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분화된 관객 목표를 위해 극장르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관객층 세분화(Audience Segmentation)의 현재’라는 주제로 수요자를 고려한 어린이극·청소년극 관객개발에 대한 방향 및 제작 사례에 대해 찾아보고, 어린이극의 해외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슈 ① 어린이극의 현황 및 사례 ② 청소년극의 현황 및 사례 ③ 어린이극의 해외현황 - 덴마크어린이극축제를 중심으로

1) 여기서 청소년극은 어린이청소년 관객을 위한 전문연극(Theatre for Young Audience)의 범주에서 보고자 한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연구소에서 발행한 연구총서

▲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연구소에서
발행한 연구총서

2) ‘2013년 청소년 통계 수록 통계표‘ (2013.05.02)
(자료출처_통계청) http://kostat.go.kr/portal/korea/index.action

3) ASSITEJ는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로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Theatre for Children and Young Peaple’ 의 약자이다

청소년극은 없었다?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극1)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1980년대 동랑청소년극단(현 동랑레퍼토리극단)의 ‘별 시리즈’와 1990년대 이후 극단 학전극단 진동 등 몇몇 교사극단에서 제작된 연간 2~3편의 공연을 제외하면, 매우 간헐적이거나 비전문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었다.

청소년 인구가 전 인구의 20% 이상2)을 차지해 왔음에도 청소년기 삶을 예술적으로 조명하거나, 적어도 연극관객층으로 청소년을 포함한 내용과 형식, 제작방식에 대한 고민과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도 개인과 민간 극단의 헌신과 사명감에 의해 그 명목이 유지되어 왔으나, 현재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 청소년극 제작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뜻있는 연극인과 정책당국의 노력에 의해 2011년,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국립극단 산하에 개소되었다. 멈춰버린 청소년극의 시계를 다시 돌리고, 청소년관객에게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재)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설립을 추진하면서, 청소년극 공연과 희곡개발, 예술가 발굴, 청소년들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일련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동시에 다른 극단, 학교, 지역 현장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반적인 청소년 연극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오는 5월 17일부터 그동안 제작한 3편의 청소년극을 다시 올리면서, 제작과정을 정리한 책『연극 속의 청소년극, 청소년극 속의 연극을 발간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질문은 계속된다. 청소년극은 왜,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어린이청소년 관객과 연극의 관계는 완전한 개인으로서의 각 관객과 어른으로 구성된 예술가 집단 사이의 하나의 지적인 대화이다’

- 평화와 휴머니즘과 진보의 정신에 있어 자라나는 세대의 교육에 있어 아동,청소년 연극의 역할에 관한 토의 발제문‘ 중에서. 제8회, ASSITEJ3) 총회, MOSCOW (1984.09) (자료출처_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콜로키움 수업(담당교수 김우옥))

현대 사회에서 관객은 하나가 아니고, 이미 존재하는 관객이 전부가 아니며, 시대별, 지역별로 관객층이 달라질 수 있다. 그 가운데 20세기 이후 교육과 훈육, 보호의 대상에서 최근 문화향유의 주체이자 생산자로 변모하고 있는 청소년층은 대표적인 신진 관객층이다. 더구나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가족 간, 세대 간 소통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몫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통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모색해야하는 부분인 만큼, 어른과 청소년간의 예술적 대화의 중요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한편 청소년은 수평적 네트워크에 기반한 소셜미디어와 다국적 문화에 익숙하며, 새로운 문화와 차세대 산업을 이끌어갈 잠재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공공영역에서의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항상 기성세대의 연극제작 문법에 넘어서는 미래적 실험을 시도해야 한다. 그렇다면, 청소년극의 관객은 청소년뿐인가? 청소년극에서 청소년 외 관객을 논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청소년극에 성인관객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교사만이 아니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도 있고, 청소년과는 멀리 떨어져있는 30~40대 연극관객도 있으며, 이제 막 청소년기를 지나 온 ‘청년’ 들도 있다. 인생의 근원적 질문을 향한 성장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성인 연극관객이 늘어난다는 것은 지난 2년간 국립극단 청소년극의 공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청소년극이 청소년만을 위한 것이라, 모든 세대를 위한 보편적인 연극이 될 수 있다는 객관적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각기 다른 청소년의 삶을 담은 연극 3편과 관객의 세분화

"청소년극의 소재는 다양하고, 감동은 보편적이다.
청소년은 관객일 뿐 아니라, 제작의 파트너이다."

국립극단 청소년극 3편은 모두 다른 계층의 청소년의 삶을 그리고 있다. 먼저 첫 번째 청소년극 <소년이그랬다>는 청소년기를 막 시작한 중학생의 이야기로 청소년기에 대한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리는 작품이다. 특별히 학교와 가정과 연결된 이야기가 아닌 청소년기와 우리 인생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세차게 던진다. 두 번째 청소년극 <레슬링 시즌>은 학교라는 사회 안의 고등학생의 삶을 만난다. 레슬링 매트로 치환된 학교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만난다. 세 번째 청소년극 <빨간 버스>는 학교와 가정 밖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여고생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그렸다. 이렇듯 각기 다른 청소년의 삶을 담은 3편의 청소년극은 청소년 관객층 또한 조금씩 달랐다. <소년이그랬다>는 청소년기의 입문에 있는 중학생관객이, <레슬링 시즌>은 학교라는 사회에서 매일 레슬링을 하고 있는 고등학생 관객이, <빨간 버스>는 20대 초반의 청춘관객이 청소년 관객의 주를 이루었다. 이렇듯 청소년 관객은 하나로 존재하지 않는다. 무수히 다양한 청소년의 삶이 있듯 청소년 관객도 이렇듯 다양하다.


▲ 국립극단 ‘청소년극 릴-레이 포스터 (사진제공_(재)국립극단 어린이극청소년연구소)

▲ 국립극단 &lsquo;청소년극 릴-레이 포스터

청소년극은 성인예술가가 청소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언어와 감성을 창작자들이 이해하고, 제작단계에서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보기 보다는 제작의 파트너이자 감성주체로 만날 필요가 있다. 지난 2년간 (재)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 기획한 3편의 청소년극은 작품의 주제나 관객대상층 선정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청소년극에 접근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공연 내적으로는 주제의 심화, 외적으로는 주제의 확장과 소통을 꾀하는 등 전 방위적으로 청소년 관객과 만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를 위해 각 프로덕션마다 예술교육팀이 운영되어 청소년극 공연 제작에서 청소년과의 소통과 청소년에 대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틀을 모색하였다.

3편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중심에 자리했던 소통의 틀은 &lsquo;청소년 대상 심층설문―공연 연계 이야기판―청소년 참여(서포터스)&rsquo;이다. &lsquo;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심층설문&rsquo;의 경우, 창작자들이 찾아낸 작품의 주제의식과 예술적 선택이 현재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과 소통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발견하는 첫걸음이 되어주었다. &lsquo;공연 연계 이야기판&rsquo;은 소통의 장으로, 공연과 관련된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이야기들을 연극의 내용에만 한정짓지 않고 폭넓게 확장시켜 다양한 주체와 한 공간에 마주앉아 이야기하면서 공론화하기 위한 장이다. 청소년 서포터스로 시작된 &lsquo;청소년 참여&rsquo;는 작품 창작에 있어 직접 만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청소년들의 도움을 얻고, 공연의 한 주체로서 청소년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서 기획되었다. 이는 청소년극이 공연제작에 국한되지 않고, 청소년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과 감성적 소통이 교차하는 장으로서 문화적 실천임을 의미한다. 그럴 때, 청소년극이 개별 창작자의 몫에서 예술창작, 연구, 교육, 기획, 행정의 복합적인 연계 프로젝트로 확장될 수 있으며, 사회 각 분야의 인적 물적 자원을 결합함으로써 청소년극 제작현장의 경제적 취약성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간 사회적 발언 및 문화적 주체의 마이너리티였던 청소년, 그리고 노년의 이야기를 이제 나누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립극단의 청소년극은 청소년의 이야기가 모든 세대의 인생이야기와 맞닿아있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 나아가 인터랙티브한 제작방식의 도입, 끊임없는 연극적 실험을 통해 새로운 연극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여전히 청소년극을 둘러싼 편견과 경계는 두껍다. 청소년 관객이 스스로 갖고 있는 청소년극에 대한 편견과 성인 관객의 고정관념, 청소년 관객과 연결된 소통을 가로막는 벽 등 헤쳐 나가야 하는 숙제들이 다각도로 펼쳐져 있다. 그럼에도 모처럼의 청소년극이 한국 연극에 즐거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 자유로운 질주를 앞두고 있다. 그 길이 많은 장애물을 뛰어 넘는 달리기라 하더라도 청소년극의 도전과 실험, 진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청소년극 관객도 더욱 진화할 것이다.


필자소개
(재)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소장 최영애)는 &ldquo;아시아 최초의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을 꿈꾸다&rdquo;라는 목표로 2011년 5월에 출범한 국립연구소다. 2011년 국립극단 첫 번째 청소년극 <소년이그랬다>를 시작으로, 2012년 <레슬링 시즌>, <빨간 버스>와 창작인큐베이팅 프로젝트 &lsquo;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rsquo; 등을 통해 청소년극의 작품개발 및 연구를 하고 있으며, 청소년 연극의 올바른 방향성과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국립 어린이청소년극단 해외사례연구 및 국제심포지엄, 청소년극 현장 순회공연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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