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인들은 스스로의 직업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공연예술 전문인력에 대하여 노동자적 관점과 예술가적 관점을 동시에 고려하며 분석한 『공연예술 전문인력 구조와 정책지원』(황준욱 외, 한국노동연구원, 2008)의 조사내용에서 공연예술인력 직업인식을 다루고 있어 소개한다. 이번 실태조사는 2007년 7월에 실시되었고 응답한 공연예술 인력은 273명이다.

먼저 실태조사에서는 공연예술분야 종사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는 예술인이다’, ‘나는 노동자이다’, ‘나는 자영업자이다’. 이 세 가지 정의 각각에 응답자가 0점에서 10점 사이의 점수로 응답하되, 자신이 해당하는 정의에 가깝다고 생각할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하도록 하였다. [그림 1]을 보면, 평균적으로는 ‘예술인’에 7.46점을 부여하여 예술인에 가깝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창작 스태프(9.02점)와 출연자(8.25점)의 경우에 두드러지나 공연운영 스태프(3.45점)의 경우에는 낮은 편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노동자’라는 인식(5.20점)은 중립적이라 할 수 있으나 ‘자영업자’라는 인식(2.00점)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예술가일 뿐이고” 절반 못 미쳐

7점 이상을 부여하면, 해당하는 정의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분류한 결과가 [그림 2]이다. 스스로 ‘예술인’이라고만 생각하는 비중이 38.1%로 가장 높으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인력의 비중이 19.1%로 두 번째이다. ‘예술인이면서 노동자’는 12.5%, ‘예술인이자 노동자이면서 자영업자’는 9.5%, ‘노동자’는 9.2%, ‘예술인이자 자영업자’는 8.1%, ‘노동자이면서 자영업자’는 2.2%, ‘자영업자’는 1.5%였다. 이처럼 공연예술 인력들은 자신을 다양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인식과 높은 상관성을 보이는 것은 공연예술분야의 총경력이다(이승렬,「공연예술 분야 종사자의 지위인식과 행복」, 위의 책). [그림 3]을 보면, 예술인이라는 인식은 경력과 함께 비례하는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영업자라는 인식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나 노동자라는 인식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위의 보고서에서는 공연예술 인력의 직업인식에는 공연예술분야의 소득이나 공연예술분야 이외의 소득이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밝히고 있다.

공연예술 인력이 자신의 직업에 대하여 어느 정도로 평가하는지를 알고자 24가지의 직업위세표(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02년에 수행한「한국인의 직업의식조사(Ⅱ)」결과)를 제시하고, 자신과 동일한 직업위세에 속한다고 보는 직업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직업위세란 사회구성원들이 어떤 직업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권위, 중요성, 가치, 존경에 대한 인식 정도나 평가를 뜻한다. [그림 4]에 따르면, 공연예술 인력이 동일한 직업위세에 든다고 한 직업은 프로축구선수(35명), 컴퓨터 프로그래머(25명), 초등학교 교사(23명), 요리사(23명), 단순노무자(23명) 등이었다. 참고로 직무별로 보면, 프로축구선수는 출연자가 많이 선택하였으며,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기술 스태프의 선택이 많았다. 출연자는 단순노무직에도 많은 응답이 이루어졌다. 초등학교 교사는 공연 운영 스태프가 많이 선택하였으며, 요리사는 기술 스태프와 창작 스태프의 선택이 많았다.

이와 같은 결과를 종합하여 본다면, 공연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은 자신을 예술인이라 생각하지만 노동자가 아니라거나 자영업자가 아니라는 배타적인 자기규정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자신의 직업위세를 그야말로 스펙트럼과 같이 단순노무자에서 프로축구선수까지 다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이와 같은 결과가 공연예술 전문인력의 직업인식을 대표하는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향후 이와 관련한 논점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의의를 가진다.

[그림1] 직무별 공연예술 인력의 자기 인식(평균)

공연예술 인력의 자기 인식 구성

[그림3] 공연예술분야 총 경력별 공연예술 인력의 자기 인식

[그림4] 공연예술 인력의 직업위세 인식


이승렬

필자소개
이승렬(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노동시장과 사회보험과 관련되는 연구를 맡고 있으며, 예술/스포츠 분야의 노동시장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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