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에 위치한 ‘스페이스 캔 서울(Space CAN Seoul, 이하 스페이스 캔)’을 찾았다. 한적한 동네의 분위기와 달리 전시장은 며칠 뒤 열릴 전시회 준비로 분주했다. 하지만 큐레이터가 반갑게 맞이한 뒤뜰에는 벚꽃이 운치 있게 피어있는 것이 봄은 봄이구나 싶었다. 스페이스 캔은 2008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 캔 파운데이션(CAN Foundation)이 운영하는 전시공간으로, 국내작가의 예술 활동 지원 사업, 아트버스프로젝트(ART BUS Project)와 아키 팩토리(aki factory) 등 어린이 미술체험교육과 창작활동 지원 사업, 국제교류전과 레지던시 등 해외문화교류사업과 연계한 다양한 전시회가 개최되는 캔 파운데이션의 본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스페이스 캔의 전신인 캔 파운데이션의 다양한 사업에 대해 소개하기로 한다.

캔 파운데이션의 사회적 사업들 살펴보기

사진_캔 외관 사진_아트버스_지방순회프로그램(재능나눔)_충북 괴산 장연초등학교_작가 송준호

▲스페이스 캔 서울의 외관(상단부터),
충북 괴산 장연초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한 아트버스프로젝트

현대사회에는 다양한 기업형태가 있는데, 그 중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운영되는 기업으로 사회 기여를 목적으로 운영되거나, 사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에 대해 사회적기업이라고 한다. 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의 형태나 목적, 의사결정구조 등이 사회적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인증요건에 부합해야 한다(필자주).

캔 파운데이션의 사업은 크게 작가 발굴 및 지원과 미술교육을 기반으로 한 전시공간과 창작공간, 그리고 아트버스 사업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작가에게 작게나마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과 동시에 문화소외지역에 찾아가서 창작과 미술체험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생각이 만나 2008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캔 파운데이션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업을 보면, 우선 국내에는 사업체의 중심으로 운영되는 전시공간인 ‘스페이스 캔’을 비롯하여 성북동의 오래된 가옥 두 채를 개조하여 전시 및 레지던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오래된 집’이 있고, 국외에는 레지던시로서 ‘P.S.B’를 베이징(P.S.Beijing)과 베를린(P.S.Berlin)을 운영하고 있다. 베이징의 창작공간은 2008년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40여명의 작가를 배출했고, 베를린의 P.S.B는 2011년에 시작해서 1년간 운영하고 내년 초 재개할 예정이다. 예술창작체험프로그램으로 이동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는‘아트버스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찾아가는 미술교육을 실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캔 파운데이션은 전시와 창작공간 등의 작가지원을 통한 미술문화 활성화와 찾아가는 미술체험프로그램인 아트버스프로젝트 등의 미술교육을 통한 미술문화 저변을 넓히는 사업형태로서 2011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1)으로 선정되었다. 이들의 활동이 사회에 기여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누구나 동의하듯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아울러 이런 단체들이 유지될 수 있도록 ‘사회적기업’으로 인증하여 안정된 기반을 마련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원사업이다 보니 무엇보다 살림을 꾸리듯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선 예산조성이 중요하다. 운영예산은 후원회를 통해 조성되며, 각 사업에 대해서는 문예진흥기금을 통해서 확보된다. 아트버스의 경우 대부분 무료이지만, 네이버(주)와 같은 기업과 연계하여 운영하는 ‘오픈 세터데이(Open Saturday)’ 등을 통해 수익이 창출되기도 한다. 직원 자녀들에게 아트버스의 미술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캠프를 대행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수익은 본사업인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사업에 사용한다. 후원회는 경영이사와 협력이사진으로 이뤄진 정기적인 후원회와 연회원제를 운영된다. 비영리는 무엇보다 재원조성이 관건이다. 따라서 콘텐츠개발 등 수익사업을 개발하여 자체적으로 수익 창출을 통해 자생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모색 중이라고 한다.

레지던시를 통한 해외문화교류

작가에게 작업공간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작가지원이라는 모토 하에 캔 파운데이션은 레지던시프로그램으로 베이징과 베를린에 창작공간 ‘P.S.B’를 운영하고 있다. 베이징에 있는 창작공간부터 설명하자면, 2008년 베이징의 헤이차오에서 시작해서, 현재는 중국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798예술구’인 따샨즈 지역에서 운영하고 하고 있다. 지금까지 40여명의 작가를 배출했고, 현재 임도원, 최수앙, 양자주가 20기 작가로 참여하고 있으며, 별도의 전시공간을 갖추어 입주작가를 중심으로 한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따샨즈는 현대미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한국작가를 프로모션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선 따샨즈에 거주하는 작가와 전시공간의 큐레이터 등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참여 작가들이 작업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작업여건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참여 작가인 이원철(12기)은 사진작업 ‘TIME’을, 박현두(13기)는 ‘만리장성프로젝트’ 진행했다. 이런 레지던시 활동을 통해 중국 젊은 작가발굴 프로그램인 ‘청년예술100’에 포함되기도 하고, 스페이스 캔에서 개최된 중국 ‘아방가르드 투데이’의 편집장이자 전시기획자 황두의 전시기획을 통해 중국 유망 젊은 작가와의 교류가 일어나기도 한다.

입주기간은 3개월이며, 마지막달의 3주는 프로모션 차원에서 성과전을 마련해 준다. 작가는 일반적으로 한 기수별 2명을 선정하며, 선정방식은 온라인상에서 공모를 통해 이루어진다. 선정된 작가에게는 항공료와 체재비를 지원한다. 베를린은 2011년에 시작하여 1년간 운영했고, 재정비를 위해 현재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분위기의 공간을 다각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내년에 재개되면 입주기간은 6개월 단위로 운영할 계획이다. 기관의 차원에서 신진작가 지원프로그램은 많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캔 파운데이션의 레지던시를 통한 작가지원의 대상은 신진과 중진 사이에 있는 40대 작가로 발굴하고 지원할 계획이라 한다. 특히 베를린에서 운영될 레지던시는 이를 더 지향할 듯하다. 지원규모는 베이징과 동일하다.

이외에도 국내에서 2011년부터 운영되고 있는‘오래된 집’을 들 수 있는데, 현재는 전시공간으로 더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으나 원래 레지던시 목적이었던 것을 살려 현재는 병행 운영하고 있다. 후원회 측을 통해 마련된 공간이었지만 대략 60~70년 된 집이어서 시설노후로 인해 예술공간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초기에는 장기적으로 거주하면서 작업하도록 제공되었으나, 최근에는 대략 2개월 정도 체류하면서 자유롭게 창작하고 전시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작년부터 사운드아트나 영상, 공연 등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품의 전시를 기획하고 젊은 작가를 초대하여 개인전을 열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레지던시와 다양한 기획전을 병행할 계획이며, 레지던시에 참여하면 지원비와 도록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전시 역시 기본소요경비를 후원하고 있다.

사진_스페이스 캔 베이징 전시전경(조소희와 장쉐리의 <綴>, 왼쪽부터),  베이징 레지던시의 ‘북경보고전’의 김준 작가의 <Moutai>, ‘오래된 집 재생프로젝트’에 참여한 최수앙 작가의 <fake plastic trees>

▲스페이스 캔 베이징 전시전경(조소희와 장쉐리의 &lsquo;綴&rsquo;, 왼쪽부터), 베이징 레지던시의 &lsquo;북경보고전&rsquo;의 김준 작가의 &lsquo;moutai&rsquo;, 오래된 집에서 전시한 최수앙 작가의 &lsquo;fake plastic trees&rsquo;

찾아가는 미술교육 또는 체험프로그램

사진_아트버스_정규_15차_서울 관악구신림동_작가 최윤정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열린
아트버스프로젝트에 참여한 아이들

&lsquo;아트버스프로젝트&rsquo;는 문화나눔희망지역 및 참여를 원하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술창작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된 아트버스와 작가가 직접 찾아가서 예술창작 등의 체험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아트버스는 작업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을 작가들에게 직접 들으며 현장 중심으로 진행되므로, 미술관보다는 훨씬 역동적이고 새로운 공유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2013년에는 특수지역인 소록도나 국토남단에 위치한 남포의 분교나 강원도북단의 양구지역 분교에서 작업했다. 여기에 참여한 사진작가 박형근은 &ldquo;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과 마음을 공유하는 일이야말로 예술재능나눔의 진정한 의미&rdquo;라 소회를 밝혔다. 사업에 직접 참여한 작가가 아니고서야 공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lsquo;스페이스 캔&rsquo;의 임경민 큐레이터는 캔 파운데이션의 다양한 사업이 공공기관과 연계해서 이루어지면 훨씬 폭넓고 다양하게 사회에 기여하고 동시에 예술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작가지원의 진정성과 미술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실천적으로 수행하는 캔 파운데이션의 이런 알찬 행보에 만발한 벚꽃 때문일까, 마음이 풍성해짐을 느낀다.

사진제공_캔 파운데이션

필자사진_박순영 필자소개
박순영은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대학원에서 미학과를 졸업하였다. 선화랑, 노화랑, 노암갤러리, 토탈미술관 등에서 근무하였고, 2010년부터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로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 기획&middot;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액체문명》,《Roots of Relations》, 《RESIDENCY,NOW》, 《After the Pictorial turn》등의 전시를 기획&middot;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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