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재생을 위한 예술가와 기업, 산업단지가 능동태로 만나기 위해서는 무조건 '빨리'가 아닌 '왜' '어떻게'에 대한 만남의 배경을 상기해야 하며 이를 통해 우리 식의 성공 사례가 도출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7일,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위치한 금천예술공장의 주최로 ‘예술의 실험
:예술가, 기업 그리고 산업단지’라는 국제심포지엄이 진행되었다. 금천예술공장은 서울시의 컬쳐노믹스 정책에 따른 도심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글로컬(global+local
)을 지향하는 국제창작공간이다. 2009년 10월에 개관해 2010년부터 창작공간이 위치한 디지털산업단지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테크놀로지 기반 창작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으로 ‘다빈치아이디어 공모’를 통한 작품창작과 전시개최를 시행하며, 동시에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국제심포지엄은 예술창작활동을 중심으로 영역 간 교류 및 협업으로 진행된 국내외 프로젝트 사례와 이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심포지엄 1부에서는 지역의 유휴공간 활용을 통한 ‘문화주도 지역재생’(culture-led regeneeration)에 대한 사례와 성과(탐 바럽 크레이티브 커뮤니티 빌더스 대표)가 소개된 데 이어, 산업단지 구축의 변모 속에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특성과 예술창작공간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산업단지 지역의 낯선 존재: 예술창작공간’(김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실 연구위원)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예술가와 기업의 협업을 지원하는 아트이코노미(Arteconomy)의 사례 분석으로 ‘성장과 혁신, 예술을 촉진하는 획기적 정신’(줄리 반덴브루케 아트이코노미 대표)이 소개되었다. 2부에서는 앞서 언급한 금천예술공장의 ‘테크놀로지 기반 창작지원프로그램’에 대한 소개와 전망(김희영 금천예술공장 매니저)에 이어 테크놀로지를 통한 예술의 실험에 대해 일본의 미디어그룹인 팀랩(TEAMLAB)의 프로젝트(이노코 토시유키 팀랩 대표)가 소개되었다.심포지엄 자료집 보기


예술의 실험, 때론 의도적인 만남도 필요

이번 국제심포지업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지역 창작공간의 예술활동 분석과 전망이며, 둘째는 예술과 산업, 예술과 기술이라는 타 장르, 타 분야와의 만남에서 나타나는 예술적 실험에 대한 검토이다. 먼저 탐 바럽이 발표한 문화주도 지역재생 프로젝트 사례는, 이미 국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는데, 지역의 문화활성화를 비롯해 지역의 랜드마크도 만들어 관광산업에까지 그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국 런던의 사우스 뱅크와 뉴캐슬의 세이지 음악당 등이 있겠지만 발표자는 새로운 사례로서 헬싱키의 케이블 팩토리와 미국 매사추세츠 현대미술관 등을 소개했다. 그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수평적 사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사회적 자본 및 집단효능이 창출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 및 지역 공동체의 양적, 질적인 발전을 도모할 뿐 아니라 지역재생의 주도적인 역할에까지 이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예술과 지역의 만남은 ‘어떻게’와 ‘왜’ 만나느냐의 질문이 늘 따른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기업과의 만남, 타 장르와의 만남에서도 유효하다. 또한 여기서 상기해야 할 것은 성공적인 문화주도 지역재생 프로젝트는 언제나 긴 시간을 인내하며 투쟁해 쌓아온 결과라는 점이다.

예술과 기업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아트이코노미는 어떠한 효과, 효능보다 ‘과정’을 중시하며, 이를 통한 상호간의 협력으로 혁신을 이룰 수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아트이코노미의 역할이다. 예술과 기업의 협력 프로젝트에서 양자의 역할은 단순한 파트너를 넘어 ‘창조적 활동’이라는 점을 발표자는 강조한다. 이 프로젝트에서의 아트이코노미는 중개자, 조언자, 진행과정의 상담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기술과 예술의 성공적인 만남으로 제시되는 일본의 팀랩의 경우도 유사하다. 주식회사의 형태를 띠는 팀랩의 예술적 실험은 짧지 않은 시간에 걸쳐 시도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혁신적인 시도는 디지털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영역 간의 경계 없음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집단을 통해 이루어진다. 프로그래머, 로봇엔지니어, 수학자, 건축가, 웹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이너, 편집자 등으로 구성된 팀랩은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전문성의 경계를 뛰어넘어 ‘하나의 팀’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그리고 보다 주목할 것은 작품을 완성해 가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그 발견을 소중히 여기며 다시 작품에 활용할 수 있는 지를 염두에 둔다는 점이다.


<항상 당신을 바라보며>(팀랩) <검무와 그림자 놀이>(팀랩)
<항상 당신을 바라보며>(팀랩) <검무와 그림자 놀이>(팀랩)

이번 심포지엄은 흥미롭고 풍부한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고 이는 결국 예술가와 기업, 그리고 산업단지가 &lsquo;어떻게 만나느냐&rsquo;라는 것에 다다른다. 이 만남은 때론 의도적일 수 있으나 100% 의도에만 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lsquo;창조적 실험&rsquo;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예술이라는 창조적 위력은 과거 천재의 산물에서 나아가 사회적 생산물로의 진보를 향하고 있으며, 여기서 기대할 수 있는 여러 실패를 통한 혁신으로 말미암아 &lsquo;양질의 변화&rsquo;로 언급되는 혁명을 이룰 수가 있다. 다만 예술의 새로운 지형 변화를 예고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이 지형에 익숙해지기 위한 심적 여유를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재생을 위한 예술가와 기업, 산업단지가 능동태로 만나기 위해서는 무조건 &lsquo;빨리&rsquo;가 아닌 &lsquo;왜&rsquo;&lsquo;어떻게&rsquo;에 대한 만남의 배경을 상기해야 하며 이를 통해 우리 식의 성공 사례가 도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창희 필자소개
최창희는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를 졸업, 미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영은미술관 큐레이터와 독립큐레이터로 다년간 활동하였으며, 이후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국고지원 시각예술분야 평가사업과 미술시장실태조사 사업을 담당하였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과 덕성여대 등에 출강하고 있으며, 미술비평과 현장비평 등 자유로이 활동하고 있다. mediaaur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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