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청년, 인생 UP!/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청년 문화예술인과 예술 현장 진입을 앞둔 예술가, 그리고 예술경영 전공자 등을 위한 문화예술 인력 현장 사례집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를 출간한다. 문화예술계 30인의 선배 예술가, 예술경영인들의 진로 사례를 발굴해 청년 문화예술인들에게 다양한 예술 현장 직업군들을 소개하고, 청년 문화예술인들의 진로 개척에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 사례집은 문화예술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정보 개발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기획 및 자문 회의를 통해 예술 현장 분야별 전문가 30인을 선정했다. 그리고 선정된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활용 가능한 실질적인 진로 현장의 다양한 사례들을 담아냈다./남인우/한지영/송현민/이지향/황정인/김혜진/전우공/성하영/장정아/김현아/이희문/박귀섭/이기쁨/최보윤/이홍이/김현옥/이경성/유영봉/윤민철/김지명/박경린/양지윤/홍성재/이대형/김형재,홍은주/선미화/성유진/강선애/변홍철/서희영


약 력//·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주요 전시 및 출판//·2006  '한 도시 두 개의 공간' <dna_R: 도시문화 리서치, 안양>/·2007  『가짜잡지』 1호 디자인, 편집, 발행/·2008  『가짜잡지』 2호 발행 <콘크리트 유토피아> 서울디자인올림픽 '서울 디자인 나우'전/·2009  『가짜잡지』 3호 발행 <다음 단계>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 서울/·2010『가짜잡지』 4호 디자인, 편집, 발행 <GZFM 90.0 91.3 92.5 94.2> 공간 해밀톤, 서울/·2011  『도미노1』 디자인, 편집, 발행 <아름다운 책 2010>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2012  『도미노2』, 『도미노3』 편집, 발행 <아름다운 책 2011> 교토조형예술대학 도쿄캠퍼스, 도쿄/·2013  『도미노4』, 『도미노5』 편집, 발행 <타이포잔치 2013> 문화역서울 284, 서울 /·2014  『도미노6』 편집, 발행 <시의 집> 한국현대문학관, 서울 APAP 제4회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 中 <세 도시 이야기> 프로젝트 기획/·2015  <Out of the Ordinary> Cass Gallery, London <Megastudy> 시청각, 서울

본명 선미화, 작가 명 미화(美畵). 그림책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미술치료사 등 여러 가지 수식어가 선미화를 따라다니지만 가장 어울리는 말을 붙여 주자면 ‘그림 그리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그림 그리기 때문에 좌절했고, 그림 그리는 것으로 다시 일어난 사람. 그러한 여정 속에 그에게 하나 더 붙여 주고 싶은 수식어가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다. 조소를 전공하였으나 졸업 후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일했고, 고민하는 가운데 우연히 만난 아이들과의 작업에서 미술치료사로서의 길을 가게 되었으며, 그 일이 다시 작가로서의 선미화를 만들어 가는 힘이 되었다는 짧지 않은 이야기. 앞길이 보이지 않을 때도 그녀는 계속 그림을 그렸고, 자기 자신과 싸웠고, 세상과 싸웠다. 결국 보이지 않던 길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던 날이 하나의 이야기로 모여 2013년, 美畵의 그림 에세이 『당신을 응원하는 누군가』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 美畵라는 작가의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그림들과 메시지가 촘촘히 박혀 있는 이 책은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며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있다.



미술 안에서도 여러 가지 전공이 있는데, 조소과는 어떻게 선택하게 된 건가요?
원래부터 조소를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고2 때 전공 선택하는 과정에서 선생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어린 마음에 좀 상처가 될 이야기를 하셔서 그냥 확 전공을 바꿔 버린 거죠. 지금 돌아보면 결국엔 그 전환이 저에겐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면이 아닌 공간을 입체적으로 다루는 작업들이어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하다 보니 저로서는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작업을 하면서도 뭘 얘기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답답했고, 길을 좀 바꿔 보고 싶었죠. 그래서 영상도 다뤄 보고, 방송국에 들어가서 일도 해 보고 하면서 조금씩 다른 분야를 경험하게 된 거예요.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하셨는데, 졸업 후에는 어떻게 커리어를 결정하신 건가요?
현재에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책 작가, 미술치료사로 일을 하고 계신데요. 애니메이션도 배우고, CG도 하게 되고 그러면서 고민이 더 많아졌죠. 미술이라는 전공의 범위는 너무 넓은데 직업을 선택하기란 쉽지가 않잖아요. 그러면서 당시 8개월 정도, 미술 학원에서 미취학 아동들과 작업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어요. 처음으로 아이들을 만나 보게 된 거죠. 그전에는 주변에 아이들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큰 관심도 없었거든요. 그때, 말하자면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보게 되었어요. 친구 머리를 물감으로 범벅해 놓는다든가 하는 아이들한테 눈이 갔죠. 그런데 오래 일을 해 오신 선생님들 얘기를 들어 보니 아이들이 미술 재료를 경험하고 나면 감성이 정말 달라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면서 저를 돌아보게 된 거예요. 제가 살아오면서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을, ‘나는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이겨 낼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으셨던 건가요?
맞아요, 이걸 아이들에게 알려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그림을 전공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림 그리는 것을 그냥 즐길 수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일러스트레이션을 하게 되고, 그림책이라는 분야에 생각이 미치게 된 것 같아요. 그림책 작가를 하게 되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내가 느껴 왔던 것을 잘 전달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거든요. 그 길로 관련 학과의 대학원에 가게 되고 일도 시작하게 되었죠. 하지만 졸업 이후 교육 콘텐츠에 관련된 일을 하거나 회사를 다니면서, 결국 저는 완전히 작가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다른 모든 일을 정리했어요. ‘난 그림책 작가가 될 거야’, ‘혹은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될 거야’라고 생각을 해도 현실적으로 그게 바로 직업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타이밍을 봤던 것 같아요.

작가로서의 길을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자신의 정체성을 작가로 정하고 지켜 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어려운 점이 정말 많았어요. 전시를 해야 하는데, 혼자는 어려우니까 그룹 전시가 있으면 되는대로 공모에 지원해서 계속 끊이지 않고 참여하려고 애썼죠. 어떻게 보면 예술가는, ‘나’라는 1인 기업으로 살아가야 하는 거잖아요. 정책적인 것도 알아야겠더라고요. 서울문화재단 창업 팩토리 같은 데 들어가서 배워 보기도 하고, 제가 가진 콘텐츠를 어떻게 다른 비즈니스 영역과 연결해 볼까 고민하면서, 휴대전화 케이스나 다른 물건을 만들어서 유통해 보려고 했었죠. 돈도 꽤 날렸어요(웃음). 그러면서 알게 된 거죠. 배보다 배꼽이 크구나 싶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다가 ‘그래, 난 작업을 해야겠다’는 걸로 돌아오게 된 거예요. 지금은 제 작업에 집중하고 작업량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전시를 해야 하는데, 혼자는 어려우니까 그룹 전시가 있으면 되는대로 공모에 지원해서 계속 끊이지 않고 참여하려고 애썼죠. 어떻게 보면 예술가는, ‘나’라는 1인 기업으로 살아가야 하는 거잖아요. 정책적인 것도 알아야겠더라고요.



<기억의 조각>

▲ <기억의 조각>


그러면 아무래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생겼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작가로서 사는 건 처음에는 마이너스 생활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택한 방법이 아이들을 만나는 거였어요. 미술치료 자격증을 따서 특수학교에서 일을 시작했고, 그게 어느 정도 안정적 수입이 되니까 제 작업에 대한 불안함을 이길 수 있었죠. 자기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적게라도 그렇게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면서 배우는 것이 정말 많았어요. 맹인학교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보통 사람들이 가진 선입견이 있잖아요?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림을 그려? 그런데 미술은 보는 것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오감을 사용하는 거라서요. 만져 보기도 하고 냄새도 맡아 보고, 그걸 통해서 스스로 느끼는 바를 표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 내가 아주 작은 시각으로 미술을 바라보고, 또 작업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죠. 그런데 이건 아주 대표적인 사례일 뿐이고, 다른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우리 생각을 완전히 뛰어넘는 표현을 해서 그게 매번 저에게 놀라움을 줘요.


미술치료 자격증을 따서 특수학교에서 일을 시작했고, 그게 어느 정도 안정적 수입이 되니까 제 작업에 대한 불안함을 이길 수 있었죠. 자기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적게라도 그렇게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을 만나면서 『당신을 응원하는 누군가』를 쓰게 되신 건가요? 어떤 과정을 통해 책을 펴내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처음에는 아이들 만나는 일을 하다 보니 그 마음이 궁금했어요. 저는 이미 다 컸고, 어른이 되었으니 그런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들 맘을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미술치료 공부를 결심하게 된 거예요. 미술치료를 하니까 아이들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저에게 크고 작은 고민거리를 털어놓더라고요. 그런데 저 또한 그런 아픔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위로하거나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던 거죠. 이전부터 따뜻한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을 많이 하기도 했고요. 보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위안을 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이런 이야기와 그림이 만나서 책이 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무작정 어느 책 만드는 모임에 찾아갔어요. 그곳에서 제 생각을 이야기했더니 기회가 되어서 출판사 사장님과 연결이 되고 결국 책을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클라이언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아니니까 그냥 그리자고요. 그렇지만 기한이 길어지면 안 할 것 같아서 100일이라는 시간을 두고 오직 그림만 그리자고 했던 거예요. 그렇게 해 보고도 안 되면 진짜 관두자고 결심했죠.



작가님 블로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100일 동안 매일 한 장’이라는 카테고리였는데요. 어떻게 시작하신 건지 얘기해 주시겠어요?
고등학교 때 진로 선택하면서 좌절했다고 말했잖나요. 그때 이후로 나는 물감을 잘 못 쓰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제 속에 깊이 남아 있었어요. 그런데 일러스트 작업을 하다 보니까 이걸 뛰어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하자’고 결심했죠. 클라이언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아니니까 그냥 그리자고요. 그렇지만 기한이 길어지면 안 할 것 같아서 100일이라는 시간을 두고 오직 그림만 그리자고 했던 거예요. 그렇게 해 보고도 안 되면 진짜 관두자고 결심했죠. 정말 하루도 빼먹지 않고 그리는 것은 막상 쉽지 않거든요. 약속이나 일이 있으면 새벽에 그리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매일 그렸어요. 그렇게 하니까 100일이 지나고선 정말로 물감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더라고요. 아니, 사라졌다기보다도 원래부터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죠. ‘난 물감을 못 쓰는 사람이야’라는 건 제 생각일 뿐이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하고 나니까 100가지의 제가 좋아하는 리스트가 생겼더라고요. 제가 그리고 싶어 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시선을 가졌는지에 대해 훨씬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자신감이 확 붙어서 그 힘으로 여러 곳으로 그림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지금은 여행을 콘셉트로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꽃기린>

▲ <꽃기린>

<여행을 기다리다>

▲ <여행을 기다리다>


이제까지 다양한 경험을 해 오셨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러실 것 같아요. 또 어떤 작업들을 하고 싶으신지 얘기해 주셔도 좋고,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는 청년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저는 평생 그림만 그릴 줄 알았어요. 그런데 글을 쓰게 되면서 글로도 많은 감성이나 다양한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해 보고 싶은 것은 정말 많아요. 그렇지만 동시에 늘 불안하죠. 얼마 전에도 아트페어에 갔는데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정말 많은 거예요. 그럴 때는 속으로 ‘견뎌, 견디자’라고 생각해요. ‘그냥 나를 믿고, 버티자. 기다리자’라고. 그래도 신기한 건 진짜 바닥을 치고 있을 때면 SNS나 이메일로 힘이 되는 응원이 저한테로 다시 돌아오거든요. 제 책이나 그림으로 큰 위로를 받았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럴 때 정말 눈물이 날 만큼 좋고 행복해요. ‘내 그림을 사람들이 이해하는구나, 내가 무얼 이야기하는지 사람들이 알고 있구나’라는 것들이 확 오는 순간이죠. 제가 무슨 신도 아니고, 모든 사람의 맘을 알아 위로해 주진 못하겠지만 단 한 명이건, 그게 몇 명이 됐든 나를 통해서 위로를 받은 사람이 있고 공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전부인 것 같아요. 그것이 앞으로 제가 어떤 작업을 하든 중요한 원동력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촬영_장우제

※ 참고링크
문화예술 청년, 인생 UP 지원사업 가이드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문화예술선배 30인의 서른 가지 길


이가원 필자소개
HS애드에서 PD로, 월간 『한국연극』에서 기자로 근무하였다. 현재 대학원에서 예술치료를 공부하고 있으며 사)한국연극치료협회 연극심리상담사 양성 과정과 수원여대 연기영상과에서 연극치료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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