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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서 젊은 예술가로 살아가기
[문화예술청년 인생 UP데이트 Ⅱ]안병근_감자꽃스튜디오 매니저18살, 평창고등학교 스쿨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했다. 대학의 전공으로 이어져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다. 기타로 평생을 살아가기엔 실력이 부족하고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동안 한 것이 아까워서, 앞으로의 삶이 막막해서 눈물을 1리터 쏟았다.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평창으로 돌아왔을 때, 떠날 때보다 더 큰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평창에서 예술가로, 음향감독으로, 어른으로 커 가고 있다.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감자꽃스튜디오는 폐교를 문화기획사로 탈바꿈시켰다. 그 안에서 안병근 매니저는 가장 쓸모 있고 요긴한 인물이자, 문제적 남자다. 우선 예민한 귀를 가졌다. 기타로 완벽하게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없어도, 아름다운 소리를 포착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감자꽃스튜디오가 위치한 폐교의 방을 개조해 녹음실을 만들었다. 실제로 망치질을 해서 콘크리트 벽을 깨고, 시멘트를 바르고, 녹음 기계까지 직접 세팅했다.
녹음실을 따로 만든 건, 그가 아카펠라 전문 프로듀서이자 음향 엔지니어이기 때문이다. 음향 엔지니어가 된 까닭을 ‘어쩌다 보니’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하나하나 해 주다 보니 입소문이 나서 전국에서 녹음본을 보내 편집을 의뢰하는 엔지니어로 성장했다. 아카펠라 분야는 음향 녹음의 틈새시장이었고 지속적인 수요가 있었다.
UP: 평창에서의 삶은 어떤가요 안병근: 평창은 당연한 것들이 특별한 곳이에요. 일하는 젊은 사람들이 없고, 있다고 해도 다들 공무원이 태반이거든요. 이곳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눈에는 “너는 무슨 일을 하면서 사는 거야” 하고 궁금증과 의심을 불러오기 딱 좋죠.
UP: 문화기획자라는 직업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안병근: 시작은 ‘기획을 잘하는 뮤지션이 되자’였던 것 같아요. 지역의 특성상 매일같이 공연이나 축제가 있는 것이 아니니 매일 음악만 하면서 사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그래서 때론 문화 기획, 예술 강사, 음향 엔지니어로서 역할을 다양하게 가져가야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고 실제 지역도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나로 딱 부러지기 힘들게 웬만한 예술 분야는 다 하고 있습니다.
안병근 매니저는 문화예술 분야에 걸쳐 4~5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따라서 평창에서 그의 직함은 하나가 아니다. 작년에는 가톨릭관동대학교 실용음악과 음향 전공에 입학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지도교수인 박기영 교수는 가수 동물원의 멤버이다. 일을 하다 막히면 곧바로 달려가 물을 곳이 있어야 하니 대학원은 필연적 선택이었다.
사실 평창은 서울과 그리 멀지 않다. 1시간 거리이지만 차가 없으면 이동이 어려운 시골이기도하다. 도시 생활을 하다 다시금 시골 마을로 돌아갈 결심이 쉽지만은 않았을까 물어보니 “도시는 자신과 맞지 않고, 너무 복잡하고 소음도 많고 사람들이 굉장히 차갑게 느껴지니 불편했다”라고 한다. 대학교의 자퇴를 결심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평온한 공간인 평창으로 돌아가 문화를 채워 넣겠다고 결심했다. 모두가 도시에 머물려고 하는 시대에, 낯설고 당돌한 선택이다.
UP: 2016년 여름,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안병근: 대화면이라는 마을에서 ‘더위사냥’이라는 여름 축제를 기획 중인데요. 축제의 테마송을 의뢰받아 작업 중입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아카펠라 음반을 약 3~4개 작업하고 있고요. 아르코 지원으로 진행되는 ‘신나는 예술여행’이라는 문화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UP: 강원도 교사로 구성된 아카펠라 그룹 ‘별의별’의 음반 제작은 어떤 내용인가요 안병근: ‘별의별’의 ‘학교 가자’는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언어치료사 선생님이 학교의 일과 언어치료 상담을 하면서 일어나는 학생들과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때로는 의미 있게 작사, 작곡한 곡을 감자꽃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싶다 하여 앨범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감자꽃스튜디오도 예전에는 학교였으니까요.
UP: 평창읍 시골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앨범을 발표했는데, 어떤 건가요 안병근: 저의 첫 번째 앨범 ‘시도’인데요. 제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을 곡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마을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마을의 테마송 같은 것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나머지 곡은 저의 이야기로 담아 봤어요.
평창 시골을 다니며 아카이브를 담는 일을 진행했는데, 둔전평 농악대의 상쇠 가락을 녹음해서 보존했다. 내친김에 CD까지 제작했다. 그 후 상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소리는 남아, 사람들이 농악대의 소리를 듣고 싶고 전수하고 싶을 때 자료의 역할을 할 것이다.
2016년에는 아르코 신나는 예술여행의 프로젝트 예술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역의 청소년 밴드 다섯 팀과 아티스트 다섯 팀을 연결해 공연하고 뮤직비디오도 촬영한다. 오픈콘서트 형식으로 관객에 상관없이 콘서트를 개최하고, 온라인 라이브를 통해 뮤직비디오를 업로드하는 형식이다. 공연의 배경은 평창의 자연을 알릴 수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선정하려 한다.
젊은 나이에 문화기획자로서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은 없다고 한다. “아직까지 노하우나 비결은 없는데, 그런 게 생기려면 70대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현장에서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일하면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UP: 예술을 전공한 것이 어떤 도움이 되는가요,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가요 안병근: 기타는 음악을 하는 데 기본이 되는 악기입니다. 그러나 대학교에서 기타를 칠 때, 그 틈에서 꼭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우울하고 슬펐어요. 내가 꼭 기타만 쳐야 하나 생각하니 인생이 오히려 쉽게 풀렸어요. 하나만 포기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려요. 오히려 전공에 대한 압박을 내려놓으니 내가 더 잘하는 것이 보이고, 그때 또 다시 학교에 진학해서 배우고 싶은 열의도 생겼어요.
UP: 문화예술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앞으로 꿈꾸고 계신 일이 있으시다면요 안병근: 의미라면 문화예술은 없어지지 않아요. 그 시대를 표현하는 중요한 역할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가치를 믿고 열심히 발전의 발전을 하고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을 잘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이 의미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꿈이라면 우리나라 여러 지역의 뮤지션들과 작업해 보고 싶습니다. 지역의 색깔을 들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지역의 음악들을 널리 알려 다양한 음악을 듣게 하고 싶어요.
그는 하나만 포기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결심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이었는지 안다. 기타를 포기하며 쏟았던 1리터의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안병근 문화기획자는 내가 가장 편한 곳에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그래, 도시에서 똑같은 패턴으로 성공할 필요는 없다. 꼭 도시가 아니라도 괜찮다. 평창에는 괜찮은 청년 예술가가 산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예술 전공자로 산다는 것은 엄청난 경쟁 구도에 뛰어드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아 잘 하고 있는 전공자들도 많습니다. 이런 치열한 구조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가 재충전하고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야 버틸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런 시간을 여행이나 전공이 아닌 다른 일을 통해 갖는데요. 그러다 보면 전공 관련된 일이 무척이나 하고 싶어집니다. 그때 하게 되면 매우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은 몸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 배웠어요. 제 경우는 매우 다양한 멘토를 알아 두고, 그들이라면 어떻게 진행하고 대처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저의 생각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멘토와 같이 일을 할 때도 그 멘토를 계속해서 주시한다면 일은 물 흐르듯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안병근 매니저 프로필
- 백석대학교 실용음악과 중퇴
-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졸업
- 가톨릭관동대학교 실용음악과 음향전공 재학
- 現감자꽃프로덕션 음악 및 예술 강사
주요활동
- 2016 아카펠라 음원 녹음_음향기사
- 2015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기술팀
- 2015 평창군 시민운동 로고송 제작_프로듀서, 작사, 작곡
- 2013 감자꽃스튜디오 마을축제 CJ우르르 음악여행_기획·운영, 공연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