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예술경영, 지역을 사고思考하다”를 주제로 전방위적으로 예술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역’이라는 화두를 예술경영의 관점에서 점검해보았다. 불과 2년 사이지만 ‘지역’은 더 이상 중앙의 정책 ‘대상’이 아닌 ‘지역문화분권’의 프레임으로 균형감 있게 살펴봐야 할 ‘주체’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지역과 예술경영’을 주제로, 6대 광역시별로 지역별 문화인프라 및 네트워크 현황을 살펴보고, 지역 예술경영인들의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들어보는 “예술경영, 지역을 사고思考하다 Ⅱ”를 마련한다. 이번호는 한밭(大田)이다. 연재순서 광주 (‘12년 9월) - 대구 (‘12년 11월) - 대전 (‘13년 1월) - 부산 (‘13년 3월) - 울산(‘13년 5월) - 인천 (‘13년 7월)

핫&이슈  ① 좌담_대전과 원도심  ② 현안과 제언
일  시 l 2013년 1월 11일(금) 오전 10시 장  소 l 대전시립미술관 참석자 l  주진홍_극단 드림 대표 박정구_독립큐레이터 전영국_조선그루브 팀장 사  회 l조병열_대전광역시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1) 원도심(元都心)이라는 용어는 대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대전광역시에서는 2002년 7월「원도심활성화추진전담기구」가 설치되고 2003년 3월 전국 최초로 「대전광역시 원도심 활성화 및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면서 ‘원도심’이라는 용어가 각종 사업명이나 구역을 지칭하는데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구도심(舊都心) 혹은 원(元)도심1)의 공동화현상(空洞化現象)을 해소하는 데 ‘문화’만한 것이 없다. 대전 역시 도심의 공동화를 메우기 위해 원도심 중심의 문화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구도심이 아닌 원도심이라 칭하는 데는 그 지역의 문화적 전통과 자산에 대한 자신감 혹은 자부심을 표현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대전 문화예술의 시작점이자 역사를 함께한 원도심을 중심으로 대전문화예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사회 대전의 문화예술은 대흥동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이 그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우선 각자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원도심에서 활동을 시작했는지부터 얘기해 보면 좋겠다.

박정구 대전시립미술관을 시작으로 대전에 온 지 약 15년 정도 되었다. 대흥동에 있는 갤러리 ‘스페이스 SSEE(ㅅㅅㅅl)’를 작년 초까지 한 해 운영했고, 그 전에는 역시 대흥동에 있는 갤러리 이안에서 일했다.

주진홍 고등학교 시절 처음에 극단에 들어간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극단 드림과 소극장 드림아트홀 대표로 있으며 대전에서 시작하여 현재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경로당 폰팅사건’을 제작·연출하였다. 그리고 프린지 페스티벌 형식의 지역축제인 ‘대흥동립만세’를 기획하여 진행에 참여하고 있다. 사실 연극작품 활동을 하면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과는 거의 만나지 못했고 만나려는 엄두도 못 냈는데, 이 ‘대흥동립만세’가 타 장르의 예술가 및 기획자를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2006년부터 대흥동의 문화예술인들과 상가 주민들, 일반 시민들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서 생긴 원도심 문화예술축제를 전신으로 하여 시작되었는데, 무엇보다도 대흥동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축제라, 상업적 측면보다는 누구나 즐기는 재미난 축제로 만들어 가고 있다.

예술인들이 다시 변두리로 밀려나는 문제가 대흥동에도 나타날 것 같아 우려스럽다.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예술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법적인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_주진홍

전영국 조선그루브는, 술문화만 만연해 있는 대학가, 특히 궁동의 문화를 바꿔보자는 취지로 몇몇 젊은 기획자들이 모여 시작되었다. 현재 3인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 참가자들 대부분이 공연 활동과 기획을 병행하여 매주 200여 명 정도가 모이는 ‘즐길거리’라는 거리공연 프로젝트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흥동, 도심의 중심이 되다

사회 과거부터 현재까지, 원도심을 중심으로 많은 문화예술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흥동은 문화예술인들을 끌어들이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대흥동은 왜 문화예술의 핵이 되었을까?

박정구 대전은 일제강점기 이후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대흥동에 예술인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 계기는 저렴한 임대료와 편리한 교통 때문이다. 그때부터 대흥동은 모든 면에서 도시의 중심 역할을 했고 문화예술도 마찬가지다. 미술을 예로 들면 전시공간을 비롯해 표구사, 화실, 화방 등이 대부분 모여 있었고, 따라서 활동과 교류의 공간은 바로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둔산 지역 개발 이후 퇴조를 겪기는 했지만, 미술인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해온 역사를 가진 곳이다.

주진홍 대전 연극은 60년대에 본격적으로 태동되어 80년대 초반에 전업 연극인들의 활동이 시작되었고, 85년에는 대흥동에 대전 최초로 앙상블 소극장이 문을 열었다. 그 당시에는 대부분의 연극 공연이 대흥동에 있는 가톨릭 문화회관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연극배우 지망생의 이력서 접수를 가톨릭 문화회관 수위실에서 받아줄 정도로 대흥동을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이 대전문화예술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 연극소극장이 없어지면서 약 10여 년간 침체기였다. 이와 거의 때를 같이하여 대흥동도 점차 공동화되는 기간을 겪었다. 돌이켜보면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많은 문화예술관련 지원이 시작되었지만 지역에서는 오히려 자생력의 부족, 좋은 희곡의 부재, 그리고 공연할 소극장의 부족한 현상이 심화된 것 같다. 게다가 다목적의 대형공연장이 많아지면서 그 공간을 자체적으로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해 90년대 후반에는 서울에서 온 기획물 중심의 이른바 상업적 공연들이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2007년부터 드림아트홀이 개관하고 2009년부터 대전문화재단이 대흥동과 은행동지역을 대상으로 소극장 지원 사업을 시작하면서 소극장이 여덟 개로 느는 등 연극인들이 다시 대흥동으로 모여들게 되었다. 현재 여기 대흥동에는 대전의 대부분의 소극장들이 모여 있어 나름 활기를 띠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에서 문화예술을 한다는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대전에서 문화예술을 한다는 것이 어떤지 궁금하다. 대전은 외부인들이 보기에 쉽지 않은 곳이라고들 하는데 어떤가?(웃음)

전영국 대전을 문화의 불모지라고 흔히들 하는데, 서울의 비싼 공연은 보러 가면서 지역의 1~2만원 하는 공연은 보러 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음악하는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대전에서 공연하면 망한다”고 한다. 다른 지역으로 콘서트 등 투어를 해도 대전에는 안 온다. 요즘은 많이 바뀌는 듯하지만, 전체적으로 공연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적은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갖는 인디밴드들이 공연을 할 수 있는 전문공연장이 많이 부족하다. 제대로 음향이나 조명을 갖춘 전문 공연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 와중에 대부분의 기획자나 행정지원, 인프라가 대흥동에만 국한되어 있는 점도 아쉽다. 사실 대흥동 이외의 지역에도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창작예술인에 대한 지원에 비해 기획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 기획자를 문화예술의 한 부분이 아닌 사업자로만 인식하는 것이 답답하다. _전영국

박정구 90년대 둔산 개발 이후 원도심의 공동화가 문제가 되었다. 시립미술관과 예술의 전당도 둔산 지역에 들어섰다. 그때 대흥동을 중심으로 그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운 것이 문화예술인과 그들의 공간이다. 또한 그들을 중심으로 원도심이 대전 문화예술의 중심으로서 맥을 이어가고자 하는 노력도 있었다. ‘대흥독립만세’ 같은 행사가 그 대표적인 예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한편으로, 대흥동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일부 지원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적 지원이라 보기는 어렵다. 문화예술을 대하는 사회 분위기도 바뀌고, 문화재단 설립이나 미술관 분관의 원도심 개관 등 대전의 문화예술 전반을 위한 활동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원도심을 활성화하는 데는 미흡하다 하겠다. 아직 짜임새가 떨어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주진홍 서울의 대학로나 인사동처럼 예술이 활성화되고 난 후 임대료 상승 등으로 정작 예술인들은 다시 변두리로 밀려나는 문제가 대흥동에도 나타날 것 같아 우려스럽다. 대흥동의 문화예술의거리 지구만큼은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예술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법적인 장치를 만들어서 유지시켜 나가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자치단체의 문화예술 행정에서 긴 호흡을 갖는 정책이 필요하다. 실적 위주의 지원 방식은 예술인들이 문화예술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것을 저해하고, 결국 외형 위주로 가벼이 시류에 따르는 결과물을 낳을 수밖에 없다. _박정구

박정구 대흥동 지역의 상권이 다소 활성화되는 듯한데, 이는 문화예술 공간의 임대료를 상승시키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청이나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 행정이 바뀌어, 긴 호흡을 갖는 정책이 필요하다. 문예진흥기금 등의 행사 지원은 있지만 운영 지원은 없는 게 현실이다. 재정이 열악한 문화예술인들에게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어 지역문화예술 활동을 하라는 이야기이다. 특히 젊은 문화예술인들에게 가능한 일이겠는가. 이러한 실적 위주의 지원 방식은 예술인들이 예술 자체와 대전의 문화예술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것을 저해하고, 결국 외형 위주로 가벼이 시류에 따르는 결과물을 낳을 수밖에 없다.

원도심의 부활을 위해서는

사회 그럼에도 대전 지역, 특히 원도심을 비롯해 우리 대전의 문화예술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전영국 대전지역은 창작예술인에 대한 지원은 많으나 기획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 기획자를 문화예술의 한 부분이 아닌 사업자로만 인식하는 것이 답답하다. 창작예술인 뿐 아니라 기획자 또한 문화예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기획자에 대한 지원정책도 생겼으면 한다.

주진홍 예술 창작자는 창작활동에만 열중하고 기획, 홍보 등은 따로 전문가가 역할을 맡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의 열악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예술 창작자가 기획, 홍보 업무도 함께 감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러한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으면 좋겠다. 예술가가 기획도 잘하고 작품도 잘 만들면 정말 좋겠지만, 작품 창작에 몰두하기에만도 몹시 바쁜 게 사실이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창작분야외의 각 분야의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고 각 분야 모두를 포괄할 조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영국 윗세대 선배들과 약 십년간의 공백이 있어, 지역에 30대의 젊은 기획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젊은 활동가들이 문화예술과 기획을 포기하고 떠나지 않도록 선배들의 응원과 교류가 많았으면 좋겠다. 다른 무엇보다도 선배들과의 연결과 결속을 통해 젊은 후배들이 자신감을 얻는 것 등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지역적으로 우리는 궁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대흥동립만세’와 같은 단체들과도 많은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역 내의 네트워크와 소통을 통해 젊은 예술인들에게 많은 일거리들이 주어질 수 있도록 선배들의 노력과 배려가 있다면 좋겠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원도심을 중심으로 많은 문화예술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흥동은 문화예술인들을 끌어들이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_조병열

박정구 예전에는 젊은 예술인들을 위한 일거리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잘 없는 것 같다. 네트워크와 소통의 부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젊은 예술인들과 길게 같이 일하면서 세대 간의 공백을 메우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도심에 대해 이야기하면, 사실 원도심에서 활동하는 미술인들은 이곳의 미래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대전 문화예술의 중심이라는 역사와 틀을 가진 기왕의 공간이 흐지부지 사라져버린다면 참으로 아까운 일이 아니겠는가. 시나 문화예술관련 기관이 대전의 문화예술 발전을 생각하는 긴 안목의 정책을 세워야한다.

전영국 선배들이 문화예술을 하고자 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공연을 하고 기획을 하는 일이 참 괜찮다’라는 격려하는 말을 해 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가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다. 우리에게 힘이 되는 것은 어떤 것을 주는 것보다 얘기를 많이 들어주고 격려를 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설문조사나 선배들의 조언을 듣기 위해 많이 찾아다니려고 한다.

주진홍 개인적으로 연극 예술 창작이 우선이었으나 문예 기반을 만드는 작업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예술인뿐만 아니라 자치단체가 소통의 부재를 느끼고 현장의 소리를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피상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아닌 환경 기반 조성을 먼저 만드는데 우선적으로 관심을 쏟았으면 한다.

사회 오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까지 나왔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대전문화예술이 더욱 발전해나가길 바라면서 좌담을 마치도록 하겠다. 좋은 말씀 감사했다.
참석자 소개극단 드림소극장 드림아트조선그루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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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열 필자소개
조병열은 한남대학교 경영학과와 한남대학교 대학원 공연예술학과를 졸업했고, 인디레이블 음반제작과 공연기획을 하였다. 유성문화원 사무국장과 대전문화재단 정책기획팀장을 거쳐 현재 대전광역시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과 (사)풀뿌리사람들 이사를 맡고 있으며, 지역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문화기획과 시민참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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