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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1일, 세계 유명 미술관의 작품들을 인터넷으로 감상할 수 있는 ‘구글 아트 프로젝트’(Google Art Project)가 공개됐다. 인터넷을 통한 일상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IT 기업 구글이 예술 영역에서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지 기대를 증폭시켰던 구글 아트 프로젝트는 세계 언론과 블로거들로부터 예술 감상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글은 아트 인포(Art Info)를 비롯한 구글 아트 프로젝트 관련 웹사이트, 기사, 보고서를 참고했으며, 인용한 자료들은 아래에 별도로 밝혀 두었다.
구글 아트 프로젝트는 세계 전역 유명 미술관의 소장품을 인터넷으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1천61점의 그림, 486명의 화가, 385개 갤러리룸을 구글 아트 프로젝트 웹사이트에서 기가픽셀 해상도로 정밀하게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 런던의 테이트(Tate)를 비롯해 아래와 같이 17개 미술관이 참여하고 있다.
최상의 퀄리티를 보장하는 온라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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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아트 프로젝트 메인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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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단순하게 미술관과 작품, 두 가지를 선택하게 되어 있다. 미술관을 선택할 경우, 구글 지도와 스트리트 뷰로 연결되어 있어 미술관이 위치한 도시를 직접 방문하는 것처럼 거리에서 미술관 입구로, 입구에서 전시홀로 이동하는 가상 체험이 가능하다. 전시장 평면도(floor plan)에서 다른 구역을 클릭하면 그곳으로 이동하는 공간 점핑도 가능하다. 360도로 시선 방향을 선택할 수 있으며, 줌인과 줌아웃 기능으로 작품을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한 작품당, 4시간에서 8시간을 들여 섬세하게 촬영했다는 구글 프로젝트 담당자의 인터뷰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고화질 캡처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어 디테일한 붓의 터치감과 캔버스의 질감까지 느낄 수 있다. 웹사이트에서 상세한 작품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클릭 한 번으로 학술 검색, 문서 검색, 유튜브 등으로 연결할 수 있어 무한한 지식의 확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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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최상의 관람환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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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이 필라델피아에 남긴 벽화
레드불 스트리트 아트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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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아트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장점은 방 안에 앉아서 세계의 유명한 미술 작품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을 보기 위해 세계 다른 도시로 여행하는 것은 시간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일상적으로 누리기 힘든 사치일 수 있다.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컴퓨터, 스마트폰과 같은 단말기만 있으면, 문화소외계층이나, 장애인, 오지에 있어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언제든지 보고 싶은 미술관을 갈 수 있다. 물론,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는 가상체험은 실제로 그 장소에 가서 작품을 보는 경험을 대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우리의 상상력에 따라, 예술감상 모델이 디지털 시대에 여러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경기장에서 야구 경기를 보는 것과 달리, 스포츠 중계에서 다른 각도에서, 다른 방식으로 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예를 들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유명 미술관들은 자주 다른 사람들로 인해 감상을 방해받기 마련이다. 구글 아트 프로젝트는 원하는 시간만큼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여러 번 무료로 재방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술을 가상공간에서 다른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시도한 아트 프로젝트는 구글이 처음은 아니다. 에너지 드링크로 유명한 레드불(Red Bull)이 브라질 광고회사 로두카(Roducca)와 협력해 만든 ‘레드불 스트리트 아트 뷰’(Red Bull Street Art View)를 이용하면, 세계 여러 도시의 거리벽화와 그래피티를 감상할 수 있다. 구글 스트리트 뷰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에 뱅크시(Banksy), 키스 해링(Keith Haring) 등 예술가들이 남긴 흔적을 거리를 따라 걸으면서 보는 듯한 현실감을 높였다. 애플사는 퀵타임을 통해 세계의 유명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 ‘가상 박물관 프로젝트(Virtual Architecture Project)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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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도 및 큐레이터십의 훼손과 저작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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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부분을 확대해 볼 수 있다.
고흐 <별 헤는 밤>(부분)
구글 아트 프로젝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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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내부를 360도로 체험할 수 있다
구글 아트 프로젝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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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일반인의 예술에 대한 접근성과 감상방식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는 IT기업들의 의도(democratic sentiment)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실현방식의 문제점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영국의 미술비평가, 필립 매건(Philip Maughan)은 테이트에서 열렸던 구글 아트 프로젝트 런칭 파티에 참석한 후, 구글이 큰 장점으로 홍보하는 클로즈업 기술 때문에, 디지털 투어리스트들이 화가가 그린 작품, 즉,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감상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디지털 예술감상에서 큐레이터십(curatorship)이 훼손당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전문 큐레이터가 고심 끝에 배치한 미술관의 동선을 무시하고, 소위 ‘알려진 작품’만을 보기 위해 공간을 점핑하는 기능은 미술관과 예술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 침해와 보호에 관한 이슈도 피해갈 수 없었다. 구글은 화가가 고인이 된 지 수십 년이 지나 저작권법에 위배되지 않는 작품만을 공개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관람객들이 이미지를 재창작 또는, 재이용하는 것도 가능할까?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저작권을 연구하는 케네스 크루(Kenneth Crews) 박사는 이미지를 이용해 새로운 작품이나 상품을 만드는 것은 다른 차원의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스트리트 뷰 이미지에 대한 권리와 작품/갤러리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각각 구글과 해당 미술관에 있으며, 국제법으로 보호받고 있음을 구글 아트 프로젝트 FAQ 페이지에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지의 재사용 유무는 전적으로 전 세계에서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개인의 양심에 달려있다. 케네스 박사는 전통적인 개념의 지적 재산권과 소유권을 보호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있어 예술 감상과 창작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동시대에 적합한 저작권법의 국제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지털: 인류문화유산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
세계가 구글 아트 프로젝트를 주목하는 이유는 인터넷이 가진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동시대 기술의 진보와 혁신을 이용하고, 평가할 때, 어떻게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것인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인문주의적 발상이 숨어 있다. 구글 북스, 구글 아트 프로젝트, 구글 라이브러리 등 무형의 문화를 디지털화하는 일련의 프로젝트들은 원작이 가진 아우라(aura)를 인터넷 환경에서 재현할 수 없는 한계를 분명히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기술을 이용해 인류의 문화유산을 확장되고, 전달하려는 시도는 글자와 지식을 확장시켰던 인쇄술의 혁명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문화예술인들이 구글 아트 프로젝트의 미덕과 한계를 모두 검토해야 하는 이유이다.
참고 웹사이트
아트인포
구글 아트 프로젝트
구글 아트 프로젝트 유튜브
가상 박물관 프로젝트
레드불 스트리트 아트 뷰
참고 문헌
Google Art Project Press Release
[Varsity], 2011년 3월 5일자, “Google Art Project”, Philip Maughan
Columbia University Copyright Advisory Office, 2011년 2월 11일자, “Google Art Project: Copyright and Beauty”, Kenneth Cr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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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민경은 현재 공연예술 기반의 독립기획자로 활동 중이며, 이주 예술가들과 함께 동시대의 ‘도시’와 ‘인간’의 관계를 탐색하는 아시아공동창작 작업, (가제)을 서울, 홍콩, 마카오, 타이베이에서 진행하고 있다. 영국 워릭대학교와 암스테르담대학교에서 에라스무스 문더스 공연예술국제교류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이전에는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예술경영지원센터,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 일했다. weeminmin@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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