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한 번 보고 나니 알 수 있었다. 왜 아프리카 춤 하면 ‘양문희’라고 하는지. 몇 년 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모든 청춘은 아픈 곳이 많았는데,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설령 안다고 해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자신만을 믿고 미지의 세계로 내동댕이쳐도 깨지지 않을 단단함을 가진 사람을 만났다. 뜨거운 나라의 열기로 구운 그녀의 삶은 ‘아프리카 청춘이다’

페이스북으로 연락하고, 아프리카로 떠나다

양문희 대표는 대학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어려서 한국무용을 했지만 갑갑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현대무용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게 좋았다. 그러나 그마저도 서아프리카 춤을 접하면서 얼마나 정제된 세상이었는지 깨달았다.

UP: 어떻게 아프리카 춤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양문희: 처음엔 한국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전통 서아프리카 춤을 접하게 되었어요. 일본에서 온 아프리카 댄서에게 라이브로 진행되는 수업을 듣고 아프리카 춤에 대한 매력에 빠져 버렸죠. 그 뒤로는 일본, 대만 등 가까운 아시아 국가로 아프리칸 댄스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아프리카 춤을 배우러 다녔어요.

UP: 어떤 점이 아프리카 춤에 매료되게 했나요 양문희: 관객과의 호흡이요. 살아 있죠. 그리고 음악도 모두 현장에서 연주되잖아요. 항상 새롭고 한 번도 같은 곡, 같은 느낌이 없어요. 현대무용을 하면서 CD를 틀어 놓고 춤을 출 때 그 점이 답답했어요. 지금은 젬베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그들이 내 춤을 보면서 박자를 맞추니 서로가 호흡을 맞추는 순간에, 그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껴요.

UP: 현대무용을 전공한 것이 다른 춤을 배울 때 도움이 되지 않았나요 양문희: 물론 그렇죠. 비전공자와 다르게 내 몸을 조절할 줄 안다는 것은 큰 능력이에요. 습득력도 좋고요. 춤은 말의 언어가 아니라 몸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몸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법을 현대무용을 통해 배웠어요.

서아프리카 춤을 접한 이후 더 잘 추고 싶다, 전문가에게 배워 보고 싶다는 갈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에는 아프리카 춤이라는 것이 생소할 때라 배울 곳이 전혀 없었다. 유튜브를 보면서 아프리카에서 춤을 잘 춘다는 강사들을 보며 알음알음으로 공부했다.

“저 그 나라 가서 춤을 좀 배워도 될까요?” 춤 워크숍 교육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좋아, 와라!” 이 답장을 받고 2012년 혼자 덜컥 아프리카로 떠났다. 주위에서 지금 아프리카 어디에는 테러가 일어났다, 여자가 혼자 가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하다는 마음이 들었고 지금 안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첫 번째 아프리카행이었다.

각국에서 모인 친구들과 함께 배우는 아프리카 춤 각국에서 모인 친구들과 함께 배우는 아프리카 춤 혈혈단신으로 떠났지만 친구가 되어준 사람들 혈혈단신으로 떠났지만 친구가 되어준 사람들

포니케, 젊은 사람들

“달밤에 참 많이 울었어요. 내가 춤을 이렇게 못 추나 싶어서요.” 도착해서 보니 언어는 둘째 치고 춤을 따라가기가 너무 어려웠다. 아프리카인들의 탄력성은 마치 고무공 같아서 같은 동작을 할 때에도 몇 배는 더 신나고 경쾌했고, 리듬을 즐겼다. 열망으로 가득 차서 갔지만 절망으로 가득 찬 밤들이 길어졌다.

UP: 혼자 떠난 아프리카, 공부하는 환경은 어땠나요 양문희: 서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는 프랑스 식민지이기 때문에 불어를 사용해요. 하지만 각 국가마다 부족 언어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프리카에 가면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프리카 춤은 단순하게 그냥 춤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춤의 유래와 의미, 리듬까지 다 이해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언어를 이해하는 부분이 저에겐 너무 힘들었습니다.

UP: 아프리카에서 공부하고 나서 바뀐 점이 있나요 양문희: 모기가 많고 전기가 안 들어오고 물을 사용 못 했어요. 생활적으론 힘든 부분이 반대로 내가 얼마나 행복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를 느끼게 해 주고 내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게 해 준 것 같아요. 현대무용을 할 때 뽈록 튀어나온 엉덩이가 단점이었는데, 아프리카 춤을 추니 탄성과 탄성을 만드는 부분이라 친구들이 항상 제 몸을 칭찬해 줬어요. 평생을 단점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시각을 돌리니 장점이 되어 있었어요.

온몸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관객과 하나 되는 공연 온몸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관객과 하나 되는 공연

혈혈단신 아프리카로 떠나 고생도 많이 했지만 자신이 좋아서 간 것이고, 춤을 원 없이 추고 배울 수 있어서 그걸로 족했다. 양문희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포니케를 구성했다. 9명의 ‘포니케’는 서아프리카 기니(Guinea) 수수(Susu)족의 언어로 ‘젊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아프리카의 음악과 춤이 되살려 주는 젊음의 에너지와 해방감을 무대 위에서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표현이다.

9명의 포니케 멤버 중에 춤 전공자가 한 명뿐인데 어떻게 팀을 꾸렸을까? 양문희 대표는 ‘섭리’라고 말한다. “아프리카 문화는 혼자 이루어 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연주하고 춤추는 공동체 문화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아프리카 춤을 추거나 연주하는 연주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연습하면서 팀을 이루게 되었어요,” 지금은 코트디부아르에서 연주가가 와서 같이 연습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포니케와 멤버들 ‘젊은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포니케와 멤버들

아프리카 춤 하면 양문희라는 위치

불과 몇 년 사이에 한국에도 아프리카 춤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포니케 말고도 몇 개의 팀들이 생겨났다. 일본에서는 아프리카 관련 동아리가 천 개가 넘는다. 원시적인 에너지가 스트레스에 찌든 도시인의 가슴을 훑고 지나가서 즐거움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세상인가 보다. 특히 올해에는 브라질 올림픽이 진행되면서 젬베, 둔둔의 타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의 모태가 같은 아프리카 뮤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양문희 대표는 아프리카 춤 하면 양문희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인물이다. 현대무용과를 나와서 어려운 선택을 했지만 10년을 지나고 보니 자신만의 영역이 확고하게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지금은 고개를 끄덕인다. 인생을 길게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UP: 이 분야에서 갖고 싶은 인생의 목표가 있나요 양문희: 사실 아프리카는 국가만 54개국으로 아프리칸 댄스라고 하면 너무 광범위하게 많은 댄스들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제가 추고 있는 춤은 서아프리카, 그것도 기니와 말리, 코트디부아르 춤이에요. 악기로는 젬베와 둔둔이 주로 연주를 해 주며 3개의 나라 안에도 무수히 많은 부족들이 있고, 부족별로도 다양한 전통춤을 보유하고 있어요. 나중에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를 돌면서 춤을 배우고 싶어요. 그래서 아프리카 서부와 동부의 차이, 부족에 따른 차이, 음악에 따라 표현하는 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고 싶어요. 누군가 물어보면 미묘한 차이까지 알려 줄 수 있는 아프리카 춤과 음악에 대해서는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포니케 멤버들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모여 연습을 한다. 기쁨을 전하는 악기 젬베, 리듬의 기둥 역할을 하는 둔둔, 그 외에도 벨, 자바라, 그린 등 서아프리카에서 온 야생의 에너지들이 피로하고 지친 대한민국을 깨우고 있었다. 키욱! 리듬에 맞춰 양문희 대표가 소리 질러 추임을 넣는다. 아프리카에 가면 꼭 저런 소리를 내는 새가 살고 있을 것 같다.

인생UP데이트 멘토링

예술가의 삶, 저는 본인 하고 싶은 대로 조금 더 자유로워도 되지 않나 싶어요. 누가 만든 틀 안에서 헤엄을 치는 것보다 본인이 상상하는 것처럼 행동해 보는 게 자신의 세계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일들도 자꾸 생각하고 다짐하면 너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니까요. 시대나 환경을 탓하는 것보다는 상상하고 이루어 내는 것이 예술가 아닐까요. 남들의 눈을 많이 의식하지 마세요. 내가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끝까지 걸어가 보세요. 그렇게 걸어가다 보면 나의 길이 만들어지고 있을 거예요.

양문희 대표 프로필 -한국체육대학교 무용학과
-現 한국아프리카음악·춤 연구소 부소장
-現 아프리카공연예술그룹 포니케 대표

공연
-2012 고양예술축제 <아프리카영혼> 인기 GYLAF 수상
-2013 DIPOME de bagatae dance&drum 취득_Les Ballets Africains
-2013 인권영화제 오프닝 축하공연
-2014 광주예술난장굿+판너랑나랑
-2015 시민청아트페스티벌 ‘서울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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