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인예술시장에 가면 아트콜렉션샵 ‘미담’이 있다. 별장프로젝트사업단과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이 공동으로 추진한 ‘아트상품 창작 워크숍’ 및 ‘아트숍 조성’의 결과물로 핸드메이드 공예품을 판매하고 작가들이 작품의 유통 판매를 개척한다. 2015년에 창업한 서지안 대표는 전시회, 예술가 마케팅, ODM(디자인개발) 등 예술 전공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며 업무의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평생 할 수 있는 업(業)을 가져야 해

별장이 열리는 토요일의 저녁, 광주의 대인시장에 가면 젊은 관광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DSLR 카메라를 목에 걸고 좁은 시장의 골목길을 누비면서 작은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관심을 기울인다. 대인시장은 광주 여행을 간다면 꼭 가야 하는 추천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데 예술가들의 핸드메이드 공예품을 판매하는 아트콜렉션샵 ‘미담’을 만날 수 있다.

‘미담’은 ‘Made In Daein Art Market’의 약자이고, “아름다움을 담아낸다”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15년 7월, 예술품과 아트 상품을 상설 판매하는 공간으로 문을 열었는데 대인예술시장 속에서 문화의 여유와 예술의 멋이 머무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첫 사업치고 순탄하게 사업을 해 나가는 서지안 대표는 “한 면이 아니라 전체를 균형감 있게 볼 수 있는 힘”을 조소를 통해 배웠다고 말한다.

UP: 학부 때 조소를 전공했는데 왜 대학원의 전공을 예술기획으로 바꾸셨나요 서지안: 사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어릴 적부터 만들기를 좋아해서 조소를 선택했어요. 작업을 할 때도 말을 할 수 있는 개방적인 분위기와 큰 스케일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가난한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부닥쳤고, 작가로 살아가는 과정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서 진로를 바꾸게 됐어요. 대학원에서는 예술기획을 전공했는데 기획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싶었어요.

서지안 대표는 공부를 위해 서울로 떠났다. “공연・축제가 너무 많아서 충격을 받았다”라는 말처럼 서울은 화수분처럼 새로운 예술・공연을 쏟아 내면서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발길을 붙잡는 곳이었다. 서 대표도 졸업 후에는 문화예술기획사에 입사해서 축제, 공간운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런데 끊임없이 경쟁하며 예술 상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곳에서 몇 년 일하자 현실적인 질문이 생겼다.

“이렇게 박봉을 받으면서 마흔 살이 되어서도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결혼하면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담은 질문들이 올라왔고 평생 할 수 있는 나만의 업(業)을 찾고 싶다는 갈망이 들었다.

대인시장에서 시장과 예술의 공존을 꿈꾸다

근 10년 만에 돌아왔을 때 광주는 아시아의 최고 문화도시를 꿈꾸며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시도하려는 노력들이 움트고 있었다. 아시아문화전당(ACC)도 2015년에 문을 열었다. 광주에서 대학을 나왔기에 지역의 문화를 잘 아는 것도 장점이었다. “선배들에게 내려가니 취직 자리를 알아 놓으라고 불안한 마음에 농담을 했지만 가서 뭐든 한번 해 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와 자신감도 있었어요.”

서지안 대표가 현재 자리를 잡은 곳은 광주 대인시장이다. 전국의 여느 전통 시장과 마찬가지로 광주 대인시장은 터미널의 이전과 급속한 도심 공동화, 대형 마트의 등장으로 점포의 반 이상이 폐점 위기에 처해 있었다. 2007년부터 광주의 뜻있는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시장에 들었고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과 예술의 공존을 모색하면서, 지속 가능한 예술 시장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곳이다.

아이디어와 감성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대인시장 아이디어와 감성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대인시장

UP: 어떤 과정을 통해서 창업을 하고 미담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서지안: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 중 공간운영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5 별장프로젝트사업단과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이 공동으로 추진한 ‘아트상품 창작 워크숍’ 및 ‘아트숍 조성’의 결과물입니다. 지금은 월 임대료와 직원 한 명의 급여를 지원받고 있어요.

UP: 미담의 작가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입점시키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나요 서지안: 미담은 핸드메이드 공예품을 판매하고 작가들이 작품의 유통 판매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아트 상품들은 공식적인 공모를 통하거나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시장조사한 후 담당 작가들에게 요청해서 입점시키고 있어요. 매주 토요일 열리는 대인시장의 야시장은 밤 11시까지 문을 열어서 최대한 많은 분들이 좋은 아트 상품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담을 기반으로 영역을 확장해 가다

서지안 대표는 미담의 활동으로 멈추지 않고, 다양한 전시회를 열며 업무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조소를 전공한 예술가로서 제가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미담의 활동 중 최근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다룬 작품 전시 <마르지 않는 눈물: 나비의 꿈>이 매우 잘 알려져 있는데 광주 여성재단의 주최로 열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과 평화를 주제로 한 전시로 재단 내 여성전시관에서 진행되었다. “우리에게 아픈 상처이고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지만 5명의 작가들과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뜻으로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미담은 예술가의 사회적 책무와 역할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

예술가들의 아트상품들이 가득한 미담의 내부 예술가들의 아트상품들이 가득한 미담의 내부

UP: 최근 진행했던 전시가 있나요 서지안: 광주 서구 발산마을에 자리하고 있는 공유공간 뽕뽕브릿지에서 2016 광주비엔날레 기념전으로 한중교류전시 ‘점화(占化)’를 진행했습니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끊임없이 실천하며 급성장한 중국의 현대미술을 조명하고 더불어 한국 현대미술을 교차시키는 전시입니다. 전시를 통해 작가들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현대미술의 다양한 면면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계획입니다.

UP: 예술품과 아트 상품 판매 외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서지안: 마케팅, ODM(디자인 개발), 전시기획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아트컴퍼니 모이모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예술가들의 아트 상품을 마케팅하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 중의 하나가 마케팅 능력이니까요. 또한 국내 기업체와 관공서, 대학 등 기관/단체의 의뢰를 받아 ODM 방식으로 납품 계약을 맺고 수익을 내고 있어요. 전시 및 문화 기획, 공공미술 프로젝트 기획, 해외 아트페어 참가 등 다양한 문화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려고 합니다. 저도 처음에 창업을 할 때 예상하지 못했지만 일이 또 다른 일을 불러오고 있어요.

서지안 대표는 당차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광주에서 젊은 여성이, 더욱이 예술 전공자가 사업을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수월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돌아보면 장점일 때가 많다. 일상의 삶이 묻어나는 시장 속, 아주 특별한 공간 ‘미담’. 그곳에는 일상에서 예술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한번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예술의 향기를 전하도록, 광주에서 아름다운 이야기 미담(美談)이 들려오길 바라본다.

인생UP데이트 멘토링

한 책에서 얻은 글귀입니다. “의미 없는 스펙보다는 스토리를 가져라!” 대학 졸업 후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난 지금 이 말이 너무 와 닿는 말이고 또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엄친아 같은 스펙이 아니더라도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그것은 스펙만을 쌓으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늘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을 전공한 우리들은 이미 자신이 좋아하는 일, 열정을 태울 수 있는 일은 한 가지씩 가지고 있는 것인데 이보다 더 좋은 출발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지안 대표 프로필 - 조선대학교 미술대학_조각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예술기획 석사
- 前 (사)BOOK CITY <출판도시활성화사업> 기획과장
- 現 아트컴퍼니 모이모 대표
- 現 아트콜렉션샵 미담 운영

주요활동
- 2016 광주비엔날레기념전 한중교류전
- 2016 <마르지 않는 눈물 ; 나비의 꿈>_광주시, 광주여성재단
- 2014 지역문화예술육성사업_젊은작가 창작지원 공모사업(광주문화재단)
- 2010 경기도지사상_도지사 김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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