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동안 15명의 관객만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수상한 공연장, 마이크로 티에트로는 마드리드에서 가장 역동적인 중심가에 위치한 극장으로, 극장의 이름은 '돈을 벌기 위한 초미니 극장'(Micro Theater for money)이라는 솔직하고 노골적인 뜻을 가진다.

“마이크로 티에트로 포르 디네로(Microteatro por dinero)에는 걷어올릴 무대 커튼이 없고, 당신의 자리를 안내할 어셔도 없다. 아마도 객석이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곳은 예전 정육점을 개조하여 만들어졌다. 지하에 있는 작은 방들에서는 각기 다른 공연들이 15분 이내로 벌어지며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도 15명으로 제한된다. 이곳은 마드리드에서 가장 모험적이고 대안적인 극장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문화예술 트렌드를 소개하는 무료월간지 ‘에스마드리드 매거진’(esMADRID Magazine)은 “현재 마드리드에서 가장 핫한 극장”으로서 마이크로 티에트로 포르 디네로(Microteatro por dinero, 이하 마이크로 티에트로)를 위와 같이 소개한다.

15분 동안 15명의 관객만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수상한 공연장, 마이크로 티에트로는 고급 호텔, 레스토랑, 부티크 등이 즐비한, 마드리드에서 가장 역동적인 중심가에 위치한 극장으로, 극장의 이름은 ‘돈을 벌기 위한 초미니 극장’(Micro Theater for money)이라는 솔직하고 노골적인 뜻을 가진다.

골라보고, 다시 보고, 돌려보고… 선택은 관객의 특권

극장의 1층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바(Bar)로 운영되지만, 지하로 내려가면 복도로 연결된 5개의 작은 방이 있다. 이 방안에서 공연되는 작품은 ‘15분’ 이내의 마이크로 플레이(Micro-play). 비록 짧디짧은 시간이지만, 공연을 통해 재미와 감동과 교훈을 얻고자 방안에 들어서는 ‘15명 이내’의 관객들에 화답하기 위해 예술가들이 고민하고 발전시켜온 공연 형식이다.

예술감독 미구엘 알칸투드
예술감독 미구엘 알칸투드

예술감독인 미구엘 알칸투드(Miguel Alcantud)에 따르면, 이러한 마이크로 극장을 생각해내게 된 계기는 2009년 창녀촌에서의 공연이었다고 한다. 창녀촌 안의 방들은 침대와 세면대만이 존재하는 세 평도 채 되지 않는 크기인데, 정부에 의해 영업이 중지된 창녀촌의 13개의 방에서 연출가, 작가, 배우 등 50명이 참여하여 10일간 동시에 공연을 올렸고, 이 프로젝트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의 공연은 ‘돈을 위해’(For Money, 현재 극장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한다)’라는 테마 아래 돈 때문에 벌어지는 매춘만을 소재로 다뤘다고. 이때의 공연을 계기로 미구엘은 작은 공연들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을 꿈꾸게 되었고, 투자자 21명의 도움을 얻어 일 년간의 준비 끝에 현재의 독립적인 상업극장을 열었다고 한다.

마이크로 티에트로의 다섯 칸의 방에서는 다섯 편의 작품들이 하루에 무려 6회씩 공연된다. 관객들은 6회에 걸쳐 다른 공연을 선택하고 관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극장을 찾은 관객이 한 극장 안에서 본인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를 수 있고, 정해진 시간이 아닌 본인이 원하는 시간 언제든 극장을 찾아 공연을 볼 수 있다. 만약 원하는 시간의 공연이 매진이라면 ‘15분’만 기다리면 된다.

월별 주제에 맞춘 단칸방 실험

월간 공연안내 전단 극장제공

월간 공연안내 전단
극장제공



극장 1층 바 극장제공

극장 1층 바
극장제공

마이크로 티에트로에서 공연되는 작품들은 매달 일정한 주제를 갖는데, 예를 들어 2011년 1월은 죽음, 2월은 섹스, 3월은 사랑이다. 참가 작품들은 자유신청을 통해 선정되는데 15분간 15명의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배우, 연출가, 극단, 일반인 등 자격에 상관없이 홈페이지를 통해 상시적으로 공연을 신청할 수 있고, 극장측이 월별 주제에 맞는 다섯 작품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공연 수익의 80%는 극단이, 20%는 극장이 갖는 분배 방식이라고 하니, 평균 입장료가 4유로한화 6,200원 상당에 불과하지만, 일주일에 4일간 매일 6회 공연으로 계산해보면, 극장과 공연자, 양측에 나쁘지 않은 수익을 남기는 셈이다.

필자는 이 극장을 방문하여 두 개의 공연을 보았다. 첫 공연은 천장이 삼각형 모양인 계단 아랫방에서 이루어진, 스페인 전통음식인 ‘하몽’을 소재로 한 2인극이었다. 두 번째 공연에서는 여주인공이 나눠주는 작은 포도를 입안에 문 채 15분의 공연을 관람해야 했다. 화려한 무대장치나 조명, 음악 등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무대였고 작은 규모의 작품들이었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고, 형식 또한 그 공간에서만 가능한 실험적 성격이 강했다. 배우와의 거리가 채 1미터가 되지 않는 자리에서 배우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까지 보게 되니, 관객들은 더욱 집중하고 진지하게 공연에 몰입하게 된다. 이 공간에서 관객은 극 밖의 관람자가 아닌, 극 안에서 배우와 함께 호흡하는 주인공으로 변신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러한 경험은 공연이 이루어지는 그 작은 방을 아주 특별한 느낌으로 변화시킨다.

공연 후, 공연과 공연 사이, 관객들이 모이는 1층의 바는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을 위한 대기장소로 활용된다. 하지만, 반대로 친목이나 만남, 여가를 위해 바를 찾는 시민들에게는 모임의 중간이라도 잠깐 공연 한편을 볼 수 있는 선택지가 제공되는 셈이다. 공연장이 오로지 ‘공연관람’만이 목적이 아닌, 일상의 편안한 공간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공연 관람은 학습을 통해 형성되는 습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공간에 투자하는 15분이라는 시간은 어렵지 않게 공연관객이 되는 습관을 만들어줄 수 있는 좋은 장치일지도 모르겠다.


관련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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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서해 필자소개
지서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예술경영과 석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거문고팩토리 기획팀,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기획팀을 거쳐 현재 국립국악원에서 공연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island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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