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단체나 지역 주민들이 경제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터전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고 지역 공동체의 공공 자산을 축적시켜야 하는 것은 필수조건이다.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져야 하는 부분인데 이러한 인식 확산의 토대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가 중요하다.

2007년부터 시작된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센터)의 컨설팅 사업은 예술현장의 실무자들에게 각종 법률이나 지원정책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대부분 무상으로 제공하는 교육, 주제별 상담, 정보지원 등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센터의 전임컨설턴트들은 일종의 재능기부 형식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경제적 보상과는 먼 예술경영 컨설턴트로서 자신들의 전문성을 아낌없이 제공하고 있다. 예술 현장의 든든한 조력자인 이들 컨설턴트 가운데 2012년부터 센터에서 활동하는 전임컨설턴트 중 세 명을 만나 그간 현장과의 교류와 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_ 김소영 한미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컨설턴트로서의 자존감

센터의 온라인컨설팅에서 회계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김소영 회계사는 문의단체들로부터 가장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고 상세한 답변을 해주는 컨설턴트로 손꼽힌다. 상황별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세무 처리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사례를 들여가며 단체가 세무 문제를 해결하거나 관련 법규 적용에 현명하고 타당하게 대처할 수 있는 노하우는 물론 운영 방향까지 제시해 주고 있다. 물론 그녀가 속해있는 한미회계법인이 문화예술 분야 전문회계사로 활동하는 김성규 대표가 맡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대학 시절부터 특화된 분야의 회계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서 김성규 대표님이 예술경영 관련해 집필한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무작정 대표님을 찾아가게 된 것이었고 그날로 회사에 출근하게 되었다. 우연이 필연이 된 셈이다.

작년 7월부터 센터에서 전임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나 역시 얻은 것이 많다. 담당자나 단체들의 문의가 귀찮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사례별로 답변을 준비하면서 공부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계사도 시험에 안 나오는 부분은 공부를 안 한다. 또한 모든 법령과 예규를 다 기억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그간 회사에서 문화예술 기관이나 단체들과 많이 거래하니 센터의 컨설팅 부분에 적용시킬 수 있는 정보와 사례가 많아 결국 내가 작성한 답변서가 상당히 길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 센터의 컨설턴트의 답변서 중 제일 길지 않을까.

사실 세무 분야도 매해 관련 법규가 바뀌고 해당 사례별로 적용되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이나 기관 관계자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상당한데, 이러한 부분에 단체들이 반박하거나 대처하는 것이 어려울 수가 있다. 지난번 컨설팅에서 어떤 단체가 관할 기관의 잘못된 세무 기준으로 곤란을 겪었는데 이때 그 단체의 담당자와 함께 울분하고 이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근거와 논리를 세우게 되었다. 이런 경우 그 단체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컨설턴트로서 자존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컨설팅을 하면서 금전적인 보상이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문의단체들로부터 컨설팅에 대해 ‘돈을 주고서라도 받을 만큼의 서비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이 일에 대한 만족감과 함께 재미가 훨씬 더해진다.”


김소영 회계사는 도전의식이 강한 사람인 것 같다. 마지못해 하는 회계라면 실무의 감각이 떨어진다며 그는 어려운 질문을 만나도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집중하며 재미를 찾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포부도 크다.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회계사로서 노력하는 그는 관련 단체들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채널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그의 컨설팅 답변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김소영 회계사의 타고난 자질도 한 몫을 한다.

_ 박진영 (사)커뮤니티와 경제 네트워크지원팀장

복지와 일자리... 결국 지향점이 같다

사회적기업 분야의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박진영 컨설턴트는 대구․경북지역의 사회적기업통합지원센터인 (사)커뮤니티와 경제에서 네트워크지원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에 대해 문화예술단체가 이해하기 쉽도록 상세한 개념 설명과 함께 이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문화예술을 활용한 농․산․어촌 문화마을조성 프로젝트인 ‘아!!!트랜스파머(ArTransFarmer)’를 통해 센터의 예술경영 CoP에 참여한 적도 있다.


“지역이 처한 문제들을 얘기하다 보면 결국 먹고 사는 문제에 도달하게 된다. 도시 내 양극화 문제처럼 서울-지역 간의 정보나 자원 등이 심하게 편중되어 있다. 최근 지역과 관련되어 모아지는 관심은 지역문화에서부터 지역경제의 순환구조를 들여다보게 한다. 이는 결국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과정일 것이고 지역 내 다양한 계층과 구성원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나는 특히 지역 내 젊은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나 장애인이나 탈북자, 다문화 가정의 소수자들을 지역 내 커뮤니티로 끌어들이는 것에 관심이 많다. 개인의 기본적인 삶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제도화된 영역에서의 사회적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니 복지와 일자리라는 것이 같이 맞물려 있다고 본다.

대구․경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 분야의 작가들이나 기획자와는 나름 친분이 두터운 편이다. 사실 나는 어떤 일을 직접 기획하기보다는 그들처럼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있는 예술가들과 마을주민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주로 해왔다. 경북 칠곡군의 학상리에서 진행한 마을벽화작업이나 그곳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운영해 온 썰매장에 작가들이 참여해 ‘아트썰매’를 만드는 과정들을 보면 마을사업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 되는 경우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우연이 인연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마을기업, 협동조합, 마을활성화사업 등은 궁극적으로는 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법들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역시 지역경제의 활성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즉 문화예술 단체들이 활동하는 시장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문화예술단체나 주민들이 이러한 경제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터전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고 지역 공동체의 공공 자산을 축적시켜야 하는 것은 필수조건이다.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져야 하는 부분인데 이러한 인식 확산의 토대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가 중요하다. 나로서는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문화예술 분야의 해당 주체들을 어떻게 도울지가 관건인 셈이다.”


박진영 팀장은 도시산업화적 관점에서 그간 소외받아 온 지역의 유․무형적 자산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화된 영역의 유연하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현장과 제도의 매개자일 뿐이라며 자신의 역할을 한정짓고 있지만 그는 문화예술 단체들의 지속가능한 자립을 위한 시스템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_ 장진민 ㈜이음스토리 이사

자신들이 창출하는 가치를 먼저 인식할 것

센터에서는 예술경영 현장의 다양화된 컨설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12년부터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재원조성 분야는 예술단체나 기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경영 아카데미인 ‘모금스쿨’과 연계과정으로 진행하며 관련 전문 컨설턴트들과 1:1 단체별 맞춤형 심화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장진민 컨설턴트는 지난 해 성남문화재단과 부천문화재단과 재원조성 심화 컨설팅을 진행했고, 이 과정을 통해 부천문화재단 문화예술 기부사업인 ‘판타스틱 스토리’를 이끌어냈다. 현재 그는 ㈜이음스토리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나눔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지난해의 컨설팅은 기초와 심화로 구분해 진행했다. 1차 기초 컨설팅을 통해 대상 단체의 모금사업 준비도와 적합성을 검토한 후 2차 심화 컨설팅을 통해 실효적 결과를 목표로 두었다. 총 세 단체를 대상으로 기초 컨설팅 1회씩을 진행한 후, 두 단체를 선정해 심화 컨설팅을 4회씩 진행했다. 사전에 대상 단체들과 컨설팅의 방향성을 협의하고 어느 정도 윤곽을 확정하고 회차별로 컨설팅의 목표를 설정했다. 컨설팅이 끝날 때마다 다음 회차에 서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정하고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부천문화재단의 경우 실효적인 성과들이 많았는데 이는 전적으로 부천문화재단의 참여자분들의 공이다. 이들은 근무시간 외의 개인시간까지도 쪼개가며 컨설팅 과정에 동참했다. 그러다보니 해당 담당자가 쏟아야 할 물리적인 시간, 노력 등이 상당한데 막상 업무 환경의 여건이 이에 대한 지원이나 투자가 원활하지 않다 보니 진행자로서 이 부분이 상당히 아쉬웠다. 컨설팅이라는 게 단기적인 교육이나 일시적인 상담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데 컨설팅에 참여한 대부분의 담당자들은 기존의 많은 업무량은 유지하면서 컨설팅 과정을 유형화 시키는 작업을 별도로 진행해야 했다. 컨설팅이나 교육을 받는 일이 업무와는 무관한 것이 아닐 텐데 이에 대한 제반여건이 여의치 않다는 것은 실효성을 이끌어내는 데 상당한 장애요소가 된다. 이는 성남문화재단의 담당자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모금사업을 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이 또는 자신의 단체가 어떤 가치를 생산해내고 제공하는 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결국 모금이란 자신의 존재가치를 사회적으로 확인받고 재확산시키는 일련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모금사업을 재원조성이 아니라 ‘자원개발’이라고 표현한다. 여기에는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단순히 재원, 즉 돈을 얻기 위한 관점에서 모금사업을 한정한다면 이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모든 재원조성 컨설팅의 시작이라고 본다.

문화예술 단체가 모금을 시작하려면 가치인식을 시작으로 지지자와 협력자로서 단체의 네트워킹 점검, 핵심 기부 프로그램 개발, 단체 내 가용자원의 확인, 잠재기부자군 설정, 접촉매체 개발, 프로모션의 순으로 진행해야 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모금가에 대한 직업적 인식도가 낮고 변호사나 회계사와 같은 느낌의 사회적 신뢰도가 쌓인 영역은 아니다. 더군다나 직업의 특성상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빈번하게 거절당하는 일에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이 분야의 잠재적 가치와 전문성에 대해서는 높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갈증이 클 수도 있다.

모금가의 전문성이란 너무나 다양해서 어떤 특정 단어로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모금가로서 어떤 전문성을 갖춰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내 나름대로는 전문성이란 게 어떤 특화된 업무역량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고 보완하려는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법률, 회계, 마케팅, 정보화 지식, 모금제안의 경험, 사회적 분별력과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통섭적으로 발휘되는 것이 필요하며 이럴 때 문화예술 모금가로서 전문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장진민 컨설턴트는 한때 영리기업의 인사부와 대학 교직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직장은 없어지고 직업이 남을 거다’는 생각이 들어 안정된 직장을 나와 문화예술 모금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모금사업의 기술적 방법보다는 문화예술 분야의 ‘철학적’ 콘텐츠가 무엇인지 모색하고 있다.

염혜원

필자소개
염혜원은 연극을 공부했고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나오시마 삼인삼색』(웅진리빙하우스)이 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