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분화된 관객 목표를 위해 극장르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관객층 세분화(Audience Segmentation)의 현재’라는 주제로 수요자를 고려한 어린이극·청소년극 관객개발에 대한 방향 및 제작 사례에 대해 찾아보고, 어린이극의 해외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슈 ① 어린이극의 현황 및 사례 ② 청소년극의 현황 및 사례 ③ 어린이극의 해외현황 - 덴마크어린이극축제를 중심으로
▲ ‘덴마크 아동청소년공연예술축제’ 포스터 이미지 (사진제공_홈페이지 http://www.aprilfestival.dk/)

▲ ‘덴마크 아동청소년공연예술축제’
포스터 이미지
(사진제공_홈페이지 http://www.aprilfestival.dk/)

1) Teatercentrum(Theatre Center) : 아동청소년공연예술의 보급과 확산을 목표로 설립된 기구로 문화부 산하 독립운영기관이며, 문화부가 임명한 이사진으로 구성

‘덴마크 아동청소년공연예술축제(Festival 2013–Performing Arts for Young Audiences, 이하 ‘덴마크 4월축제’)’에는 예술감독이 없다. 예술감독의 주관적인 잣대나 취향, 축제의 주제, 공모나 시상 형식을 빌린 일정한 선정 기준 등을 통과한 작품들만이 소개되는 여타 축제와는 달리 덴마크에서 매년 4월 개최되는 이 축제에는 덴마크의 모든 아동청소년 공연예술단체가 참여할 수 있으며, 1개 단체가 여러 편의 작품을 선보일 수도 있다.

매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덴마크 4월축제’에는 100여 개 단체가 참여하여 1주일 동안 150~200개 정도의 작품을 600~700회 공연한다. 특히, 주말에는 300여 개의 공연이 몰려있는데, 오전 9시30분에 시작되어 오후 8시 마지막 공연까지 15개 이상의 공연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되는 작품들을 러닝타임, 이동거리, 셔틀버스일정을 감안하여 관람일정을 세밀하게 짜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게다가 일정표는 덴마크어로만 표기되어 있다!). 바로 이런 특징 때문에, 처음 방문한 외국인에게는 ‘불친절한’ 축제이기도 하다. 물론, 미리 배포된 프로그램 소개책자의 힘을 빌릴 수도 있겠지만, 홍보문구로만 작품을 판단하는 것에는 한계가 따르게 마련이다. 심지어 2~3줄만의 짧은 문구로 소개된 작품이 그 해 축제에서 가장 각광받는 작품으로 판명되기도 한다. 따라서 좋은 작품을 찾으려 혈안이 된(?) 축제기획자나 프리젠터라면 현지에서의 발 빠른 정보수집도 필수적이다. 아동청소년축제의 특성상 러닝타임이 30분 정도 되는 ‘베이비드라마’를 포함하여 대개 1시간 이내 작품들이 대부분이라 부지런히 공연장을 오간다면 점심, 저녁을 먹으면서도 하루에 최대 9편까지도 관람이 가능하다.

‘마켓’역할이 강조된 아동청소년 컨텐츠의 장

‘테아터센트룸(Teatercentrum)1)의 주관으로 1971년 시작된 ‘덴마크 4월축제’는 크게 2가지 기능을 가진다. 첫째, 국내적으로는 매년 다른 지역에서 개최하여 해당 지역의 아동·청소년이 최소한 1편이라도 공연을 관람토록 유도한다.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아동·청소년은 물론 동반하는 성인들에게도 공연관람은 무료이다. 이는 공적 기금이 지원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기금은 해당 지역 정부, 문화부, 국립극위원회(National Theatre Council), 덴마크문화발전센터 (Danish Center for Cultural Development)로부터 지원받는다. 둘째, 국제적으로는 ‘공연예술마켓’ 역할을 담당한다.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130여 명의 참가자가 올해의 ‘덴마크 4월축제’를 찾았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이하 아시테지 한국본부 ·ASSITEJ Korea)도 2014년 여름축제의 국가별 특집을 덴마크로 정하고 3~5편의 덴마크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필자와 해외담당자 1인을 파견했다.

자국의 문화상품을 한 편이라도 더 팔기 위한 주최 측의 노력은 해외참가자들을 위한 별도 프로그래밍에서도 드러난다. 매년 아동청소년공연예술축제를 개최하는 프로듀서들이라도 한 나라에서 1년에 1편 이상은 초청하기 힘들다. 이에 반해, 3~5편의 작품을 초청할 계획인 아시테지 한국본부의 참가자 2명에게 축제본부는 ‘델리게이트 패키지’를 제공하여 공연티켓, 점심, 디너파티, 관광 등을 무료로 제공했다. 단순히 작품을 사고파는 마켓의 기능에 머무르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축제본부는 반드시 주중 1일을 문화관광일로 정해 인근 지역의 문화를 소개하는 기회로 삼았고, 디너파티에서는 축제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친교를 다지는 시간을 마련했다.

올 4월 14일부터 21일까지 개최된 ‘덴마크 4월축제’는 덴마크 유틀란트 반도 모스(Mors)섬의 뉘코뱅을 중심으로 인근 티스테드(Thisted), 스키브(Skive) 등의 지역과 연합하여 진행되었다. 지난 2006년과 2007년에 방문했던 지역과 달리 올해의 개최지는 3개 지역으로 분산되어 있어, 유치원과 도서관 등에서의 주중 공연들은 해외참가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됐다. 대중교통편이 전혀 없어 축제본부가 마련한 관람일정에 따라 셔틀로 이동하는 방법이 유일했다. 공교롭게도 예정된 공연이 이미 관람했던 공연이라 독자적인 관람의사를 표명하자 축제본부는 즉석에서 차량과 기사를 주선해 주기도 했다. 60대 초반의 자원봉사자 1명이 우리 2명만을 위해 1시간 넘는 거리를 마치 한국의 총알택시 기사처럼 운전하여 빠듯한 관람일정을 소화할 수 있게 해줬다. 이번 ‘덴마크 4월축제’에서 3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 대부분이 중년 혹은 노년층이었던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학생층으로 대부분 채워지는 우리 축제와는 차별화된 점이었는데, 이는 지역에서 개최된 축제이기에 가능했다.

안데르센의 나라, 최정상급 아동청소년 공연의 나라로

2014년 아시테지 한국본부의 여름축제에 초청할 작품을 염두에 두고 관람했기에 대사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작품은 가급적 배제하되 최대한 아동청소년공연의 다양한 면모를 선보일 수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메리디아노 극단의 <세상에서 내내(All the Time in the World)>는 거의 모든 해외참가자들이 첫 손가락으로 꼽은 작품이다. 인형과 멀티미디어를 매우 섬세하게 융합하는 양식으로 정평이 나있는 이 극단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삶과 죽음의 문제를 100세 생일을 맞은 빅토리아의 &lsquo;위시리스트&rsquo;로 풀어낸 작품이다. 아벤단스 극단의 <어게인(Again)>은 6개월부터 4세까지 영유아 대상의 작품으로 2명의 무용수가 구르고, 돌고, 점프하고, 나르는 등의 동작을 통해 몸과 움직임 자체의 즐거움을 표현한 작품이다. 가짜 젖꼭지를 문 아기들이 공연 내내 &ldquo;꺅꺅&rdquo; 소리를 지르며 반응하는 모습 자체가 공연의 일부로 융합되고, 공연 후 15분 동안 무대에서 관객과 함께 움직여보는 프로그램이 포함된 공연이다.

메리디아노 극단의 <All the Time in the World> 훈드 극단의 <If Only>
▲ 메리디아노 극단의 < All the Time in the World > ▲ 훈드 극단의 < If Only >
▲ 2000 극단의 <Concert> ▲ 코퍼기에트리 극단의 <Chicks for Money and Nothing for Free>
▲ 2000 극단의 < Concert > ▲ 코퍼기에트리 극단의 < Chicks for Money and Nothing for Free >

훈드 극단의 <이프 온리(If Only)>는 2명의 형제가 전쟁 중 실종된 조종사 아버지를 그리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흑백 애니메이션과 연기의 절묘한 결합으로 풀어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꿈과 환상, 현실이 넘나드는 기법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진지한 소재를 5~12세 눈높이에 맞게 시각적으로, 또 시적이면서도 재미있게 그려낸 수작이다. 2000 극단의 <콘서트(Concert)>는 더블베이스와 아코디언 주자 2인과 정서장애를 지닌 진행요원이 등장하는 음악극이다. 악기 연주가 단순한 배경음악에 그치지 않고 캐릭터 속에 녹아들게 만든 스토리와 출연진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일품이다. 2002년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테지 총회 및 축제에서 최고 작품으로 꼽혔던 2명의 배우와 2명의 연주로 풀어낸 <햄릿)>의 바로 그 더블베이스 주자 겸 배우를 만날 수 있다.

코퍼기에트리 극단 및 헷킵 극단의 <돈으로 여자를, 세상에 공짜는 없지(Chicks for Money and Nothing for Free)>는 3편의 해외초청작 중 하나로 만 15세 이상을 위한 벨기에 작품이다. 주체할 수 없는 욕정, 좌절, 초조함을 8명의 거친 춤동작, 코믹 마임 등으로 표출하여, 청소년이라면 &ldquo;바로 내 얘기&rdquo;라며 단번에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스토리텔링을 거의 배제한 채 알몸에 면도용 거품을 묻히고, 작은 투명상자에 몸을 구겨 넣는 등 장난스러워 보이는 동작이 유쾌하면서도 폐부를 찔러 환호와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리플렉션극단의 <창조(Creation)>, 그룹38극단의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아(I&rsquo;m not Afraid of Anything)>, 오극단 및 뇌르가드 극단의 <알프레드(Alfred)>, 비글극단의 <캠핑하는 사람들(Campers)>, 가자트 및 탈리라즈 가극단의 <드롭스(Drops)>, 사가댄스콜렉티브의 <할머니의 유령(Granny&rsquo;s Ghost)> 등도 흥미롭게 관람했다. 2013년에도 안데르센과 키에르케고르의 나라 덴마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세계 최정상급 아동청소년 공연작품을 꾸준히 생산해내고, 축제를 통한 노련한 마케팅 솜씨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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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아시테지 초대 이사장 (어린이극과 청소년극의 역사)


송애경 필자소개
송애경은 ITI 세계총회 및 세계연극제(1997),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세계총회 및 서울세계무용축제(1998),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세계총회 및 공연예술축제(2002) 등에서 축제와 행사를 기획했다. 1995년부터 서강대학교와 용인대학교에서 극장경영, 축제기획 등을 강의했고, 2011년 청소년극 <아가사의 여행>, <쉬반의 신발>의 국내 초연을 총괄 기획했다. 현재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이사로 재직 중이며,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부회장과 「씬플레이빌」 편집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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