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주 예술감독은 2007년 공연팀장으로 춘천마임축제 사무국에 입사해 2012년까지 공연팀장과 프로덕션 매니저로 일했다. 그러다 한예종 영상원에서 공부를 하고 인천아트플랫폼에서 문화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채웠다. 마침내 2015년 춘천마임축제의 여성 예술감독으로 부임하며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다. 경계에 시달리지 않는 물처럼, 더 큰 강물이 되어 춘천마임축제의 예술감독이 되었다.

조용하고 수줍지만 내면에는 역동하는 에너지를 가진 심현주 예술감독 조용하고 수줍지만 내면에는 역동하는 에너지를 가진 심현주 예술감독

왜 하필 마임이었을까?

조용하고 수줍다. 축제의 예술감독이라고 하면 휘하의 팀원들을 통솔하며 막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하지 않을까 상상했다. 약간은 자만에 도취해 객기가 넘치고, “이게 예술이야”라고 하면서 남을 설득하는 사람을 상상했다. 모든 일에 “운이 좋았다”라고 겸손한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 그녀의 첫 이미지는 착한 모범생 같았다.

심현주 예술감독은 학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그러나 “작곡으로는 대가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냉정한 자의식이 다른 공연분야로 눈을 돌리게 했다. 대학 졸업 후 극단 ‘뛰다’에서 일하다, 2007년 춘천마임축제에 공연팀장으로 입사했다. 작곡을 전공한 사람이 왜 하필 마임이었을까? 작곡을 공부한 사람에게는 소리가 세상의 전부다. 그러나 마임은 조용하게 몸짓의 언어로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UP: 작곡과 마임은 어떤 점이 같은가요 심현주: 저는 모든 것을 음악으로 이해하는 사람이에요. 마임은 몸으로 도입과 전개, 절정을 표현해 냅니다. 작은 음악적 장치가 분위기를 전환하고 서사적 메시지를 전달하죠. 가장 조용한 장르이니, 역설적으로 음악의 중요성은 커지고 무음도 의미를 가지는 거죠. 더욱이 작곡은 혼자 하되, 절대 혼자 하지 않는 예술 장르예요. ‘콘셉트를 어떻게 잡을까’, ‘어떤 악기 편성으로 곡을 쓸까’, ‘어떤 연주자와 함께 할까’ 등을 필연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예술가들과 협업하고 내가 구성한 판 위에 그들을 세운다는 점에서, 예술감독은 작곡자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작곡 전공자로서 마임의 무대를 더 밀도있게 바라보고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지요.

UP: 작곡을 전공하던 대학시절은 어땠나요 심현주: 대학 다닐 때, 얼마나 재미나게 놀았는데요. 혼성 록 밴드 ‘이이삼이’를 결성해서 베이스를 맡았어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쳤고 여대를 나왔으니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놀 때는 주도적으로 놀자’는 마음으로 신나게 밴드 생활을 했어요. 제 마음 속에 일탈에 대한 욕구가 숨어있죠

유연함과 이어짐이라는 의미를 담은 춘천 마임축제의 포스터 유연함과 이어짐이라는 의미를 담은 춘천 마임축제의 포스터

춘천마임축제는 ‘일탈성’이라는 축제의 존재 의미에 가장 부합하는 축제이다.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에 아이디어들이 실현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심현주 예술감독이 춘천마임축제와 10년간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몸안에서 용솟음치는 뜨거움 때문이다.

특히 ‘미친 금요일’은 애착과 관심이 가장 컸던 프로그램으로, 떠날 수 없고 떠나도 계속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인연의 도돌이표가 되었다. ‘미친 금요일’의 에너지와 19금 밤샘 난장, 새로운 시도와 신진 예술가들의 도발 등이 시너지를 내며 예술적인 자극을 주었다.

예술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달라진 것들

심현주 예술감독이 입사할 당시, 춘천마임축제는 이미 세계 3대 마임축제, 국내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는 등 그 위상이 검증된 상태였다. 유진규 전 예술감독, 최석규 전 부예술감독, 권순석 대표 등 선배 예술가들의 노력이 컸다. 춘천마임축제는 축적된 노하우와 브랜드로 다른 축제보다 비교 우위에 있지만, ‘어떻게 혁신하고 새로워질 것인가’, ‘정체냐 혁신이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또한 민간 축제로서 티켓 수입을 벌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심 예술감독은 몇 가지 변화와 실험을 단행한다.

UP: 부임 후, 2016년 춘천마임축제는 어떻게 바뀌었나요 심현주: 춘천마임축제에는 공연, 축제, 제작, 장소성 등 다양한 면모들이 프로그램과 결합이 되어 있습니다. 예로 올해 진행되었던 <불의도시: 도깨비난장>은 허허벌판인 수변 공원이라는 곳의 흙, 공간, 바람, 물, 사람 등등 자연의 소재를 중심한 공간을 재탄생시키고 그 공간 안에 예술가들의 새로운 시도들을 담아내려 하였습니다. 불의도시를 위해 7팀(8명)의 설치미술 작가들이 춘천에 3주간 거주하면서 폐무대와 가지치기를 하고 나온 나뭇가지, 기둥 등을 소재로 레지던시를 진행했습니다.

UP: 해외 아티스트가 참여한 프로젝트도 있나요 심현주: 춘천의 중앙로 4차선을 막고 진행되는 <물의도시: 아!수라장> 주제 공연을 위해 스페인의 무 테아트로 공연팀과 춘천마임축제 소속 배우 집단인 몸짓그룹 몸꾼의 8명의 배우들이 3주간 춘천에서 공동 창작 워크숍을 벌였어요. 이 과정을 통해 춘천마임축제만을 위한 주제 공연을 40여 명의 춘천 시민들과 창작·제작하기도 했어요.

UP: 예술감독으로서 축제를 만들면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심현주: 춘천마임축제가 창작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작품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완벽한 플랫폼’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예술감독으로서의 관점의 유무이고, 예술감독 심현주도 성장하는 중입니다. ‘내 관점이 존재하느냐’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답을 찾아 실행하고 있습니다.

춘천마임축제 불의도시 춘천마임축제 불의도시 2016년 춘천마임축제 아수라장의 모습 2016년 춘천마임축제 아수라장의 모습

마임축제에 레지던시와 창작·제작 워크숍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경험을 해 왔기 때문이다. 2012년 마임축제를 떠난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영상원에서 전문사 과정을 공부했고, 인천문화재단에서 인천아트플랫폼 프로듀서를 맡아 ‘플랫폼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외부에서 이룬 성공이 예술감독으로 부임하게 하는데 원동력이 되었다.

UP: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상원 전문사과정(영화사운드 전공)를 공부했는데 이유가 뭔가요 심현주: 춘천마임축제에서 일하다, 영상원을 선택한 이유는 예술가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혹은 예술적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는 거창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기획하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하면서 제 내면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라는 사람의 중심을 찾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했고, 영상원 영화과 사운드 전공을 하면서 혼자서 작업하는 시간들을 다시 갖게 됐어요. 작곡을 전공한 제게 가장 익숙한 언어로 나를 표현하는 방법들, 가장 익숙했지만 어느 순간 어색한 그 어법을 다시 찾고 싶다는 갈망에 학교로 향하게 됐습니다.

UP: 플랫폼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는데 어떤 프로젝트였나요 심현주: 영상원을 졸업 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프로듀서를 맡았어요.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레지던시 기관으로, 다른 레지던시 기관들과 다르게 스튜디오뿐 아니라 전시장, 공연장, 공방, 예술 교육 공간 등등 공간이 참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플랫폼 페스티벌’은 인천아트플랫폼의 공간들을 살려 공연예술축제와 결합해 보자는 취지에서 진행했어요. 기존 ‘플랫폼 페스티벌’의 개막 형식에서 좀 벗어나 보면 어떨까 상상하고 실행을 밀어붙였어요.

UP: 플랫폼 페스티벌에서 마임축제의 영향을 받아서 진행된 프로젝트가 있나요 심현주: 축제를 하면서 야행성이 되다보니 밤이 되면 불이 꺼지던 아트플랫폼의 중앙 길에 거대 의자를 세우고 30여 분간 퍼포먼스를 했어요. 사운드 아티스트, 설치 작가들과 함께 난장을 폈던 ‘플랫폼 프리덤’은 기존 그 공간에서 보이지 못한 새로운 시도여서 즐거웠어요. 기존의 정부기관이나 시각 작가들 중심에서 진행되었던 프로그램들이, 공연과 축제 기획을 하였던 제가 조금 변형하면서 색다른 시도들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인천아트플랫폼_플랫폼 아트페스티벌 중 플랫폼 선언 인천아트플랫폼_플랫폼 아트페스티벌 중 플랫폼 선언

유연하게 한길을 가는 예술가의 인생

심현주 감독은 작곡을 전공했고, 공연과 축제분야에서 10여 년간 몸 담았다. 졸업 후 연극 단체와 축제 기획으로 가고, 영상원에서 사운드를 전공도 했으며, 공연장과 레지던시 운영을 하는 프로듀서를 거쳐 다시 축제의 장으로 돌아왔다. 음악과 작곡이라는 분야를 넘어, 교육, 축제, 전시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심현주 감독은 말한다.

“남들에게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것처럼 보여도, 저는 늘 한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심 분야가 확장되고, 그 연결이 늘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단지 유연하게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오케스트라 속에서 오늘은 피아노가 되었다가, 내일은 첼로가 된다. 음악이라는 장르를 벗어나지 않되, 자신의 색깔은 상황에 따라 조화롭게 변해갈 뿐이다.

인생UP데이트 멘토링

학부 때, 저는 물론 그렇게 열심히 학교를 다니거나 수업을 준비하였던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맨 뒷줄에 슬그머니 앉아 있다가 날이 너무 좋으면 가끔 땡땡이도 치고 뭐 그랬었는데…. 어느 한 교수님께서 지각과 결석을 모르는 그리고 매일 맨 앞줄에 앉아 수업을 듣던 제 동기에게 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예술 한다는 애가 뭐 그리 수업에 열심히 하냐.’ 본인을 잘 알기 위해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정말 잘 노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주도적으로 잘 놀아 보라고 애기해드리고 싶어요.

심현주 예술감독 약력
- 숙명여자대학교 작곡과
-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사운드전공
- 現 (사)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

주요 활동
- 2004 (재)과천한마당축제_기획(해외 공연팀 관리)
- 2007 (사)춘천마임축제_공연팀 업무 총괄
- 2012 (재)인천문화재단_인천아트플랫폼 PD
공연프로그램 및 공연레지던시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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