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troit Needs A Statue of Robocop
제작과정 업데이트 페이지
(사진출처: 킥스타터)

정치적인 외압으로 투자를 거부당해 몇 년 동안이나 제작되지 못했던 영화 <26년>, 대기업 반도체 공장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이유로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없었던 영화 <또 하나의 가족>. 어쩌면 영원히 관객과 만날 수 없었을지 모를 이 두 편의 영화는 각각 2012년, 2014년에 여러 곳의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어려워 보였던 영화 제작은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십시일반 후원을 통해 제작비를 조달했기에 가능했다. &lsquo;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rsquo;, 이것이 바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다.

미국의 킥스타터는 크라우드 펀딩의 대표적인 곳으로 2014년 4월 현재 약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천억 원)의 자금이 조성되었고 약 6만개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감되었다. 초기의 킥스타터는 자금력이 없는 독립창작자들의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것으로 시작하였으나 현재는 상업영화, IT Device, Game 등 다양한 분야의 대형 프로젝트까지 그 영역이 점차 넓어지면서 크라우드 펀딩 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킥스타터가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있으나 그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성공한 프로젝트 중에 Music, Film&video, Art 분야가 누적수치에서 1, 2, 3위를 달릴 정도로 대중문화/예술 분야의 프로젝트가 많은 상황이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이 킥스타터에 비해 아직 규모가 작고 시작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 분야에서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킥스타터에서는 어떤 프로젝트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아 성공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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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스타터 카테고리별 누적 성공프로젝트 건수 통계페이지 캡쳐 (사진출처: 킥스타터)



#1. 부탁하는 것을 꺼려하지 마라
&ndash; Amanda Palmer: The new RECORD, ART BOOK, and TOUR

아만다 파머(Amanda Palmer)라는 가수는 대형 레코드사와 계약 이후 몇 주 만에 2만 5천장의 앨범을 판매하고도 &lsquo;실패작&rsquo;이라고 말하는 현실에 크게 실망하였고, 본인의 노래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신곡을 무료로 배포하기 위해 킥스타터를 통해 신규앨범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열어 목표했던 10만 달러의 무려 10배가 넘는 약 120만 달러를 최종 모금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아직까지도 킥스타터 음악 분야에 있어 가장 많은 금액을 모금한 프로젝트로 기록되어 있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수많은 팬을 확보한 아만다 파머는 마침내 빌보드 TOP 10에 진입하는 쾌거를 달성하게 된다. 프로젝트의 성공 이후 TED무대에 선 그녀는 &ldquo;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마치 약점을 내보이는 것 같아서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것을 꺼려한다&rdquo;며 본인이 킥스타터를 통해 프로젝트를 성공하게 된 가장 큰 계기로 &ldquo;팬들에게 진심으로 요청하고 진심으로 다가갔었기 때문이다&rdquo;라고 말했다. 현재 아만다 파머의 TED영상은 많은 재생수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_아만다 파머 킥스타터 프로젝트 페이지/아만다 파머의 빌보드TOP10 진입을 소개한 킥스타터 2012년 결산 페이지

L) 아만다 파머 킥스타터 프로젝트 페이지 (사진출처: 킥스타터)
R) 아만다 파머의 빌보드TOP10 진입을 소개한 킥스타터 2012년 결산 페이지
(사진출처: 킥스타터)

#2. 팬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영화
&ndash; The Veronica Mars Movie Project

사진_<베로니카 마스> 킥스타터 프로젝트 페이지

▲<베로니카 마스> 킥스타터 프로젝트 페이지
(사진출처: 킥스타터)

고등학생 탐정의 이야기를 다룬 <베로니카 마스(Veronica Mars)>는 2000년대 초반부터 3시즌까지 미국에서 방영된 TV 시리즈였는데, 시청률이 낮아 얼마 안 되서 폐지됐다. 이에 낙담한 고정 팬들이 방송사를 상대로 탄원서를 내고 서명 운동을 벌였지만 허사였다. 주연 배우와 작가까지 나서 미국 할리우드 제작사에 영화 제작을 제안했지만 결국 거절당한다. 결국 이 드라마의 크리에이터인 &lsquo;롭 토머스(Rob Thomas)&rsquo;와 주연 배우 &lsquo;크리스천 베일(Christian Bale)&rsquo;이 직접 킥스타터에 이 드라마 시리즈를 영화로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올렸다. 반응은 의외로 폭발적이었다. 드라마의 폐지에 안타까웠지만 그 동안 힘을 모을 수 없었던 팬 9만1,585명이 힘을 보태면서 아이디어가 올라온 지 10시간 만에 200만 달러가 모였고, 최종적으로는 약 600만 달러의 후원금이 조성되었다. 이 영화는 올해 3월에 개봉을 하였다.

#3. 시민들의 힘으로 디트로이트시에 로보캅 동상을 세우다
&ndash; Detroit Needs A Statue of Robocop

사진_Detroit Needs A Statue of Robocop 킥스타터 프로젝트 페이지

▲Detroit Needs A Statue of Robocop
킥스타터 프로젝트 페이지
(사진출처: 킥스타터)

영화 <로보캅>의 주 배경 도시였던 디트로이트시의 한 시민은 시장의 공식 트위터를 통해 <로보캅> 동상을 세울 것을 제안했지만, 시장은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부한다. 이 시민과 시장과의 트위터로 나눈 대화 내용이 SNS를 통해 전파되었고 이를 계기로 시민들이 직접 킥스타터를 통해 디트로이트시를 대표하는 로보캅 동상을 세우자는 프로젝트를 개설하여 약 3천 명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약 6만 7천 달러를 모금하여 현재 동상 제작 중에 있다. 특히 동상 제작 과정이 킥스타터의 업데이트를 통해 후원자들에게 꾸준히 피드백 되면서 시민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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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캅 프로젝트의 발단이 된 디트로이트 시장과 시민의 트위터 대화

당당히 부탁하고, 꾸준히 소통하라

킥스타터 사례를 통해 우리는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프로젝트에 동참해 달라고 대중들에게 부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팬, 대중들과 꾸준히 소통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서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공연과 작품에 관심을 갖고 기꺼이 보러 와 줄 관객과 팬들에게 먼저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구성하고, 이 콘텐츠를 바탕으로 꾸준히 소통하면서 관객과 팬들이 스스로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처음이 어렵지, 이런 진정성과 소통이 동반된다면 후원자들은 당신들의 작품과 공연에 평생 팬이 되어 줄 것이다.

매력 있는 콘텐츠를 구매(후원)하라

사진_Detroit Needs A Statue of Robocop 킥스타터 프로젝트 페이지

▲아이튠즈의 킥스타터 컬렉션 페이지

최근 애플의 아이튠즈(itunes)의 영화 카테고리에 &lsquo;킥스타터 컬렉션(Kickstarter Collection)&rsquo; 이라는 항목이 생겼다. 이는 킥스타터를 통해 프로젝트가 성공한 독립영화를 극장을 통해 개봉하지 않고 아이튠즈를 통해 바로 관객을 만나는 하는 방식이다. 독립영화가 개봉관을 확보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그보다 불필요한 유통/배급 단계를 탈피하여 후원자들이 편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처럼 크라우드 펀딩은 단순한 후원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lsquo;콘텐츠 구매&rsquo;로 볼 수 있다. 내가 관심 있는 영화,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 등에 직접적으로 후원하면서 누구보다 먼저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고 또한 쉽게 구할 수 없는 콘텐츠까지도 만나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크라우드 펀딩에 후원하는 매력일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분명 이 사회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고 많은 개인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비록 아직 국내에서는 영화나 사회운동에 크라우드 펀딩이 치우쳐 있는 경향이 있지만 창작자들이 좀 더 진정성 있는 콘텐츠로 팬과 관객들에게 호소하고 후원자들은 역시 단순한 후원이 아닌 새로운 콘텐츠를 구매하는 대안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하고 접근해 나간다면, 좀 더 많은 분야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창작물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해 창작자와 후원자 모두 희열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필자사진_신현욱 필자소개
신현욱은 삼성화재를 거쳐 NHN 남동아시아사업팀장, NHN 인도네시아 최고 마케팅 경영자, NHN㈜ 검색사업부장을 역임했다. 인시아드(INSEAD) MBA 취득 후 팝펀딩을 설립했으며, 현재 굿펀딩 대표로 재직 중이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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