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0일, 새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문화융성’ 구현에 대한 제도 기반으로  「문화기본법」제정안과 「예술인복지법」개정안, 「공연법」개정안, 「저작권법」 개정안,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와 같은 법 제·개정을 통해 국내 문화예술계에서는 다양한 전망과 논의가 이어져가는 가운데, 지난 2월 “문화예술관련법 제정의 홍수와 예술경영환경의 변화”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의 내용을 살펴보고,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 ‘문화기본법의 국제교류’에 대해 소개한다./➀[정책제도Q&A] 문화기본법이란?/➁[이슈] 문화예술기본법 제정을 통한 예술경영 환경의 변화/⓷[이슈] 지역문화진흥법-지역 문화재단의 역할과 위치와 가능성/⓸[이슈] 문화기본법의 국제교류 협력증진 조항 제정의 의의와 과제

2014년 새해 초부터 국내 문화예술계는 작년 말을 기점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문화예술 관련 일련의 법안들이 실제 정책 및 예술경영 환경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관해 지속적으로 주목해왔다. 기대와 우려를 포함한 다양한 논의가 예술계 안팎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한국예술경영학회의 주최로 지난 2월 27일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된 학술심포지엄은 각 법안들에 대한 기대감과 비판적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 “문화예술관련법 제정의 홍수와 예술경영환경의 변화”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문화기본법’ 과 ‘지역문화진흥법’, ‘문화예술후원 활성화를 위한 법률’ 등 3개 법안을 중심으로 각 법안 제정의 정책적 함의와 실천적 과제에 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었다. 이에 본 리뷰에서는 심포지엄 당일 발제를 맡은 토론자들의 의견을 법안별로 정리하여 소개하도록 한다.

문화기본법 - 문화권을 국민의 창작 권리와 향수 기회를 모두 포괄하는 기본권으로 규정, 공식적인 법률적 위상 확보라는 큰 성과

“「문화기본법」과 문화정책의 실천과제”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맡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문화기본법 관련 초기 논의가 참여정부 시절 시민사회의 요청에서 발원했음을 언급하고, 지난 10여 년간의 논의 과정을 통해 좌‧우 이념을 초월하여 문화가 더 이상 정쟁의 대상이 아닌 필수적인 정책 대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문화기본법 제정의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동한 것이라 분석했다. 특히 문화기본법 제2조 기본 이념을 근거로 문화가 개인을 비롯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문화를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국가가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정책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법안에서 제시된 문화의 다양성, 자율성, 창조성 등 세 가지 원리가 상호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실현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실행 체계가 정비되고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휘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역시 “문화기본법 제정의 의의와 향후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문화권’이라는 용어가 그간 문화예술계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어오긴 했으나 기실 헌법상 기본권으로 구체화되지 않았던 개념이었음을 지적하고, 이번 문화기본법 제정을 계기로 헌법 상 미비한 문화권의 법률적 위상이 확보되었다는 점에서 큰 성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문화기본법 제정은 경제성장 위주의 발전모델에서 벗어나 문화적 가치에 바탕을 둔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시할 뿐 아니라, 문화예술 창작자 및 생산자의 권리 보호뿐만 아니라 문화향유자인 ‘공중(general public)’으로 문화권의 초점을 전환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수요자’ 혹은 ‘향유자’ 중심의 문화정책이라는 슬로건이 이미 지난 수년간 정부 주도 문화정책 안팎에서 활용되어 왔던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평가가 다소 의아하게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이동연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가 표방해 온 ‘향유자’중심 정책이 흔히 ‘문화나눔사업’ 등으로 대변되는 ‘좋은 예술에 접할 수 있는 접근성(access)’이라는 소극적 관점이었다면, 문화기본법에서 말하는 국민의 문화적 권리는 “문화의 접근기회 확대”라는 측면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보장”을 함께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음을 강조했다. 즉, 더 이상 창작자(예술가)와 문화향유자(소비자)를 구별하는 이분법적 논리에 지배받는 것이 아닌, 모든 국민이 문화생산 및 소비의 주체로서 인정되는 “적극적 권리”로서의 문화기본권이 설정되었다는 것이다.

국정행정 전반이 “문화적 관점”에서 조직될 수 있는 현실적 제도 마련이 문화기본법 입법 취지 실현의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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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관련법 제정에 대한 전문가 토론

사실 문화예술계가 오랜 숙원이었던 문화기본법 제정을 내심 반기면서도 한편으로 조심스레 제기했던 우려 중 하나는 해당 법안이 혹여 문화행정총괄법으로 위상이 축소될 수도 있다는 점에 있다. 이에 대해 이동연 교수는 문화기본법 기본이념에 제시된 철학 뿐 아니라 ‘문화영향평가제도의 도입(제5조)’, ‘5년 단위 문화진흥기본계획 수립의 의무화(제8조)’ 등의 조항을 근거로 국가의 행정운영 전반을 “문화적 관점”에서 조직하도록 한다는 입법취지가 분명히 반영된 바, 문화기본법이 국정행정에 있어 문화모법으로 기능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문화기본법 제정 그 자체만으로 문화예술의 모든 현안이 자동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행정 체계의 재정비가 필수적임을 아울러 강조했다.

김휘정 입법조사관 역시 ’문화영향평가제도’의 경우, 평가의 대상이 문화와 관련된 중앙행정기관이나 지자체의 계획 및 정책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업까지 포함될 수 있을 때 비로소 “모든 문화적 가치가 사회 각 부분에 스며들게 한다”는 문화기본법의 입법 취지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향후 문화체육관광부의 계획이나 정책 외에 문화 사업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타 부처 소관의 계획과 정책 수립 시 ’문화영향평가‘ 조항이 어느 정도 현실적 구속력을 가지게 될 것인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문화기본법 입법취지의 궁극적 실현여부는 해당법안에서 제안된 세부 내용에 대한 타 중앙 행정 부처들의 적극적 수용뿐 아니라 부처 간 의견 조정체계와 범위 및 협의 절차가 시행령 등을 통해 보다 구체화되어 제시될 수 있을 때 가능할 수 있다는 평가로 해석할 수 있다.

지역문화진흥법 - 지역문화정책의 체계적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틀은 확보. 아울러 지역자치 관점의 적극적 반영 및 지역 내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실질적 정책 지원이 보장되어야 할 것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의 의의와 과제“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이 사실상 지난 10여 년간 지역문화영역이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역사를 반영하고 향후 지역문화정책의 체계적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문화가 있는 삶’의 실현과 직결된 ‘생활문화 활성화’ 지원을 강조하고; 각 지역만의 특수성을 반영한 ’문화도시 및 문화지구 조성’이 보편·제도화 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 또한 지역문화재단(또는 지역문화예술위원회) 설립 근거가 확보, 지역문화진흥의 주체로서의 기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박 연구위원은 현 지역문화진흥법의 구체적 시행방안이 대부분 대통령령 위임조항으로만 규정되어 있어(총 21개 조항에 달함), 향후 상당한 정도의 후속법제정비 작업이 필수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문화예술의 실질가치 구현을 위한 관련법의 역할과 활용”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이선철 감자꽃스튜디오 대표 역시 현재의 지역문화진흥법에 담긴 대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동시에 실천적 구체성에 있어서 다소 지역관점에서 출발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가령, 농어촌지역의 문화 활동에 대한 혜택이나 지원의 근거가 마련될 수 있는 내용이 누락되어 있는 점, 생활문화 활성화를 강조하지만 그동안 지역기반 생활문화 제공 주체로서 활동해온 문화의 집과 문화원의 역량 강화 및 기능정비와 관련된 언급이 없는 점은 특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자료집에 실린 발제문과 별도로 이선철 대표는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을 전후로 각 지역신문에 실린 일련의 기사들을 분석하여 지역문화진흥법에 대한 각 지역들의 관점과 요구가 상이함을 인상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지역문화진흥법의 실질적 구현은 아래로부터의 문화적 요구가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각 지역만이 가진 독특성과 특수한 문화적 자원을 연구하는 지역학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 고유의 문화진흥정책 고민이 보다 구체화되고 숙성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했다.

이 같은 두 토론자의 비판적 평가는 그간 문화예술계 일각에서 제기되어 왔던 우려, 즉 지역문화진흥법이 혹여 탑-다운(top-down)적 지역종합개발계획의 근거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비판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지역문화진흥법이 그간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문화 분권 및 문화자치 실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기능하기까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음을 시사 한다고 하겠다.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 - 문화예술후원을 직접 장려하고 지원하기 위한 첫 법률적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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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체육관광부의 2014년 정책비전과 추진전략

조현래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과장은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이 문화예술후원활동 자체를 직접적으로 장려, 지원하기 위한 첫 법률적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강조하고, 기부 관련 업무 수행 기관의 전문성 제고 및 투명성 확보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사실 지금까지 문화예술후원활동은 조세특례제한법률 및 기부금품모집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부분적인 세제 혜택과 및 기부금 모집이 지원되어 왔다. 김재중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나눔사업부장 역시 그동안 산발적 진행되어 왔던 예술후원활동에 대한 정책 지원이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을 기점으로 제도화되어 민간영역에서의 예술후원을 활성화하는데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은 문화예술 후원매개 단체의 인증‧지원, 문화예술후원자 포상 및 후원우수기관 인증, 더불어 일부 권한을 지자체 장에게 위임하거나 대통령령에 따라 업무일부를 후원관련기관에게 위탁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김재중 부장은 법안에서 사용된 ‘문화예술후원매개단체’라는 용어의 정의가 다소 모호한 점(가령, 지원만 해도 매개단체로 포함가능한가?, 비영리단체여야 하는가? 등)을 들어 법률 시행 전까지 매개단체의 보다 명확한 정의규정 및 범위에 관한 충분한 사전협의가 필요할 것이라 지적했다. 특히 매개단체 인증의 경우 경비지원 조항이 포함되는데, 현재 매개단체로 신청 가능한 단체(기관)이 대부분 공공재단이나 대기업 출연재단인 점을 감안할 때 이들에 대한 경비지원 타당성 여부에 대한 논의가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최근 세법개정을 통해 기부금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된 것을 감안, 향후 문화예술 후원에 대한 별도의 세액공제율을 신설할 것인지 등이 추가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자칫 개인의 입장에서 후원기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증제도의 경우, 사회적 기업 인증 제도의 선례를 들어 인증을 받지 못한 단체의 기존 후원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시행령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보완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의 논의를 종합적으로 보면 각각의 법안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우려는 큰 틀에서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토론 참가자들 모두 3개 법안의 제정 자체만을 놓고 볼 때, 대의적 차원의 방향성과 의의에는 공감했다. ‘문화기본법’ 제정을 기점으로 국민의 문화적 권리가 인권 차원에서 존중될 수 있는 기틀이 비로소 마련되었다는 점,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을 통해 적어도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확보되었다는 점, 그리고 ‘문화예술후원 활성화를 위한 법률’을 통해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소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점은 현재로서 부인할 수 없는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정책실현 과정에서 각각의 법안이 제시하는 기본이념과 취지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 그 구체적 정책실행 방안에 관해 여전히 지속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통적으로 동의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터, 앞으로 속속들이 공표될 각 법안별 시행령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화예술계 안팎에서 각 법안을 두고 제기하는 다양한 의견들이 가능한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현 정부가 강조하는 “문화융성”과 “문화가 있는 삶”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국민의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체감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관련자료
(사)한국예술경영학회 제27회 학술심포지엄 자료집

필자사진_ 윤시중

필자소개
정동극장 마케팅팀, 아트선재센터 공연기획을 통해 예술경영 분야에 입문, 뉴욕대에서 공연예술행정석사를 마치고 뉴욕한국영화제, 세종솔로이스츠에서 일했다. 이후 정책연구자로서의 길로 선회,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창의성 정책담론에 관한 연구로 문화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교대 교육연극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예술교육정책을 연구했으며, 예술경영 및 문화정책 관련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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