,400 USD |
2010 |
7 |
6개국: 팔레스타인, 요르단, 레바논, 모로코, 시리아, 이집트 |
104,500 USD |
2009 |
10 |
6개국: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튀니지, 모로코, 이집트 |
130,700 USD |
2008 |
8 |
3개국: 이집트, 팔레스타인, 레바논 |
158,400 USD |
2007 |
5 |
3개국: 레바논, 시리아, 모로코 |
61,500 USD |
7년 합계 |
67 편 |
아랍9 개국 |
909,500 USD |
○ 젊은아랍연극인기금(YATF)
연도 |
지원작품 |
수혜 국가 |
지원 예산 규모 |
2013 |
2 |
2 개국: 이집트, 레바논 |
YATF 제작 지원금은
연간 2000 유로에서 5000 유로 사이에서 책정되며,
공모당 3차례, 연간 3차례
지원이 이루어진다. |
2012 |
3 |
3 개국: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
2011 |
6 |
2 개국: 이집트, 레바논 |
2010 |
1 |
1 개국: 이집트 |
2009 |
3 |
2 개국: 요르단, 이집트 |
2008 |
5 |
4 개국: 레바논, 모로코, 이집트/팔레스타인 |
2007 |
8 |
4 개국: 모로코, 레바논, 시리아, 이집트 |
2006 |
6 |
3 개국: 이집트, 레바논, 튀니지 |
2005 |
7 |
3 개국: 시리아, 튀니지, 이집트 |
2004 |
8 |
4 개국: 모로코, 튀니지, 이집트, 레바논 |
2003 |
3 |
3 개국: 말리,이집트, 레바논 |
2002 |
2 |
3 개국: 이집트, 아이보리코스트, 레바논 |
2000-2001 |
3 |
2 개국: 이집트, 레바논 |
13년 합계 |
아랍 7개국 및 말리 총56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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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압둘라 알카프리(Abdullah Alkafri)는 극작가이자 문화연구자다. 시리아와 유럽의 많은 워크숍에 참여해왔으며, 드라마투르그로도 활동해왔다. 다수의 희곡을 발표하고 공연화했으며, 다양한 공연예술상을 수상했다. 문화기획집단 ';Ettijahat Independent Culture’의 창립멤버이며, 현재 레바논 베이루트 성조셉대학(Saint Joseph University) 석사과정 중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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