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피*는 예비 디자이너들과 기업들의 가교 역할을 하는 디자인 플랫폼이다. 디피는 ‘열정적인 청년을 위한 디자인 정보’라는 뜻이다. 김형준 대표는 기업체에서 7년을 일하면서 직업 디자이너로서 일의 기쁨과 슬픔을 맛봤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디자인을 향한 두 개의 욕구를 발견했다. 실무 경험을 쌓고 용돈을 벌고 싶은 대학생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품질의 디자인 제작물을 원하는 기업체가 존재했다. 3년 전 창업을 했고, 우리나라 최초의 디자인-기업 간 협업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 DIFFY : Deisgn Information For Fervent Youth

왜 안하지? 전공자에게 보이는 틈새

김형준 대표는 이런 질문을 많이 듣는다. “왜 안정된 회사를 그만두고 나오셨어요? 공기업에 있으면 얼마나 좋은데, 정년도 보장되는 직장을 도대체 왜 그만뒀어요?”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아쉬워하는 직장을 제 발로 나오다니, 우선 그 용기가 대단하다. 김형준 대표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7년간 공기업과 대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월급이 다달이 나오는 안정적인 생활이지만, 빠르게 변하는 디자인 시장에서 언제 도태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더욱이 누가 지시한 업무를 하고 일에 대한 보람이 적다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다.

상명이 하달된 일들을 처리하고 확인을 받다 보면 ‘이걸 내가 했다고?’ 하고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탄생하곤 했다. 디자이너들도 “이런 작업은 대학생인 후배들도 충분히 할 수 있을 텐데…”라고 말하곤 했는데, 주위를 돌아보니 정말 그럴 만한 인재들이 많았다. “예술대학생들 중 상위권 성적의 학생들 실력은 상상 이상이거든요.” 하지만 그 인재들은 학비를 벌기 위해서 최저임금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쌓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많다. 적은 돈으로 양질의 디자인 효과를 보고 싶어 하는 기업도 많다. 왜 이 둘을 만나게 하지 않지?” 디피는 여기서 출발한다. 두 시장이 엄연히 존재했다. 문제는 어떻게 그들의 욕구를 섞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다른 기업들이 유니콥 같은 사업 모델에 손을 대지 못했던 것은 둘 사이를 슬기롭게 매니징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에서 CEO로 변신한 김형준 대표 디자이너에서 CEO로 변신한 김형준 대표

UP: 디피(DIFFY)의 서비스가 기존의 디자이너-기업 연결 플랫폼 기업과 다른 점이 있나요 김형준: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기업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 기업들은 많이 있어요. 중요한 건 안정적인 프로세스예요. 디피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이 작업한 시안들을 취합하고 그중에서 클라이언트가 가장 좋아할 것 같은 시안을 고릅니다. 이후 바로 넘기는 게 아니라, 회사 내부의 경력직 디자이너가 다시 한번 개발하여 상품성을 높입니다. 즉 디피는 중간자와 공급자가 합쳐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UP: 디자인 전공자라서 좋은 점이 있나요 김형준: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이런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몰랐을 거예요. 그리고 막상 알았다고 해도, 제가 중간에 조율할 수 있는 실력이 안 되니 창업은 포기했겠죠.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틈새를 보는 눈을 가졌고, 실행에 옮기는 실력을 가지게 되어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됐습니다. 디자인 전공하는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죠.

지금은 B2B 업무만 진행하고 있는데 일 잘하는 회사라는 입소문을 타고 클라이언트도 늘어서 지속적으로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월급을 밀리지 않고 주고 있고 손익분기점도 넘겼다. “요즘은 강원도청과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자본금이 부족하여 디자인 효과를 보기 어려웠던 중소기업의 제품 패키지들을 리뉴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대학생을 연결하는 유니콥 프로젝트

디피의 성공적인 사업 모델이 유니콥(UNICORP) 프로젝트이다. ‘UNIversity’와 ‘CORPoration’을 합친 말로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생인 예비 디자이너와 기업을 연결한다. 유니콥 아티스트들은 기수제로 운영이 되는데, 1년에 4개월씩 3기수로, 기수당 26명 정도를 선발한다. 선배가 후배에게 해 보라고 권하는 프로그램으로, 선발된다면 얻는 혜택이 많다.

우선 시안비를 채택에 상관없이 지급한다. 포인트 제도를 운영해서, 시안을 내면 무조건 점수를 받고 채택이 될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폰트 회사에 요청해 800종의 폰트를 무료로 사용하게 하고, 멘토링 수업도 진행한다. 장시간 모니터를 보니 시력이 나빠지고 거북목 증후군, 터널 증후군에 시달리는 디자이너들을 위해 안과, 정형외과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병원과 논의 중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자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대학생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여러 종류 받아 볼 수 있어서 트렌드의 흐름을 파악하고 최상의 안을 선택할 수 있다. 가수 EXID 커버 작업을 유니콥이 수행했는데 가수의 직캠 동영상이 떠서 화제가 되자 유니콥의 아티스트들이 SNS에서 퍼다 나르며 마케팅에 일조했다. 디자인 능력을 파고들었는데, 마케팅 능력까지 덤으로 얻은 셈이다.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에 대해 서로가 서로를 반갑게 맞이하고 뜨겁게 응원하는 건, 그만큼 불화한 세월이 길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김형준 대표의 말처럼 현장의 디자인은 상명 하달의 연속이다.

벤처회사에서 뜻을 함께하고 있는 직원들 벤처회사에서 뜻을 함께하고 있는 직원들

디자이너를 예술가로 인식하는 세상을 위해

예전에 재미나게 회자되던 동영상 중에 광고주와 광고 AE의 관계를 담은 것이 있었다. 배경은 일본의 어느 광고대행사이고, 새로운 광고 기획을 위해 테이블에 모여 있다. AE의 영상을 보고 툭툭 내뱉은 광고주의 말들이 하나씩 하나씩 더해지고 입혀져서 결국은 산으로 간다. 그러고는 끝날 때 이렇게 반문한다. “우리가 왜 이런 결정을 했지?”

UP: 디자인 전공자들이 졸업 후 겪는 가장 큰 현실적 장벽은 무엇인가요? 김형준: 사회에 나와 보면 디자이너들이 생각하는 디자인 업무와 사회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괴리감이 큽니다. 예를 들어 예비 디자이너들은 창조적인 디자인 작업을 하다 졸업해 부푼 꿈을 안고 첫 회사에 들어가지만, 하는 일은 그저 클라이언트나 고용주의 손이 되어 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그려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디자이너는 전문가이고 조언가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UP: 디자이너를 도구로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도 장벽 중 하나일 것 같아요 김형준: 우리 사회는 디자이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배제하고 그저 도구로 국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일들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창의성은 사라지고 그저 현실에 안주하는 디자이너가 되어 갑니다. 창의적인 디자인을 못 하는 디자이너의 역할은 점점 작아지고 급여나 사회적 대우 또한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의 괴리감은 디자인 전공자들이 디자이너를 관두게 하는 큰 원인이에요.

세상을 바꾸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디피 세상을 바꾸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디피

UP: 디피가 꿈꾸는 디자인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김형준: 디피는 디자인 기업이지만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기업은 물론,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디자인 에이전시와도 협업할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디자인은 모든 영역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 될 것이고 그러한 일들은 디자이너가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기업들이 어떻게 디자이너와 일을 하여 디자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알려드릴 것입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디자인 문화를 개선하여 기업과 디자이너가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디피의 비전이자 목표입니다.

디피는 사실 대한민국의 중소 공기업들에게 디자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예비 디자이너와 뜻을 함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대한민국 대다수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꿀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디자인 문화를 개선하는 기업, 그게 디피의 미래이다.

디자이너가 도구가 아니라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는 세상, 디피의 김형준 대표는 기업에서 본인이 경험했던 것들을 보완해서 후배 디자이너들이 보다 더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한다.

인생UP데이트 멘토링

창업은 쉽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쉽게 망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항상 창업을 하고 싶어 하는 지인들에게 3가지 조언을 드립니다. 첫 번째는 자신이 하려는 아이템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입니다. 그 물음을 통해 아이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자신도 확신이 없다면 남들은 더더욱 불신을 가질 것입니다. 또한 시장조사가 필요합니다. 제품, 서비스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조사하여 수집하세요. 이미 비슷한 제품이 있거나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면 나의 아이템은 어떻게 더 낫고, 어떻게 경쟁사를 이길 것인지 준비하셔야 합니다. 에어비앤비, 우아한형제들의 창업가들은 모두 디자이너 출신이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한 청년예술인의 창업을 응원합니다.

김형준 대표 프로필 -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 前 대한적십자 본사 기자
- 前 대한적십자 혈액관리본부 마케팅 서포터즈 팀장
- 前 삼성전자 투모로우 기자
- 前 대한적십자 서울지사 방송국 RBS 총책임자
- 現 (주)디피플랫폼 CEO

주요활동
- 2009 관악구 디자인 한마당_디자인 올림픽, 디자인 거리 담당
- 2016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_전문멘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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