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청년, 인생 UP!/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청년 문화예술인과 예술 현장 진입을 앞둔 예술가, 그리고 예술경영 전공자 등을 위한 문화예술 인력 현장 사례집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를 출간한다. 문화예술계 30인의 선배 예술가, 예술경영인들의 진로 사례를 발굴해 청년 문화예술인들에게 다양한 예술 현장 직업군들을 소개하고, 청년 문화예술인들의 진로 개척에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 사례집은 문화예술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정보 개발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기획 및 자문 회의를 통해 예술 현장 분야별 전문가 30인을 선정했다. 그리고 선정된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활용 가능한 실질적인 진로 현장의 다양한 사례들을 담아냈다./남인우/한지영/송현민/이지향/황정인/김혜진/전우공/성하영/장정아/김현아/이희문/박귀섭/이기쁨/최보윤/이홍이/김현옥/이경성/유영봉/윤민철/김지명/박경린/양지윤/홍성재/이대형/홍은주/선미화/성유진/강선애/변홍철/서희영


양지윤cut 약 력//·이화여자대학교 장식미술과 중퇴&#13;&#10;/·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 컴튜터아트 전공/·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미디어디자인전공/·前 대안공간루프 큐레이터/·現 코너아트스페이스 디렉터/·現 미메시스아트뮤지엄 큐레이터//주요 기획 전시//·2007, 2008, 2010 <사운드이펙트서울: 서울 국제 사운드아트 페스티벌>, 바루흐 고틀립 공동기획/·2009  <Now What: 민주주의와 현대미술> 공간 해밀톤, 인사미술공간/·2010  <Mouth To Mouth To Mouth: Contemporary Art from Korea> 베오그라드현대미술관, 아나 니키토비치 공동기획/·2011  <예술의 이익: 2011> 대구육상선수권대회 기념전시/·2013  <그늘진 미래: 한국 비디오 아트전>부카레스트 현대미술관, 하이너 홀트아펠 공동기획//수 상//·2012  몽블랑 영크리에이터/·2014  포브스코리아 코리아 2030 파워리더 30인 ART & DESIGN 부문//저 서//·양지윤, 바루흐 코틀립 공저, 『사운드 아트: 미디어 아트와 사운드웨이브의 만남』, 미술문화, 2008.&#13;&#10;

큐레이터 양지윤은 양극을 달린다. 그녀는 현재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큐레이터와 압구정 코너아트스페이스 디렉터로서, 제도권 미술 기관과 대안적 미술 공간 사이를 오가며 수많은 전시를 펼쳐 보이고 있다. 또한 양지윤은 큐레이터 경력 초반부터 여러 미술 공간의 ‘출생기’를 함께 썼다. 한남동으로 이사하며 새 출발을 모색했던 삼성미술관 리움과 대안공간루프, 암스테르담 북구 재개발에 투입된 데아펠 아트센터, 화이트큐브와 대안공간 모두를 거부한 공간 해밀톤, 압구정 현대백화점 맞은편에 위치한 비영리미술공간 코너아트스페이스,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건축물로도 유명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등 모두 각 공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재)수립해 가던 시기에 그곳에서 활동하며 역량을 키워 나갔다. ‘어느 곳에서든 그 규모와 상관없이 자신이 기획한 전시가 계속되는 것’을 큐레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점으로 꼽은 양지윤. 그녀가 이야기해 주는 ‘큐레이터 분투기’를 들어 보자.


이화여대 장식미술과를 중퇴하고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에서 컴튜터아트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디자인을 전공하셨습니다. 뉴미디어아트에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1997년 이화여대에서 포토샵 수업을 수강했는데 학생 여럿이 컴퓨터를 나눠 쓸 정도로 환경이 좋지 않았습니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미국 뉴욕대학으로 어학연수를 가서 ‘에일리어스(Alias)’라는 3D 프로그램 수업을 들었는데 그 새로운 세상에 매료됐어요. 그래서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에 컴퓨터아트 전공으로 지원해 유학을 갔죠. 당시에는 컴퓨터아트라는 학제 자체가 도입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전공이 세분화되지 않아 미디어아트 전반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은 뉴욕에서 레이브 파티(rave party)가 한창이던 때라 저도 컴퓨터 음악과 DJ들에 흠뻑 빠져 있었죠.

대안공간 루프에서 일하셨던 2006~2008년은 여러 대안공간들이 초창기의 특색을 잃어 가면서 씬 자체가 하향세를 그리던 때였습니다. 단적으로 2009년 3월 쌈지아트스페이스가 문을 닫았죠. 이런 상황 속에서 대안공간을 첫 활동 무대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대안공간 루프에서는 어떤 전시를 주로 기획하셨나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한 뒤 처음 일한 곳은 삼성미술관입니다. 현재 한남동의 리움으로 이사를 가던 때 홍보부 인턴으로 근무했어요. 외국의 미술관을 리서치하는 업무를 담당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자유로운 예술대학을 졸업한 직후 한국 기업 미술관의 경직된 구조와 위계 질서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큰 기관보다는 실험적이고 젊은 공간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대안공간 루프였어요. 현재 위치하고 있는 서교동의 새 건물로 이사한 직후였죠. 당시에는 일본 노이즈 음악, 미디어 퍼포먼스, 디지털 사진과 비디오아트에 관한 전시를 많이 기획했습니다.

대안공간 루프에서 근무하던 2006년 당시 연세대 대학원 교수이자 작가 바루흐 고틀립(Baruch Gottlieb)과 <사운드 아트 페스티벌>을 조직하고 2007년 첫선을 보이셨어요. 2007, 2008, 2010년 총 3회 페스티벌이 진행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사운드아트는 국내 미술계에 다소 생소한 장르였습니다.
고틀립은 제게 ‘전우(war buddy)’ 같은 존재예요. 그가 처음 개설한 사운드아트 강의를 저도 수강했습니다. 대안공간 루프에서 근무할 때였는데, 고틀립이 사운드아트 심포지엄을 같이 만들어 보자고 먼저 제안해 왔어요. 정말 신기하게도 제1회 행사를 위한 지원금 신청서가 대부분 통과되어서 원래 계획한 것보다 훨씬 큰 행사가 되었죠(웃음). 그러다 보니 2명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문제를 함께 헤쳐 나가야 했어요. 첫 페스티벌이 사운드아트에 관한 리서치 전시였다면, 제2회 페스티벌에서는 보다 특화된 주제로 라디오 아트를 다뤘습니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는 제가 암스테르담 데아펠아트센터(de Appel Arts Centre)의 큐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느라 한국에 없었고, 2010년에 마지막 페스티벌을 같이 진행했죠.


<서울 라디오>, 사운드이펙트서울(2008)

▲ <서울 라디오>, 사운드이펙트서울(2008)


1994년 큐레이터 사스키아 보스(SaskiaBos)가 창설한 데아펠아트센터의 큐레이터 프로그램은 역사가 깊습니다. 2006년 프로그램 디렉터가 안 드미스터(Ann Demeester)로 변경되면서 커리큘럼도 대폭 수정됐는데 그 직후인 2008년 프로그램에 참여하셨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이고, 또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저는 대안공간루프에서 활동하면서 현장에서 큐레이터라는 일을 터득했어요. 2년 정도 활동하다 보니 큐레이터가 문제 해결사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깊이 있는 큐레이터십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데아펠아트센터의 큐레이터 프로그램은 단연 추천할 만한 커리큘럼을 갖고 있어요. 전 세계에서 6명의 참가자를 선발하는데, 8개월간 각종 워크숍, 해외 현장 투어, 다른 큐레이터와의 만남 등을 거쳐 동기들과 함께 전시를 기획해야 합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저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동료를 만난 건데요. 함께 준비한 전시는 <Weak Signals, Wild Cards>로, 암스테르담 시가 큐레이터와 예술가를 초대해 젠트리피케이션을 조장하면서 동시에 지역의 아픔과 상처를 소위 ‘예술로 치유’하려는 시도에 대해 질문을 제기하는 전시였죠.


저는 대안공간루프에서 활동하면서
현장에서 큐레이터라는 일을 터득했어요.
2년 정도 활동하다 보니 큐레이터가 문제 해결사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깊이 있는 큐레이터십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큐레이터가 되고 싶은지와 어떤 전시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 확고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자신의 활동 이력과 전시 제안서가,
즉 자신이 해온 일과 하고자 하는 일이 서로 매치되어야 한다는 거죠.



이 프로그램의 차기 지원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귀띔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종 후보를 12명으로 압축하고 인터뷰를 통해 6명을 선발합니다. 한국식 인터뷰와는 질문 방식도 분위기도 매우 달랐어요. 심사위원 한 사람이 지원자 한 사람과 1시간씩 심도 깊은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이는 인터뷰이에 대한 존중의 의미이기도 하죠. 어떤 큐레이터가 되고 싶은지와 어떤 전시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 확고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자신의 활동 이력과 전시 제안서가, 즉 자신이 해온 일과 하고자 하는 일이 서로 매치되어야 한다는 거죠.

귀국하자마자 2009년부터 1년간 이태원 공간 해밀톤에서 활동하셨고, 이후 현재 디렉터로 재직 중이신 코너아트스페이스를 오픈하셨습니다. 공간 해밀톤은 한남동 꽃땅과 함께 미술계에서는 여전히 많이 회자되는 곳이고, 코너아트스페이스는 압구정동 대로변에 있는 특이한 공간인데, 그간 대안적 성격의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공간 해밀톤은 폐허처럼 보이는 공간이었어요. 가장 돈을 덜 들이면서 정체성에 맞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죠. 모두 흰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칠하고 일반적인 전시장 조명 대신 형광등을 사용했어요. 지금은 ‘힙’의 상징이 됐지만, 당시엔 오히려 ‘거친 인테리어’에 대한 비난이 많았습니다(웃음). 코너아트스페이스는 송원아트센터 앞에서 1년간 하다가 2012년 지금의 압구정동으로 옮기면서부터 운영까지 직접 맡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강남 유일’의 비영리 전시 공간이죠. 대안공간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맥락의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지만, 저는 무엇보다 정체성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안공간은 제도와 비제도의 절충물이니까요. 제도 밖의 에너지를 제도 안으로 흡수하려는 속성과, 지원금 등을 활용해 제도 바깥의 에너지를 키우려는 속성이 병존합니다. 이를 얼마나 현명하게 조화시키며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가가 숙제죠. 그러나 그만큼 역동적이니 젊은 분들이 꼭 경험하길 권합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여러 대안공간을 거쳐 2013년부터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큐레이터 활동도 겸하고 계십니다. 기관에 소속돼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도 그곳에서는 마음껏 실현할 수 없는 것들을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시도할 수 있으니 큐레이터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환경이에요. 이 양 극단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시나요?
규모는 크되 서울 교외에 있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폭넓은 관객층이 찾는 곳입니다. 반면 강남에 있는 코너아트스페이스는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일상의 순간에 예술과 맞닥뜨릴 수 있는 곳이지요. 일종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라 생각해요. 큰 공간이든 작은 공간이든 도심이든 교외든 주어진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자신의 작업 세계를 펼쳐 보이는 좋은 작가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전시를 꾸려 나가는 일은 늘 흥미롭습니다.


<Weak Signals Wild Cards> 전경, 데아펠아트센터(2009)

▲ <Weak Signals Wild Cards> 전경, 데아펠아트센터(2009)


큐레이터는 예술가들과 함께 성장하는 직업이죠. 그런데 예술가는 하나의 직업이라기보다 그 사람 자체이기 때문에 일상의 많은 부분을 공유해야 합니다. 그러니 사적, 공적 영역을 넘나들면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주체적으로 해결하며 지속적으로 전시를 기획하는 일이 중요해요.



<Now What: 민주주의와 현대미술> 전경, 공간 해밀톤(2010)

▲ <Now What: 민주주의와 현대미술> 전경, 공간 해밀톤(2010)

지난 1월부터 SNS를 또 다른 소통 창구로 활용하시며 좋은 글을 올려 주고 계시는데요. 모든 큐레이터가 그렇지만 특히 ‘소통’을 중시하시는 것 같은데 좋은 큐레이터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 태도는 무엇일까요?
큐레이터는 예술가들과 함께 성장하는 직업이죠. 그런데 예술가는 하나의 직업이라기보다 그 사람 자체이기 때문에 일상의 많은 부분을 공유해야 합니다. 그러니 사적, 공적 영역을 넘나들면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주체적으로 해결하며 지속적으로 전시를 기획하는 일이 중요해요. 전시가 소통되는 방법에 대해서도 최대한 유연하고 열린 태도를 취해야 하죠. SNS도 실용적인 미디어로서 하나의 소통 창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촬영_장우제

※ 참고링크
문화예술 청년, 인생 UP 지원사업 가이드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문화예술선배 30인의 서른 가지 길


탁영준 필자소개
탁영준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비교문화를 전공했다. 2012년부터 월간 『아트인컬처』에서 인턴기자, 온라인기자로 일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펴낸 『2013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백서』(2014) 정리, 『아르코미술관 해외인사 초청강연시리즈1-오쿠이 엔위저 자료집』(2014)을 정리 및 번역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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