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청년, 인생 UP!/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청년 문화예술인과 예술 현장 진입을 앞둔 예술가, 그리고 예술경영 전공자 등을 위한 문화예술 인력 현장 사례집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를 출간한다. 문화예술계 30인의 선배 예술가, 예술경영인들의 진로 사례를 발굴해 청년 문화예술인들에게 다양한 예술 현장 직업군들을 소개하고, 청년 문화예술인들의 진로 개척에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 사례집은 문화예술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정보 개발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기획 및 자문 회의를 통해 예술 현장 분야별 전문가 30인을 선정했다. 그리고 선정된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활용 가능한 실질적인 진로 현장의 다양한 사례들을 담아냈다./남인우/한지영/송현민/이지향/황정인/김혜진/전우공/성하영/장정아/김현아/이희문/박귀섭/이기쁨/최보윤/이홍이/김현옥/이경성/유영봉/윤민철/김지명/박경린/양지윤/홍성재/이대형/김형재,홍은주/선미화/성유진/강선애/변홍철/서희영


약 력//·숙명여자대학교 작곡과/·前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음악사업팀 기획공연운영 및 홍보 담당/·現 더하우스콘서트 수석 매니저/·2012~2015 한성대학교 '음악의 이해' 강의/·2012~현재 금호아트홀 기획공연 프로그램 해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솔직하게 말하자니 세상 물정 모른다는 비웃음을 살까 두렵다. 차근차근 준비하여 원하는 직장에 가고 싶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바닥 일자리들은 이미 모두 남의 몫인 것 같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스펙’을 쌓아야 나를 내세울 수 있을지 물어볼 사람이 없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비웃음도, 자신 안의 불안감도 다 이기고 기어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만 한다고 믿는 일을,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더하우스콘서트 수석매니저 강선애다. 마룻바닥에 앉아 연주되는 음악을 듣는 ‘하우스콘서트’가 2013년 7월 ‘원데이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작년에는 한·중·일 3국에서 94개의 공연을 동시다발적으로 올려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올해는 ‘원먼스 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꿔 전 세계로 판을 키운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2015년 7월 한 달, 27개 나라에서 432개 공연이 올라갔다.



더하우스콘서트(이하 하콘)의 파급력이 커진 만큼, 문화예술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친구들이 하콘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에 대해 갖는 관심도 커졌을 것 같습니다. 졸업 후에 뭘 할지 고민하던 시절을 떠올려 보며 예전 얘기를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작곡 전공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어릴 때부터 문화예술을 즐기는 것 자체가 취미였어요. 발레, 합창단, 피아노까지 열심히 배우고 누리다 보니 진학 걱정을 할 시기가 됐는데, 전 그때도 뭘 해야 좀 더 재미나게 살 수 있을까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하니 전공으로 살려 보면 어떨까 하던 중 작곡이라는 길이 보였습니다.


제가 나중에 어떤 삶을 살게 되든 작곡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죠. 무엇이든 새롭게 다루는 법,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는 법을 배우며 실험을 멈추지 않으리라는 의지를 갖게 됐고요.



공부하실 때부터 예술 창작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거나 감상하는 사람들을 위해 현장에 뛰어들겠다는 꿈이 있었는지요?
사실 입학을 하자마자 제가 작곡에 엄청난 재능이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 버렸어요. 시간과 공을 들여 여기까지 온 건데, 이제 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며 슬럼프가 찾아왔지요. 그때 하콘을 만나게 되었고,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콘 일을 한 후, 학교생활도 더 활발히 하게 되어 학생들의 작곡 발표회인 ‘소리장’을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그 장을 후배들이 이어 오고 있어요. 제가 나중에 어떤 삶을 살게 되든 작곡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죠. 무엇이든 새롭게 다루는 법,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는 법을 배우며 실험을 멈추지 않으리라는 의지를 갖게 됐고요.

그때 ‘더하우스콘서트’라고 적힌 명함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오늘을 상상해 보셨나요?
하콘을 알게 된 후에도 그저 하콘이 좋아서 서서히 스며들듯 그곳을 찾았을 뿐, 이것을 내 직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해 보지 못했어요. 그 당시의 저에게 공연기획이란 <난타>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 공연처럼 흥행성 있는 작품을 올리고 수익을 내는 것, 딱 그 정도의 개념이었거든요. 당시 예술경영 수업에서 흔하게 언급되던 사례가 그런 것들이었고, 그러다 보니 제가 하고자 하는 일과는 거리가 있겠다는 생각에 접어 두었지요. 그래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놓지 않으며 기회를 찾던 중 아르코예술극장 청년 인턴에 지원하여 일을 시작했습니다. 분야는 좀 달랐지만 면접 당시 하콘에서 관객들 신발 정리부터 시작했다며 무엇이든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강조했더니 그 자세를 높게 사 주셨던 것 같아요. 이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서 공연 담당으로 1년, 홍보 담당으로 3년간 근무했습니다.

앞선 경력들이 있었지만, 한 조직의 직원이 된 것은 처음이었는데 특히 힘든 점들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이었나요?
안타깝게도 취직 전에, 선배들로부터 조직 생활 노하우 같은 것을 들어 본 적이 없었어요. 출근해서 어떻게 인사를 하는지, 상사와 미팅을 나갔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 모든 것을 하나하나 직접 배워 나가야만 했지요. 큰 틀 안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 낯설어 처음에는 약간의 위압감 같은 것도 느꼈지만 여러 경험들을 차곡차곡 쌓아 가며 적응했던 것 같습니다.


<ONE DAY festival>(2014) 일본 나고야

▲ <ONE DAY festival>(2014) 일본 나고야


예술 전공자들은 아무래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예술가의 길을 걸었다면 장점이 됐을 부분들이 회사 생활에서는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답답하진 않으셨어요? 공연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싶었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조직 내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맡은 일, 그 안에서 작은 부분 하나를 가지고도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저렇게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고민해 보면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거든요. 근무했던 곳의 특성상 보수적인 측면도 물론 있었지만, 그런 고민과 노력 덕인지 답답하지 않았어요.


조직 내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맡은 일, 그 안에서 작은 부분 하나를 가지고도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저렇게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고민해 보면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거든요.



업계에서 비교적 선호도가 높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하콘으로 자리를 옮기셨는데요. 주변의 반대도 있었을 것 같은데, 무엇보다 스스로를 설득한 과정이 가장 궁금합니다.
전 직장에서 만족도 높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보다 많은 사람을 위한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하콘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데에 필요한 공연장 현황 조사를 함께하게 되었고, 전국의 많은 공연장들이 가동률이 상당히 낮고, 공연 볼 기회를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막연하게 알던 것을 수치로 맞닥뜨리니 이런 상황을 바꿔 나가고자 하는 하콘의 방향성에 뜻을 같이하게 되었고요. 또 대학생 때부터 오랜 시간 일하며 지켜봤기에 믿고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거죠.

이 일을 해서 행복하시냐고 여쭤 보려 했지만 답변을 듣다 보니 그 질문은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그래도 전부 때려치우고 싶을 때가 없었던 것은 아니겠죠, 설마?
저도 사람인데 쉬고 싶지요(웃음). 그래도 저희가 하는 일이 빨리 정착되게 하려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걸 아니까 다시 일어나게 돼요. 감정 소모가 클 때도 많지요. 특히 공연장 담당자들을 대할 때 어려움을 많이 느낍니다. 정말 뛰어난 연주자를 추천해도 인터넷 검색을 해 봤는데 별로 나오는 것이 없다며 거절하는 경우, 설득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쌓이지요. 그런데 스트레스 해소의 노하우는 결국 공연 현장에 있어요. 힘들 때마다 현장에 가서 공연을 보고 들으며 이게 꼭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저 스스로 상기하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설득할 힘을 다시 얻곤 합니다.

좋은 일도 지속성을 가지고 꾸준히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원 조달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는지요? 지원금을 받는다면 그 과정에 대해 상세히 들려주세요.
지원금 얘기를 먼저 하자면,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문예진흥기금을 받아 왔어요.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예술가의집으로 공연 장소를 옮기면서부터는 이중 수혜에 해당되어 못 받게 되었지만요. 대신 올 5월부터는 SBS문화재단에서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페스티벌 및 다른 프로젝트들을 통해서도 예산을 확보하고요. 수익에 대해서는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저희도 많은 고민을 합니다. 매해 가을쯤 공연장들에 제안서를 보내고 연말에 공연장 섭외에 나서요. 단 5분간의 만남을 위해서도 몇 시간을 달려 찾아갑니다. 여러 장소에서 더 많은 공연을 만들어야 수익도 늘어나니까요. 하콘 대표이신 박창수 선생님께서, 매해 새로운 그림을 그리면 수익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 하셨는데 실제 그 말씀대로 수익이 늘어났어요.


<ONE MONTH festival>(2015) 일본 도쿄

▲ <ONE MONTH festival>(2015) 일본 도쿄


정말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하고 계시네요. 문화예술계 종사자는 모두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만 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을 다 잘해야 하는데 한편으론 그 와중에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압박도 있죠. 자칫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보이기가 쉽기에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전문성을 키우고자 하는 청년 예술인들이 많을 줄로 압니다.
이쪽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어린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아쉬운 것이, 보기에 그럴듯한 일만을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보다는 스스로의 성향과 강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똑같은 것만 따라가지 말고, 지금의 현상들을 읽는 눈을 갖고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일에도 접목해 보며 꾸준히 노력하면 전문성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음악 관련 글을 써 오다 보니 그것이 조금씩 저의 특별함으로 자리 잡아 간 것 같습니다. 계속해 봐야만 실력이 쌓이는 것인데 우린 가끔 그 중간 단계를 쉽게 잊는 것 같아요.


조직 내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맡은 일, 그 안에서 작은 부분 하나를 가지고도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저렇게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고민해 보면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거든요.



끝으로, 예술 분야에서 일하길 꿈꾸는 청년들에게 솔직한 조언과 남기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문화를 즐기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일을 하는 시간입니다. 칼퇴근이 가능한지 묻는 친구들을 여러 명 보았는데, 공연 하나를 올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수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기에 정시 퇴근은 쉬운 일이 아니죠. 일이 너무 바빠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다는 친구도 있었는데, 자기의 실력과 위치는 결국 스스로가 찾는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를 땐 손 놓고 있지 말고 학교 안에서부터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세요. 친구들과 엠티 가듯 시작해 보는 그 경험이 결국 큰 재산이 될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스펙 쌓기를 많이 하지 않은 제가 어떻게 그런 좋은 곳들에서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데, 제 실력은 결국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어디선가 마음도 실력이란 말을 들었거든요.

사진촬영_장우제

※ 참고링크
문화예술 청년, 인생 UP 지원사업 가이드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문화예술선배 30인의 서른 가지 길


서정임 필자소개
신재원은 서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미학을 공부했다. 공부보다 오케스트라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하다 2009년 가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입사해 2013년 봄까지 음악사업팀에서 근무하며 금호영재콘서트, 아름다운 목요일,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등을 맡아 매일매일 배우며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소속도 계획도 없이 사춘기 십대처럼 푸르른 꿈만 꾸며 살고 있다.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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