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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부터 20일까지 요코하마에서는 IETM 요코하마 위성회의와 요코하마공연예술회의(TPAM in Yokohama, 이하 TPAMiY) 행사가 열렸다.
IETM은 유럽을 거점으로 확대되어온 현대공연예술네트워크로, 연례 총회 외에도 각 지역을 순회하는 위성회의를 개최하고 있는데, 아시아지역에서는 싱가포르(2005), 베이징/상하이(2006), 서울(2007), 도쿄(2008)에 이어 올해 요코하마에서 위성회의를 열었다.
요코하마공연예술회의는 작년까지 매년 3월 도쿄에서 열리던 동경예술견본시(Tokyo Performing Arts Market in Tokyo, TPAM)가 개최지와 시기는 물론, 공연작품을 팔고 사는 견본시(market)에서 의견과 정보를 교류하는 회의(meeting)로 성격을 바꾸어 열린 행사이다. 아시아지역 아트마켓이 점차 견본시의 성격에서 네트워크나 국제회의의 성격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경향본지 85호 ‘싱가포르 공연예술견본시 트렌드 읽기’ 참조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설립(1995)된 공연예술마켓에도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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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예술견본시,
요코하마로 둥지 옮기고 ‘미팅’으로 성격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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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개관한 가나가와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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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쇼케이스 <유압진동기> |
요코하마는 도쿄에서 전철로 30분밖에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한 일본의 대표적인 개항도시 중 하나다. 2006년 요코하마 창조도시(Creativecity Yokohama) 프로젝트 런칭 이후 수많은 한국의 문화예술 관계자, 지역의 기획자들의 답사코스에도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창조도시본지 56호 창의적인 지역문화 개발사례 견학’ 참조로, 기존의 시설들 외에 올초 개관한 가나가와예술극장(KAnagawa Arts Theater, KAAT)이 이번 TPAMiY의 주 행사장 중 하나로 활용되며 창조도시 내 공연예술의 허브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더아프로, ‘2011년 문화예술도시로 주목받는 요코하마’ 참조.
행사의 프로그램은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공연예술기획자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컨템포러리적 존재론, 젊은 제작자의 커리어패스, 모빌리티 펀드, 공연 라이브스트리밍의 가능성 등-에 대한 토론과 세미나가 가장 중심이 되었고, 일본의 가장 핫한 컨템퍼러리 공연으로 구성된 쇼케이스인 TPAM 디렉션과 <유압진동기>(정금형)를 비롯한 해외쇼케이스 그리고 부스전시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외에도 개별 공연단체나 요코하마 내 예술공간이 주최한 공연이나 파티, 연계행사 등도 다양하게 포진했다.
“일본 공연예술 관계자들이 이토록 열정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라고 디렉터 마루오카 히로미가 밝힐 만큼, 일본 공연예술계의 최신 이슈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본고에서는 국제교류에 있어서도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일본 공연예술계의 최신 이슈들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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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연예술계 핫이슈 ‘극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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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카운실 토론회
@요코하마창조도시센터 |
일본 공연예술계에서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는 ‘극장법’이다더아프로, ‘일본 문화예술계에 파문을 일으킨 극장법의 행방'; 참조. 현재 일본 전역에는 2천여 개에 육박하는 공공문화시설이 존재한다. 이들 극장들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거나, 지자체 출연 문화재단, 혹은 지정관리자로 선정된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운영주체의 전문성 편차로 인해, 문화예술의 창작과 발신이라는 극장의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극장이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공공지원이 필요하며, 그 지원의 근거로 현 내각에 문화관방으로 참여하고 있는 연극연출가 히라타 오리자가 발의한 것이 ‘극장법’이다. 법안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으나, 이미 정부 지원금이 극장으로 몰리는 경향이라고 사회를 맡은 마츠이 겐타로(후지미시키라리예술극장 관장)는 설명했다. 공연예술 지원을 위한 기반법이 만들어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기는 분위기였으나, 지역에서 공연기획/제작에 종사하는 패널들은 법의 세부적인 내용과 실행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극장법과 관련한 우려는 크게 네 가지로, 극장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극장의 요건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법안에서는 극장이 예술감독을 비롯한 예술경영(기획/제작) 전문가를 두어야 하고, 극장에서 작품을 만들 전속단체가 있어야 하고, 창작뿐 아니라 지역에서의 교육 및 예술 보급에도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우선은,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예술감독’이라는 직책에 대한 일본 극장 간의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의 공공극장에는 관장만 존재하거나, 본인의 작품을 속해있는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연출가형 예술감독, 인사권/예산권 없이 프로그래밍에만 관여하는 예술감독, 인사권/예산권까지 갖는 예술감독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는데, 법안에서 지칭하는 예술감독의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정리하는 것이 일본의 공공극장에 적절한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두 번째로, 민간극단이나 공연단체들이 자체적인 공적 재원조달이 어려워지게 되면서, 극장에 속해야만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게 되면 극장과 창작 현장 간의 관계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극장이라는 정의에 들어맞지 않는 공공의 예술공간들이 ‘극장법’이 대상이 되지 못해 새로운 실험이나 다원적인 예술작업이 소개될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간 일본 국내의 공연예술 유통이 민간 감상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공공극장 간의 실질적인 네트워크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패널들은 각 극장에서 만들어지거나 예산을 들여 초청하는 국내외 공연, 국제협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공동제작 등이 해당 지역 이외의 곳으로 파급되기 위해서라도 공공극장 간 네트워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인식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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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츠카운실 신설 앞두고 논의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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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AM 디렉션 공연 <반입 프로젝트> |
두 번째 이슈는 ‘아츠 카운실’의 설립이다. 현재 일본에는 영문명칭을 Japan Arts Council이라고 쓰는 일본예술문화진흥회가 있으나, 전통예능을 주로 소개하는 공연장 운영과 지원금 배분에만 주력하면서, 기금의 확충이나 공정한 지원심의 및 평가환류에 대한 현장의 불만이 이어져왔고, 이에 따라, 문화예술 기금을 확충하고, 적정하게 관리하며, 공정한 심사와 평가 및 환류를 담당할 조직으로서 아츠카운실의 신설이 거의 합의된 상황이다. 이날 토론에서는 아츠카운실을 담당할 주체, 심의위원, 사무국 등을 어떤 인력으로 꾸려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해 각국의 의견, 상황 등을 들어가며 논의가 이루어졌다.
포맷과 행사장을 바꿔 새롭게 열린 TPAMiY는 개항시대의 은행, 공장, 창고 등을 활용한 흥미로운 공간들과 논의 중심의 프로그램 구성, 국제교류에 포커스를 맞춘 공연 구성으로 일단은 좋은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TPAMiY가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였던 개항도시 요코하마에서 일본, 혹은 아시아의 문화예술을 발신하고 교류하는 유의미한 플랫폼으로 안착할지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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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주영은 2006년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교류팀으로 입사, 2009년부터는 기획지원부에서 웹진 기획편집과 예술경영 직무매뉴얼 등을 담당하고 있다.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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