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의 음악은 아프리카의 코끼리 떼를 닮았다. 무리 지어 있어도 서로 상처 주지 않고 평화로운 세상을 지향한다. 아토의 남윤식 대표는 아프리카 문화에서 치유의 에너지를 찾았고, 음악을 통해 청소년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노력 중이다. 젬베를 치면 마음이 열리는 세상, 타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피자 배달을 하며 드럼을 배우던 문제아

헝클어진 머리의 코끼리는 홍대 지하에 살고 있다. ‘부’는 아프리카 말로 코끼리라는 뜻인데, 남윤식 대표의 별명이다. 코끼리 떼가 무리 지어 걸으면 “부~” 하고 내지르는 소리는 저 멀리서도 음악처럼 들린다. 홍대의 사무실 겸 연습실에는 몸집이 큰 사내(부)와 초록 머리의 사내(캡틴)가 한 팀을 이뤄서 아프리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캡틴은 자동차공학과를 졸업하고 한때 높은 연봉을 받고 잘나가던 직장인이었다. 둘은 아토라는 회사 안에서, 음악을 통해 세상을 치유하고 있다.

학창시절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중학교 시절, 소위 문제아였어요. 싸움도 하고 다녔는데 가슴속이 그냥 답답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드럼 소리를 듣는데 그 답답함이 해소되는 기분이었어요. 마음에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을 느끼고 저는 한순간 드럼에 매료됐어요. 당연히 부모님의 반대는 심해서 레슨비를 마련할 수가 없었죠. 고등학교 때는 피자 배달을 하면서 드럼 수업의 레슨비를 마련했어요. 음악을 전공하겠다는 높은 뜻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좋아하는 일이라 포기하기가 어려웠던 거예요. 부모님의 반대가 거셌으므로 광고홍보학과에 입학했지만, 2주를 나가고 그만뒀어요. 미련도 없었죠. 그 후 도피하듯 군대에 갔는데, 전역하고 나니 소속도 없고 할 일도 없었더라고요.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유학을 갔어요. 이거다 싶어서 바로 실행에 옮겼던 거죠.

드럼을 배우러 영국으로 유학을 가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나요? 이유는 없어요. 드럼, 록의 본고장이 영국이잖아요. 드럼을 잘 치고 싶고 음악을 잘하고 싶었어요. 영어요? 잘 못해요. 돈도 없었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녔어요. 항상 아르바이트를 해서 겨우 먹고살 정도로 벌었어요. 학비를 내고 생활비를 쓰고 나면 하나도 남지 않았어요. 그래도 ‘Tech Music School’의 ‘드럼테크(Drumtech)’에 입학해서 신나게 연주를 했죠. 드럼, 작곡, 화성 등 실용음악 전반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모든 것을 걸고 간 것인데, 드럼을 포기하고 오기가 힘들지 않았나요? 왼쪽 팔이 너무 아팠어요. 처음에는 인종차별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클럽에서 공연도 하고 친구도 사귀면서 즐겁게 지냈는데, 팔이 너무 아프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병원비가 감당도 안 됐고요. 3학기를 마치고 학위도 없이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실패했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재미있게 경험했으니 ‘이제 뭘 할까’ 하고 설레는 마음이 있었죠.

지금은 아프리카 음악을 주로 하는데, 드럼을 전공한 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드럼이요? 치면서 제가 우선 치유가 됐어요. 그리고 깡이 좋아졌습니다. 깡이라는 말이 속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부딪치고 뭐든 해볼 수 있는 능력이 커졌어요. 그러니 영국도 갈 수 있었던 거죠. 드럼은 음악을 하게 만들었고 제 인생의 출발선이 되었죠.

음악을 통해 치유될 수 있다는 가능성

25살. 누군가는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 가기 시작하는 나이지만, 남 대표는 모든 것을 리셋했다. 다시 출발선이었지만 불안보다는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음악으로 세상을 치유하고 싶다는 꿈도 있었다. “영국에서 친구를 도와서 병원을 돌면서 음악 봉사를 했는데, 환자들이 음악을 통해 슬픔을 이겨 내는 모습을 보면서 음악의 힘을 느꼈어요.”

음악이 가진 치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니, 삶과 음악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가 바뀌었다. 스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버렸다. “드럼은 정확하게 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아프리카 음악은 그렇지가 않아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흥겨워요. 함께 치면 칠수록 더 울림이 크고 아름답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한국에 돌아와서 음악 레슨을 진행했었어요. 2008년에는 한 중학교에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을 모아서 아프리카의 타악기 ‘젬베’를 가르치고 공연을 올렸는데, 음악으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저도 어린 시절에 답답했던 마음이 있었던지라, 제각각 사정이 있는 아이들을 유연하게 대하며 이해하려 다가설 수 있었어요. 이 활동들을 하며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죠. 그렇게 음악을 통한 치유에 뜻을 가지면서 음악심리상담, 심리분석, 심리상담 등 자격증을 따고 대학에서 음악치료도 공부했어요.

‘요술당나귀’라는 밴드에서 공연도 했는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통영국제음악제, 홍대공연 등에서 오르기도 했어요. ‘2010 통영국제음악제 프린지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공연 요청이 많아지고, 기존의 음악교육 필요성도 커져서 5년 전에 아토를 설립하게 되었죠. 세 명이 시작했는데 지금은 식구가 스무 명으로 늘었어요.

아토를 통해 어떤 가치를 나누고 싶었나요? 아토(Art-O)는 순우리말로 ‘선물’이라는 뜻이에요. 2012년에 창립했고 그해에 ‘서울시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었어요. 회사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나누겠다는 결심을 세상에 알린 거죠. 뮤지션으로서 교육,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처음에는 공연이 주가 됐지만, 지금은 교육과 무역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고 아토의 음악을 사랑한 사람들이 좋은 제안을 내밀었기에 가능했어요.

서로를 치유하고 화합하는 아프리카 음악

아프리카의 음악은 여러 명이 모여서 함께 치고 소리 낼수록 흥겨워진다. 남 대표는 이 점에 착안해서, 아프리카 음악을 통해 소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드럼서클의 대부인 ‘아서 홀(Arthur Hull)’의 퍼실러테이터 양성 과정도 하와이에서 정식으로 수료하고 왔다.

아프리카의 음악으로 소통 문제를 풀어 보는 건 어떤 내용인가요? 뿌리는 아프리카 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많게는 한 번에 150명 이상의 사람이 동시에 연주합니다. 다양한 아프리카 악기를 하나씩 받고는, 빙 둘러앉아서 2~3시간 동안 서로를 향해 소리 내고 박자를 맞추며 곡을 연주하는 거죠. 소통의 출발점은 서로의 소리를 듣는 것부터 시작하잖아요. 처음에는 쑥스러워하고 어찌 소리를 내야 할지 모르던 분들이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면 함께 큰 울림을 만들어 내요. 이건 단기 과정이고, 심화 과정으로는 저소득층 아이들, 거리의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10회에 걸쳐서 열 명 내외의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사실 수익은 되지 않지만 사명감으로 하고 있어요.

아토의 출발은 음악이지만, 끝은 알 수 없다. 아프리카 음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수록 물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무역 사업으로 이어졌다. 아프리카의 음악은 의복, 문화, 예술, 역사 등 모든 것과 엮여 있다. 그리고 소년원, 화상전문병원 등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청소년들과 아픈 아이들에게 음악과 춤을 통한 공연을 선물하고 있다. 시야를 더 넓혀 태국의 국경 지대의 버마 난민들에게 2년 전부터 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가서 자고 밥 먹고, 장시간 같이 지내면서 희망의 에너지를 전해 주고 있다.

이 많은 일을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까? 남 대표는 복잡한 척하지 않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복잡하지 않아요. 그런데 복잡한 척해요.(웃음)”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다 보면, 또 다른 길이 열린다. 그는 코끼리처럼 무리 지어서 살아도 서로 상처 주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음악 안에서 찾고 있다. 남 대표와 캡틴이 소파에 몸을 깊게 파묻고 서로를 보면서 말했다. “이제 그만 놀고 일을 좀 해야지?” 그들에게 일과 놀이는 구분이 없는가 보다.

인생UP데이트

좋아하는 일을 재미있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굳이 복잡한 척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사실 그리 복잡하지도 않잖아요. 생각을 멈춰 보세요.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향해서 달려 보는 겁니다.

남윤식 프로필
주요 경력
- 現 소셜컬쳐기업 ‘아토’ 대표
- 現 월드뮤직 팀 ‘칸’ 리더
- 現 프로젝트 팀 ‘달의 사람들’ 음악감독
- 現 드럼스트롱 페스티벌 메인 디렉터

주요 활동
- 서울교육 멘토 교육기부단 멘토
-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 명예교사
- 마포 사회적경계 예비특구사업 추진위원

주요 기획
- 마포 사회적기업 페스티벌, 아시아창작 워크숍, 지역특성화 사업 외(2014)
- 문화예술오픈스쿨 박람회, 아프로비젼 페스티벌 외(2015)
- 버마난민음악캠프, 마포구 혁신교육 외(2016)

주요 공연
-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광주 월드뮤직 페스티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광복 70주년 광화문 월드타악배틀, 세종문화회관 계단콘서트, African music party ‘AFROVISION’ 외 다수 클럽, 페스티벌, 기획,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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