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생활 밀착형 문화 시설 확충을 통해 지역 주민 문화 여가 활동 증진, 건강하고 활기찬 지역 문화 공동체 회복을 위한 ‘생활문화센터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본 사업은 기능을 다하거나 지역 애물단지로 여겨지던 목욕탕, 폐교, 주민센터 등 유휴 시설의 시·공간적 의미를 살려 친근한 생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이다. 지난 6월, 12개 광역 지자체 31개 시설을 선정하였으며, 입지, 규모, 기능에 따라 거점형과 생활권형으로 구분하여 리모델링과 운영 활성화 방안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Weekly@예술경영] 280호는 ‘생활문화센터 조성 사업’ 특집으로, 본 사업의 핵심 현안과 진행상황 및 개선점을 진단하고, 국내외 이상적 사례를 소개하며, 본 사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지역문화진흥법’의 쟁점을 다룬다. /특집좌담 생활문화센터 조성사업 추진 과정과 기대 효과(이선철, 권순석, 김종대, 윤현옥, 추미경)/이.상.공간 전주시민놀이터/해외동향 일본 가나자와현 시민예술촌/정책제도Q&A 지역문화진흥법 쟁점과 개선점
2014 전주 동문예술거리 축제 모습

편집팀 2013년 10월 25일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는 국정기조 ‘문화융성’을 구현하기 위해 ‘생활 속 문화 확산’ 등 8대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그리고 문화기본법(2013.12.30)과 지역문화진흥법(2014.1.28)이 차례로 제정되면서 국민과 지역이 주도하는 ‘생활문화’를 통한 문화 융성의 밑바탕이 마련되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역 주민의 생활 밀착형 문화 확산의 토대가 될 ‘생활문화센터 조성 사업’을 시작, 지난 6월에 13개 지자체(기초 26개) 34개 시설을 사업 대상지로 선정하고 국고 지원을 공표했다. 생활문화센터는 목욕탕, 폐교, 모텔, 승마장 등 지역의 유휴 시설과 기존 문화 시설을 리모델링하여 지역 주민의 생활에 근접한 문화 공간이 될 전망이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생활문화센터 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15인의 컨설턴트를 위촉하고, 공간 조성과 공간 운영에 대한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고 있다. [Weekly@예술경영]은 ‘생활문화센터 조성 사업’의 경과와 현안을 살펴보고 향후 전국의 생활문화센터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발전적 제언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컨설턴트 4인과 좌담회를 개최하고 민간 주도의 생활문화센터라 할 수 있는 감자꽃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선철 대표를 사회자로 모셨다. 생활문화센터 조성 사업의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다양한 논의를 부탁드린다.

생활문화센터란 무엇인가?

이선철 먼저 생활문화센터의 중점 기능은 무엇이며, 조성 후 생활문화센터의 가치는 어때야 할지 논의해보자. 그리고 생활문화센터가 기존 유사 시설과 차별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각자 어떻게 생각하는가?

권순석 올해 생활문화센터 대상지로 34개 공간을 선정한 것은 일종의 시범적 성격인데, 생활문화의 거점 공간으로 기능하리라 기대한다. 최근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수요가 많아졌는데, 지자체와 문화계가 일일이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본 사업의 취지라고 본다. 그러나 공간 지원이 전부는 아니다. 지역의 니즈가 모두 개별적이므로 각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다.

또, 지역마다 생활문화 공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에서 전략적으로 만들어온 ‘문화의 집’이 한때 160개 내외까지 있었는데, 지원 주체가 지역으로 전환되면서 수요 및 예산 문제로 110개 정도로 줄어든 상황이다. 따라서 이 사업이 기존 유사 공간 및 민간 주도의 공간들을 아우르기를 기대한다.

윤현옥 생활문화센터 공간 연구의 방향은 단순히 공간을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따라 인지행동적 차원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공간 조성 가이드북을 만들면서 ‘문화적 경향성이 반영된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을 중시했다. 문화의 집들을 답사해 보니 초창기에 엄격하고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었지만, 10여 년이 지나면서 그것들을 자체적으로 개보수하고 내부 공간을 개조하여 활용 중이었다. 지역의 니즈와 문화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용한 셈인데, 생활문화센터도 그래야 한다.

김종대 건축가로서 이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문전성시 사업(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통해 작은 공간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007년에 전국의 생활 친화형 문화 공간들을 조사해 보니, 감자꽃스튜디오를 제외하고는 모두 개인적으로 사용되는 상황이었다. 농촌에 연극 공간을 만들었더니 처음에는 연극인들이 모여들었지만, 지역이 시골이다 보니 거기서 창작된 작품에 대한 수요나 이해가 없어 성과가 나지 않았고, 연극인들이 하나둘 그 공간을 떠나면서 공간 본래의 취지가 사라져 결국 개인 공간화 되었다. 이 사업은 지역, 생활 밀착형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민간 운영의 문제점들을 공공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지난 두 달간 생활문화 공간을 비교 연구한 결과,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제공한 문화시설의 경우 정부에서 지원하다 보니 형식적인 면이 강했고 불필요한 공간이 많았다. 이용 당사자들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에 동그라미재단의 오픈콘텐츠랩이나 아산나눔재단의 마루180(MARU180) 등 서울의 유사 공간들은 사용자 주도로 공간을 사용하고 활성화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활문화센터를 그곳들처럼 온전한 주민 주도형 공간으로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겠으나, 최대한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생활문화센터 공간 조성 방향을 마련하였다.

언급한 공간들의 강점은 젊은이들을 위해 오픈되어 있다는 것이었고, 공간 공유가 곧 정서 공유로 이어지는 ‘코워킹(coworking)’이 발생하고 있었다. 공간 연구팀은 그런 열린 공간, 유기적 공간에서 창의적인 것이 나온다는 것에 주목했다. 조금 덜 갖춰진 실험실이 오히려 독특한 일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생활문화센터가 기존의 공간과 차별화되려면, 컨설팅 단계에서 윤현옥 대표가 제안한 ‘마주침 공간’이란 개념이 필요하다. 시끄러워야 역동적인 활동이 발생한다. 모든 사람들이 문화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문화민주주의의 개념하에, 참여자들이 공간을 스스로 갖춰 나가게 하자는 것이 공간 조성 가이드북 구축의 주요 관점이었다.

시끄러워야 역동적인 활동이 발생한다. 모든 사람들이 문화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문화민주주의의 개념하에, 참여자들이 공간을 스스로 갖춰 나가게 하자는 것이 공간 조성 가이드북 구축의 주요 관점이었다.
_김종대

윤현옥 초기의 문화의 집 공간에는 각 방들의 기능이 고정되어 있었다. 악기를 연습하는 연습실, 비디오방, 강의실 등으로 말이다. 그런 곳에선 이용자들의 동선이 서로 연결되지 않아 마주침이 일어나지 않았고, 결국 공동체나 창작 활동이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마주침 공간’이란 ‘노드 공간, 결절점’이란 개념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데, 그런 공간이 있어야 생산적 에너지가 생긴다고 본다.

김종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다. 소속감도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겠나? 소속감을 잘 부여하고 있는 공간들이 사람들에게 인기가 더 있고 그 공간 안에서 공동체 의식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미경 ‘지역 문화’라는 맥락에서 이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역 문화는 이제 창작자 중심에서 프로슈머인 시민들 중심으로 그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이 사업도 어찌 보면 이에 발맞춘 정책의 결과라 생각한다. 그리고 문화의 집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가 1995년, 1996년이다. 그동안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역민들은 단순 수용자에서 ‘하고자 하는 욕구를 펼치는’ 상황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전환 시점에 ‘생활문화센터’라는 개념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사업이 갖는 차별점은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는 게 아니라 ‘있는 공간을 재생한다’는 데 있다. 즉, 기존 정책에서 미완된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완성시키자는 의미가 포함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공간만 만들어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주민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그들을 중심으로 하는 운영 체계의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지점 또한 있다. 서울은 전문가들과 자주 접할 수 있지만, 실제 몇몇 지역 공간에선 기존 사업들이 낳은 문제점을 또 답습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공간 조성이나 운영에 대한 컨설팅, 가이드 라인은 이 문제를 재발하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사업이 갖는 차별점은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는 게 아니라 ‘있는 공간을 재생한다’는 데 있다. 즉, 기존 정책에서 미완된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완성시키자는 의미가 포함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공간만 만들어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주민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그들을 중심으로 하는 운영 체계의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_추미경

생활문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

이선철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몇 개의 키워드를 뽑아봤다. 우선은 ‘거점’이라는 말이다. 지역으로 갈수록 공간의 멀티 기능이 강조되면서, 확장성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경향성’, ‘변화’, ‘지원 체계’ 또한 키워드로 삼을 수 있다.

복합문화공간에 대한 자문이나 운영을 하는 입장이 될 때, 가장 조심스럽게 쓰는 게 ‘성공 사례’, ‘실패 사례’라는 말이다. 사례는 말 그대로 사례다. 어떤 잣대를 대느냐에 따라 성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단순 지표로 성패를 나누는 건 매우 위험하다. 사례란 포장되기 쉽고 판단 기준에 따라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립적 입장에서 각각의 사례를 봐야한다. 공간 운영에 대한 본질적 애로 사항은, ‘지역 문화, ’생활문화‘에 대한 정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공간 운영 방법이 바뀔 수 있다.

권순석 생활문화에 대한 정의는 말하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는 '일상의 모든 것'이라고 하는데, 본인은 ‘일상 생활에서 문화적 태도를 가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그 개념은 완전히 달라진다. 문화를 통해 행복한 체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면, 굳이 특정 공간으로 한정 지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업은 단순히 예술 향유의 공간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문화 생태계 조성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설정하지 않으면, 결국 죽은 공간을 만들게 될 수도 있다.

문화를 통해 행복한 체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면, 굳이 특정 공간으로 한정 지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업은 단순히 예술 향유의 공간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문화 생태계 조성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설정하지 않으면, 결국 죽은 공간을 만들게 될 수도 있다._권순석

추미경 그런 부분에서 성과를 내려면 반드시 ‘생활 밀착형’이어야 한다. 동아리 공간, 마주침 공간, 열린 공간의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문화를 민주화한다는 것은 ‘주체가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인데, 이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공간의 자율성과 유연성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

김종대 앞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생활문화센터 공간 조성 방향의 6가지 디자인 요소 중 몇 가지를 설명하자면, 먼저 ‘개방성’이다. 몰라서 사용 못하는 상황은 피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편의성’이다. 장비가 너무 고가이거나 사용법이 어려워 장식물로 남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리고 셋째는 ‘접근성’이다. 이는 도시보다 시골에서 중요한 문제다. 만약 폐교를 활용한다면, 먼저 그곳이 폐교가 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좋은 기획자가 있는 감자꽃스튜디오는 기획력으로 지리적 한계를 커버했지만, 다른 지역은 그러기 쉽지 않다.

동그라미재단은 오픈스페이스를 표방하면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창작 활동을 곧 생활문화라고 말한다. 따라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 여기엔 ‘집단 지성’이나 ‘공유 경제’의 개념까지 들어오는데, 이는 창조경제에 가장 중요시 여기는 개념이다. 금천구에서 폐파출소를 고치는데, 주민들에게 의견을 먼저 묻더라. 감동했다. 그들은 '마음은 공간, 공간은 공유'라는 모토를 내세웠다. 그들을 통해, 나는 '모든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생활문화라고 생각하게 됐다.

‘누가’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공간 운영

2014 전주 동문예술거리 축제 모습

이선철 공간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 주도냐 민간 주도냐가 아니다. 적절한 역할 분담, 운영자의 철학,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는가가 중요하다. 주민들마다 니즈가 각각 다르므로, 공간에 오는 사람들의 니즈를 최대한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공간 운영 방식을 분해, 결합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문화적 요소를 높이면서 그에 대한 수혜로 마을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농촌 공동체의 끈끈함이 많이 사라진 상황이다. 그래서 마을의 문화 공간이라 하더라도 꼭 사랑방, 경로당처럼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화적인 욕구와 필요가 있을 때 효율적으로 쓰이는 것이 중요하다.

추미경 앞서 논의된 ‘마주침 공간’처럼 브랜드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간 명칭부터, 철학, 구상까지 그 개념이 정확하다면, 지역별로 개별성을 가져도 보편적 철학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김종대 이선철 대표의 공간 운영에 대한 말씀에 덧붙이자면, 생활문화센터의 지속력은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느냐에 달렸다. 개인 역량에 따라 공간 운영의 질이 좌우될 수 있다. 따라서 생활문화센터의 운영 전반에 걸친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가령 느슨한 구조의 재단 같은 것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전성시 사업의 경우,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시장이 필요한 것을 지원해준 것이 아주 효과적이었다.

서울엔 ‘오픈스페이스 크라우드’라는 것이 있지만, 공간에 대한 정보만 있지 공간 간의 교류는 없는 듯하다. 정부나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미래 지향적으로 공간 간 교류의 틀을 마련해 줘야 한다. 재단 이사장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커넥션을 만들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윤현옥 생활문화에 대한 개념을 한번 더 짚어보고 싶다. 공공미술에서 나온 개념 중 ‘창조성의 위치 전환'이라는 게 있다. 과거에는 예술을 특정 엘리트가 만들고 일반인이 향유하는 방식이었데, 이는 매우 이데올로기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성의 시대다. 천재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자기조직화를 통해 ‘창발’을 이뤄 낸다. 특정 공간에 가서 재미있게 놀고, 뭔가를 만드는 데서 쾌감을 느낀다. 생활문화센터 공간 속 생활문화라는 것은 천재들이 했던 것을 동아리가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주침을 통해 쌓아서 창발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천재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자기조직화를 통해 ‘창발’을 이뤄 낸다. 특정 공간에 가서 재미있게 놀고 뭔가는 만드는 데서 쾌감을 느낀다. 생활문화센터 공간 속 생활문화라는 것은 천재들이 했던 것을 동아리가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주침을 통해 쌓아서 창발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_윤현옥

생활문화센터를 위한 제언

이선철 마지막으로 생활문화센터를 위한 발전적 제언이 있다면?

권순석 생활문화센터의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정부의 공간 조성 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지자체는 단순히 '공간을 만들어줬으니 됐다'라는 의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 운영에 대한 책임을 보장해주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미경 생활문화센터는 ‘지역의 변화와 진화’라는 맥락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것들에 어떻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는 주민 밀착적 태도에서 구축할 수 있다. 34개 공간 중에는 문화원이나 기존에 조성된 생활 밀착형 문화 공간인 문화의집도 있고, 일상 공간이었던 목욕탕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생활문화센터가 지금 시대에 필요한, 유연한 공간으로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이다. 각 운영 주체가 공간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갖고, 자율적인 기획과 창발적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이선철 현 정부 초기, ‘복합커뮤니티센터’ 논의에 참여한 적이 있다. 생활문화센터 조성 사업은 이에 대한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처음 취지나 전략은 깊은 층위를 가지겠으나, 실제 현장에 갈수록 위기의 변수들이 점점 생긴다. 이 추상적 가치를 구현했다는 성과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같은 사람이 같은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어떤 공간에서 하느냐에 따라 그 편차가 너무 크다. 프로그램이 좋다면 물리적 접근성이 무슨 문제겠는가? 오히려 ‘문제는 심리적 접근성’이다. 공간이 지역민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시골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주민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순석 공간 운영의 표준 가이드북을 만들기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사용자가 도시에 있는지 농촌에 있는지에 따라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독립형 공간이냐, 문화원을 개조하는 공간이냐, 운영자의 마인드는 무엇이냐에 따라 각기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이선철 감자꽃스튜디오는 전형적인 '네트워크' 공간이다. 가이드북의 체크 리스트를 참고해 각 유형에 적합한 공간을 경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좋다. 공간을 운영하다 보면 무수히 많은 상황을 접하게 되는데,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어느 순간 포기하는 때도 있다.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 사례로 어떤 것도 함부로 판단하거나 진단해서는 안 된다. 성공 요소의 동력이 떨어졌을 때 진단이 곧 리스크로 전이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공간을 운영하다 보면 무수히 많은 상황을 접하게 되는데,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어느 순간 포기하는 때도 있다.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 사례로 어떤 것도 함부로 판단하거나 진단해서는 안 된다. 성공 요소의 동력이 떨어졌을 때 진단이 곧 리스크로 전이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_이선철

윤현옥 감자꽃스튜디오는 매우 독특한 사례다. 이선철 대표의 내외적 네트워크 연결을 감자꽃스튜디오라는 공간이 수행하는 셈이다. 이상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공간에서 최대한 많은 네트워크들이 연결되면 어느 순간 시너지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사진촬영_박창현(Chad Park)

사회자 및 참석자 소개 내용이선철은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시티대학교 문화정책대학원에서 예술행정을 전공하였다. 김덕수패사물놀이 기획실장과 문화벤처 폴리미디어 대표이사를 지내고, 단국대학고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와 용인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조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강원도 평창의 폐교활용 문화공간 <감자꽃스튜디오>의 대표이며,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겸임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권순석은 문화컨설팅 바라(지역의 문화예술축제, 문화재단 중장기 계획 수립, 문화예술기관 컨설팅, 문화인력 양성교육 등) 대표이며, (사)한국문화의집협회 상임이사이다. 현재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생활문화센터조성사업’,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협력형사업’, 한국문화원연합회 ‘생활문화공동체사업’ 등을 컨설팅하고 있다.김종대는 문화기획자이자 건축가로 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이며 서울시 영천 신시장 사업단의 단장이다. 주택, 마을, 도시, 시장, 박람회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기획과 공간설계, 건축설계, 공간기획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의 시장 활성화사업인 ‘문전성시’사업의 단장과 2013년 문화의 달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1억으로 지은 집’을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추미경은 1968년생으로 영문학과 공연예술학을 공부하고 영국에서 문화정책을 전공했다. 1998년 설립된 ‘문화다움’(구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 창립 스태프로 시작해 현재 동 기관 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 문화인력/축제/지역문화 분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적 지역다움을 찾아가는 <지역다움 30년>, 북방아시아 인류문화창고 프로젝트인 <Tree of Culture>의 틀을 닦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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