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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마음을 두드리는 문밖 세상
[문화예술청년 인생 UP데이트 Ⅱ]변희정_문밖세상 대표서예는 오래되고 낡은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서예학과가 폐과되는 위기 속에서 변희정 대표는 서예 하는 문화예술기획자로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 서예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회사는 문밖세상이 유일하다. 처음 시도되는 일들이라 좌충우돌 힘든 일도 많았지만, 글씨를 쓰면서 치유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효과까지 얻으며 대외적으로 호평받고 있다.
변희정 대표가 대학교에 입학할 때만해도 서예학과는 전국에 5개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2개만이 남아 있다. 실용성, 취업률을 따지는 빠른 세상에 먹을 갈고 신중하게 획을 그어 내려가는 서예는 느리고 비실용적인 학문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서예가들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자신의 역할을 재조명해 왔다. 2000년대 초 캘리그래피 바람을 일으킨 것도 서예학과 출신의 선배들이었다. 변희정 대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서예를 도구로 문화예술 기획을 하는 사람이다. 법고창신(法鼓昌新)이라는 말처럼 옛것을 익혀서 새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문화적인 이해를 불어넣고 있다.
UP: 서예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변희정: 그때도 지금처럼 서예는 별로 인기 없는 과외활동이었어요. 중학교 때 CA라는 클럽 활동이 있었는데 다른 부서에 들어가질 못해 서예를 하게 됐죠. 나름 재주가 있었던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립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어요. “너는 소질이 있다, 너는 꼭 서예를 해야 한다”라는 선생님들의 강권에 못 이긴 척 시작했지만, 서예학과를 졸업한 선배를 만나면서 진로를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UP: 서예를 전공한 것이 지금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변희정: 오래되고 단단한 것을 학습했으니 상황과 시대에 맞춰서 트렌드를 입히면 된다고나 할까요? 법고창신이라는 말처럼 옛것을 익혔으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힘이 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문화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은, 기본의 내재된 실력을 준비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서예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를 창립했다. 서예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움을 더하는 작업이다. 2012년에 아동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인 ‘아이와 춤추는 붓놀이터’를 시작으로, 2013~2014년에는 범부처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인 ‘붓놀이, 전래놀이’, 2014년에도 학교문화예술교육 서예문화 시범사업인 ‘또박또박 붓자국, 꿈트는 마음자국’ 등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사업을 원광대학교 서예문화예술학과와 협력하여 수행한 바 있다.
그 밖에도 서예, 전각, 캘리그래피 등을 기반으로 한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의 운영, 예술교육 프로그램 연구 개발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문밖세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이러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성북문화원, 원주문화원의 사업 담당자로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창업 후 여러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UP: 문밖세상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요 변희정: 문밖세상이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가 첫 번째는 ‘문밖의 세상 이야기’, 즉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감성을 울리고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기획을 하겠다는 다짐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접함으로 인해 ‘자신만의 문 너머의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만들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문화예술을 통해 삭막하게 살아가는 우리 삶을 조금은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다른 측면으로는 서예를 전공했고 서예 관련 콘텐츠 개발 및 교육 사업을 하면서 전통예술을 활성화시키고, 일상과 밀접한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명 의식도 가지고 있었죠. 현재 국내에서 서예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고 기획하고자 하는 사람은 제가 유일해요.
UP: ‘문밖세상’에서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변희정: 그동안 일을 해 오면서 서예 관련 교육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70~80% 이상이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 및 프로그램 기획 운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비영리 프로그램은 서예 관련 콘텐츠 개발 및 운영 비중이 가장 높아요. 영리 프로그램은 각종 문화예술 체험 행사 개최 및 기획 운영 등이 있고, 서예 이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여 론칭하는 일인데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미술, 미디어, 환경예술, 철학과 인문학, 지역 문화 등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서예 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 사업 이외에도 눈여겨볼 만한 프로젝트가 바로 ‘글씨유랑단’ 사업이다. 이는 2013년에 서울문화재단의 ‘시민-예술가 협력형 문화예술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마을에 글씨를 입히다’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이후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자립을 돕기 위해 성북구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전환해 약 3년간 운영하였으며, 올해 5월에는 글씨유랑단이 문밖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독립적인 활동을 이어 나가는 단체로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서예가 생활문화로 자리매김해 있지 못한데 지역에 작은 씨앗을 뿌려 저변에서부터 문화로 확대해 나가고 싶은 게 이 일을 하게 된 첫 번째 취지였다. “서예 기초 교육부터 시작해서 마을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글로 써내고 나름의 작품을 완성해 냈어요. 이 작품들은 성북구의 명소를 써낸 것입니다.” 강사들은 서예과 출신 후배들로 구성해 성북구민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누군가 시도는 안 했지만, 후배들의 경우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서 불러 주기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역아동센터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을 약 4년간 운영을 해 온 바 있다. 그곳은 지역의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친구들이 주로 온다. 그들은 평소에 누구한테 칭찬을 들어 본 적이 없던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는 아이들이 글씨를 쓰면서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고 한다. 변희정 대표는 처음에는 소극적인 친구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점점 적극적으로 변해 가는 걸 보면서, 붓글씨가 정서를 안정시키고, 인성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신했다.
UP: 문화예술 분야에서 기획을 한다는 것은 어떤 능력을 필요로 할까요 변희정: 첫 번째는 대상자들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짚어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문화예술이라는 게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라 생활 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욕구, 문화예술에 관심이 없는 일반 사람들의 욕구까지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어야 하죠. 기획을 하다 보면 내가 생각하는 것과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바로 문제 해결 능력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기획은 없고 중간중간에 수많은 변수가 생깁니다. 문화예술 기획이라는 건 기획서 이전의 아이디어부터 사업을 진행해 나가는 전 과정, 온갖 변수들에 대응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문제 해결 능력은 어쩌면 제일 중요하고 필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죠.
변희정 대표는 짧은 기간의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아이들의 삶 속에서 좋은 기억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훗날 힘든 일을 겪게 됐을 때 헤쳐 나갈 수 있는 좋은 에너지나 힘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문제라고 여겨지는 것이 있다면 그대로 두지 말고 바꿔야만 해요. 하지만 ‘이것이 문제다’라고 말은 하지만,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비판만 하기 쉬운 경우가 많아요.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혹은 주변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한다면, 결국 스스로가 변화의 주역이 되어야만 해요. 즉,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만이 답이죠.
변희정 대표 프로필
- 원광대학교 미술대학_서예
- 동방대학원대학교 문화예술콘텐츠학과 문화예술학(문자조형 전공) 석사
- 前 원주문화원 문화사업 담당
- 前 성북문화원 문화사업담당
- 現 문밖세상 대표
수상
- 2004 서예문인화대전 입선
- 2004~2007 강원서예대전 3회 입선
- 2009 제17회 대한민국서예전람회 입선
전시
- 2016 <서예로 읽는 범죄예방 표어展>
- 2016 <축적된 시간, 그리고> 박정훈, 변희정, 서효은 3인展
- 2015 <공존도시共存都市>展 part.1 :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 2010~11 계절의 소리와 모습을 담은 “한글일일달력전”
- 2009 원광대학교 서예과 20주년 기념전
- 2009 대학파전
- 2007 원주한지문화제 “붓과 먹과 마음” 전시
- 2007 세대 공감! 한민족통일한글서예전
- 2004 한글의 날 기념 “한울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