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의 시대이다. 기술, 미디어, 문화들이 융합되며 시너지를 낸다. 서정민(가야금), 이재중(미디어아트프로그래머), 장석준(영상)이 함께 융합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라이브 음악에 따라 시각 영상이 변화한다. 각자의 영역을 가지되 타인의 장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이 필수이다. 세 사람은 느슨한 연대를 통해 자신의 지평을 넓히며 새로운 형태의 융합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단위는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될까

가야금이 연주되자 영상 속의 이미지가 리듬에 맞춰 이동한다. 큰 화면 속에서 픽셀 단위의 영상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고, 컴퓨터는 가야금의 음을 신호로 인식해서 영상을 움직이게 한다. 가야금의 음은 화면을 전환하는 마우스가 되는 것이다. 영상, 컴퓨터, 음악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 이들이 펼치는 인터랙티브 융・복합 작품의 한 풍경이다.

장석준 영상 작가는 작품을 기획한 후 각자의 역할을 부여했고 이재중 엔지니어는 컴퓨터와 예술 작품의 인터랙티브한 대화를 이끌어 냈다. 서정민과 장석준은 대학 기숙사의 친구였고 장석준과 이재중은 나비센터의 해커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친분을 쌓았다.

서정민, 장석준 <단위풍경> 서정민, 장석준 <단위풍경>

UP: 세 사람의 융・복합 공연은 어떤 계기로 진행되게 되었나요 서정민: 2015년 장석준 영상 작가의 <FLAT CITY> 전시에서 단위 풍경이라는 주제로 저에게 영상을 보면서 음악을 연주하는 형식의 협업 제의가 오게 되었습니다. 평소 소리의 본질에 관해 관심이 많았고, ‘단위라는 것이 시각으로는 어떻게 표현될까’라는 궁금증으로 작업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러다 융・복합에 대한 공연 제의가 왔고, 장석준 작가가 소리가 마우스가 되어 영상을 움직여 보면 좋겠다는 제안에 프로그래밍 이재중 프로그래머가 합류되어서 공연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UP: 전공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고, 융합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서정민: 예고를 나와서 전통음악에만 몰두했고 대학교 와서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어요.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으니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싶어서 무용, 미술, 연극 등 다른 분야의 친구들을 사귀었어요. 마음속의 갈증을 융합프로젝트를 통해서 해결해 보려고 합니다.

장석준: 대학에서 파인아트(순수예술)를 전공했어요. 사진 매체를 주로 했고, 6년 전부터 영상 매체도 다루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작업을 한다거나, 표현 방식을 달리해서 작품을 새롭게 보이게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결국 내가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을, 어떤 도구를 써서 보여 줄 것인가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재중: 대학에서 사진을, 대학원에서 영상을 전공했어요. 어려서 미술을 전공할까 생각하다 사진을 전공한 만큼 예술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협업할 때 다른 작가들의 예술적인 의도를 깊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단순히 컴퓨터로 프로그래밍만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재중 미디어아트 프로그래머, 장석준 영상작가, 서정민 연주자

이재중 미디어아트 프로그래머, 장석준 영상작가, 서정민 연주자

이재중 미디어아트 프로그래머, 장석준 영상작가, 서정민 연주자
이재중 미디어아트 프로그래머, 장석준 영상작가, 서정민 연주자

우리가 융합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장석준 영상 작가와 이재중 프로그래머는 SK나비센터에서 진행된 <Butterfies 2014>에서 <옵티미스틱 옵티미스트>라는 작품을 함께했다. 참여자들이 스마트폰 사진을 작품에 직접 전송하는 인터랙티브 방식으로, 도시의 과잉된 빛을 수치화하고 시각화해서 모니터에 업로드된 사진이 가득 차서 하나의 이미지를 이루게 했다. 이재중 프로그래머는 <City Converting Service-도시를 담은 빛> 전시에서 참여자가 IOS 기반 스마트 기기에서 사진을 업로드하면 그 사진의 밝기 값을 측정하여 보여 주었다.

장석준 영상 작가는 “하나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한 분야에만 갇히지 않고 매체를 뛰어넘는 표현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의 장점을 수용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융합이 시대적인 트렌드이다 보니 기준을 세우지 못하고 무턱대고 섞어 처음의 의도 자체가 희석되는 경우도 있다. 세 사람은 “융합은 학습의 과정”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장석준<s2> 장석준 <s2>

UP: 융・복합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장석준: 각자의 전문화된 분야가 달라 서로의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점이 도움이 되고, 작업에 있어 새로운 경험으로 확장된 구조를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술의 협업은 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작업을 진행할 때 좀 더 효율적이고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장점이 있고, 다른 매체와의 협업, 예를 들어 서정민 연주자와 저의 융합처럼, 음악과 미술의 분야일 경우 서로 다른 시점에서의 해석이 사고의 시각을 넓혀 주는 계기를 줍니다.

UP: 융・복합을 진행할 때 지양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장석준: 협업하다 보면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타인을 설득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쏟게 되니, 창작자에게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융합이란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목적을 잃어버린 가벼운 결과물만 만들어질 겁니다. 무엇을 보여 주고 싶은가에 대해서 분명히 정하고, 올바른 매체를 융합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인식의 확장, 귀결은 무엇인가

세 사람에게 정해진 틀이나, 이래야 한다는 팀의 규칙 같은 것은 없다. 서로의 작업에 충실하다가 좋은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지 협의하고 논의할 자세가 되어 있다. 멤버의 수와 역할도 유동적이다. 프로젝트에 따라서 다른 역량을 가진 멤버가 필요하다면 새로운 사람이 올 수도 있다. 융합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위해서 어떤 선택이든 열려 있다.

UP: 앞으로의 세 사람의 예술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요 서정민: 세 사람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예술가로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해외 공연이 매달 있고, 장석준 작가는 서울시립미술관 미디어시티 비엔날레를 준비 중이고, 이재중 프로그래머는 박사과정과 현업을 병행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협업은 각자의 못지않게 중요한 일입니다. 서로에게 배우면서 자극이 되니 혼자 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가능하게 합니다. 내년에도 협업 공연을 가질 예정이라 계속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분야를 유지하면서 느슨한 형태의 유대를 가지되, 협업할 때 가장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세 개의 강줄기가 만나 더 큰 강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물이 어디로 흘러갈지, 종착역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융합(融合)이라는 말처럼, 서로에게 녹아들어 하나로 합쳐져 혼자 하지 못하는 일들을 거뜬히 해내기를 기대해 본다.

인생UP데이트 멘토링

장석준: 누구에게나 통하는 준비 방법은 없다는 것, 개개인에 맞는 길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각자가 할 일들에 최선을 다해 하면 된다고 생각됩니다.

서정민: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일을 대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일이든 잘하고 못하고보다는 그 일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저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도 앞으로도 겪을 것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자신을 점검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약력(가나다 순)
① 서정민 / 가야금 연주자, 창작자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예비학교, 음악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졸업
- 미국(LA), M.I(college of contemporary music) 아카데미 프로그램 수료
- 現 프랑스(Paris) Cite Internationale des Arts 작가
- 現 국악그룹 숨[suːm] 동인 및 네덜란드 EARTH BEAT 소속

② 이재중 / 영상 제작, 미디어아트 프로그래밍 - 국립순천대학교 사진예술학과
-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상공학 예술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수료
- 現 모온컴퍼니 테크니컬 디렉터

③ 장석준 / 영상 작가 -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 졸업 및 동대학원 졸업
- 現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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