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예술경영, 지역을 사고思考하다”를 주제로 전방위적으로 예술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역’이라는 화두를 예술경영의 관점에서 점검해보았다. 불과 2년 사이지만 ‘지역’은 더 이상 중앙의 정책 ‘대상’이 아닌 ‘지역문화분권’의 프레임으로 균형감 있게 살펴봐야 할 ‘주체’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지역과 예술경영’을 주제로, 6대 광역시별로 지역별 문화인프라 및 네트워크 현황을 살펴보고, 지역 예술경영인들의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들어보는 “예술경영, 지역을 사고思考하다Ⅱ”를 마련한다. 이번호는 울산이다. / 연재순서 광주(‘12년 9월) - 대구(’12년 11월) - 대전(‘13년 1월) - 부산(’13년 3월) - 제주(‘13년 5월) - 울산(’13년 5월) - 인천(‘13년 7월)

이슈  ① 좌담_울산 문화예술계 발전방안 ② 현안과 제언
▲ 문화이주자 간담회의 장면 (사진출처_ 제주문화예술재단 페이스북)

▲ 원도심 성남동 문화거리 일원에서
열리는 ‘울산중구문화거리축제‘

울산은 근대화 과정에서 급속도의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한때 공해도시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지만, 결국 전국 최고의 GRDP(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 지역내총생산)를 자랑하는 부자도시, 근로자가 많은 젊은 도시로 불리면서 대한민국 산업수도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지난 2012년 ‘공업도시 반세기’ 정점을 찍은 울산은 이제 ‘문화적 어메니티(Amenity)’를 구축하여 보다 쾌적한 삶의 터전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 한창이다. 오폐수에 찌들었던 태화강을 연어가 돌아오는 생태의 보고로 살려낸 것처럼, 불모지로 불렸던 메마른 풍토에 문화융성의 씨앗을 뿌리고 그 효과를 체감 할 날을 고대하고 있다.

울산문화 1번지, 원도심 문화재생

울산도 다른 도시처럼 낙후된 원도심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큰 고민거리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울산 중구는 ‘중구 문화의 거리 조성 및 지원 조례안’(이하 ‘지원 조례안’)을 지난해 제정했다. 원도심 내 일정 구간을 문화의 거리로 지정한 이후 문화예술 관련 업종을 활성화하고, 신규 입점을 유도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H’자로 조성되는 문화의 거리는 ‘전선 지중화’와 ‘거리디자인 사업’부터 실시됐다. 낡고, 지저분한 외관을 벗은 도심 속 휴식공간이 늘어났다. ‘지원 조례안’은 거리의 겉모습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이 공존하도록 유도하는 사업이었다. 시행 2년차인 요즘, 문화의 거리 내에는 기존에 성업 중이던 카페 거리와 더불어 아트홀과 갤러리, 악기사와 골동품점 등 수 십여 곳의 문화기반시설들이 입점해 이미 운영에 들어갔다. 작가들의 창작공간도 대폭 늘어나 이제는 문화의 거리에 작업실을 둔 작가모임이 따로 구성되고, 인근 가게들과 연계하며 원도심 특유의 독립된 문화기류를 형성되었다.

최근 진행된 울산현대미술작가회의 ‘인트로전(展)’은 원도심에 개관한 갤러리들과 주변 상점들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해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동시에 판로를 개척하자는 취지로 열렸는데 단순 전시에 머물지 않고 원도심을 찾는 시민들을 참여시키는 교류형 거리미술제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물론 극복해야 할 점도 있다. 일부 주민들은 유독 문화공간에만 공적자금이 지원되는 것에서 형평성을 지적하는가 하면 몇몇 건물주는 문화의 거리를 만드는 취지와 무관하게 임대료를 대폭 올려 입주 작가의 진입을 오히려 가로막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현 울산 중구청장(박성민)은 “기존의 도심재생 패러다임이 철거와 파괴였다면, 울산 중구 원도심은 개발과 보존의 병행을 통해 도심기능을 회복하자는 시도”라고 말했다. ‘문화’는 그러한 의도를 제대로 살려줄 최상의 병기라는 이야기다. 박 청장은 “사람이 모이고 행복해지는 도심, 그곳이 바로 울산문화의 본류인 원도심의 위상을 되찾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블루칩, 산업문화의 기치를 내걸고

울산의 정체성이 담긴 산업사를 빼놓고는 울산의 문화예술도 논할 수가 없다. 한국은 전후 50년 만에 산업 선진국이 됐다.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일찍이 산업화에 나섰던 해외 선진국들이 수 백 년에 걸쳐 이룬 산업화 과정을 우리는 기적처럼 50년 만에 이뤄냈다. 1962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울산에는 한국의 산업사가 그대로 집약돼 있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치른 ‘울산공업단지 50주년 기념사업’은 모두 그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요즘 울산은 울산이 가진 산업사적 면모와 가치를 ‘문화콘텐츠’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관광산업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산업관광과 연계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기적과 같은 산업화 과정을 조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기술 문화공간은 현재의 대기업군 생산 현장과 그 원리에 해당하는 과학, 그리고 창의력으로 만들어진 첨단예술이 융합하는 복합공간이다. 체험교육을 통해 산업기술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과학기술을 낳은 인간에 대해 스토리텔링이 벌어진다. 가칭 ‘산업기술박물관 울산유치 범시민운동본부’와 같은 시민운동이 벌어지는 것도, 알고 보면 울산의 근현대를 관통하는 정체성이 실현되느냐, 마느냐 성패를 가르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반세기동안 국가 성장 동력을 담당해 온 울산에는 산업화 과정의 흔적과 발명품, 그 밖의 다양한 인프라와 아직도 가동 중인 생산현장이 산재한다. 이를 하나로 묶어 보고 배우는 복합공간을 만든다면 청소년들을 위한 배움의 장이 되는 동시에 새로운 시도의 창작품이 넘치는 문화관광 콘텐츠가 될 것이 자명하다. 다만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최적의 장소로 선택되고,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야하는 등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필요성이 확인됐고, 시민들도 결집됐다. 지역적 상황과 정부의 계획, 시민사회의 공조가 잘만 연계된다면, 기업 이미지도 높이고 도시 또한 새로운 관광수익을 창출하는 또 하나의 문화콘텐츠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 울산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은 ‘처용문화제’▲▲ 울산에서 열리는 국제뮤직마켓 ‘에이팜(APaMM)’

▲ 울산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은 ‘처용문화제’
▲▲ 울산에서 열리는 국제뮤직마켓
‘에이팜(APaMM)’

▲ 매년 10월에 열리는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태화강을 무대로 펼쳐지는 ‘태화강스프링재즈페스티벌’

▲ 매년 10월에 열리는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 태화강을 무대로 펼쳐지는
‘태화강스프링재즈페스티벌’

특화된 음악축제 ­ ‘월드뮤직’과 ‘재즈’ 페스티벌

난립하는 축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지역이 적지 않다. 울산도 마찬가지였다. 구군별로 마련되는 지역축제들은 엇비슷한 내용물로 차별화를 이루지 못했다. 당연히 축제 콘텐츠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중가수의 축하쇼가 메인행사로 치부되는 지역축제에 시민들이 식상함을 느낀 탓도 있지만 지역주민만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타 지역 관광객을 불러 모아 경제효과까지 창출하는 킬러콘텐츠를 갖춘 문화관광축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태화강스프링재즈페스티벌’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우선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은 4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울산지역 최대의 시민축제 ‘처용문화제’의 부대행사로 지난 2006년 처음 출발했다. 이듬해인 2007년 이후 메인행사로 격상되며 확장을 거듭하다 이제는 ‘처용문화제’와 분리 수순이 논의될 정도로 울산의 대표적인 음악축제로 성장했다.

월드뮤직페스티벌의 가치는 사실 울산보다는 외부에서 먼저 평가를 받았다. 전통적 개념의 문화제에 느닷없이 ‘월드뮤직’이라는 생소한 개념의 음악행사가 끼어들면서 초창기에는 지역사회 전반으로부터 적지 않은 지탄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도시를 지향해 온 울산의 도시성향이 제3세계를 포함한 월드뮤직의 확장성과 맞닿아 있음을 꾸준히 홍보했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특화된 음악축제를 즐기는 이들 또한 계속 늘려갔다. 이어 외국 뮤지션을 울산에 데려와 단순히 소개만하는 구조를 벗어나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그들 세계에선 월드뮤직으로 통하는 우리의 국악(전통 및 퓨전을 모두 포함)을 거꾸로 알려나가기 시작했다. 단순한 공연축제를 벗어나 유럽과 호주, 아시아권을 연계하는 ‘에이팜(아시아퍼시픽뮤직미팅, APaMM)’ 시스템을 울산에 구축하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뤄낸 것이다. 서울도 아닌 지역에서 감당하기엔 너무 과한 업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월드뮤직페스티벌추진위는 2년 연속 정부지원을 받아내며 올해(10월 3일~6일)도 성공개최를 위한 만반의 준비에 들어갔다. 이제는 지역과 장르의 한계를 벗어나 보다 큰 틀에서 향후 음악축제가 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는 과제만 남은 것이다.

울산에는 ‘월드뮤직’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음악장르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재즈’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울산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도시이다. 14년째 이어져 온 ‘울산재즈페스티벌’은 지역 음악애호가들이 쌈짓돈을 모아 처음 기획한 축제였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시내의 구석진 클럽과 여름 바닷가를 전전하며 초창기 축제의 맥을 이어 나갔고, 그 결과 이제는 신인재즈뮤지션을 발굴하는 경연제를 도입하면서 어엿한 최장수 재즈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다. 재즈 마니아들의 암묵적인 지지 속에 올봄 울산에는 또 하나의 재즈페스티벌이 탄생했다. 바로 ‘태화강스프링재즈페스티벌’이다. 실내공연이 주를 이루는 ‘울산재즈페스티벌’과와 달리 ‘태화강재즈페스티벌’은 대규모 야외무대에서 보다 자유로운 관람이 가능한 음악축제다. 행사장은 사방이 탁 트인 태화강대공원. 개방된 장소이자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 속 공원에서 음악축제가 열리다보니 1만여 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려들며 초여름 밤 정취를 재즈선율로 느끼고 돌아갔다. 애초에 ‘2013 부산울산경남 방문의 해’ 기념으로 마련된 1회성 행사였지만, 성공축제의 가능성을 엿본 주최 측은 차후 해마다 연례행사로 ‘태화강스프링재즈페스티벌’을 키워나갈 예정이다. 특화된 축제를 성공으로 이끄는 원칙은 몇 가지 조건이 담보돼야 한다. 가능성이 보이고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다 치더라도 안정된 조직과 자본, 지역과의 연계 시스템,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기대이하의 성과를 낼 때는 범람하는 축제의 소용돌이를 헤쳐가기 힘들다. 이제 겨우 특화축제를 구축한 울산에서 음악을 매개로 한 문화예술축제가 보다 공고히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확보’와 ‘안정된 조직구조’ 등으로 현안 과제들을 하루빨리 다잡아 가야 할 것이다.

▲ 2006년 처음 개최된 ‘태화강국제국제설치미술제’는 공공미술 국제전시로 알려져있다’

▲ 2006년 처음 개최된 ‘태화강국제국제설치미술제’는 공공미술 국제전시로 알려져있다

확장되는 미술­시립미술관과 국제설치미술제

울산은 전시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공공기관인 울산문예회관과 북구 및 울주문화예술회관, 그리고 민간시설인 현대예술관이 있지만, 이들 모두 복합문화시설이다보니 공연 예산에 비해 전시 관련 예산배정은 늘 이차적인 문제로 다뤄지기 일쑤였다. 아트페어와 같은 대규모 미술행사를 기획하기에는 공간이 협소하고 인력도 부족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로 7년차를 맞은 ‘울산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TEAF)’는 울산의 젖줄 태화강의 수변공간을 대규모 야외 전시공간으로 활용하여 국제규모의 미술제를 제대로 안착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해마다 6월이면 전 대륙에 걸쳐 10여 개 국가 4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설치미술제가 태화강 둔치에서 펼쳐진다. 현대미술의 최전선을 달리는 ‘설치미술’이 지역에서 자리매김을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수년 간 3억 원 내외의 예산을 꾸준히 배정해 온 울산시의 정책지원을 기반으로 통행자가 많은 야외 공간 특성을 잘 활용한 점과 시민들을 위해 대중친화적인 작품전과 체험 기회를 늘린 점, 그리고 지역대학과의 연계로 예비 작가들에게도 참여의 기회가 주어진 점 등이 성공적인 안착을 이끈 것으로 지목된다. 무엇보다 미술이라는 것이 굳이 전문 공간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 속에서 실현될 수 있음을 알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시민들은 전문 전시공간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을 갖고 있었다. 지역문화수준을 판가름하는 척도로서 미술관이 꼽히는 요즘, 시립미술관은 오랜 기간 지역민의 최대 숙원일 수밖에 없었다. 울산시가 시민들의 염원을 받아들여 시립미술관 건립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 2011년이다. 최근에는 개교 100주년을 넘긴 중구 북정동 울산초등학교를 최종부지로 확정했다. 장소가 좁으니 시 외곽으로 빠져 나가야 한다거나, 남구 옥동의 울산대공원에 짓자는 의견도 있었고, 강변의 너른 터를 활용하는 세계 최초로 교량을 활용한 ‘브리지 미술관’을 짓자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결국에는 시민들의 접근성을 최대한 높여 ‘작지만 알찬 미술관’을 만들자는 여론이 거세졌고, 중구 원도심 문화의 거리와 연계된다면 향후 보다 큰 시너지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졌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국 곳곳에 산재한 공립미술관이 그랬듯이 울산시립미술관 또한 미술관의 정체성 확립과 명확한 운영방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600억 원 내외로 추정되는 한정된 예산으로 건축비와 소장품 구입까지 모두 해결을 해야 하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을 한다. 시립미술관 개관에 앞서 전담조직을 하루 빨리 선정하는 것도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 울산문화재단 설립과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유치는 울산의 남은 과제로 볼 수 있다▲ 울산문화재단 설립과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유치는 울산의 남은 과제로 볼 수 있다

▲ 울산문화재단 설립과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유치는 울산의 남은 과제로 볼 수 있다

남은 과제는 울산문화재단 설립

지역문화재단이 지역문예부흥을 위한 대세로 자리매김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에 문화재단을 설립한 지자체들은 기존 정책들을 수정·발전시키고 있으며, 그 선례를 지켜보던 후발 지자체들도 앞 다투어 재단을 설립하는 등 문화예술 분야의 도시경쟁력을 키우는데 혈안이 돼 있다. 최근에는 전국에 산재한 40여개 문화재단들이 연합체를 구성하여 기존 문예행정의 맹점을 채워주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지역문화재단의 존재이유는 각자의 지역문화발전을 위한 것이라서 지자체별 재단끼리 상충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지자체의 독립적 문예행정이 아직은 초기 단계 인만큼 공조로 얻어내는 긍정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중앙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예산을 확충하는데도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울산은 이 같은 문화예술 트렌드에서 철저하게 제외돼 있다. 지역문화재단의 필요성과 발전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나 심포지엄을 간간이 실시하기는 했으나 타 시도와 달리 울산은 아직도 지역문화재단 설립을 주도할만한 추진력과 동체를 갖추지 못했다.

울산은 아직도 시 문화예술과에서 문예진흥기금을 운영하고, 지역 문화예술단체 및 예술인들의 활동을 직접적으로 관리한다. 물론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문예진흥위원회와 심사위원회를 별도로 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문예지원금을 지원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견 수렴 기구일 뿐 울산시 전체의 문예정책을 도출하고 관장하는 기관으로는 부족한 면이 많다. 울산예총, 울산민예총, 울산문화원연합회 등 민간예술인단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들 단체 또한 울산시가 틀어쥔 문예진흥기금의 수혜단체일 뿐 울산시를 상대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만한 역량이나 기능을 갖추지는 못했다. 시와의 협상 줄다리기에서 어느 단체가 얼마만큼의 지원금을 확보했는가가 가장 큰 관심사항일 뿐 정작 시민들을 위한 도시전반의 문예정책을 수립해 나가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문화전문가들은 기존의 관 주도 행정으로는 전반적인 문예정책을 제대로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한다. 한 도시의 문화는 문예전반에 걸친 연구, 심의, 지원으로 서서히 발전해 나가는데 기존의 순환보직 행정중심 정책으로서는 여전히 요원한 일이다. 콘텐츠 개발 등 지역문화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지역문화재단 설립은 늦출 수 없는 대세다. 재단 설립에 주축이 돼 줄 행정가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지역 문예계와 시민들이 또다시 머리를 맞대고 공론화를 유도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사진제공_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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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진 필자소개
홍영진은 울산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고 경상일보 조사자료실에 입사, 지금은 11년 차 문화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공연과 전시, 축제와 레저, 여성과 청소년 등 문화 일반을 구성하는 다양한 영역을 담당하며, 현재 문화부 차장을 맡고 있다. 부산대 미학예술경영 대학원 과정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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