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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 항상 포트폴리오를 넣고 다녀라, 누구를 만날지 모르니
[문화예술청년 인생 UP데이트 Ⅱ]신호윤_뽕뽕브릿지 대표광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가난한 예술가로 10년을 버텼다. 그러나 해외 에이전시에 메일을 보내고,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작업을 가다듬으며 지구 한편에 내가 존재함을 알렸다. 끊임없이 주눅 들지 않고. 이제는 한국보다는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작가가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공공미술 실험 공간인 뽕뽕브릿지를 오픈했다. 해외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해외에서 전시하면서 그는 시방, 서울을 거치지 않고 해외로 날아가 버렸다.
미대를 졸업한 어머니 덕분인지 집안에는 예술가의 유전자가 흘렀다. 여러 장르 중에서 조각을 선택한 것은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이유 같지만, 사람들이 너는 덩치가 크니 이에 걸맞게 전공을 선택하라고 충고 아닌 충고를 해서 결국 전공이 되었다. 황당하지만 진짜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 집안 형편이 급속도로 나빠졌고 집안의 부채까지 떠안았다. 갓 졸업한 신출내기 순수예술 전공자가 무슨 능력이 있겠나. 작품은 계속 만들고 싶었으나 어찌 생존할 것인가 답이 없었으므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몸으로 할 수 있는 거의 웬만한 막노동을 섭렵하며 입금될 때 본업인 예술가로 돌아올 수 있었고, 작품을 할 때는 미친 듯이 매달렸다. 2011년까지 항상 아르바이트를 2~3개씩 병행했다.
한때 한옥의 단청 무형문화재 밑에서 기술을 배우라는 제의가 있었다. “마음이 흔들렸어요. 기술만 배우면 평생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니 작품은 포기할 수 있겠더라고요.” 가난하던 시절이었고 기술을 배우겠노라 결심을 하고 친구들에게도 이 바닥을 떠난다고 말을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다시 반쪽 예술가로 남았다.
그러다 우울증과 슬럼프가 찾아온 건 2005년 즈음부터였다. 작업 구상도 되지 않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삶을 살며 작가인지 노동자인지 모르는 경계에서 허덕이는 삶을 살아갔다. 그러나 기회는 해외에서 찾아왔다. 2009년 작품이 팔리고 해외에서 찾아 주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도 해외에서 인기가 더 좋은 작가다.
UP: 해외 에이전시와 어떻게 접촉했나요 신호윤: 방법이 있나요. 꾸준히 리서치하고 무조건 지원했어요. 온라인은 공짜잖아요. 공고가 떴다 하면 바로 포트폴리오를 보내는 거예요. 저는 인맥이나 학연에 기대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러니 스스로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나를 알릴 방법이 없었어요. 지금은 홍콩, 뉴욕, 태국의 갤러리에서 전속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2015년까지 떨어졌다고 기죽지 않고 나를 알린다는 절박함을 안고 계속해서 지원했어요. 항상 가방에 포토폴리오를 넣고 다녔죠. 누구를 만날지 모르는 거니까 준비를 해야죠.
UP: 조각을 전공한 것이 삶과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신호윤: 조각은 상황이에요. 관찰하는 사람들의 시점에서 3차원으로 해석되죠. 평면 작업하는 사람보다 구성하는 능력, 공간 지각력이 좋아지는 장점이 있어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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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갤러리에서 작품 의뢰가 들어오면 국제 우편으로 보낸다. 플라스틱 골판지로 박스를 제작해서 속에 신문지 같은 것을 충진재로 채운 다음, 작품을 에어캡으로 싸서 국제 EMS에 보낸다. 180g의 종이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니 깨지지 않아서 가능하다. 이렇게 졸업 후 예술가로 자리를 잡기까지 10년이 더 걸렸다. 작가로 자신을 알리고 신호윤 대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그것이 뽕뽕브릿지다.
뽕뽕브릿지는 2015년 11월에 광주의 발산마을에 문을 연 문화 공간이다. 원래는 가구 보관 창고로 쓰이다 버려진 공간이었다. 허름한 공간을 개조해 청년 작가와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공유 공간으로 개조했다. 해외의 예술가들이 광주의 마을로 들어왔고, 작가들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몇 개월씩 참여하며 마을에 문화를 만들어 간다.
1970년대 발산마을에는 뽕뽕다리가 있었다. 구멍이 뚫린 건축자재로 얼기설기 만든 다리라 뽕뽕다리라고 불렸는데, 그 다리를 건너서 여공들은 일터로 나갔다. 월급날이면 고기 한 근을 끊어 그 다리를 건너 집으로 돌아왔다. 뽕뽕다리는 한국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뽕뽕브릿지가 개관할 당시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았다. 외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고 사비를 털어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마련했다 해외에서 작품이 팔리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자립할 시간이 필요했다.
UP: 뽕뽕브릿지는 어떤 곳인가요 신호윤: 뽕뽕브릿지는 공간을 통해 공유를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는 공간입니다. 예술과 같은 지적 재산과 물질적 재산이 동등한 관계로써 다양한 이들에게 공유되고, 예술이라는 장르와 예술가가 사회의 한 구성으로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 공간의 목표입니다. 단 디렉터의 색깔이 너무 강하게 개입되면 그만큼 제약이 따라오는 경우가 많으니 ‘어떤 공간이다’라고 정확하게 명명하지 않으려고 해요.
UP: 발산마을에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신호윤: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사회적 역할과 고민을 실험하고 풀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한 시험을 위한 장소로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발산마을은 최적의 장소였던 것 같아요. 마을이 가지고 있던 외부를 향한 벽을 말랑말랑하게 만들기 위해 공공미술이라는 장르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의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찬성과 반대가 뒤섞여 있었으며, 지금도 그런 상황입니다.
UP: 뽕뽕브릿지의 개관작인 ‘발산 3부작’은 어떤 내용인가요 신호윤: 마을을 이해하는 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 보고 싶었어요. 3명의 예술가가 입체적으로 마을을 관찰합니다. 이세현 작가(1)는 밖에서 마을을 관찰하고, 박세희 작가(2)는 마을에서 마을 속 이야기를 찾아보고, 박성완 작가(3)는 마을에서 밖(광주)을 바라보는 전시를 통해 마을을 이해하죠. 이 시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작가를 관찰하는 시선으로 글 쓰는 작가(타라재이)의 눈을 빌려 따라가 보는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AVI 레지던시는 ‘Artist in Village’의 약어로 발산마을이라는 작은 마을에 예술가가 들어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실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의 작가들이 물리적 환경에 부딪혀 하지 못했던 작업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공간을 제공하며 전시를 병행하는 확정된 개념의 레지던시다. 예술가들이 마을에 진입하기 수월하도록 과제를 개발하고, 각 마을 미술 프로젝트 참여 단체와 네트워크를 이어 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한국(부산, 광주), 싱가포르, 영국의 4인의 예술가가 참여한다.
뽕뽕브릿지의 모태는 <프로젝트 飛>이다. 공공미술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은 공간을 운영하는 데 사용한다. 북경교류사업은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2015년에는 북경의 ‘lazy dragon’과 교류전을 진행했고, 올해는 뽕뽕브릿지에서 9월에 전시를 진행한다.
또한 현재 말레이시아 페낭의 Hin Bus Depot 아트센터와 교류 사업을 진행 중이고, 7월에 현지에서 진행될 조지타운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밖에도 일본의 코가네쵸 바잘, 싱가포르의 TAV 등과 MOU를 체결하였거나 진행 중이다.
“이런 교류 사업을 통해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한국에만 있어서는 답이 없다. 시장은 좁고 경쟁은 치열하다. 한국인이라는 특색을 지니되, 내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열의가 있을 때,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 답을 줄 것이다. 그러나 먼 곳이므로 똑똑 두드렸다고 다음날에 답이 오기를 바라면 안 된다. 자신을 알리고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자세, 삶의 태도를 신호윤 대표에게 배웠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조언을 할 만한 사람인지가 의심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마흔을 넘긴 저는 이제 기성세대가 되어 지금의 미술 판을 고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세대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제 세상에 나와 막 기지개를 켜야 할 세대들에게 미안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조언을 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가방에 포트폴리오를 들고 다녔던 제 삶의 이야기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신호윤 대표 프로필
- 조선대 미술학과
- 現 뽕뽕 브릿지 대표
기획&전시
- 2005 개인전 <비밀공작소> 지산갤러리
- 2007 개인전 <수상한 꽃:비밀공작소> 광주 롯데화랑
- 2007 단체전 <포장되거나 혹은 아니거나> 아트팩토리, 파주 헤이리
- 2011 단체전 <본질은 없다> 展 광주 롯데갤러리
- 2012 단체전 <하정웅청년작가> 초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