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트미술관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혁신적인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시, 프로그램, 컬렉션에서 심지어 조직문화에 이르기까지 테이트미술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이러한 미션을 성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기에 큐레이터들은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열린 결말을 지향하며, 때로는 객원 큐레이터들을 위한 조력자 역할도 기꺼이 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주한영국문화원의 공동주최로 한-영 국제워크숍 ‘아트토크’가 지난 2월 14일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열렸다. 워크숍에서는 마크 샌즈(Marc Sands) 테이트미술관 부관장, 이숙경 테이트리버풀 큐레이터, 톰 트레버(Tom Trevor) 아르놀피니미술관 관장이 영국 측 강연자로, 강승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건립운영팀장, 함성민 네이버 공연예술DB팀 부장, 김희영 금천예술공장 총괄매니저가 한국 측 강연자로 나와, 미술과 관객의 새로운 접점과 소통방식을 찾기 위한 사례를 공유하였다.

의미를 이끄는 과정에 주목
의미를 이끄는 과정에 주목

▲▲마크 샌즈 부관장
▲이숙경 큐레이터

또 하나의 전시 공간, 테이트온라인

매해 7백만 명이 방문하는 테이트미술관에서 미디어/관객 부문을 총괄하는 마크 샌즈 부관장은 ‘미술관과 관객의 관계 맺기’라는 주제로, 온라인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였다. 마크 샌즈 부관장은 컨템퍼러리아트와 관람객 사이에서 온라인은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닌 메인스트림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테이트미술관의 웹사이트인 테이트온라인은 4개의 오프라인 전시장(테이트브리튼, 테이트리버풀, 테이트세인트아이브, 테이트모던)에 대한 안내자료인 동시에 그 자체가 하나의 전시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테이트미술관은 2006년 미디어 전담부서를 신설하였다. 또한 테이트미술관이 구글의 온라인미술관인 구글아트프로젝트 본지 118호 기사 ‘구글아트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보기에 가장 먼저 참여하였고, 런칭을 앞두고 있는 테이트미술관의 개편 웹사이트는 소장품 7만 2천여 점의 온라인 검색기능과 관람객과 소통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며 온라인을 통한 관객과의 관계 맺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테이트미술관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이숙경 테이트리버풀 큐레이터는 ‘통합적 전시’를 주제로, “공공의 지식을 늘리고, 컬렉션과 함께 내부뿐만 아니라 미술관의 영역을 훨씬 뛰어넘는 고무적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미술, 현대미술과 동시대미술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증진시키는 것이 테이트미술관의 미션”이라고 소개했다. 테이트미술관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혁신적인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시, 프로그램, 컬렉션에서 심지어 조직문화에 이르기까지 테이트미술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이러한 미션을 성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큐레이터들은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열린 결말을 지향하며, 때로는 객원 큐레이터들을 위한 조력자 역할도 기꺼이 한다. 관객의 참여 역시 일방적이거나 미술관이 제시하는 방향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다층적이며 상호작용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테이트가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은 ‘미술이 미술관의 중심’이라는 원칙이라고 이숙경 큐레이터는 덧붙였다.

창조적 영감을 제공하는 인터넷 콘텐츠 모색

강승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건립운영팀장은 새롭게 조성될 국립서울미술관의 공간 운영 방향을 소개하면서 서울관은 ‘무형의 미술관’ ‘군도형 미술관’ ‘열린 미술관’을 지향하며, 주변의 도시적 맥락과의 연계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서울관은 관람객 스스로 원하는 동선을 구성하고 전시공간 역시 콘텐츠에 따라 수직·수평으로 재구성되는 가변적 공간으로, 관람객 편의를 위한 다양한 부대시설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디지털과 미술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함성민 네이버 공연예술DB팀 부장은 방송과 연예뉴스 중심의 인터넷 콘텐츠에서 벗어나 창조적 영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모색하다 미술 관련 콘텐츠를 떠올리게 되었다면서, 네이버의 미술검색서비스, 로고아트프로젝트와 뮤지엄뷰 서비스를 소개했다. 미술검색서비스는 프랑스박물관연합, 국내 주요박물관, 미술관, 갤러리와 제휴하여 작가명, 사조, 박물관/미술관명 등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국내외 유명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아트갤러리 서비스로, 2011년 초 시작된 구글아트프로젝트를 앞선다고 함성민 부장은 말했다. 로고아트프로젝트는 우리나라 근현대 주요미술작가의 탄생일을 네이버 스페셜로고를 통해 기념하며, 현존하는 작가들과 협업하여 네이버 로고아트를 제작하는 프로젝트이다. 뮤지엄뷰 서비스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전시실을 걸어가면서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처럼 볼 수 있도록 한 전시체험서비스로 앞으로 서비스가 확대될 예정이다.



행사장 모습 톰 트레버 관장 행사장 모습 톰 트레버 관장
행사장 모습 톰 트레버 관장

‘독백’이 아닌 ‘대화’

항구도시 브리스톨에 위치한 아르놀피니미술관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예술 플랫폼을 지향하며 관계맺음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톰 트레버 관장은 '관계 맺기의 원칙'이라는 주제를 통해, 50년 전의 미술관이 예술가들의 ‘독백’을 제공하는 공간이었다면 현대미술에서의 중요한 화두는 ‘대화’라며 아르놀피니미술관은 다양한 상황과 맥락 안에서 미술을 제시하고 해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르놀피니미술관의 이러한 성격을 보여주는 사례로 항구도시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착안하여 주민들이 직접 씨앗을 키우는 ‘포트시티’(Port City: On Mobility&Exchange), 전시장을 백화점으로 바꿔 관람객이 생산과 소비를 체험하게 하는 ‘파웨스트프로젝트’(Far West Project) 등을 소개했다.

끝으로 김희영 금천예술공장 총괄매니저는 ‘커뮤니티아트를 통한 지역 활성화’라는 주제로, 금천예술공장의 커뮤니티아트 프로그램을 세 단계로 구분해 서구의 선례를 반영한 프로그램, 초기 설계목표가 지역에 맞춰 수정된 프로그램, 지역과 지역단체의 요구로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소개하였다. 또한 프로젝트의 성공담과 시행착오를 통해 커뮤니티아트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름하는 요소로 예술가의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와 경험, 지역주민의 관심과 참여, 지역기반 사업주체의 적극적인 의지를 꼽았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온라인 매체, 통합적 기획, 커뮤니티 기반 프로그램 등의 관점에서 한국와 영국의 ‘미술과 관객의 소통’ 사례를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테이트미술관과 아르놀피니미술관의 선구안과 성과가 부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마크 샌즈 부관장의 “확신이 없어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서는 도전과 부단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으며, 톰 트레버 미술관장의 “현대미술이라는 것은 기존관습에 대한 도전이며, 보수적인 집단일수록 미술계 내부에서의 교류만을 원한다”는 말에서는 자극과 자성을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

사진 _ 주한영국문화원 제공

이계영 필자소개
이계영은 대림미술관 큐레이터, 한미사진미술관 학예팀장을 거쳐 지금은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과 영화, 무용 등 눈으로 보는 건 다 좋아하며 ‘할머니’ 큐레이터를 꿈꾸고 있다. gylee@seouldesig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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