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예술경영, 지역을 사고思考하다”를 주제로 전방위적으로 예술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역’이라는 화두를 예술경영의 관점에서 점검해보았다. 불과 2년 사이지만 ‘지역’은 더 이상 중앙의 정책 ‘대상’이 아닌 ‘지역문화분권’의 프레임으로 균형감 있게 살펴봐야 할 ‘주체’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지역과 예술경영’을 주제로, 6대 광역시별로 지역별 문화인프라 및 네트워크 현황을 살펴보고, 지역 예술경영인들의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들어보는 “예술경영, 지역을 사고思考하다 Ⅱ”를 마련한다. 이번호는 ‘대구벌’ 대구다.

핫&이슈 ① 좌담_대구와 축제 ② 현안과 제언
일정표

선택과 집중을 고려할 시점

김중기 대구에는 시민참여 축제인 ‘대구컬러풀페스티벌’(이하 컬러풀축제)을 비롯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뮤지컬축제)과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이하 오페라축제) 등 많은 축제들이 해마다 열리고 있다. 오늘은 어떻게 하면 대구 축제들이 시민들과 호흡하고 도시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

최원준 대구에는 크고 작은 축제들이 많다. 이것은 대구뿐 아니라 모든 도시가 그런 편이다. 그러나 정리할 필요가 있다. 오페라축제와 뮤지컬축제, 여름에 하는 호러연극축제. 재즈페스티벌 등은 공연예술축제로 묶을 필요가 있다. 컬러풀축제는 과거 시민 위안잔치인 달구벌축제에서 시작되었는데 지자체장이 민선이 되면서 대구만의 색깔을 가진 시민축제를 열자는 의미에서 패션의 도시 대구를 상징화하여 컬러풀이라 이름 붙였다. 서울의 하이서울페스티벌과 비슷한 것이다. 2005년부터 7년 정도 진행됐으나 해마다 정체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아직 제대로 방향을 찾지 못하고 7년이란 적지 않은 시간동안 다양한 장르를 시험했다. 이젠 제대로 된 콘텐츠와 테마를 잡아서 테마를 잡아 역사성을 만들어가는 축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광우 뮤지컬축제는 올해로 6회째를 맞고 있다. 올해는 집행 위원장이 바뀌면서 컬러가 변했다. 외형적으로는 확장되었으나, 대구의 예술단체들의 기량 발전에 기여하는 바는 정체되어 있지 않은가. 이제 뮤지컬을 통해 뭐를 얻을 것인가라는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오동욱 대구의 축제들이 많지만 컬러풀축제와 뮤지컬축제, 오페라축제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컬러풀축제는 시민들의 위락이나 유흥이 아니라. 문화향유에 초점을 둔 도심형 거리예술축제로 잡아가고 있다. 뮤지컬축제는 지방브랜드 사업으로 선정되어 중앙으로부터 10억에 가까운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전국적으로 인지도도 높다. 이제 국제 페스티벌로 자리잡아가야 할 단계다. 뮤지컬 포럼을 글로벌화 해서 우리를 검증도 하고 국제적인 교류를 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야 할 때다. 오페라축제는 올해 10회째를 맞고 있다. 자체적으로 오페라를 생산하기도 한다. 올해는 한국 근현대 음악의 개척자인 박태준의 사랑과 예술을 그린 오페라 ‘청라언덕’을 개막작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볼 수 있는 오페라가 대구에서 축제로 안착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축제 기간 외에도 시민들에게 오페라를 볼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국제적인 홍보도 하고 교류도 해야 한다.

축제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대구가 사과의 도시라고 하는데, 사과는 안은 하얗고 밖은 빨갛다. 레드와 화이트처럼 선명한 부분들이 부각되어야 하지 않을까._전광우

전광우 ‘쌍끌이’식 주자가 있어 파급효과도 있지만 축제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대구 도심에는 동성로축제도 있고, 주얼리축제에 약령시축제도 있다. 축제들의 색깔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시민들이 혼선을 주기도 한다. 단계별로 축제들을 연계할 필요하다. 그리고 감동을 주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근대문화유산의 공간적 배경이나 소재를 끌어내어 추진하고 있는 ‘옛골목은 살아있다’ 는 성공적이다. 1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2탄 ‘박태준과 청라언덕’과 같은 감동적인 스토리가 컬러풀축제 안에 녹아들어야 한다. 대구가 사과의 도시라고 하는데, 사과는 안은 하얗고 밖은 빨갛다. 레드와 화이트처럼 선명한 부분들이 부각되어야 하지 않을까.

오동욱 콘텐츠는 정말 찾기 어렵다. 컬러풀축제는 프로그램 측면에서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연극, 코미디, 무용, 오페라, 댄스, 비보이, 넌버벌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공격을 피할 수가 없다. 대구의 경우 무형자산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그 보전과 활용성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소단위의 생활예술 동아리를 축제 속에 녹여 넣는 것도 좋은 콘텐츠다. 대구에는 생활예술 동아리들이 의외로 많다. 대구시 8개 구·군 자치구마다 특화된 주제를 개발해 컬러풀에 참여하면 그 자체가 시민참여 축제가 될 것이다. 기초자치구는 이러한 동아리들을 챙겨줄 여력이 없다. 전체적인 그림만 잘 그리면 컬러풀축제가 각 구·군의 독특한 컬러의 콘텐츠를 끄집어내는 것이 되고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콘텐츠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전광우 매년 반복되고 끝나니까 예산이 집중되었다가 소멸되어 버리는 느낌이 든다. 축제를 통해 기존 대구 예술의 인프라를 확충시키는 계기도 마련되어야 한다. 지역 예술단체를 단순한 공연 콘텐츠로 참여시키는 것을 넘어 지역의 예술과 공연수준도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결합되어야 한다.

컬러풀축제를 위한 발전방안은

김중기 오페라와 뮤지컬축제는 장르적 특성상 선명한 편이다. 그러나 도시를 대표할 축제를 하나를 꼽으라면 컬러풀축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축제의 이미지 브랜드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시기의 고정화가 필요하다.사회적 이슈에 흔들리지 않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그래야 홍보도 유리하고 역사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_오동욱

오동욱 차별화시켜야 된다. 그러나 사실은 상당히 어렵다. 지역성과 향토성, 전통성에 나름대로 기반을 둔 축제인데 특화된 테마를 찾기가 어렵다. 다채로운 모습은 보여 줄 수 있지만 메인 테마를 잡기는 항상 어렵다. 앞에서 말씀하신 사과의 경우처럼 선명한 색깔만 나타낼 것이 아니라 거기서 더 발전하여 애플, 융합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공연축제를 구체화해서 육성해나가고 있다. 시민 문화향유를 위한 컬러풀축제, 시장성을 지향하는 뮤지컬축제, 클래식한 예술에 초점을 맞춘 오페라축제가 각각의 특성을 보여주면서 대구가 공연문화중심도시로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고 있다. 여기에 경쟁력을 키워 성장해가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원준 크게 나눠 공연예술축제와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두 가지 축제로 성장시킬 것인지, 아니면 공연예술까지 포함해 컬러풀축제로 확대할 것인지 생각해야 된다. 사실 짧은 기간 안에 뮤지컬과 오페라축제, 동성로축제와 약령시축제를 다 모아서 할 수 있다면 그 기간은 대구 전체의 컬러풀축제에 녹아들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공연예술축제는 성격이 다르고 실내 공연이니까 그 카테고리로 가고, 컬러풀축제 안에는 비슷한 성격의 거리 축제를 모아 간다면 대구 도심인 중앙로가 나무의 기둥이 되고, 각 골목이 가지가 되어 밖에서 보면 큰 나무를 만들어가는 것이 어떻게 보면 바람직하지 않나.

오동욱 컬러풀이 대구 전체를 아우르는 축제로 간다면 8개 대구시 구·군을 참여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축제는 모두가 시기가 고정되어 있다. 축제의 이미지 브랜드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시기의 고정화가 필요하다. 축제시기가 고정화되면 홍보도 유리하다.

최원준 시기가 고정되면 기대감을 가질 수 있으니까 좋을 것 같다. 이번 컬러풀축제에는 시민참여 퍼레이드를 추진하면서 과연 몇 팀이 참가할까 고심했다. 그러나 첫해지만 기대이상 참여했고, 수준도 상상 이상이었다. 축제는 테마나 콘셉트를 정확히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컬러풀축제의 콘셉트는 ‘스타일과 패션’이었다. 컬러풀축제가 새롭게 변해가는 원년이라고 생각을 하고 준비했고, 나름 평가도 좋았다. 콘셉트와 방향이 정해지면 빨리 시기를 고정화시키고, 참여자들이 준비하는 시간도 벌어주면 훨씬 축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축제는 테마나 콘셉트를 정확히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콘셉트와 방향이 정해지면 빨리 시기를 고정화시키고, 참여자들이 준비하는 시간도 벌어주면 훨씬 축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_최원준

전광우 또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끌어줄 상설화된 협의체가 필요하다. 단순히 시기에 맞춰 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식의 의사결정은 예산의 중복을 초래할 수 있다. 머리를 맞대고 축제를 고민할 종합적인 협의기구가 절실하다. 포럼이 계속되면서 스토리가 전개되어야 시민들에게 홍보가 되어 종합적인 가이드북을 주고, 예술단체들이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축제에 참여해야 축제의 종합적인 모습이 완성될 것이다. 또 대외적인 지역의 브랜드를 알리는 계기도 될 것이다. 그런 기구가 필요할 것 같다.

안정적인 축제의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것들

김중기 컬러풀축제의 경우 시기와 장소도 자주 변했다. 콘텐츠와 테마, 개최 시기 등 축제의 기본적인 요소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축제들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오동욱 그동안 사회적 이슈에 의해 조정되었다. CEO 한 사람에 의해 모든 것이 변할 수 있는 것이 지역의 현실이다. 이들 축제가 ‘우리 지역의 자랑이다’라는 합의만 되면 연간 프로그램을 정해버려야 한다. 올해가 끝나고 다음 프로그램이 시작될 때까지 놓아두는 것이 아니라 연간 행사프로그램으로 운영해야 된다. 사회적 이슈에 흔들리지 않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뮤지컬축제도 역사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뉴욕이 아트마켓을 지향한다면 우리는 어떤 것을 지향해야 하는지 이러한 것들은 심포지엄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전광우 의사결정이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 심포지엄과 같은 정기적인 연구모임이나 오늘 같은 좌담회를 꾸준히 개최해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여론화해야 된다.

오동욱 심포지엄을 학술적으로만 접근할 필요가 없다. 후원사를 연결하는 소통의 계기나 시민들을 참여시켜 여론을 수렴하고 홍보하는 차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현실적인 실용성을 가미한 국제 심포지엄을 통해 대내외적인 인지도도 높이고, 홍보와 시장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최근 모 투자기업이 뮤지컬축제의 창작지원작에 투자를 했다. 엄청난 일이다. 뮤지컬에 투자하는 일은 없다. 이것은 시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문화예술도 투자를 받아야 한다. 시장을 지향하는 축제라면 기업의 투자는 필수적이다. 심포지엄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조금씩 판을 키워나가 공론화시켜야 한다.

축제를 통한 내부적 역량 발전도 필요하다. 대구시민뿐 아니라 외지 관람객을 유치해 경제적 파급효과도 높여야 한다. 그러기엔 정체성, 독창성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도 있다._김중기

최원준 지금 당장 상설기구화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컨트롤 타워는 분명히 필요하다. 공연예술축제와 도심축제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방금 말씀하신 심포지엄 등을 꾸준히 열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 각 축제의 자문위원회를 확대하든 어떤 방식이 되든지 지금쯤에 가동이 되어야 한다.

김중기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으면 부탁드린다.

전광우 축제를 기획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교류와 개방이 필요하다. 단순히 공연만 가져와서 향유하는 형태를 벗어나 시민과 예술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공유하고 키워나가는 인식이 필요하다.

최원준 교류가 필요하다. 뮤지컬과 오페라축제의 경우 축제 초기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포럼을 했다. 그런데 갈수록 없어지고 있다. 시대마다 트렌드가 있고, 생명체처럼 발전하는 것이 콘텐츠인데 교류와 대화가 없이는 곤란하다. 서로 교류하면서 새로운 것을 익혀 인적 자산이 되는, 그렇게 보면 축제 콘텐츠는 이벤트적인 접근보다 인문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오동욱 우리 지역의 축제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아카이브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그리고 인문학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스토리테마파크이다. 인물과 사건, 공간, 그것이 콘텐츠 아카이브다.

최원준 그리고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가 중요하다. 기획하는 사람의 축제가 아니라 축제를 함께 즐기는 사람들의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과연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를 연구해야한다.

김중기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참석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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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 필자소개
김중기는 1990년 매일신문에 입사해 문화부 기자로 연극, 문학, 영화 등을 담당했으며, 대구문화재단의 컬러풀대구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대구 문화브랜드사업인 문화도시운동, 대구 근대골목의 ‘옛골목 축제’, 대구문화재단 예술담론계간지 ‘대문’의 발행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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