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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미술을 위한 편견 없는 도구
[문화예술청년 인생 UP데이트 Ⅱ]김민정_스페셜아트 대표스페셜아트는 장애인 미술 교육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의 예술적 가능성을 발굴하고, 주체적 창작자로 육성하여 전문 작가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다. 미술 활동을 통해 장애인들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게 돕고, 재능 있는 발달장애인 예술가를 육성하고 매니지먼트한다. 발달장애 전문 미술 교사 양성 과정처럼 처음 시도하는 프로그램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예술 안에서 서로 마음을 터놓는 세상을 꿈꾼다.
스페셜아트 김민정 대표의 학부 시절 전공은 조소였다. 시간을 들이면 들인 만큼 작품이 나오는 것이 참 정직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어느 날 미술치료를 접하고 인생의 항로가 바뀌었다. 만들기는 곧잘 해도 그림은 남들보다 못하다는 냉정한 자기 객관화도 있었다. 미술치료를 시작하면서 손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타인으로, 강물이 흘러가듯 관심사는 이동하며 확장되었다.
UP: 미술치료 분야를 선택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김민정: 시립 미술관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를 보고 세상에 너무 뛰어난 훌륭한 작가들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작업을 하는 것 말고, 예술을 통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미술치료가 그 답이었습니다.
UP: 새롭고 다른 분야인데 어떻게 배웠나요 김민정: 미술치료를 처음 공부할 때 참 신나고 재미있어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매주 1회 통학을 했어요. 그림 속에 숨어 있는 나의 마음을 발견하는 것이 신기했고, 나 자신을 이해하자 내 안의 상처들이 치유되는 것을 느꼈어요. 더 깊게 공부해 보고 싶어 보건대학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하게 됐습니다.
UP: 조소와 미술치료는 어떤 연관이 있나요 김민정: 미술치료를 공부하다 보면 나도 인지하지 못한 내면의 깊숙한 무의식을 바라보는 힘이 생겨요. ‘왜 이런 작품을 만들었는지’ 해석하고 생각해 보게 됩니다. 대학 시절 가시철사로 갑옷 드레스를 만들었어요. ‘더 이상 아무도 들어오지 마세요’라는 방어적인 의미를 띠고 있는 작품이었어요. 당시 저는 방어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타인에 대해 무한히 공격적이었다는 걸 제가 만든 작품을 통해서 깨달았어요. 조각 작품은 내 안의 심리 문제를 밖으로 꺼내서 360도로 살펴볼 수 있게 만든 성찰의 도구입니다. 저를 미술치료로 이끈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스페셜아트는 장애 전문 미술교육을 기획하고 교육한다. 발달장애인들의 예술적 가능성을 발굴하고 육성하여 전문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발달장애인 전문 교사를 양성해서 장애인에게도 미술교육의 기회와 접근성을 확대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김민정 대표가 장애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데는 필연적이고 우연적인 이유가 있다.
외삼촌은 정신장애가 있었다. 어릴 적 외삼촌을 보러 병원에 가면 외삼촌은 어린 조카를 반기는 마음에 하모니카를 불러 줬다. 하모니카 소리는 애잔한 울림이 있었고, 외삼촌이 하는 말은 음절로 끊어지는 것이 율격을 가진 시조 같았다. 엄마에게는 남동생의 존재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짐이자 아픔이지만, 장애에 갇힌 채 살아가는 사람의 답답함에 비할 수 있을까. “자신만의 세계에 웅크리고 앉은 사람들을 위해 철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싶다”라는 간절함은 외삼촌이 불러 주는 하모니카 소리와 함께 커졌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내면을 궁금해하던 아이는 어른이 되어,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하고 미술치료사가 된다. 그 분야에서 인정받으며 두각을 나타냈는데 미술치료가 아닌 장애문화예술교육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우연’을 만나게 되었다.
UP: 미술치료 전문가로 일하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민정: 미술치료를 할 때 내담자 한 분이 사고로 인한 신체장애와 지적장애가 동반된 분이었는데, 전직 조각가이셨어요. 도구를 잡았을 때, 정신은 가로막혀 있었지만 몸은 이전의 습관대로 움직이고 있는 예술가를 발견했어요. 이분에게 과연 미술치료가 어떤 의미일까?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미술치료가 아니구나. 미술치료가 왜 존재하는 걸까? 결국 치료가 끝났을 때 세상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치료가 끝났다고 그들이 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들었어요. 그런 고민이 이어져 창업까지 하게 됐고요.
UP: 스페셜아트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나요 김민정: 치유적 접근의 장애 전문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교육합니다. 성인 발달장애인 대상으로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향유할 수 있는 미술교육 프로그램도 있고,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아티스트로 육성하는 발달장애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사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장애와 비장애인의 통합 지원 사업으로, 장애에 대한 편견과 인식이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발달장애 전문 미술 교사도 양성하고 있어요.
UP: 스페셜아트는 특별하게도 조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김민정: 보통 장애인문화예술이라고 하면 평면의 회화 작품을 많이 예상하시죠. 쉽고 접근성이 좋아서 장애인문화예술 하면 회화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 장애예술 자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양한 분야를 다루지 못했어요. 스페셜아트에서는 조각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통의 새로운 도구가 생기는 거죠. 조각을 시작으로 섬유, 도자기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UP: 장애인들이 조각을 한다고 하면 도구를 쓸 때 위험하지 않나요 김민정: 장애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아요. 아픔을 느끼고, 조심하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 같아요. 그래서 자신이 다칠 것 같은 행동은 안 해요. 다만 숙련될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거죠. 숙련될 때까지 옆에서 도움을 주면서 자신만의 배움의 속도를 갖게 합니다.
김민정 대표는 2010-2012 KOICA 한국국제협력단에서 초등학교 미술 교사로 캄보디아를 다녀왔다. 좋은 쓰임은 지켜야 할 삶의 명제이다. 미술치료를 넘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을 발견했을 때 창업을 결심했다.
UP: 복지관에서 일하다 장애인문화예술을 창업하신 계기가 있나요 김민정: 복지관에 취업해서 수업을 하는데 너무너무 신났어요. 그러나 정부에서 시행하는 장애인문화예술은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잖아요. 이와 달리 예술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더 깊게 다가갈 필요가 있어요. 집중이 필요한 거죠. 제가 그 역할을 하기 위해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UP: <장애문화예술의 이해> 세미나는 어떤 프로젝트였나요 김민정: 초기 장애문화예술의 이해는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세미나였어요. 추후, 이 세미나는 조금 더 사람들 속에서 현장감을 느끼기 위한 축제 형태가 되었습니다. 또한 발달장애 작가 어머니들이 작가를 육성하는 방법에 대해 잘 모르셔서 어머니들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를 매월 진행하게 되었어요. 작품 사진 찍는 방법, SNS로 소통하는 방법, 캡션 정리하는 방법, 시각예술에서 꼭 필요한 작업들을 하는 방법들을 세미나로 진행해서 부모들이 장애 작가를 위해 서포트할 수 있는 방법들을 교육했어요.
UP: 장애 작가들의 작품으로 아트 상품을 만든 계기가 무엇인가요 김민정: 스페셜아트에서 만든 아트 상품은 장애 작가들이 대중과 만나는 소통의 연결 고리입니다. 전시를 통해서는 한정적인 인원에게만 소개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트 상품에 작가와 작품 소개를 담아 판매하게 되었죠. 그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그 작가의 그림을 좋아하는 새로운 지지자가 되고, 사회적 지지망이 약한 우리 작가들과 부모님들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스스로 만들어 가고 그려 나가는 예술 작업을 통해, 10년, 20년, 30년 예술로 자신의 삶을 담아내어 그 개인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정 대표는 발달 장애인이 예술가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길 희망했다. 장애라는 편견을 내려놓고, 장애가 특별함이 되어 독창적인 예술로 인식되는 세상이 조금씩 가까이 오고 있다. 스페셜아트 덕분에.
예전에는 나보다 더 잘 ‘표현하는 사람’이 능력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자기 삶을 그리고, 만들어 가는 사람이 더 멋진 것 같아요. 이제는 기술적인 표현력보다 담아내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려고 해요. 손안의 예술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삶을 바꾸는 예술, 그런 예술을 만들어 갈 힘이 우리에게 있어요. 끝으로 자신을 잘 성찰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서 삶을 풍요롭게 이끌 관계를 만들어 나가길 바랍니다.
김민정 대표 프로필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조소학과
- 가천의과대학교 보건대학원 임상미술학과
- 前 KOICA 한국국제협력단 초등학교 미술 교사
- 前 강남장애인복지관 미술치료 및 장애 문화예술 기획자
- 現 스페셜아트 대표
- 現 사회적 기업 에이브 사외 이사
수상
- 2015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 육성가기업 선정
- 2016 H-온드림 펠로우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