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선 대표는 큐레이터였다. 기술이 결합된 전시 기획을 하면서 예술과 기술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했다. 지금은 <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공장>을 짓고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감각이 만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지역 예술가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을 찾고 있다. 신윤선 대표를 말하는 키워드는 결합과 공존이다. 낯선 것을 엮고 그 속에서 지속 가능성을 찾는다.

시대를 관찰하는 통찰의 눈

<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공장(이하 성수동공장)>을 찾아가는 길. 지하철 출구로 맞게 나갔는데 역시나 길을 잃었다. 여기가 어디인가 멈춰 살펴보니, 이곳 성수동은 허름한 물류 창고와 핫 플레이스인 대림창고가 낯설게 공존하는 곳이다. 골목길에 세워진 트럭으로 인부들은 분주하게 물건을 옮기고, 정미소를 개조해 만든 ‘대림창고’ 커피숍에는 방문객의 행렬이 이어진다. 마을을 허물지 않고 낡은 것 안에 새로움을 채워 넣은 착한 동네에 <성수동공장>이 있다.

그러니까 신윤선 대표는 공장장이다. 공장이라는 이름은 성수동이기 때문에 붙일 수 있었다. 2015년 4월, 주 무대를 홍대 앞이 아닌 성수동으로 옮겨서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신 대표는 예술학과 동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후 다 장르가 공존하는 예술 전시나 문화이벤트 기획자로 활동해 오고 있다.

UP: 예술학과 미술사학과를 전공하셨는데 전공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 신윤선: 고등학교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부터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껴서 예술학과에 진학했어요. 미술사, 예술행정, 미학, 박물관학 등 다양한 수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그 직업에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미술대학 내에서 주최하던 ‘거리미술전’에 참여하면서 나다운 기획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게 됐어요. 대학원에서는 여러 분야 중에서 미술사를 좀 더 깊고 면밀하게 공부하고 싶어서 미술사학 전공을 선택했습니다.

UP: 문화예술 기획을 하는 데 있어 미술사학을 전공한 것이 어떤 도움이 되나요 신윤선: 미술사는 객관성에 대한 끊임없는 확인과 의심, 그리고 역사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문학이라는 큰 틀에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능력을 연습하게 해 주었어요. 또한 예술의 역사를 통해 현대 예술을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배웠습니다. 이러한 시대를 관통할 수 있는 통찰력은 현재 사업을 하는 데에도 아주 큰 장점으로 제 안에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홍대를 근거지로 10년 넘게 큐레이터로 일했다. 2004년 프레파라트 연구소라는 독립 기획 공동체를 설립한 후 <프레파라트-어머니 지구>(2004), <디제잉 코리안 컬쳐>(2005)를 거쳐 4개국(불가리아, 덴마크, 터키, 한국)이 참여하는 국제교환 스크리닝 프로그램 <커피 위드 슈가>(2007~2009)를 기획했다. ‘공간’, ‘연대’, ‘젠트리피케이션’, ‘축제’와 같은 단어들을 고민하던 2009~2010년에는 홍대 지역에서 ‘홍벨트’라는 예술 공간 연대를 만들어 <작가와의 대회>, <홍벨트 페스티발>을 기획하였다.

사실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한 번도 통장이 두둑해 본 적이 없었다. 겉보기와 다르게 박봉과 불안전한 고용 조건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열정과 사명감이 없다면 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큐레이터를 하면서 쌓은 문제 해결력과 예술적 감성은 <성수동공장>을 시작할 수 있는 모태가 되었다.

청춘성수, 동네 사람들이 참여하는 축제를 만들다

<성수동공장>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각이 만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공간으로 사람과 기술, 사람과 사람, 기술과 기술이 만나는 신개념 오픈 플랫폼이다. 홀로그램, 미디어 파사드, 3D 프린트 등 디지털 디바이스와 예술 작품을 접목하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인천공항 내부에 멀티미디어를 구축하고 콘텐츠를 제공했고, 10월 셋째 주에는 미디어 융·복합 공연 <사운드 오브 코리아>를 연다. 전통 소리와 기술이 만나고 사운드 아티스트, 전통악기 연주자, 소리꾼, 일러스트 등이 협업하는 공연이다.

신윤선 성수동공장 내부에서 진행된 행사

또한 여러 디지털 디바이스를 이용해 지역 근로자와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장 영화제도 진행하고 있는데 마을과 사람의 공존에 대한 신윤선 대표의 철학 때문이다. “홍대에서 활동하며 예술가들이 높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상황을 지켜봤기에 성수동이 예술과 도시가 공존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고 싶었어요.”

UP: 성수동이라는 동네를 거점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나요 신윤선: 동네에 들어와서 생활을 하다 보니까 관심이 많이 생겨서 동네 잡지도 만들었는데, 잡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수동에서 일하는 분들과 자주 만났어요. 디자인, 소셜 임팩트, 예술 기획 등 여러 분야가 만나다 보니 이런저런 일을 같이 시도하게 됐죠. 9월 28일부터 닷새 동안 ‘청춘성수’라는 콘셉트로 동네 축제를 열어서 기존의 주민들도 함께 융화되는 행사를 만들려고 해요. 나중에는 해외에서도 찾아올 수 있는 글로컬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싶어요.

상상공장, 기술과 예술에 대한 평등한 공유

신윤선 대표는 “기술의 공유”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마음 맞는 사람들과 사회적 기업의 설립을 계획 중이다. 새로운 디지털 디바이스에 대한 교육이 빈부의 격차, 지역 격차, 개개인이 놓인 상황에 따라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을 타개해 나가도록 구심점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학원이나 사설 소프트웨어 교육 업체가 하지 못하는 역할들을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미국의 영상미디어교육 회사이자, 사회적 기업인 ‘베이캣(BAYCAT)’의 활동들을 서치하면서 벤치마킹하고 한국에 적합한 모델을 찾고 있다. 예술, 인문학, 과학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융·복합 창의체험교육 프로그램’인 <상상공장>을 만들었고 호평을 받고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홀로그램 무대 만들기 호기심을 자극하는 홀로그램 무대 만들기 기술의 공유를 실천하는 상상공장의 프로그램 기술의 공유를 실천하는 상상공장의 프로그램

UP: <상상공장>의 프로그램은 어떤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나요 신윤선: 상상공장의 1차 목표는 문화 소외 지역인 시골 학교 청소년들이 직접 디지털 디바이스를 접해보고 융·복합 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온·오프라인 양쪽으로 병행하려고 해요. 온라인에서 오픈소스로 개방해서 <상상공장>이 찾아가지 못하는 지역의 아이들도 온라인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얼마 전 여름방학 중에 진도중학교에서 진행했던 것처럼 아이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사업적 여력이 있다면 바로 찾아가서 교육을 할 예정입니다.

유쾌하게 성수동을 변화시키는 4명의 이노베이터 유쾌하게 성수동을 변화시키는 4명의 이노베이터

UP: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신윤선: 이 프로그램의 차별성은 청소년이 단순히 기기를 다루기 위해 코딩을 배우거나 작동법을 지시받는 형식이 아니라, 개개인의 목적에 맞게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요즘은 이를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라고 일컫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자신을 제대로 표현해 낸다면 수업은 목적을 이룬 것입니다. 전인교육 프로그램의 콘텐츠 제작 능력이 탁월한 <청소년예술학교 달꽃창작소>와 협업하고 있어요.

<성수동공장>은 아직 사업 초기라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외부 투자자가 유입되는 성수동의 임대료는 날이 갈수록 치솟을 가능성이 높으니 이 또한 걱정이다. 그러나 2년 동안 동네에서 쌓은 네트워크가 만만치 않은 것처럼, 지금처럼 지역 사람들과 열린 마음으로 손잡아 가다 보면 봇물 터지듯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기대된다. 신윤선 대표는 <성수동공장>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공헌할 것인가에 대해 단기적, 장기적인 비전도 설립해 놓았다. 결합과 공존! 테크와 예술이 결합하고, 사람과 인간이 결합한 곳에서 이름처럼 유쾌한 상상이 넘쳐 나길 바란다.

인생UP데이트 멘토링

낯선 경험을 자주 했으면 좋겠습니다. 예술대학 학생들은 낯선 기기를 다루는 것도 너무 겁먹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해 보면 별게 아닌데 말이죠. 디바이스는 결국, 내 안의 상상을 보다 쉽게 실현해 줄 도구입니다. 가볍게 하나씩 해 본다면 내가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결합을 찾아낼 것입니다.

신윤선 대표 프로필 -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 석사
- 前프레파라트 연구소_독립기획공동체 설립자
- 前토탈미술관 큐레이터
- 現 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공장 대표

기획&전시
- 2004 프레파라트-어머니 지구
- 2005 디제잉 코리안 컬쳐
- 2007~2009 커피 위드 슈거_4개국 참여 국제교환 스크리닝 프로그램
- 2009~2010 홍벨트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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