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0일, 새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문화융성’ 구현에 대한 제도 기반으로  「문화기본법」제정안과 「예술인복지법」개정안, 「공연법」개정안, 「저작권법」 개정안,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와 같은 법 제·개정을 통해 국내 문화예술계에서는 다양한 전망과 논의가 이어져가는 가운데, 지난 2월 “문화예술관련법 제정의 홍수와 예술경영환경의 변화”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의 내용을 살펴보고,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 ‘문화기본법의 국제교류’에 대해 소개한다./➀[정책제도Q&A] 문화기본법이란?/➁[이슈] 문화예술기본법 제정을 통한 예술경영 환경의 변화/⓷[이슈] 지역문화진흥법-지역 문화재단의 역할과 위치와 가능성/⓸[이슈] 문화기본법의 국제교류 협력증진 조항 제정의 의의와 과제

▲2013년 5월 30일~6월 1일 제주도에서 열린 시‧도문화재단 대표자회의 정책워크숍 현장. 12개 시‧도문화재단 관계자가 모여 지역문화정책 현황과 재단 활성화, 지역문화진흥법 수정안 마련 등을 논의했다. (사진출처_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의 중요성,
정치적인 구호를 넘어 삶 속에 스며들어야

사진_2013년 3월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역문화융성 대토론회’

▲2013년 3월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역문화융성 대토론회’ (공공누리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저작물 이용)

최근 문화 관련 세미나와 토론회가 ‘융성’하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기조에 ‘문화융성’이 포함되고 문화기본법 등 문화예술 관련 주요 법안이 제․개정되면서 각지에서 다양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에 활발했던 문화 정책 관련 논의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던 것을 생각할 때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이 많은 논의가 10여 년 전 제안되었던 의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아쉽다.

특히 얼마 전 통과된 문화기본법지역문화진흥법은 문화 활동 주체들에게 다양한 논의거리를 던지고 있다. 문화기본법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화권’, ‘문화의 사회적 가치’, ‘문화적 관점에서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과 지역문화진흥법의 ‘지역문화’, ‘생활문화’ 등의 개념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10여 년 전부터 논의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그 당시에 의논되던 새로운 문화예술 관련 법 체계가 이제야 결실을 맺는 것을 보면서 속절없이 지체된 시간들이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접어두고 지금부터라도 문화예술의 중요성이 정치적인 구호를 넘어 사람들의 삶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구체적인 논의와 실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지역문화진흥법,
분권을 넘어 자치로 나아가야

사진_문화관광부 주최,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익산문화재단 주관 ‘2013 지역문화재단 지식공유포럼-나눔으로 소통하다’ 개최 현장’ 사진_2012년 인천문화재단 주최 ‘지역문화정책포럼: 지역문화진흥법, 어떻게 만들 것인가?’ 안내문’

▲▲문화관광부 주최,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익산문화재단 주관 ‘2013 지역문화재단 지식공유포럼-나눔으로 소통하다’ 개최 현장 (사진제공_박찬응)

▲2012년 인천문화재단 주최 ‘지역문화정책포럼: 지역문화진흥법, 어떻게 만들 것인가?’ 안내문 (사진출처_인천문화재단)

1) 7. (지역 문화 창달의 원칙) 지역 문화는 지역 사회를 발전시키는 활력의 원천이며 지역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정체성의 토대이다. 지역 문화를 가꾸어 나가는 일은 주민의 자주적 참여와 주민 자치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지역 주민은 자기 고장의 언어, 민속, 전통 같은 고유의 표현 형식들을 포함한 자생적 문화 자원들을 보존하고 문화 발전에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 문화헌장, 2006. 5

2) 제4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④‘재원의 확보 등 필요한 사항이 있을 경우’, 제8조(생활문화시설의 확충 및 지원)⑤‘생활문화시설의 확충 및 지원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제18조(문화지구의 지정․관리), 제19조(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의 설립 등)③‘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 제22조(지역문화진흥기금의 조성)⑤‘지역문화진흥기금의 조성․용도 및 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

지역문화진흥법의 제정은 2001년 1월에 ‘21세기 출발, 지역문화로부터! 대토론회(백가쟁명)’를 거쳐 2월에 ‘2001 지역문화의 해’의 출범을 선포하면서 지역문화정책을 국가문화정책의 주요 의제로 자리매김하고 지역문화진흥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률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준비되기 시작했다. 오랜 논의 끝에 2006년 5월에 최초 발의되었으나 제정되지 못하고, 18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었으나 결국 불발로 끝난 후 19대 국회에서 또 다시 발의되어 제정에 이른 그야말로 문화계의 숙원 과제였다. 인천문화재단 역시 2012년에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힘을 보태왔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지역문화진흥법의 제정을 위해 노력한 것일까? 그 이유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지역의 문화 활동 주체들이 문화의 다양성과 자율성에 주목하여 각 지역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각성을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각성은 쉽게 포기되거나 각성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어서 느리더라도 계속해서 나아가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지역문화진흥법의 목적이 “지역문화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지역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국가를 실현하는 것”에 머무른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주체와 방식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의 문화 활동 주체들에게 분권을 넘어 자치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1)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효과,
지역 차원의 후속 조치 뒤따라야

지역문화진흥법은 문화기본법 제9조(문화 진흥을 위한 분야별 문화정책의 추진) 10호 ‘지역문화의 활성화’에 근거하고 있으며, 전체 7장 24개조와 부칙 4개조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이 법의 ‘목적’을 밝히고 ‘지역문화’, ‘생활문화’, ‘지역문화전문인력’ 등을 정의하고 있으며 ‘지역문화진흥의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매 5년 마다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수립’을 의무화하고 있다. ‘지역문화’와 ‘생활문화’의 정의를 법제화한 것 자체에 의미가 있으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구체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수립을 의무화하여 지역의 문화정책이 지속성과 실천력을 가지고 수립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지만,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수립 과정에 민간전문기구의 참여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지역문화진흥의 기본원칙 중 ‘지역 간의 문화격차 해소와 지역문화 다양성의 균형 있는 조화 추구’는 그동안 문화 격차 해소만을 목적으로 하여 모든 지역에 유사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던 틀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제2장은 ‘생활문화 지원’, ‘생활문화 시설의 확충 및 지원’, 그리고 ‘문화환경 취약지원 우선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생활문화진흥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내용을 명시하고 있어 그동안 제도에서 소외되어 있던 주민들의 문화 활동을 제도 내에 포함함으로써 수용자 중심성을 높인 점은 의미가 있으나 생활문화에 대한 지원이 시설의 확충에 집중되어 있어 자칫 새로운 문화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생활문화에 대한 지원의 핵심 사업으로 왜곡될 수 있는 부분은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제3장은 그동안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인식하면서도 방치되다시피 했던 ‘지역문화전문인력의 양성’을 위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하였으며, ‘지역문화실태조사’를 5년마다 시행하여 지역문화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지역 간, 지역과 기업 간 ‘협력활동 지원’을 통해 수평적 협력 체계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고 ‘지역문화진흥에 관한 자문사업단’을 지정할 수 있게 하여 지역문화정책역량의 강화를 꾀하도록 하고 있다.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람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지역에 맞는 문화전문인력의 양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문화실태조사는 중앙과 지역이 협력 관계를 갖고 진행해야 할 것으로 판단되며, 취약한 지역문화정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문사업단을 넘어서는 별도의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제4장은 ‘문화도시의 지정’ 및 ‘문화지구의 지정·관리’이다. 문화도시 또는 문화지구의 지정은 문화의 산업적 측면과 지역 경제를 제고하는 차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으나 그동안의 사례를 살펴보면 문화도시의 지정이 지역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오히려 문화도시로의 발전을 저해하기까지 해왔던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해결 방안에 대한 모색이 아쉬운 부분이다.

제5장은 ‘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해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거점을 형성하고 체계적․지속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으나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남겨 놓은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 법 제정 이전에도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에서 지역문화재단의 설립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추세를 감안하면, 법 제정으로 인해 지역문화재단의 설립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자치단체만의 책무로 규정되어 있는 ‘지역문화진흥기금의 조성’은 가장 아쉬움이 많은 부분이다. 이미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재정 악화로 인해 중앙정부와의 매칭 사업조차 반기지 않는 상황을 고려하면 자칫 이 문제로 인해 지역문화진흥법이 담고 있는 모든 내용이 추진 동력을 상실하고 그저 화려한 수사로만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예진흥기금 일부의 요율화, 복권기금·방송통신기금·관광기금 등 각종 기금의 적극적인 활용, 신규 세원 확보 등 중앙 정부 차원의 지역문화진흥재정 확보를 위한 대책의 수립이 필요하다.

위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지역문화진흥법의 제정은 지역문화정책을 체계적․종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여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을 촉발했고, 생활문화 진흥을 법제화하여 시민의 문화 향유 증대에 기여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지역 차원의 후속 조치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우선 지역문화 활동 주체들이 지역문화진흥법에 관심을 갖고 시행령 제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법에서 위임된 사항에 대한 조례를 제정해야 하는데2) 이 부분은 문화관광체육부에서 각 지역의 의견을 수렴하여 표준조례안을 만드는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요자 중심성을 강조하고 있는 법 제정의 취지에 따라 기존 문화예술 관련 조례 및 정책의 재정비를 추진해야 한다.

지역문화재단은 존재의 필요성을 법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거둔 한편, 이러한 전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협의 채널을 마련하고, 지역 내에서는 논의의 장을 펼치고 의견을 모아내는 역할을 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또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지역문화재단의 정책 사업이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미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광역문화재단과 기초문화재단 사이의 역할 분담과 협력 방안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은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첫 테이프를 끊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역 문화 활동 주체들의 건투를 빈다. ‘백가쟁명 백화제방’!



참고자료
인천문화재단 ‘목요문화포럼: 지역문화진흥법, 어떻게 만들 것인가?’ 자료집

필자사진_손동혁 필자소개
손동혁은 주로 문화예술 기획과 정책 영역에서 활동해 왔으며, 2012년부터 인천문화재단에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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