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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에서는 학술행사로 ‘공연저널리즘 서울포럼(SPAC)’을 개최하였다. 이번 포럼은 제5회를 맞아 한국춤비평가협회와 공동주최로 ‘한국 커뮤니티 댄스-가치, 현장 그리고 예술가’라는 타이틀 아래 최근 우리나라 무용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커뮤니티 댄스에 대해 성찰하였다. 작년 ‘새로운 몸의 화두, 커뮤니티 댄스’ 포럼과 차별성을 두어, 올해는 해외의 저명한 저널리스트를 포함해 현장에서 활약하는 안무가, 무용수, 예술교육가, 극장과 축제, 문화기관, 타 장르 예술가들을 아우르는 대규모 패러다임을 형성했으며, 대중들과의 관계 맺기를 주된 관심사로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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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파 로스필드 교수의 발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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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댄스의 가치와 그 현장
첫날 포럼에서는 커뮤니티 댄스의 가치와 그 현장에 대한 발제가 있었다. 영국 더 타임즈의 도널도 후테라(Donald Hutera)는 ‘커뮤니티 댄스의 철학과 영역’에 대해 언급하면서, 점점 범위가 확장되는 춤의 영역을 ‘빅 댄스(Big Dance)’로 표현하고 이 빅 댄스를 움직임에 관한 정치·사회·문화적인 행동으로 보았다. 호주 라트로브 대학교수인 필리파 로스필드(Philipa M. Rothfield)는 ‘현대사회에서의 커뮤니티 댄스 그리고 몸’에 대해 논의했는데, 그녀는 “상상의 민족, 춤의 공동체를 통해 커뮤니티 댄스가 문화정체성을 지탱, 강화하며 참여와 가시화를 장려하는 것은 포용, 참여, 사회적 기관으로서의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러한 역할들은 커뮤니티 예술창작의 영역에서 감지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커뮤니티 댄스의 현장 측면에서 스페인 디에스 데 단사 예술감독인 후안 에드아르도 로페스(Juan E. Lopez)는 ‘패밀리 댄스를 통한 가족 공동체의 회복’에 대해, 도널드 후테라는 ‘런던 올림픽 기간에 펼쳐진 커뮤니티 댄스’에 대해 살펴보았다. 로페스는 가족 전체를 아우르는 예술놀이를 통해 자유로운 감정의 표현과 공유를 체험하는 과정을 다뤘다. 그리고 이 놀이가, 참여한 예술가와 가족의 창의성을 자극하여 계발하는 집단적 체험이며, 이를 통해 예술의 창작, 확산, 확립을 추구하는 프로젝트임을 밝혔다. 후테라의 발제 이후 홍혜전(홍은예술창작센터)과 장은정(춘천아트페스티벌), 권기원(SBT), 김형희(트러스트 무용단)는 서로 형태나 대상은 다르지만 한국에서 확산되고 실행되는 커뮤티니 댄스의 실례를 자신들의 프로젝트 작업 속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토론을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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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아트, 지향점은 어디인가
다음날인 10월 13일에는 ‘커뮤니티 댄스와 예술가’, ‘커뮤니티 아트와 예술가(타장르)’에 대한 발제가 이어졌다. 이스라엘의 라디오 IDF인 가브리엘 알도르(Gabriel Aldor)는 ‘커뮤니티 댄스에서 예술가의 역할’에 관해 언급했고, 국민일보 기자이며 평론가인 장지영은 ‘커뮤니티 댄스 공연화의 필요충분조건’에 관해 논의했다. 가르비엘 알도르는 이스라엘에서 커뮤니티 댄스의 실천적 모습을 보이는 4명의 무용가들의 작업을 바탕으로, 그들이 자신들만의 살아가는 방식을 찾아가며, 예술가로서의 삶을 무대에서 세계로 확장함에 따라 그들의 무용이 세계를 포용하는 창작행위가 된다는 사실에 큰 가치를 부여했다. 또한, 장지영 기자는 한국의 무용계에서 커뮤니티 댄스가 타 분야에 비해 지역성이 약하며 무용가보다는 행정가, 극장·축제의 기획자에 의해 뒤늦게 주도되었음을 지적하면서 공공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무용계에서, 지원금이 많은 분야에 안무가가 몰리는 부정적 현상보다는 커뮤니티 댄스에 대한 공적 자금과 공공기관의 기획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피력했다.
타 장르에 대한 논의에서는 공공문화개발센터 유알아트 대표인 김영현과 극단 북새통 대표 김소리, 서울교대 교수이며 교육연극연구소 예술감독인 김병주가 자신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커뮤니티 아트와 예술가들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김영현 대표는 유알아트의 활동을 통해 적극적인 자기화 과정을 주장하면서 “커뮤니티아트나 문화예술교육의 핵심은 상호작용이다. 그것은 나와 다른 이들을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 한다”고 강조했다. 북새통 대표인 김소리는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 <꼴통 소통 북새통>을 통해 ‘커뮤니티 아트형 예술가’는 참여자, 과정 중심이어야 하며 진정한 지역연계는 감동과 성장을 얻는 예술가들임을 언급했다. 이에 더해, 서울대 교수인 김병주는 예술교육가가 되기 원하는 예술가들은 대상 중심적 접근의 깨어있는 예술교육가, 열린 가슴과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로 거듭나야 함을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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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에는 ‘한국 커뮤니티 댄스 확립을 위한 당면 과제’를 대주제로 라운드 테이블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토론은 ‘프로그램 개발’을 주제로 김윤진, 최경실, 장은정, 길진영, 김형희, 김민정, 후안 에드아르도 로페스, 가브리엘 알도르가 참여해 이들이 제작과 공연에 참여한 다양한 작업들을 사례로 열띤 토론을 나눴다. 두 번째 토론은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 및 교류의 중요성’으로 서울무용교육원 원장인 김옥희와 서울세계무용축제 사무국장인인 황병철이 교육기관과 실행 기관을 대표해 그 역할과 가능성에 관해 논의하였다.
춤과 사회가 만나는 곳
올해의 주제는 무용이라는 한정적 틀에 머물지 않고 시민연극과 공공미술 영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참여해 개념을 확장시킴으로서 이목을 끌었고 외국에서 커뮤니티 댄스가 이뤄지는 현황까지를 다뤘는데, 결론적인 부분에 이르러서는 공공성과 사회성이라는 주제 안에서 그 핵심은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무용가들은 실제 현장에서 몸소 겪는 문제와 현황들을 허심탄회하게 토로함으로서 대중과 분리되어 있는 예술이 아닌 살아있는 예술로서의 역할과 가치가 부각시켰고 질의 및 토론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은 이해에 힘을 더했다. 다만 커뮤니티 댄스라는 패러다임이 너무 광대하다보니 범위를 한정짓기가 힘들고 자칫 비슷한 부류의 모든 형태들을 그 범주로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발견 가능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포럼은 커뮤니티 댄스만의 고유한 의미와 가치, 개념정립이라는 목표 아래 국내외 커뮤니티 댄스의 활동사례와 다양한 프로그램 및 방법론, 현실적 어려움 등에 대해 함께 공유하고 고민하는 네트워킹의 시간을 가졌다. 또한 커뮤니티 댄스와 예술가와의 관계, 커뮤니티 댄스 활동이 갖는 사회적·미학적 성과에 대한 논의, 향후 한국 커뮤니티 댄스의 정착과 확장을 위해 요구되는 커뮤니티 댄스 프로그램 개발 및 전문가 양성방법 등 한 번의 토론으로 해결하기에는 벅찬 내용들로 점철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과 생활에 녹아있는 춤, 그리고 개인과 개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가치의 측면에서 수평적 교류를 이루며 하나로 융화될 수 있는 춤이 바로 커뮤니티 댄스가 아닌가 싶다. 따라서 이번 포럼은 앞으로 춤이 사회와 만나는 주요접점으로 작용함을 인식하게 한 개안(開眼)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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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장지원은 무용계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무용평론가로, 현대무용을 전공했으며 이화여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마쳤다. 그녀는 현재 한국춤문화자료원 연구위원, 대한무용학회 이사, 월간잡지 춤과 사람들 소속 무용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립예술자료원의 구술채록 사업 참여와 강의 등 이론가, 교육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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