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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9일, (사)한국문화정책학회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주관으로 ‘차기정부의 문화정책 비전’을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12월에 있을 제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차기 정부의 문화정책을 조망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부 ‘차기정부의 문화정책과제’에서는 현 정부의 문화정책을 평가하고 차기정부의 정책방향과 주요 과제에 대해 유진룡 가톨릭대 한류대학원 원장이 기조발제를 하고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부 ‘대선후보의 문화정책 공약’ 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문화정책 공약을 각각 주성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양현미 상명대 교수가 발표를 하고 이에 대한 지정토론자들의 토론 후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안철수 후보 측은 일정상 참여하지 못했다는 주최 측의 설명이 있었다)
선택과 집중, 경쟁과 효율 중심의 현 정부 문화정책,
다음은
먼저 유진룡 가톨릭대교수는 “’선진화‘와 ’창조적 실용주의‘라는 국정철학을 기반으로 한 현 정부가 학교와 사회 대상 문화예술교육 강화 지원 사업, 명동극장 재개관과 기무사 터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 추진, 구 서울역사의 복합문화공간 조성, 예술인복지법의 제정을 통한 예술인복지 증진에 관한 정책적 근거 마련 등 나름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이루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일반적인 평가는 대단히 인색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정부의 정책, 특히 문화정책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정책대상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배려하는 과정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큰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는 잘못을 범한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정책을 시행할 때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무엇보다 국민들의 ‘신뢰’라고 강조하였다. 특히 문화정책이 ‘문화적 가치의 사회적 확산’이라는 좀 더 큰 틀에서 사고될 것을 제안하면서 ‘문화’가 사회 전반적인 문제 해결과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또한 국민의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행복’이라는 궁극의 가치 실현을 위해 문화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정민 교수는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소외계층 뿐 아니라, 문화예술을 소비할 수 있는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있는 일반인이라도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도(리터러시)가 부족해서 소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전체의 문화 리터러시 증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훈 교수는 발제자가 제안한 것이 현실화되기 위해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문화정책 영역에서의 실질적인 거버넌스, 민간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 등 이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어 담당자 변경에 따른 시간, 노력의 낭비, 업무의 비효율성 등이 문화적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정희섭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소장은 현정부 문화정책에 대한 진단보다는 차기 정부의 문화정책 과제를 짚으며 문화부 산하 각종 기관들의 운영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질의를 이어갔다. 윤소영 연구원은 최근 사회의 다양한 현상들에 대하여 각 관련부처가 협의하고 연계하여 정책과제를 개발하는 구조를 만들어, 소위 ‘칸막이’ 업무분할을 조정하고 업무추진체계를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창규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는 지역이 자생력과 독자성을 가지도록 해야 하며, 한국적 문화정책은 생활 속에서 전통과 현대가 조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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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 이구동성, “일단 알겠는데 사실 모르겠다”
주성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새누리당의 문화정책은 ‘문화예산의 증액과 법제도 및 조직개선’, ‘문화적 가치 향유 제고를 위한 교육 및 복지’, ‘ 건강한 문화예술생태계 조성을 위한 생산 및 공급 방안 마련’의 세 가지 부문을 고려하여 마련되고 있다고 하였다. 문화예술 내에서 ‘복지/교육/교류’라는 키워드중심으로 삶의 현장에서의 문화 활동 증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무엇보다도 문화재정을 현재의 1%대에서 2%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였다. 양현미 상명대 교수는 문화가 가진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민주통합당은 참여정부의 ‘창의한국’을 계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창조적 성장1)과 창조산업으로서의 문화에 주목하며 공공, 비영리, 준영리, 영리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는 창조적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되는 데 필요한 과제들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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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reative Growth, 문재인 후보의 4대 성장전략 중 하나로, 사회구성원의 창의성을 증진시켜 창조와 혁신이 주도하는 역동적 성장을 말한다. 4대 성장전략은 포용적 성장, 창조적 성장, 생태적 성장, 협력적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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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들은 두 발표가 문화가 가진 힘 혹은 가치를 존중하며 문화정책의 영역을 확장하여 보고 있고, 개별 행위자가 아닌 종합적인 생태계의 관점에서 문화를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그러나 토론자들은 두 진영의 비전이 차별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정책들이 우선순위가 없이 열거되고 있다, 거시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통된 의견 보였다. 유승호 교수는 “문화정책을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의 욕구와 국민들의 정서를 읽어야 한다”고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더 넓어져야 함을 지적했다. 이에 더해, 문화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문화부의 위상이 격상될 필요가 있으며 그와 함께 행정구조에도 변화가 생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춘아 대표는 “정책을 집행할 때 세부내용이 그 지역에서 어떻게 소통될 수 있을 것인지, 거버넌스 체제에서 어떻게 소화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성과와 실적 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소통을 큰 틀로 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오양렬 교수는 현 정부 집권 이후 중단된 남북교류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후보들이 구체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제안이 없었던 것에 대해 유감을 피력했다. 후보들의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대신 차기 정부에서 재개되어야 할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한 방향을 제안하였는데 이는 사회문화협력추진위원회 구성(2007년 참여정부 시 남북합의사항)과 사회문화협력의 제도화에 대한 것이었다.
문화다양성과 국제문화교류
임학순 교수는 “‘문화’가 국제교류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 맞게 국제교류에 대한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새로이 필요하다”고 국제교류의 목적 자체가 국제사회(공동체)에의 기여 차원에서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우리사회의 현재이자 미래인 ‘다문화’에 대비한 문화다양성의 개념을 문화정책의 강력한 ‘이념’으로 착용해야 한다면서 일반국민과 동일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최준호 교수는 기관 단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자세가 아닌 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관들을 매개하여 일을 도모하려는 ‘문화적인 생각’이 필요할 때라고 보았다. “세종학당, 해외문화원 등 숫자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며 “국제 정책을 국민에게 자랑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타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문화가 현지화 되는 방향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가시적인 인프라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현재의 국제문화교류 정책을 비판하였다.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대표는 문화 다양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지나친 국가주의, 애국주의를 조장해서는 안 되고 ‘문화적 공존’을 중심으로 정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편적 복지차원의 문화
최준호 교수는 ‘복지’의 개념이 아니라 ‘문화기본권의 복원’이라는 차원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예술인 복지’에 대해 “예술인들의 어려움은 지원금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시설, 작업 공간 등 기반을 마련하고 중간매개가 되는 매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보았다. 박인배 대표는 ‘문화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거버넌스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이들 민간에 대한 자율성이 강회 되어야 하나 민간 참여를 강화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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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토론자들의 토론 이후 일반 참가자들의 질의응답과 의견개진이 이어졌다. ‘원론적인 수준의 정책들을 나열한 것으로 보인다’, ‘시설만 먼저 만들고 정작 그 안에 콘텐츠는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예산 낭비는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조금 더 국민과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등의 의견 등이 피력되었다. 또한, ‘현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두 후보 진영의 평가도 중요한데 그 부분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는 것 같다’는 의견과 함께 ‘정작 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예산 마련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는데 과연 시행 가능한 것인가’와 같은 의문도 제기되었다.
이번 자리는 대선에 나선 후보들의 문화정책 비전을 직접 청취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자리로 의미가 있었다. 물론 무소속 안철수 후보 진영의 비전을 직접 들을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웠다. 두 후보 진영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책이나 프로그램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지속적으로 각계각층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어떤 가치기준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현장 안팎에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필요할 때다.
관련 자료
(사)한국문화정책학회 2012년 가을 학술대회 자료집
관련 링크
제 18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공약(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알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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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리_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 지식정보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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