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분화된 관객 목표를 위해 극장르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관객층 세분화(Audience Segmentation)의 현재’라는 주제로 수요자를 고려한 어린이극·청소년극 관객개발에 대한 방향 및 제작 사례에 대해 찾아보고, 어린이극의 해외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슈 ① 어린이극의 현황 및 사례 ② 청소년극의 현황 및 사례 ③ 어린이극의 해외현황 - 덴마크어린이극축제를 중심으로
▲ 극단 민들레의 <꽃사랑>

▲ 극단 민들레의 <꽃사랑>

베이비드라마, 삶의 일부로 다가가기 위한 발걸음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문화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바탕을 마련해주는 것은 보다 더 중요하다. 문화를 접어두고 먹는 문제만 이야기한다면, 아이들을 사육하는 것이나 뭐가 다른가. 어린이 문화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하는 것은 늘 말하는 엄살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 어린이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고 거대 자본으로 포장된 다양한 매체와 체험, 오락거리의 등장은 아이들을 쉴 시간조차 없게 만들었다. 사회는 문화를 장식 정도로 보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봐야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어린이 연극 종사자들은 연극이 삶의 일부로 다가가기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하나가 &lsquo;베이비드라마(Baby Drama)&rsquo;다. &lsquo;베이비드라마&rsquo;란 36개월 미만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연극으로, 아기들이 기저귀를 차고 젖꼭지를 물고 공연을 본다. &lsquo;아기들이 어떻게 공연을 보느냐&rsquo; 혹은 &lsquo;어떻게 이해하느냐&rsquo;라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이 안다는 것에서 지적인 부분은 30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마치 지적인 판단이 전체인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다. 현재 유럽에서는 유아를 위한 공연예술 전파 네트워크인 &lsquo;스몰 사이즈(Small Size)&rsquo;가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필자가 학자라면 &lsquo;베이비드라마&rsquo;를 논문으로 쓴다든지 강연을 통해 선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lsquo;행동하는 사람&rsquo; 즉, 연극인이기에 이를 소개하는 방법도 &lsquo;행동&rsquo;으로 고민했다. 그래서 극단 민들레는 2010년 마포아트센터 갤러리맥에서 베이비드라마 <꽃사랑>을 선보였다. 이후 보다 적극적으로 극단 사다리가 <달과 아이>를 발표하였고, 이어 극단 마실에서 <파롱 파롱 파롱아>를 만들었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도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실험하고 있다. 베이비드라마는 아직 낯선 장르지만 분명 앞으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영화나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연극은 위기를 맞았다고 했지만 연극은 지금까지 자구책을 고민하며, 다양한 양식으로 진화,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 등장한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삶의 형태를 바꿀 정도로 강력하지만 예술가들이 이것도 잘 활용하면서 극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친구 같으면서도 연극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또 다른 존재가 있다. 공연계에서의 &lsquo;체험&rsquo;이라는 개념의 등장이다. 체험 시장의 등장은 특히 어린이 공연의 생태를 바꾸고 있다. 그나마 낙관적인 것은 어린이 연극에서 &lsquo;교육연극&rsquo;과 &lsquo;연극놀이&rsquo;라는 개념을 받아들여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수용한 &lsquo;체험연극&rsquo;이라는 영역으로 발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린이극 발전을 가장 저해하는 것은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 제일 먼저 줄이는 것이 문화비인데 문화를 액세서리로 보고 있는 인식과 아이들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어른들이 보살피고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아이들의 결정권을 배려라는 이름으로 어른들이 대신한다는 것이다.

▲ 극단 민들레에서 주최한 체험연극의 한 부분

▲ 극단 민들레에서 주최한 체험연극

어린이극, 어떻게 내일을 준비할까

그렇다면 아이들이 어떻게 연극, 공연예술에 접하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는 엄마의 관심과 주머니 사정에 따라 결정이 되었다. 그러나 부모의 관심사에 따라 문화 수혜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라면 누구나 문화예술을 통해 성장하고 행복해야 한다. 아이들이 누구나 문화를 즐기고 문화로 성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에서 공연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유럽은 물론 일본이나 중국 대만에서도 학교로 가는 공연은 매우 활성화 되어있다. 호주나 뉴질랜드는 학교 극장(School Theater)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우리만이 문화소외지역(?)이라는 이름으로 시혜적 차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공연예술을 접하는 데 있어서 가장 커다란 장벽은 바로 &lsquo;학교&rsquo;다. &lsquo;학교&rsquo;는 문화보다 교육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학교로 찾아가는 공연도 교육적이거나 교육을 대체하는 연극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 교육의 영역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보다 확장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예산이다. 아이들을 위한 예산이 급식이외에는 구색 맞추기로 전락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문화도 당연한 권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제도를 넓히기 위해서 먼저 선결해야 할 것이 있다. 소위 전문가들에 의한 결정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 지금도 학교를 방문하는 공연들을 전문가들이 결정해준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는 예술 영역 전문가일 수 없고, 예술전문가들은 현장의 현실과 감각에 익숙할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소비의 주체들(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직접 작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교실에서 공연한 극단 민들레의 <까만 닭> 한 장면

▲ 교실에서 공연한 극단 민들레의
<까만 닭>

일본의 경우는 &lsquo;고도모게키조(子ども劇場)&rsquo;라는 학부모 단체의 힘을 빌려 아이들에게 좋은 공연을 선택하여 보여준다. 이 방법은 일면 타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린이가 아니라 학부모의 눈치를 보는 단점이 있다. 중국이나 대만의 경우는 관이 주도한다. 대만의 경우는 교육청에 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있다. 스스로 전문가임을 자부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공무원의 시각이라는 한계가 있다. 필자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덴마크 사례다. 덴마크에서는 매해 다른 도시를 순회하면서 덴마크 아동청소년공연예술축제를 열고 있는데, 학교라는 조건에서 학교의 공간과 현실에 맞는 예술작품들을 선보인다. 이 축제는 축제이면서 견본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축제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신들에게 맞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전문가의 역할은 이 축제에 선보일 수 있는 작품들을 넓게 선정하는 것이다. 물론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연극은 늘 위기라고 하면서 이를 극복해 왔다. 어린이 연극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보다 연극이 문화가 삶과 밀착되어 문화예술을 즐기는 것이 먹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목표가 되었으면 한다.


송인현 필자소개
송인현은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후 연극배우와 연출가로 활동하며 극단 민들레를 창단했다. 2001년 아동문학가 황선미의 동명 동화『마당을 나온 암탉』의 원작을 처음 무대화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06년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아시테지 한국본부) 이사장으로 역임한 바 있으며, 소외된 지역의 아이들을 위한 &lsquo;자전거로 찾아가는 공연&rsquo;과 지역민과 연계한 마을문화축제 등을 기획한 공로로 2011년 아시테지연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극단 민들레&middot;민들레연극마을 대표로 재직 중이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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