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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사는 정량적 평가나 구체적 근거를 가진 전망치가 아니다. 공연장, 공연단체, 기획제작사 등 공연시장의 주요한 참여단체 185개 담당자의 주관적 느낌을 물어 취합한 것이다. 그러므로 응답자의 구성에 따라 결과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점을 착안해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
첫째, 대체로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공연시장이 뜨겁다.
둘째, 지금까지 미래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셋째, 지난 2010년 이후 공연시장의 매출규모는 큰 폭으로 커지고 있는 것은 여러 통계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런 점을 적용해보면 위의 동향조사의 결과는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O 2012년 하반기의 공연 실적은 2012년 상반기는 물론 2011년 하반기에 비해 좋아졌지만 기대한 만큼은 아니다.
O 2013년에 대한 전망은 상반기가 좀 힘들겠지만 그리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조사결과를 보완하기 위해 필자를 포함하여 5명의 전문가가 모였다. 그 중 2명은 뮤지컬쪽이 강한 회사 소속이고 2명은 연극 등 순수예술쪽 경향을 가진 단체를 대표했다. 필자는 사회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중립적인 위치를 고수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에서 뮤지컬 쪽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좌담에서 산업적 성격이 강한 공연 장르의 비중이 무척 큰 편이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대로라면 얼추 맞는 구성이긴 하다. 참석자들은 조사 내용을 미리 받은 상태에서 이슈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토론했다. 사안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대체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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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하반기 이슈
O 대형 뮤지컬 강세
2012년 하반기에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뮤지컬, 그 중에서도 크고 화려한 대형뮤지컬을 중심으로 뮤지컬 시장이 유례없는 활황을 맞았다는 점이다. 해외 라이센스 뮤지컬과 투어를 온 오리지널 공연이 줄을 이었고 관객이 몰렸다. 이러한 호황에는 몇 가지 요소가 때맞춰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뮤지컬 전용극장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블루 스퀘어를 비롯해서 디큐브아트센터, 샤롯데극장 등 뮤지컬 전용극장이 선두에 섰다. 한번 만들어진 공연을 계속 무대에 올려 흥행을 지속해가는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의 레퍼토리화가 정착되었다는 점과 대형 투어팀 공연이 이어진 것 등 세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대형 뮤지컬이 잘나가는 동안 그늘도 짙었다. 연극 시장과 중소형 뮤지컬은 침체에 머물러 상대적 소외가 컸다. 대형뮤지컬은 화려한 볼거리와 스타캐스팅 조합으로 시장을 과점했다. 전체 3천억 규모의 뮤지컬 시장에서 상위 5개 작품이 전체 매출액의 30~40%를 차지했다. 공연산업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된 느낌이다. 공연산업 전반의 양극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O 예술인 복지재단의 출범
2011년 11월에 제정된 “예술인 복지법”이 발효되고 이 법에 근거하여 예술인복지와 관련된 사업을 총괄할 특별법인인 ‘예술인복지재단’이 정식 출범했다. 10여년만간의 논의 끝에 이루어진 일이라 예술계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는 공연 소비자와는 거리가 있어 전체 공연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데 공감했다.
O 공공극장 안정화
국립극단, 남산예술극장, 명동예술극장 등 공공부문의 새 극장과 단체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 좋은 공연과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층을 유지, 발굴한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제작비와 예산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민간극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부정적 측면이 공존한다. 시장에는 추세를 바꿀 만큼의 특이한 신호를 보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O 뮤지컬 한류현상 가속
한국에서 뿌리내린 라이센스 뮤지컬과 창작뮤지컬이 해외로 수출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잭더리퍼>나 <궁>, <광화문연가> 같은 작품들이 해외에서 반향을 일으켰고 작품에 대한 해외 관계자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해외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전략적이고 적극적이므로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해외 관람객이 한국에 들어와 한국 뮤지컬을 관람하는 추세는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스타가 등장해도 흥행이 보증되지 않는 사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 공연시장의 특수한 현상이라고까지 불리는 팬덤현상의 변화가 감지된다.
O 대학로 인프라 확대
대학로에 공연시설 인프라 증가는 속도도 더 빨라졌지만 구성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작은 소극장 위주에서 비교적 규모를 갖춘 정규 공연장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규모의 확대로 전체적인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대학로의 전체 관객수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소형 공연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대학로 인프라 확대가 전체 공연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쪽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O 공연시장 외부요인 영향 제한적
2012년 하반기에는 공연시장에 영향을 줄만 한 외부변수가 많았다. 런던올림픽이나 여수엑스포와 같은 경쟁재도 그렇지만 12월의 대통령 선거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국민적 관심사다. 이러한 빅 이벤트들은 이제껏 공연예술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요소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을 돌아보면 외부환경이 공연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제한적이다. 전반적인 경제침체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고, 자영업자를 비롯한 시장 전체의 체감경기가 심각한 상황에도 공연시장이 받는 영향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합의하기 어려웠다. 공연시장이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 계층을 주관객층으로 한다고 볼 수도 있고,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연소비를 줄이지 않는 공연 관객층이 두터워진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공연산업이 경기와는 다른 소비패턴을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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