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준 부장은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콘텐츠를 기획해서 그것을 대중에게 어필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공연기획자의 일이라면,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모두 제 전공과 관련이 있습니다.” 충무아트센터에서 한국창작뮤지컬의 기념비적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라인프로듀서로 활약한 최 부장을 만났다.

미디어를 섭렵하며 마케팅을 배우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PD가 되는 것을 동경했었다. 원론을 얘기하는 딱딱한 학문보다는, 실용적인 학문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신방과에 입학했다. PD가 텔레비전을 매개로 세상과 소통하듯, 최명준 부장은 자신만의 콘텐츠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는 큰 조직과 작은 조직을 오가면서 다양한 이력을 쌓아 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양한 이력을 쌓으셨는데, 어떤 일을 하셨나요?

졸업 후 1999년에 삼성그룹 공채로 삼성SDS ‘유니텔사업부’에서 신입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당시 PC통신이 각광받는 분야였고 전공을 살려서 홍보, 전시, 마케팅 부문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특히 PC통신 브랜드 홍보를 위해서 거대한 전시 부스를 만들고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전시 분야의 현장 업무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죠.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것이 지금 하는 일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요?

미디어를 이용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공부하고 관심을 두며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그 기본 구조는 공연예술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콘텐츠를 기획해서 그것을 대중에게 어필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공연기획자의 일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모두 제 전공과 관련이 있죠. SNS나 스마트폰이 새롭게 마케팅 도구로 등장했지만, 기본 개념은 기획한 콘텐츠를 갖고 대중(Mass)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이후 뮤지컬과 음반, 영화 쪽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코마케팅(Co-marketing)을 진행했고, 3년 만에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분야에 뛰어들고자 마음먹었다. 그때 이직한 회사가 당시 영화 <친구>로 엄청난 돌풍을 몰고 왔던 신생 영화배급사 ‘코리아픽쳐스’라는 곳이었다. 공연팀 대리로 입사해 각종 뮤지컬과 콘서트 등의 투자 업무를 담당했고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구조와 투자 구조에 관한 실무를 경험했다. 기획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고, 공연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수익성’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지 못하는 투자사의 한계와 제작을 해보고 싶다는 갈망이 그를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투자 업무의 노하우를 배웠기에 창작뮤지컬을 만들 때 안정적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프랑켄슈타인, 뮤지컬이 새로운 이정표를 쓰다

기회는 찾아왔다. ‘워커힐 호텔’의 예능팀 과장으로 입사하게 된 것이다. 당시 워커힐 호텔에는 오래된 상설 공연장이 있었는데 그곳의 콘텐츠를 바꾸려는 계획이 있었다. 공연을 기획하고 현장에서 밀접하게 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 워커힐 예능팀에 합류하게 됐다.

호텔의 공연기획을 담당하셨는데 회사생활은 어땠나요?

이 시기에 라스베이거스나 유럽, 호주에서 다양한 쇼를 접했고, 세계 각지의 프로듀서들을 만나서 함께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런데 8년을 다니니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기획한 공연 작품의 한계를 느꼈고, 공연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갈증이 생겼습니다. 마침 그때 개관 때부터 눈여겨봐 왔던 ‘충무아트센터(당시, 충무아트홀)’의 채용 공고를 접하게 되었고, 새로운 변화와 기회를 원하던 차에 경력직으로 지원해서 합격했죠. 응시 번호 1번으로 제일 먼저 입사 지원서를 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당시는 뮤지컬 장르의 수요가 정점에 이르던 시기였다. 충무아트센터에서 기획자로 일하면서 뮤지컬계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초기 기획단에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창작뮤지컬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야 하고 작품의 완성도와 흥행의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기획자에게는 즐겁지만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최 부장은 작품 개발 단계부터 창작·제작·투자자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안정성을 높였고, 재연에서 수익이 나도록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했다. 결과는 적중했다.

공연기획자로서, 프로젝트를 하시면서 주로 어떤 일들을 담당하시나요?

창작뮤지컬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제가 프로젝트에서 주로 했던 일들은 총예술감독과 총괄 프로듀서를 보좌해서 중간에서 제작, 투자 모집, 마케팅, 공연 진행 등 전반적인 사항을 창작진과 협의하며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소통해야 할 사람이 많으니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아주 중요하죠.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들 수 있겠네요. 2012년 연말부터 준비해서 2014년 3월에 첫선을 보였던 작품으로 제가 라인프로듀서로 참여했어요. 첫 제작 작품이 대표 작품이 된 케이스죠. 당시 국내 최고의 창작진으로 라인업을 구성했지만 창작뮤지컬로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 장담하기도 어려운 때였어요. 충무아트센터 같은 공공기관에서는 이례적으로 제작된 상업 공연이었고, 수익 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어서 수년간은 창작뮤지컬의 좋은 롤모델로 남게 될 프로젝트일 것 같아요.

공연기획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

충무아트센터는 <프랑켄슈타인>의 흥행을 계기로 대관에서 제작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뮤지컬 극장’이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렇게 이미지를 만드는 데, 최명준 부장의 역할이 단연 돋보였다. 그가 이끄는 공연기획부는 공연장의 전반적인 프로그래밍과 공연 사업, 자체 기획 공연 제작, 그리고 공연장 운영 등을 책임지고 있다.

공연장의 공연기획자로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일하시나요?

공연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연간 프로그래밍을 어떤 작품들로 구성해서 충무아트센터만의 색깔을 가져가고, 관객에게 우리 극장이 선택하고 제작하는 공연에 대해서 신뢰를 쌓아 가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 역점을 두고 업무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수 창작진 발굴 사업인 ‘뮤지컬 하우스 블랙 앤 블루’를 통해 중소형 창작 뮤지컬을 발굴하고 지원하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2017년 여름에는 <벤허>, 겨울에는 뮤지컬<모래시계>로 이어지는 대형 창작 뮤지컬들이 연이어서 개막을 앞두고 있고요.

이런 노력 덕분에 2014년에 선보인 <프랑켄슈타인>은 2014년 ‘제8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상을 포함해 총 9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고, 덕분에 최명준 부장도 2014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장관상 표창장을 받았다. 앞으로도 충무아트센터와 더 성장할 기회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항상 좋은 공연기획자가 되기 위해서 촉을 높이 세우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좋은 공연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공연기획자는 제작에 관련된 창작진, 배우, 스태프, 투자자, 마케터 등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만들고자 하는 콘텐츠의 방향을 서로 이해하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원하는 바대로 포장이 되어서 대중에게도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해야 하죠. 공연기획자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머릿속에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좀 구태의연한 말 같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딱 맞는 표현입니다.

공연기획자는 스태프들과 같은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고, 그 그림이 관객들과 대중에게도 각인되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소통하고 뜻한 바를 스태프들과 원활하게 화합의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북돋아야 한다. 최고의 공연을 관객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힘들어도 지치지 말고 함께 나아가자고 말하는 사람! 그가 있기에 세상에 없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인생UP데이트

예술 분야는 특별한 사람들만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이나 콘서트 등 산업화된 무대예술 장르에서 수많은 분업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차츰 그 분야의 전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어요. 공연예술 분야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매우 창의적이고 고부가 가치의 매력적인 업종입니다. 콘텐츠가 필요해지는 사회에서는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고 이 분야에 인재들이 모이면 모일수록 발전 속도는 빨라질 것을 확신합니다. ‘예술 분야는 배고프니까’, ‘성공해서 큰돈을 벌기 힘드니까’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적성에 맞고 장점을 펼칠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하고 공부하세요. 분명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명준 프로필
학력
- 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 학부 졸업

주요 경력
- 前 ㈜코리아픽쳐스 공연팀 투자업무 대리
- 前 SK네트웍스(주) 워커힐 예능팀 공연기획 과장
- 現 (재)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센터 공연기획 총괄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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