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은 무대, 무대디자인, 음향, 조명, 기획을 아우르는 공연 전문 팀이다. 걸작의 수장인 이도엽 대표가 인터뷰하는 동안 가장 많이 한 말은 “우리 팀”이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이유도 우리 팀이 도전하고 빛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고, 어떻게 하면 우리 팀이 최고라는 소리를 들을까 매일 고민한다. 같이 일해 보고 싶어서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오는 걸작에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극계로 뛰어들다

누구나 그런 스토리가 있다. 집안은 엄하고, 부모님은 다른 전공은 몰라도 예술을 하겠다는 자식에게는 한 푼도 지원해 줄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때 수긍하든지, 아니면 마이웨이를 가든지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지만 솜털이 보송한 아무 재주도 없는 청년이 마이웨이를 선언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의 삶은 영화가 아니므로.

이도엽 대표가 연극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할 테면 네가 벌어서 하라”라고 엄포를 놓았다. 판사였던 할아버지가 법조계를 가지 않겠다던 아버지에게 했던 것처럼, 아버지도 할아버지의 그 나이가 되자 자식은 편안하게 살기를 원했다. “그럼 나 혼자 한번 해 보지 뭐” 이 한 고집하는 아들은 대학을 다니며 한전아트센터에 들어가 조수로 일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무대, 음향, 조명 등 시키는 일을 다 하는 막내로 몇 년을 일하다 보니, “그 녀석 똘똘하고 성실하네”라는 평판을 얻었고 “여기 한번 맡아볼래?” 하는 제안이 들어왔다. 포이동에 위치한 M극장. 군대를 다녀오자마자인 25살부터 춤 전용 극장의 운영까지 맡게 되었고, 10년을 넘겼을 때 축하 파티를 열었다.

UP: 첫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한전아트센터에서 어떤 일을 했나요? 이도엽: 그냥 다 했어요. 음향, 조명, 무대까지 시키는 일은 다 했어요. 연극을 한다는 사람이 이것도 모르고, 저것도 모른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어요. 그래서 일이 주어지면 마다하지 않고 스태프로 참여했어요. 공연이 없는 날에도 셋업은 하니, 4년 내내 거의 매일 공연의 전 과정을 지켜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무대감독의 자질과 가능성을 찾은 곳도 그곳이었습니다.

UP: 학점은행으로 공부한 것이 삶에는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이도엽: 학교에서 한전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서 교수님의 소개를 받아 스태프로 참여할 수 있었죠. 이론은 학교에서 배웠고 학교를 마친 6시부터는 곧장 극장에서 스태프로 일했으니 4년 동안 실무적인 것을 많이 배웠어요. 한전아트센터에서 학생 인턴으로 일하면서 전액 장학금을 받았기에 부모님의 도움 없이 졸업할 수 있었어요.

더불어 숲, 최고의 팀을 이루다

이도엽 대표는 공연 전문 팀 ‘걸작’의 수장이다. 걸작은 무대, 무대디자인, 음향, 조명, 기획의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의 공연 전문 팀 중 몇 팀은 사라지고 ‘걸작’만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왜 공연 전문 팀이 존재하기 어려운 걸까? “무대의 빠른 셋업은 곧 공연의 퀄리티와 연결됩니다. 빨리 셋업을 끝내야 공연 팀이 연습할 시간을 충분히 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다른 팀과의 협업은 쉽지 않아요. 공연 전 세팅은 시간을 다투다 보니 자기 분야가 조금 늦춰지고 상황이 불리한 것 같으면 항의하고 갈등을 빚기가 쉬워요. 그러니 각 분야의 전문 팀들이 셋업을 할 때만 이합집산으로 모이게 됐죠.”

핵심은 조율자였다. 전체적인 큰 판을 조망하고, “지금 조명 설치는 무대 세트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지금은 음향을 테스트할 시간입니다”라고 알려 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이도엽 대표는 셋업을 할 때 스태프들의 흐름을 정리하고 시간의 순서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걸작의 스태프들은 이도엽 대표라는 신호등을 믿고 달리는 자동차들이다.

처음부터 회사를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팀을 이뤄 일을 하면 효율적이고 부족한 점도 서로 메워 줄 수 있어서 팀으로 일하기를 선호했다. 그러나 걸작에 대한 소문이 업계에 났고 “저도 같이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회사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한 게 아니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왔고 레고 조각이 조립되듯 팀이 만들어졌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걸작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걸작

UP: 걸작이라, 대단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결의가 느껴지는 이름인데요 이도엽: 걸작은 13명의 각 분야 스태프로 구성되어 있어요. 프로젝트에 돌입하면 여러 차례 회의를 하고 사전 답사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각 전문가들이 최선을 답안을 냅니다. 창무예술제를 하면서 외국 팀이 처음에는 상당히 걱정을 많이 하지만 나중에는 정확하고 빠르면서 안전한 스태프들의 수준에 놀라워해요. 얼마 전에는 기획 팀의 멤버 두 명이 더 들어왔어요. 기획까지 영역을 조금씩 넓혀 가고 있습니다.

UP: 여러 분야가 섞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매끄럽게 풀어 가는 걸작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이도엽: 조명, 음향, 무대 등 다양한 파트가 섞여서 일을 하다 보면 마음이 상하는 일이 생기기도 해요. 그러나 저희는 절대 “그만하시죠”, “안 돼요” 등의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말은 일절 하지 않아요. 그러면 상황이 더 꼬여요. 자신의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면 오히려 존댓말을 쓰고, 상황을 더 차분하게 생각하며 풀어 가는 실행을 해서 갈등을 해결해 나갔어요.

UP: 무대감독의 역할이 왜 중요하나요 이도엽: 무대감독은 연출가나 안무가가 상상한 장면을 무대 위의 실체로 만들어 내는 사람이죠. 모든 스태프들과 함께 조율하여 조명, 음향, 의상, 무대장치 등 무대 위 모든 파트의 진행을 책임져야 합니다. 공연이 시작되면 연출가의 손에서 떠나 그 이후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적으로 무대감독의 ‘큐’ 사인에 따라 진행됩니다. 무대감독의 큐 사인의 타이밍이 어긋나는 순간 무대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혼란에 빠지게 되니까 그만큼 무대 뒤에서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기술 수출에서 연극 연출까지 꿈을 향해 나아가다

이도엽 대표가 인터뷰하는 내내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우리 팀”이었다. “우리 팀이 최고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말처럼 업계에서 최고로 인정받기 위해 끝없이 회의하고 연구한다. 얼마 전부터 해외 출장이 잦아졌는데 걸작의 무대 기술이 해외에서 사업화되고 있다.

원활한 셋업을 위해 논의 중인 이도엽 대표 원활한 셋업을 위해 논의 중인 이도엽 대표

UP: 우수한 무대 기술로 해외에서 호평받은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도엽: 싱가포르의 센토사 유니버셜 스튜디오 안의 홀로그램 시어터에 구조를 변형할 수 있는 기계장치를 설계했어요. 라이브 퍼포먼스와 홀로그램 시어터를 동시 진행할 수 있는 극장을 만든다고 했을 때도 싱가포르 전문가들이 다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저희 팀이 시공까지 끝내고 성공하자 다들 걸작 팀을 높이 평가했고 다른 계약 건까지 받았어요. 우리 팀원들이라면 더한 작업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UP: 현업도 바쁠 텐데 기술 투자,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도엽: 걸작 팀이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할 기회를 주고 싶어요. 성과를 통해 빛날 기회를 안기면 팀원들의 자부심도 올라가고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팀이 되잖아요. 항상 우리 팀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어떻게 하면 우리 팀이 더 좋은 팀이 될까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도엽 대표는 걸작 팀을 완비한 다음 연출계로 눈을 돌렸다. 원래 연극을 시작할 때부터의 꿈이기도 했다. 2015년에는 미국 뉴욕문화원의 공모에 선정되어 ‘질투’라는 작품을 연출까지 했다. 미국에서 진행된 공연의 스태프로 참여를 했다가 공모를 보고 “가볍게” 신청했는데, 정작 지원한 연출가들은 떨어지고 무대감독이었던 자신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뭉크의 작품인 질투에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으로, 인간의 본능적이면서 강렬한 에너지를 담았다.

자신이 뜻한 바를 하나씩 이뤄 가는 이도엽 대표에게 물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살고 싶냐고. “거창하고 대단한 계획과 목표는 없어요. 조금은 부족하지만 지금처럼 마음을 다해 작업을 하다 보면 팀의 이름처럼 한국 공연계의 걸작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처럼, 우리 팀이 걸작이 되면 좋겠어요.” 그냥 그런 사람이 있다. 눈이 반짝여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함께 일하면 에너지가 샘솟는 사람. 뭔가 그 사람이 하면 나도 함께 하겠노라 손을 번쩍 들고 싶어지는 사람. 이도엽 대표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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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엽 대표 프로필 - 학점은행제 연극 전공
-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수료
- 前 한전아트센터 무대기술팀 인턴
- 現 홀로디브 및 닷밀 3D 구현 협연 기술감독
- 現 공연전문 스탭팀 걸작 대표 및 기술감독

공연
- 2011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전야제(동국대 명진관) 무대감독
- 2013 현대무용가 김형남, 김원 뮤직 콜라보 공연(뉴욕 맨하탄 시어터) 무대감독
- 2013 서울문화재단 서울 댄스프로젝트 게릴라 춤판 기술감독
- 2015 창무국제무용제(아르코 대소극장) 기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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