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연예술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거친 창작자들의 작품이 관객들의 주목을 끌고 각종 시상식 무대에 오르는 일이 많아졌다. 작품 제작비나 창작 공간 지원에 그쳤던 종전 프로그램들에 비해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프로그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개별 작품뿐 아니라 창작자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주요 프로그램을 개괄하고, 창작자들의 경험을 소개한다./[특집] 공공 기관 및 민간 공연장 ‘공연예술 인큐베이팅 프로그램’/[하우투] 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 마인즈(Creative Minds)’’ /[하우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야프(AYAF)’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공연 부문 지원
아티스트 성기웅 작, 연출 <소설가 구보씨의 1일> (사진제공_두산아트센터)

공연예술계 제작 환경의 변화가 이전과는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2011년부터 간접 지원을 중심으로 선회된 지원 제도의 방향에 따라 상대적으로 예술가들에 대한 직접 지원이 낮아지고, 향유자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확장됐다. 이처럼 창작자와 향유자가 공존하는 시스템으로 지원의 방향이 변모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반면, 창작 개발을 위한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2014년 전개되는 지원 제도 중 신진 및 유망 예술가를 위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공연예술 창작 환경 개선 및 중견 예술가/단체의 안정적인 창작 시스템을 정착하기 위한 신규 사업들이 시작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 있다.

구보 구보

▲▲&lsquo;창작자 육성 프로그램&rsquo; 공연 부문 지원 아티스트 성기웅 작, 연출 <소설가 구보씨의 1일> (사진제공_두산아트센터)
▲&lsquo;Creative Minds&rsquo; 뮤지컬 부문 선정작
<라스트 로얄 패밀리> (사진제공_CJ문화재단)

&lsquo;신진 예술가 지원&rsquo; 목적으로 진행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2000년 후반부터 점진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공공의 영역을 넘어 민간 단체 및 극장에서 주목할 만한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인 &lsquo;아야프(AYAF: ARKO Young Art Frontier)&rsquo;,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lsquo;유망예술지원사업&rsquo;은 물론,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의 외연과 방향을 확장하면서 진행되고 있는 두산아트센터 &lsquo;두산아트랩&rsquo;, CJ문화재단 &lsquo;크리에이티브 마인즈(Creative Minds)&rsquo;, LIG아트홀 &lsquo;레지던스-L&rsquo; 같은 프로그램의 성장은 괄목할만하다.

물론 각각의 프로그램마다 지원의 대상과 규모, 방향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들이 지향하는 공통분모가 있다. 기반이 없는 신진 예술가들의 진입경로를 마련한다는 초기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의 방향이 예술가들과의 동행, 협력 프로그램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데 있다. 프로그램에 따라 책정된 지원금을 주고, 결과만 요구하는 일차원적인 지원시스템을 탈피함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창작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단계적 지원으로 기능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 이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lsquo;아야프(AYAF)&rsquo; &
서울문화재단 &lsquo;유망예술지원사업&rsquo;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신진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은 ';아야프';다. 차세대 예술가를 육성하는 &lsquo;아야프&rsquo;는 역량 있는 젊은 예술가를 선발, 향후 세계적 수준의 차세대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신진예술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lsquo;생애주기형 육성 체계&rsquo;로 전환한다는 것을 목표로 기존에 진행되던 장르별 구분을 벗고 예술 활동 유형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창작자(작가, 연출, 안무, 작곡)와 실연자(연주자, 배우, 무용수)를 이원화하여 분야별로 특화된 방식으로 지원한다. 창작자 분야에서는 만 35세 이하의 예술가를 대상으로 연극, 무용, 전통예술, 음악, 다원예술 등 각 분야에서 창의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창작자를 선발, 분야별 전문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실연자 분야에서는 만 24세 이하를 대상으로 민간과 협력을 통한 매칭-펀드(Matching-Fund) 방식으로 진행한다. 예술의 가치와 사회적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확산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lsquo;예술나무 운동&rsquo;과 연계, 민간부문의 신진예술가 지원활동을 독려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 예정인 &lsquo;유망예술지원사업&rsquo; 역시 유망 예술가의 발굴 및 창작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제작비, 공간, 내용적 지원이 결합된 입체적 지원시스템을 통해 제작 지원을 내실화 했다는 데 특징이 있다. 다원, 전통, 음악, 무용, 시각, 연극 등 총 6개 분야 중에서 각 분야에 따라 총 2천만~3천만 원 사이의 작품 제작비 및 멘토링, 네트워킹, 발표 공간(공연장), 통합홍보 등의 제작 전반에 대한 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산아트센터 &lsquo;두산아트랩&middot;창작자 육성 프로그램&rsquo; &
CJ문화재단 &lsquo;크리에이티브 마인즈(Creative Minds)&rsquo; &
LIG문화재단 &lsquo;레지던스 L&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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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quo;두산아트랩&rsquo; 포스터 (사진제공_두산아트센터)
▲&lsquo;Creative Minds&rsquo; 2014 연극 부문 공모 포스터 (사진제공_CJ문화재단)

민간에서 진행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그 지속성과 성과에 있어서 때로 공공의 영역에서 진행하는 어떤 프로그램보다 특화된 지점이 많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앞서 언급한 두산연강재단, CJ문화재단, LIG문화재단 등에서 진행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다.

두산연강재단에서는 &lsquo;두산아트랩&rsquo;과 &lsquo;창작자 육성 프로그램&rsquo;을 운영한다. 두산아트랩은 쇼케이스, 독회, 워크숍 등 만 40세 이하의 젊은 예술가들의 잠재력 있는 작품을 다양한 형태로 실험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발표 공간, 부대장비 및 연습실, 작품 개발비 및 기획/제작 지원, 작품개발 과정 지원, 모니터링 및 피드백, 무대기술 스태프, 홍보마케팅 등 작품 제작 전반에 대한 지원을 통해 예술가는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되어 있다. 같은 선상에서 만 40세 이하의 젊은 예술가 중 예술적 비전이 분명하고 잠재력이 큰 예술가들을 선정하여 3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는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도 두산연강재단의 대표적인 예술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작 창작 시, 두산아트센터에서 제작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으며 신작 워크숍 및 해외 리서치를 지원하고 있다.

공연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인 CJ문화재단 &lsquo;크리에이티브 마인즈&rsquo;는 신인 창작자뿐 아니라 기성 창작자를 대상으로 작품 개발을 지원한다. 분아별로 특성에 맞는 단계별 지원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멘토링 시스템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방점이 있다. 세부적으로는 작품 창작 개발비, 모니터링, 연습실, 배우 캐스팅 등 역시 제작 전반에 대한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LIG문화재단 &lsquo;레지던스 L&rsquo;은 현대무용과 음악 분야에서 자신만의 색깔로 확고한 영역을 구축해 가고 있는 7명의 예술가들을 선정, 1년 간 이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선정된 협력 아티스트들은 서울과 부산에서 운영하는 세 개의 극장(LIG아트홀ㆍ강남, 합정, 부산)공간 및 전문 스태프들을 동반자 삼아 연간 활동 계획 수립부터 예산 책정 및 집행, 창작 과정 전반을 자기 주도로 진행한다. 올해의 경우 3명의 안무가와 4명의 뮤지션들이 LIG문화재단의 협력 아티스트로서 공연, 오픈 스튜디오, 워크숍, 음반 등 다양한 창작 방식을 통해 작품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생존을 위한 경쟁이 아닌,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으로 정착돼야

공공의 영역이든 민간의 영역이든 공연예술계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할 수 있는 신진 예술가를 발굴, 협력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앞서 언급한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한 예술가 및 단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게 된 이유 역시 작품 개발비나 공간 지원에 그치던 기존의 창작 지원 시스템에서 보다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프로그램으로 기능이 확대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지나친 경쟁 구도로 내몰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오랜 기간 지속성을 갖고 진행되어야 한다는 과제는 남아 있다. 신진 예술가를 지원한다는 것은 그 의미나 목적성이 공공성에 명확히 부합하는 지원 영역이다.

다시 말하면 굉장히 쉽게 프로그램화 시키고, 성과가 나지 않으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두 번 마치 이벤트처럼 진행되다 사라졌던 프로그램들의 과정을 거울삼아 지원 기관 스스로의 역할과 과제를 새롭게 재인식해 흔들리지 않는 창작 시스템으로 기능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필자사진_ 양길호 필자소개
최윤우는 월간 [한국연극] 편집팀장을 역임했으며 주요 공연예술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웹진 [연극in] 편집장 및 공연예술정책 분야를 중심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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