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지역 문화예술계에 주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행사 종료 후 현장에서 느끼는 대형 이벤트에 대한 의견은 더욱 달라 문화올림픽과 같은 대형 이벤트들이 남기는 유산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의문이 일고 있다.

아시안게임(1986), 서울올림픽(1988), 대전엑스포(1993), 한․일 월드컵(2002) 등 한국은 거의 모든 국제 스포츠 행사와 박람회를 주최하였다. 현재는 국가적 이슈인 여수세계박람회가 5월 12일 개막, 행사 중이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준비도 한창이다. 문화예술프로그램은 정기행사처럼 개최되는 초대형 국가 이벤트의 한 켠의 부대행사로 빠지지 않는다. 대형 국가 이벤트에 참여하는 문화예술계가 참고할 만한 논문이 [국제문화정책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Policy, 2012년 3월호)에 실렸다. 캐나다의 던컨 로(Duncan Low)와 피터 브이 홀(Peter V. Hall) 교수가 발표한 논문 ‘2010 문화올림픽: 세계무대를 위한 게임인가, 지역 무대를 위한 게임인가?’(The 2010 Cultural Olympiad: playing for the global or the local stage?)는 캐나다의 사례를 들어 문화올림픽의 효과를 분석하고 문화예술계의 문화올림픽 전략적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로 주요한 결과를 중심으로 요약, 발췌하여 소개한다.

문화예술계의 시각에서 본 대형 이벤트 효과

현대의 올림픽은 세계화 지지자들의 주장에 근거를 둔다. 경쟁 세계에서, 대형 이벤트는 관광객, 투자자, 수출 시장에 행사 자체를 판매할 수 있는 최상의 기회를 지역에 제공한다. 지역 문화단체들은 이러한 외형 성장 주도의 발전을 지지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문화단체의 지지는 국제 행사가 개최되면 행사 참여 형태로 보상받는다. 문화 분야의 세계화도 이런 국제행사 참여로 심화 된다.

던컨과 피터 교수는 대형 이벤트의 대표 격인 올림픽이 제공하는 기회에 대한 문화예술 단체의 반응과 올림픽 개최 효과들이 문화예술계의 시각에서 검토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2010년 문화올림픽에 초점을 두고, 문화올림픽이 밴쿠버에서 직업적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단체에 끼친 영향에 대해 연구를 실시하였다.

월드컵, 만국 박람회, 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와 그 행사들의 문화 요소들은 세계 언론의 관심을 이끌어 낼 충분한 경제 규모와 위상을 갖고 있으며 경제, 사회, 문화면에서 도시 풍경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가능성 또한 가지고 있다. 그 가능성 때문에 관계자와 학계는 도심 재생에서 문화예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예술의 경제효과, 특히 예술단체의 역량에 따른 예술의 경제효과는 어떠한지, 문화올림픽과 올림픽을 이끄는 조직위원회와의 관계 등에 대해 많은 연구와 정책적 노력을 펼쳐왔다.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 출처 http://news.jeju.go.kr
여수세계박람회 출처 www.expo2012.kr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
출처 http://news.jeju.go.kr

▲여수세계박람회
출처 www.expo2012.kr

지속적인 재정지원과 세계화 성과 측정

문화예술을 도구로 활용하는 기존 연구에서는 올림픽 게임은 도시 문화계획과 도시 재생의 측면에서 흥미진진한 기회로 언급하지만, 반대로 올림픽이 지역 문화예술계에 주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행사 종료 후 현장에서 느끼는 대형 이벤트에 대한 의견은 더욱 달라 문화올림픽과 같은 대형 이벤트들이 남기는 유산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의문이 일고 있다.

던컨과 피터 교수는 예술단체들의 올림픽 게임이 제공한 기회와 도전에 대한 실제적인 반응을 파악하는 것과 동시에 문화올림픽이 지역 문화예술 단체들을 세계무대로 진출시킨다는 의견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 선정된 밴쿠버 예술단체들의 신문 보도와 문화올림픽관련 보도 내용을 분석하고, 연구 방법으로 신문기사 내용 부호화(coding) 방법을 실시한다. 문화올림픽 전체와 선정된 사례 연구를 관찰하고, 관찰한 것들을 다시 분할하여 측량함으로써 문화올림픽 효과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끌어내었다.

선정된 밴쿠버 예술단체들의 콘텐츠 분석을 위한 언론 내용 분석 결과, 2008년 1월 1일부터 2010년 4월 1일 기간 동안 사례 연구 단체들을 언급했던 글은 총 1,345개로 확인되었다. 그 중 250개(19%)가 문화올림픽에 대해 언급한 반면, 1,095(81%)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례 연구 단체들과 문화올림픽 둘 다 언급했던 250개의 글들 중 249개 글은 캐나다에서 작성되었고, 1개가 미국에서 만들어 졌으며 이외 국가에서는 어떠한 글도 작성되지 않았다. 이 연구는 문화올림픽이 밴쿠버 예술단체들의 국제 인지도 향상에 어떤 성과도 이루지 못했다는 의외의 결과를 주었다.

올림픽 홍보 문안 중 하나는 문화올림픽이 물질적, 재정적으로 문화예술 단체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논문은 참가 단체들의 올림픽 기간과 전후 기간, 다섯 시즌 동안의 예술 프로그램 검토를 통해 이 주장을 시험하였다. 이를 위해 자료 수집과 인터뷰를 병행했는데 공공 보조금 자료를 통해 물질적, 재정적 자산의 지속적인 증가를 평가했다. 인터뷰는 운영비를 정부로부터 지원 받고 최소 5년 혹은 10년 동안의 운영경비를 보유한 전문 단체들 중 11개 단체의 책임자가 참가했다. 그 결과 공적 자금 펀딩, 제작, 공연 데이터 사용으로 문화예술 단체에 대한 지속적인 물질적, 재정적 혜택을 측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0년 문화올림픽에 참가했던 사례 연구 단체들을 위한 재정 지원의 확실한 증거는 있으나 어떠한 단체도 2010, 2011년에 지속적인 재정관련 혜택을 받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뚜렷한 전략을 가지고 접근 필요

문화예술 단체들은 문화올림픽 참가 여부를 결정할 때 긍정적이고 실질적인 유산(legacy)의 영향을 받으며 문화올림픽을 세계 혹은 지역무대 진출 기회로 본다. 저자는 단체의 일반 사무 운영 영역에서 이러한 혜택의 존재를 검토하고, 문화올림픽 도입으로 여러 기회들이 제공되었는지, 혹은 미래의 잠재 예술·사업 파트너를 만났는지 여부를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 문화올림픽으로부터 최고의 혜택을 받은 밴쿠버의 예술 단체들은 세계무대와 관객 대상으로 활동했던 단체들이 아니라 지역 무대와 지역 관객에게 초점을 두고 활동했던 단체들이었다. 이 단체들은 기획 초반부터 국제 인지도 상승이나 외국 관객 유치에 대한 기대 없이 문화올림픽 기간을 지역 관객을 위해 계획하고, 기존 프로그램 틀을 발전시키는 뚜렷한 전략을 가지고 문화올림픽을 접근한 공통점이 있다.

두 저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향후 올림픽과 수반되어 행해지는 모든 문화올림픽 대상으로 문화 분야 평가를 추진하는 것을 제안하며, 로치(Roche. M)의 오래 전 제안인 ‘대형이벤트의 전후 효과 비교 연구’를 지지하면서 연구를 마무리하였다.

앞으로 국내외에서 개최될 많은 대형 이벤트를 문화예술계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문화예술 관계자와 예술가들이 좀 더 똑똑해 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수동적인 자세로 주어진 행사에 참석하기 보다는, 대형 이벤트가 필요한 이유를 고민하고, 행사를 분석하고, 참가하는 이유와 목적을 세우고, 원하는 것을 이끌어 낼 전략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분석 결과가 원하는 바와 맞지 않으면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자율성이 한국 문화예술계에 필요한 때이다.

주미영 필자소개
주미영은 영국 워릭대학교(Warwick University), 문화정책대학원 유럽 문화정책 및 문화경영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공연제작사 기획과 홍보, 서울예술단 프로듀서, 제3회제주세계델픽대회조직위원회 대회지원부 부장으로 공연예술계 몸담았으며, 현재 독립기획자 겸 리서처로 활동 중이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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