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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던 탈도 많고 공공미술이 다시 새롭게 정비되었다. 1972년 8월 문화예술진흥법 제정시 건축비 1%의 권장사항에서 1995년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동법에서 의무사항으로 개정되었다가, 비로소 금년 5월 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 의해 기존 ‘건축물 미술장식제도’에서 선택적 기금제를 도입, 지난 11월 26일부터 시행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30일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는 ‘지역발전과 도시문화환경 향상을 위한 공공미술의 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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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설치, 오히려 역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가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심포지엄은 기존 공공미술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인 도시계획’ 혹은 일상에서의 공공미술이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다시 말해 개념적 논의라기보다는 공공미술의 유용성과 구체적 가능성에 대한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장이었다. 이것은 공공미술의 막연한 장소성을 논의하기 보다는 혁신도시라는 특수한 공간 안에서 공공미술의 역할을 도시계획, 조경, 미술기획의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였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국내외 기존사례, 정책변화, 큐레이팅, 도시개발 등 다양한 연구발표가 이루어지면서 모두가 공감한 부분은 바로 공공미술을 기존 시설이나 도시환경에 추가로 덧대어 지는 장식물이 아닌 도시 공간 및 문화 환경의 형성에 있어 처음 단계부터 함께 기획되어야 하는 요소로 정의하였다는 점이다.
추가 장식의 차원에 머무르는 공공미술은 곧 장소성의 부재로 이어지고, 무분별한 공공미술작품의 설치는 오히려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을 방해하며, 지역경제의 측면에서도 가치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로 활용되지 못한다. 선택적 기금제는 개별 건축주가 개별 부지에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미술작품을 설치하는 것이 아닌 보다 공공성이 강한 열린 공간에 해당지역의 수용자와 보다 친밀하고 지속적인 연계가 가능한 작품을 설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공공미술은 도시개발의 차원에서 랜드마크의 역할을 하여 가치 있는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고 보다 안정된 재원조성의 여건 안에서 다양한 공공미술 프로그램과 작품이 선보여 지역문화수준 및 교육환경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발표자들은 스페인의 빌바오, 미국 시카고의 밀레니엄파크와 뉴욕의 배터리파크, 영국의 게이츠해드, 일본 동경의 마루노우치 등의 사례를 통해 기금제와 같은 시스템을 활용한 공공미술의 가능성을 혁신도시 개발과 함께 진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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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공미술인가
김도년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와 공공미술’이라는 주제 하에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이하 상암DMC)의 사례를 다루었다. 신도시 개발과 연계된 공공미술로써 상암DMC는 드물게 발견되는 국내 사례이다. 그는 공공미술과 도시장소의 결합을 하나의 큐레이팅으로 접근하면서 도시를 완성해 나아가야 하는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지닌 듯하다. 그리고 여기서 입주기업과 지역주민 그리고 공공부문의 소통과 협력여부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데 지역주민을 관람객(audience)의 이 아닌 고객(client)으로 칭한 점이 흥미롭다. 또한 그는 적절한 항목을 갖춘 평가방안이 곧 학습효과와 과정을 중시하는 유지관리의 측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하였다.
두 번째 발표자인 김성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제2회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 감독을 역임하였다.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는 새롭게 형성되는 도시에 일조하는 형식이 아닌 기존의 인프라에 덧대어지는 형식을 지닌 사례이다. 김성원 교수가 당시 진행하는데 있어서도 이 문제는 가장 민감하게 다루어졌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기획에 있어서 공공미술이 공간을 재해석하고 새롭게 하는 측면에 집중했다기 보다는 작품이 설치 가능한 장소에서만 구현될 수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공공미술작품이 영구적으로 설치되려면 장소발굴의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가 차별되는 점은 현대미술이라는 특정 장르와 공공장소라는 주제를 통해 예술과 사람과 소통이 가능할 수 있음을 제시한 것이다. 안양시, 평촌 지역이 또 다른 정체성을 구축하는데 있어 공공미술 그것도 현대미술을 채택할 수 있었던 것은 이에 상응하는 지원과 현대미술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였음을 의미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라도삼 연구위원은 ‘문화환경과 혁신도시’라는 주제를 통해 이 두 개념 간에 간극을 연결하려 하였다. 특히 기존도시에서는 조금은 힘들지 몰라도 혁신도시로의 이주에 있어서 문화환경의 요소가 키워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로 느껴지지만 ‘정주성’에 대한 문제도 지적하였다. 이와 같은 논리는 공공미술이 정주성을 높이는데 어느 정도 기여한다는 논리를 성립시킨다. 공공미술의 예술성만으로 정주성과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없다. 사실상 정주성은 도시형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발표자는 정주성을 높이는 주요 원인을 교육여건을 다루었는데 이것은 공공미술을 단독으로 운영 관리하는 것 보다 도시의 주요 이슈와 연관하여 개념을 개발시키는 것 또한 중요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조경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사례를 중심으로 도시계획과 연계한 공공미술에 대한 추진방안을 제시하였다. 여러 해외사례를 장소성과 시각적 측면뿐만이 아닌 설치 이후 활용 프로그램 방안까지 제시하면서 기술 및 방법적 측면에서 공공미술이 혁신도시와 어떻게 결합 가능한지, 중장기 및 단기적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특히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인 나주시의 지역성을 고려한 공공미술 전략을 선보여, 기금제가 어떻게 활성화 될 수 있을지, 나아가 다른 혁신도시의 모델사례로 어떻게 자리매김 될 수 있을지 제안하였다.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연계로
정리하자면 이번 심포지엄은 다양한 분야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발전과 도시문화환경 향상을 위한 공공미술의 전략을 다루었다는 점, 그리고 단기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모델 사례를 제시하였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소통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공공미술이 지금 한창 진행 중인 혁신도시 형성의 맥락에서만 언급되었다는 점이다. 아직 초기단계이기는 하지만 기금제가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공공미술에 대해서도 개선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공공미술은 설치완료와 함께 종지부가 찍히는 사회적, 도시적, 혹은 문화적 이슈에 대해 결론을 제시하는 단순 해결책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공미술은 일시적 이벤트도 아니다. 주민참여를 유도하는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발과 외부인을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행사와 연계된 기획전시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미술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시대상황과 수용자의 의식변화 속에서 계속해서 진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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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이슬기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인문대학원 미술사학과를 거쳐 뉴욕대학 대학원 시각미술행정학과 석사취득, 현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미술경영협동과정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홍익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뉴욕시 문화부 퍼센트 프로그램의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다수의 국내외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아트레이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였고
『리더는 디자인을 말한다』(권영걸 공저)를 집필하였다. gaelsl@s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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